왕건의 즉위와 궁예의 최후

天授元年戊寅夏六月에 王建이

爲洪儒·裵玄慶·申崇謙·卜智謙等諸將軍之所推戴하야

黎明에 坐於積穀之上하사 行君臣之禮하시고 令人馳且呼曰

王公이 已擧義旗矣라 하시니 奔走來赴者가 衆이오 先至宮門하야

鼓譟以待者가 亦萬餘人이라 遂卽位於布政殿하시고 建元天授하시니라

於是에 泰封王弓裔가 聞變하고 以微服出門하야 亡去라가

尋爲斧壤民所害하니라.

천수 원년(戊寅, 단기 3251, 918) 여름 6월에 왕건이 홍유洪儒·배현경裵玄慶·신숭겸申崇謙·복지겸卜智謙 등 여러 장군의 추대를 받아 날이 밝을 무렵에 곡식더미 위에 앉아 군신의 예를 행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을 시켜 뛰어다니면서, “왕공이 이미 의기義旗를 들었다”라고 외치게 하였다. 이때 달려와 따르는 자가 무리를 이루었다. 궁문에 이르니 먼저 와서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며 기다리는 사람이 만여 명이었다. 드디어 포정전布政殿에서 즉위하고, 연호를 천수天授라 하였다.

이때 태봉 왕 궁예가 변란 소식을 듣고 미복으로 갈아입고 궁문을 빠져 나가 도망치다가 얼마 못 가서 부양斧壤(지금의 강원도 평강) 백성에게 죽음을 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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