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도에서는 우주 역사를 세 단계로 나눈다. 천존시대와 지존시대와 인존시대다. 이는 우주변화의 원리에 바탕을 둔 시대 구분이다. 역사는 바야흐로 우주의 봄철과 여름철을 지나 우주의 가을철을 맞이하고 있다. 우주의 가을철은 인간이 하늘이나 땅보다 더 존귀한 존재로 등장하는 인존시대이다.

천존天尊과 지존地尊보다 인존人尊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人尊時代니라. 이제 인존시대를 당하여 사람이 천지대세를 바로 잡느니라. (『도전』 2:22:1~2)

그렇다면 우주 역사에서 천존시대란 어떤 시대인가? 천존은 모든 것 가운데 하늘이 가장 존귀한 존재라는 뜻이다. 우주의 봄에는 하늘이 모든 생명을 주재하는 역할을 한다. “천인天人 천지天地 천천天天”(『도전』 9:185:4)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하늘이 사람 노릇[天人]도 하고 땅 노릇[天地]도 하며 하늘 노릇[天天]도 하는 시대다.

천존시대에서 하늘[天]은 우주생명의 존재근원이다. 천존시대는 하늘이 창조적 덕성을 바탕으로 우주만물이 생겨나고 변화하는 것을 주도하는 때이다. 우주 봄철의 천지 덕성은 ‘원元’이고, 인간 덕성은 ‘인仁’이다. 천존시대는 하늘[天]의 이상이 지상에서 온전하게 펼쳐져서 우주만물이 천지조화로 생명활동을 전개하고, 인간도 천지와 소통하며 지순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천존시대에 생겨난 모든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름철의 분열과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지존시대이다. 지존은 땅이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존귀하다는 뜻이다. “지인地人 지지地地 지천地天”(『도전』 9:185:4)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땅이 사람 노릇[地人]도 하고 땅 노릇[地地]도 하며 하늘 노릇[地天]도 하는 시대이다.

지존시대에서 땅[地]은 우주생명의 양육을 담당하는 근원이다. 지존시대는 하늘의 창조적 덕성이 지상으로 옮겨져 땅위의 모든 생명존재들을 성대하게 자라나게 한다. 지존시대에는 땅이 천지의 창조기운을 받아 만물을 기르고 보살피는 역할을 한다. 우주 여름철의 천지 덕성을 ‘형亨’이라 하고, 인간 덕성을 ‘예禮’라고 한다. 우주 여름철의 분열과 성장의 덕을 총칭하여 곤덕坤德이라 한다.

지존시대라 불리는 우주의 여름철은 천지창조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지구에 고도의 문명을 일으켜 발전시키는 성장의 시기이기 때문에 선천의 상극의 이법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이다. 우주생명이 상극적 갈등과 대립을 통해 성숙으로 나아가는 시대이기에 아직 미완성의 발전단계이다.

천존시대에 하늘에서 던져준 생명의 기운으로 소생한 모든 것들이 여름철 지존시대의 지덕地德에 의해 무성하게 분열하여 그 성장의 극에 달하면, 선천 역사의 기나긴 여로가 끝나고 후천 가을 하늘의 햇살이 비쳐온다. 가을의 수렴통일 기운은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통일하는 결실문화로 전환시킨다. 인존시대이다. 인존은 인간이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존귀하다는 뜻이다. “인인人人 인지人地 인천人天”(『도전』 9:185:4)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이 사람 노릇[人人]도 하고 땅 노릇[人地]도 하며 하늘 노릇[人天]도 하는 시대이다.

천지생인天地生人하여 용인用人하나니 이인생以人生으로 불참어천지용인지시不參於天地用人之時면 하가왈인생호何可曰人生乎아 천지가 사람을 낳아 사람을 쓰나니 천지에서 사람을 쓰는 이때에 참예하지 못하연 어찌 그것을 인생이라 할 수 있겠느냐! (『도전』 2:23:3)

인존시대는 가을개벽을 통해 실현된다. 모든 생명이 분열하고 생장하는 선천시대의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것이 바로 후천 가을의 개벽기이다. 후천의 가을 결실기에 접어들어서는 농부가 가을에 추수하듯이 우주의 만물농사는 성숙의 결실을 거두게 된다. 인간과 만물이 성숙하는 가을 추수기는 결실의 계절이므로 ‘이利’라 하고, 쭉정이는 버리고 성숙된 것만을 거두는 가을의 성품을 일러 ‘의義’라 한다.

지금은 천지에서 사람을 크게 쓰는 인존시대다. 인존시대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성숙되는 천지성공시대이다. 인간이 천지의 이상을 실현하여 하늘과 땅과 사람이 다 같이 성공하는 시대다. 우주 만물의 주재자이신 증산 상제님은 선천의 분열과 성장 기간 동안 지상의 세계문명을 마치 부모가 자녀 기르듯이 성숙시켜 놓은 뒤에, 천지성공시대를 맞이하여 천지의 이상인 인간 완성을 이루어 실질적인 인간존엄의 시대가 펼쳐지도록 천지도수로 짜 놓으셨다. “이제는 인존시대니라.”(『도전』 2:22:1) 여기에는 이 우주 속에서 인간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혜안이 들어 있다.

인생을 위해 천지가 원시 개벽하고 인생을 위해 일월이 순환 광명하고 인생을 위해 음양이 생성되고 인생을 위해 사시四時 질서가 조정調定되고 인생을 위해 만물이 화생化生하고 창생을 제도濟度하기 위해 성현이 탄생하느니라. 인생이 없으면 천지가 전혀 열매 맺지 못하나니 천지에서 사람과 만물을 고르게 내느니라. (『도전』 11:118:4~10)

증산 상제님의 인존사상은 인본주의와 다르다.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 후천개벽을 완성하는 궁극적 주체가 바로 인간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후천 인존시대에는 모든 인간이 천지 대세를 바로잡고 신천지新天地의 신인간新人間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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