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논문

증산도의 우주관

양재학(상생문화연구소)

2023.03.15 | 조회 2961

2021년 가을 증산도문화사상 국제학술대회 발표논문


증산도의 우주관

 

양재학(상생문화연구소)

 

목 차

1. 들어가는 말

2. 우주는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선천과 후천

3. 후천개벽이란 무엇인가

4. 우주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생장염장과 방탕신도

5. 후천개벽과 우주1

6. 신도로 열리는 후천개벽

7. 후천개벽은 어떻게 오는가- 윤력에서 정력으로

8. 후천은 음양의 균형이 이룩되는 조화선경

9. 후천 선문명, 간방에서 열리다

10. 후천 선문명 건설의 주체는 누구인가

11. 나오는 말

 

 

논문요지

이 논문은 증산도의 우주관을 거시적 차원에서 조명한 글이다. 우주란 말은 공간과 시간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상하사방上下四方의 공간은 , 왕래금고往來今古라는 말에 나타나 있듯이, 우주는 시간과 공간으로 전개되면서 만물을 낳아 키워내는 생명의 터전이다.

지금은 우주의 오아시스인 지구촌 인류가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공포에 떨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고, 기상 이변에 따른 바닷물의 급격한 온도 차이를 견디지 못해 6,000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고래 역시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그야말로 전체 생태계가 요동치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은 살아있는 지구가 주기적으로 앓는 몸살쯤으로 가볍게 여기는 일부 생태론자들도 있다.

이 세상은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현재의 세계와 인류는 어디서 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우주는 선천과 후천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이 곧 증산도 우주관의 입론 근거이다. 증산도 우주관은 19세기 동북아 조선에서 싹터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담지한 후천개벽사상으로 나타났다.

 

 

1. 들어가는 말

 

지구촌 인류는 기후 위기로 인해 찜통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SF 영화는 생태계를 마구 파괴하는 인간의 오만을 경고했는데, 자연은 지구 오염의 주범인 인간을 공격하도록 진화한다는 시나리오였다. 자원의 무분별한 개발에셔 비롯된 자연의 보복으로 지진과 해일 같은 자연 재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가 전혀 다른 자연 환경에서 살 것이라는 예측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 빚어낸 환경 재앙은 지구의 자정 능력마저도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지질학자들은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여섯 번째 대멸종인 온다고 예고했다. 마치 현대판 제2노아의 방주가 다가오는 징조로 보이는 것 같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의 공포에 빠진 지구촌의 현실을 보라. 특별히 2021년은 위기의 한 해로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 국제 질서와 경제의 혼란, 사회적 격변, 이 모든 것을 관통한 것은 지구에 상처를 남긴 기후 변화였다. 코로나19는 기후 위기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기후 위기와 코로나 사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비상사태라는 진단도 있다.

세계 곳곳을 퍼부었던 물 폭탄을 비롯한 거대 규모의 산불, 전쟁과 질병, 민족분쟁, 종교간의 갈등이 빚어낸 참혹한 테러, 각종 종말론의 득세와 함께 문명의 부산물로 다가오는 금융위기가 한꺼번에 일어난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각종 전염병의 창궐은 수많은 사람을 휩쓸어갔고, 다행스레 살아남은 조상들이 노화로 죽었다면, 지금의 인류는 극심한 기후 대재앙으로 죽을 것이라는 끔찍한 보고서가 발표될 정도이다. 이미 히말라야 고산 지대의 사람들은 빙하 쓰나미를 체감하고 있으며, 심지어 남북극의 빙하가 기후변화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말미암아 중위권 국가의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행태 역시 지구온난화 탓이라는 얘기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이것들은 모두 증산도사상에서 말하는 후천개벽의 징조라 할 수 있다. 지구의 자전축을 움직일 만한 자연개벽, 팬데믹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경제사회가 마비되는 문명개벽, 물질문명의 폐단과 도덕의 붕괴로 인한 인간개벽의 조짐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문명과 인간 세상의 총체적 대변혁은 선천 상극의 폐단을 극복한 다음에 구축되는 상생 세상의 도래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극 세상이 상생 세상으로 바뀌는 선후천 변화의 정체가 곧 후천개벽이다. 후천개벽이 이루어지는 원리와 과정을 밝히는 작업이 증산도 우주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2. 우주는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선천과 후천 


선천과 후천이란 말은 공자孔子(BCE 551-BCE 479)가 지었다는 주역周易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가장 먼저 나온다. “하늘보다 앞서 가도 하늘이 어기지 않으며, 하늘보다 뒤로 해도 하늘의 시간을 받든다. 하늘이 또한 어기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며 귀신이랴![先天而天弗違, 後天而奉天時, 天且弗違, 而況於人乎, 況於鬼神乎.]” 그러나 공자 이후 1,500년 동안 선천과 후천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잠들었다가 송대宋代의 철학자들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탐구되기 시작했다.

선후천관의 입장에서 역의 세계를 들여다본 인물은 소강절邵康節(1011-1077)이다. 그가 선후천관을 수립한 목적은 자신이 살던 시대가 복희씨와 요임금 시절을 제외한 최고의 태평성대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그는 역사적으로 요임금을 중심으로 선천과 후천을 구분했다. “요임금의 앞은 선천이고, 요임금의 뒤는 후천이다. 후천은 (선천을) 본받아야 할 법칙이다. 하늘은 만물을 낳고, 성인은 만민을 낳는다.” 선천은 진리의 원형이므로 후천은 선천을 온몸으로 본받고 터득하여 이상적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선천과 후천은 우주의 두 얼굴이다. 이때 선천과 후천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것은 이원론(dualism)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강절이 말하는 선천이 후천의 근거라는 발상은 곧 요임금의 태평성대를 모범으로 삼아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역사관의 전형인 셈이다.

선후천론에 대한 혁명은 조선조 후기의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후천개벽사상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김일부金一夫(1826-1898)의 정역사상과 동학을 창도한 최수운崔水雲(1824-1864)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면 김일부는 소강절의 선후천론을 이어받았으나, 선천과 후천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관점은 현저하게 다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now and here)’라는 시간대를 놓고 볼 때, 소강절은 지금 여기의 세상을 발생시킨 형이상의 세계가 선천이고, 현재 인류가 살고 있는 세상이 후천이라는 주장을 견지한다. 그러나 김일부는 지금 이곳의 세상이 선천이고,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가 후천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주가 생겨나기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이를테면 산과 바다와 하늘의 별자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공간 탄생 이전의 사태, 태초의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세계가 선천개벽이다. 이런 의미에서 태초의 선천개벽은 경험 이전의 사태이고, 앞으로 전 인류가 맞이해야 할 세계인 동시에 지구촌의 모든 인간이 살아서 직접 극복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대변혁이 바로 후천개벽인 것이다.

증산상제甑山上帝(1871-1909)는 후천개벽이 오는 이치를 알아야 인류의 운명줄이 걸린 생사에 대한 모든 의혹이 풀릴 수 있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

 

천지개벽도 음양이 사시로 순환하는 이치를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인생을 위해 일월이 순환 광명하느니라.”

 

음양이 변화하는 모습을 큰 틀에서 보면, 우주는 선천과 후천의 두 싸이클로 돌아간다. 우주의 전반기를 선천先天(the early heaven), 후반기를 후천後天(the later heaven)이라 부른다. 그러나 선천과 후천의 변화는 완전히 다르다. 선천은 천지기운이 안에서 밖으로 뻗쳐나가는 분열확산 운동을 본질로 삼기 때문에 무한생장의 시대로 불린다.

반면에 후천은 천지기운이 밖에서 안으로 응축됨으로 인하여 생장을 수렴하고 통일하는 성숙의 시대이다. 특히 우주의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하추교역기夏秋交易期에 천지의 기운이 완전히 역전逆轉되어 뒤집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선후천의 전체 순환과정에서 근본적인 전환은 봄과 여름이 가을철로 접어드는 시기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후천개벽이다.

증산상제는 오늘의 문명에 대해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가장 큰 병[天地病]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근본적 치유방법에 대해서 무릇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인습因襲할 것이 아니요, 새로 만들어야 하느니라.”모든 것이 나로부터 다시 새롭게 된다고 선언하고, 직접 인류역사에 뛰어들어 신천지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켰다.

 

이제 온 천하가 대개벽기를 맞이하였느니라.”

이 때는 천지성공시대니라.”

 

이제 천지와 문명과 인간이 대개벽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 한마디에 현대문명이 직면하고 있는 온갖 문제점과 인류사의 대세를 알 수 있다. 선후천의 교체, 즉 후천개벽이야말로 인류가 안고 있는 핵심 주제인 것이다.

천지성공시대! 이는 기존의 언어와 사유로는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다. 증산도의 진리는 기존의 낡은 세계관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러니까 껍질이 찢어지는 의식의 혁명이 없이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우주가 일정한 시간대에 맞추어 변화한다는 선후천론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후천론은 단순히 우주의 생성과 구조를 밝히는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천지질서와 인류문명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증산도의 선후천론은 140년 전에 조화주 증산상제가 이 땅에 몸소 방문하여 썩어 들어가는 인간의 내면세계와 병든 천지를 치유하는 포괄적인 처방을 담고 있다. 과거의 학술이 단순히 천지는 선천과 후천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면, 증산도사상은 왜 어떻게 선천이 후천으로 전환되는가의 원리와 과정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선후천이 교체하는 시기에 즈음한 인류의 구원방식에 주목하라고 일깨우고 있다.

 

3. 후천개벽이란 무엇인가

 

선천과 후천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가? 선천과 후천이 우주의 구성에 대한 존재방식이라면, 시간의 질서에 따라 이루어지는 선후천의 교체는 우주의 운행방식을 뜻한다.

선후천을 통틀어 이 세상의 온갖 사물은 한 순간의 멈춤이 없이 음양운동으로 변화해간다. 그래서 역은 변화에 주목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의식일 뿐이다.

영원불변한 것은 변화의 지속일 따름이다. 변화에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변화와 천지질서의 근본적 전환을 뜻하는 우주변화가 있다. 자연의 변화가 과학의 탐구대상이라면, 우주변화는 역이 밝히고자 했던 근본 문제이다. 증산상제는 주역의 성격을 파격적으로 정의내리고, 그것은 후천개벽과 직결된 우주변화의 텍스트라고 밝혀주었다.

 

천지의 모든 이치가 역에 들어 있느니라.”

주역周易은 개벽할 때 쓸 글이니 주역을 보면 내 일을 알리라.”

 

여기에 과거 학자들이 씨름했던 역철학의 핵심 요지가 있다. 우주의 창조적 율동은 음양, 오행, 8괘의 이치에 따라 전개되며, 주역이 전하고자 했던 궁극 메시지는 천지가 개벽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천지개벽의 정신은 물론 특히 내 일이라는 후천개벽의 실상도 역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개벽의 문자적 의미는 천개지벽天開地闢또는 개천벽지開天闢地의 줄임말이다. 이 천지개벽은 시공이 최초로 형성될 즈음에 가볍고 맑은 양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天開], 무겁고 탁한 음[]기운은 가라앉아 땅이 되었다[地闢]는 동양의 천지 생성론에서 온 말이다. 서양문화의 창조에 대응되는 말이 동양문화의 개벽이다.

 

이제 온 천하가 대개벽기를 맞이하였느니라. 후천은 온갖 변화가 통일로 돌아 가느니라.”

선천에도 개벽이 있고 후천에도 개벽이 있나니 옛적 일[上古之事]을 더듬어 보면 다가올 일을 아느니라. 다가올 일[到來之事]을 알고 다가올 일을 알면 나의 일을 아느니라.”

 

증산상제는 지금의 우주는 시간적으로 이미 성숙의 단계에 돌입하는 대격변기라고 그 현주소를 진단해주고 있다. 따라서 우주변화의 실상은 무엇이고, 우리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라는 시간대를 묻는 것으로부터 증산도의 우주관은 성립한다. 시간과 공간의 틀 자체가 바뀌어 온갖 변화가 통일로 돌아가는 후천개벽은 선천과 후천의 교체를 뜻한다.

선천은 우주의 봄과 여름을 뜻한다. 선천개벽 이래 지금까지 우주는 상극의 원리가 인간과 만물을 지배해왔다. “상극은 문작적으로 서로 상, 이길 극으로서 서로 극한다, 제어한다, 대립한다, 경쟁한다는 뜻이다. 상극이 주는 긴장과 갈등은 변화와 창조의 힘으로 작용한다. 상극은 시공간 안에 존재하는 만물이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며 발전하는 성장의 원리이다. 상극질서는 대립과 경쟁과 투쟁이 발전의 덕목인 것이다. 인류는 우주의 선천이라는 상극의 도가니 속에서 성장하며 문명을 발달시켜 왔다.”

 

선천은 상극上克의 운이라. 상극의 이치가 인간과 만물을 맡아 하늘과 땅에 전란戰亂이 그칠 새 없었나니, 상극의 원한이 폭발하면 우주가 무너져 내리느니라.”

선천은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세상이라.”

 

동서양 문명에서 태동한 모든 종교의 신관, 창조관, 인간에 대한 사고는 남성 중심, 하늘 중심으로 돌아가는 억음존양의 문화를 형성했다. 즉 선천은 음양의 부조화로 인해 양 중심의 문화로 흘러왔다. 특별히 선천의 상극질서 속에서 성장하여 오늘에 도달한 현대 산업사회의 기계문명은 지구촌 곳곳에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

종교 또한 인류 통합의 중심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타종교를 부정하거나 왜곡하여 극심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지금은 핵가족마저도 붕괴되어 사회 안정의 구심체를 잃은 지 오래이다. 자연과 문명과 인간이 총체적으로 망가지고 있다.

선천에는 상극의 이치가 인간 사물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사가 도의道義에 어그러져서 원한이 맺히고 쌓여 삼계에 넘치매 마침내 살기殺氣가 터져 나와 세상에 모든 참혹한 재앙을 일으키나니

 

상극의 이치로 인해 선천에는 원한의 기운이 하늘과 땅을 가득 메워 살기를 뿜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원한은 역사와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힘으로 작용한다. 상극의 원한은 가정과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비롯하여 국가 사이의 전쟁, 심지어 세계평화를 뒤흔드는 부정적인 동력원이 된다. 서로 경쟁하고 대립함으로써 생기는 원한의 충격은 인간과 신명계를 물들이고 천지에 쌓이게 된다. 그 보복으로 다시 원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켜 세상을 온통 대혼란에 휩싸이게 만든다.

하지만 우주의 가을, 즉 후천이 되면 생장을 매듭짓고 성숙시키는 원리가 작동한다. 우주의 봄과 여름은 양이 흘러넘쳐 음이 모자란 시대라면, 가을의 질서는 음양이 조화된 정음정양正陰正陽의 세계이다. 정음정양은 선천의 상극질서에 의해 생겨났던 온갖 죄악과 고통을 비롯한 삶의 업장 등이 모두 해소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어둡고 어지러운 혼돈의 시대를 지나 광명의 황금시대, 진정한 조화의 시대가 열리는 조화선경의 세계를 가리킨다.

 

나의 도는 상생相生의 대도이니라. 선천에는 위무威武로써 승부를 삼아 부귀와 영화를 이 길에서 구하였나니, 이것이 곧 상극의 유전이라. 내가 이제 후천을 개벽하고 상생의 운을 열어 선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리라.”

 

가을우주의 새로운 질서는 상생相生이다. 우리는 상생의 의미를 단순히 함께, 더불어 사는 공생共生정도로 이해한다면 곤란하다. 왜냐하면 상생은 선천의 닫힌 우주에서 후천의 열린 우주로 넘어가는 천지질서의 근본적 전환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이치에서 벗어나면 아무 것도 있을 수 없듯이, 뭇 생명체는 천지질서에서 벗어나 그 누구도 살 수 없다. 더욱이 지금은 대립과 경쟁, 모순과 투쟁이라는 분열팽창의 선천시대를 끝맺고 우주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후천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4. 우주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생장염장과 방탕신도

 

증산도의 우주관은 주역에서 말하는 우주변화의 이치와 동일한 궤도를 걷는다. 증산상제는 우주가 운동하는 기본질서, 즉 제1법칙인 우주창조의 근본원리가 생장염장生長斂藏이라고 밝혀 주었다.

 

나는 생장염장生長斂藏 사의四義를 쓰노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以化니라.”

내가 천지를 주재하여 다스리되 생장염장의 이치를 쓰나니 이것을 일러 무위이화라 하느니라.”

 

생장염장은 우주가 만물을 창조하는 근본 법도로서 낳고[], 기르고[], 성숙시키고[], 휴식하는[] 4개의 리듬을 가지고 운행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우주는 질서를 유지하려는 생물학적 의미의 항상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우주창조의 필연법칙인 생장염장이다. 모든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여 열매를 맺고 저장하는 전체 과정이 바로 생장염장인 것이다.

생장염장은 생명의 율동상을 표현한 하늘의 이치이다. 그것은 전 우주에 작용하는 질서의 총화로서 하늘의 으뜸가는 보편적 원리를 의미한다. 우주가 일정한 원칙을 지키면서 운행할 수 있는 까닭은 생장염장의 리듬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주변화의 본성, 우주가 일정한 시간대에 맞추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생명패턴의 정보라 할 수 있다.

천지만물은 크게 보면 음과 양의 과정으로 변화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생장염장의 네 마디로 순환한다. 인간의 역사를 비롯하여 하루와 일년이라는 시간 속에서의 모든 변화는 생장염장의 이치에 따라 무궁토록 순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침과 저녁, 낮과 밤이 번갈아 바뀌는 하루의 시간질서도 생장염장이요, 초하루와 보름과 그믐이라는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하는 한 달의 시간질서도 생장염장이며, 4계절이 순환하는 1년의 시간질서도 생장염장이다. 그것은 자연의 질서인 동시에 인간 삶의 질서요, 문명과 역사를 꿰뚫는 보편 원리인 것이다.

또한 우주만물은 방탕신도放蕩神道라는 네 가지 특성을 가지고 변화한다. 생장염장이 창조성의 원리라면, 방탕신도는 사물의 변화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특징이다. 방탕신도는 사물의 변화를 이해하는데 생장염장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방탕신도放蕩神道는 천지변화의 큰 법도와 기강[]이니라. 봄기운은 만물을 내어놓는 것[]이고, 여름기운은 만물을 호탕하게 길러내는 것[]이요, 가을기운은 조화의 신[]이며, 겨울기운은 근본인 도[]이니라. 내가 주재하는 천지 사계절 변화의 근본 기강은 기[]로 주장하느니라.”

천지만물을 싹틔우려는 속성을 지닌 봄의 ’, 만물을 왕성하게 흩어지게 하는 속성을 지닌 여름의 ’, 만물을 신묘하게 조화시키려는 속성을 지닌 가을의 ’, 만물을 본래의 근원적 질서로 환원하려는 속성을 지닌 겨울의 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하늘이 걸어가는 길로서 천지만물의 변화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생장염장과 방탕신도는 시간적으로는 춘하추동의 사계절로, 공간적으로는 동서남북의 사방위로 전개되는 것이다.

소강절은 낮과 밤으로 이루어진 하루의 질서를 넘어 해와 달의 규칙적 순환을 토대로 사계절이 둥글어가는 시간표를 만들어냈다. 추운 겨울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세에 눌려 물러나고, 뜨거운 여름은 예측 가능한 기간 동안만 지속된다. 시원한 가을 아침은 겨울이 돌아온다는 예고편이다. 이러한 순환이 매년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혜로운 농부들은 봄에 작물을 심고 여름에는 김매고 가을에 열매를 거둔다.

 

5. 후천개벽과 우주1

 

소강절의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는 우주사의 시간표 작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우주 전체의 생장염장의 순환과정을 시간으로 계산하는 작업을 기획했다. 소강절은 우주를 자연의 시계에 따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몸체로 간주하고, 그것을 수리철학으로 환원하여 우주변화의 시간대를 객관화시켰던 것이다.

지구는 스스로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하면서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1년이 걸리고, 달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약 30일이 걸린다. 따라서 지구와 태양과 달이라는 3자의 입체적 운동의 주기성을 바탕으로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는 하루에 360도의 자전운동을 통해 하루라는 시간대를 형성하고, 이것이 1360일 동안 계속 순환하여 14계절의 변화도수인 360× 360= 129,600도를 빚어낸다.

소강절은 우주가 한 번 문을 열었다 닫는 커다란 주기를 129,600년으로 삼아 선후천 이론을 수립했다. 선천이 다하면 후천이 시작되고, 후천이 다하면 다시 다음의 선천이 시작되는 순환 주기 속에서 서로 번갈아가며 머리와 꼬리가 되어 끊임없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선후천의 시간적 시스템은 1= 12, 1= 30, 1= 12, 1= 30으로 이루어진다. 증산도사상에서 말하는 우주1년을 소강절의 원회운세설元會運世說과 결합하여 도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지구1년의 구성

우주1년의 구성

12

129,600[12]

30

10,800[30]

12시간

360[12]

1시간

30

 

우주는 129,600년이라는 생장염장의 순환궤도를 계속 도는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체이다. 우주1년에서 129,600년을 주기로 한 번 운동을 마치고 다시 새로운 주기로 접어들 때를 기준으로 보면 앞의 절반은 선천 세상이며, 다음 절반은 후천 세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선후천운동이 자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과 사회와 역사의 진행방향, 그리고 인류문명의 흥망성쇠에까지 침투하여 우주1년의 시간대라는 물결을 타고 연출되는 장엄한 드라마를 연출한다.

만물은 선후천의 원리에 의해 생성변화한다. 1년에서 동지로부터 하지에 이르는 6개월은 선천이요, 하지에서 동지에 이르는 6개월은 후천이다. 한 달에서 초하루로부터 보름까지가 선천이라면, 16일부터 그믐까지는 후천이다. 하루에서 자시子時부터 사시巳時까지가 선천이고, 오시午時부터 해시亥時까지는 후천이다. 이처럼 순간에서 영원의 차원까지를 관통하는 원리가 바로 선후천인 것이다.

증산도사상은 인류가 출현하여 지금까지 살아 온 세상을 선천이라 하고, 앞으로 다가 올 세상을 후천이라 말한다. 선천과 후천은 129,600년을 하나의 주기로 삼는데, 증산도는 이 129,600년을 우주1이라 부른다. 안운산 태상종도사님은 도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방법으로 지구1에 빗대어 우주1을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태상종도사님의 어록집인 천지의 도, 춘생추살23-29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지구년이란 지구가 태양을 안고 한 바퀴 돌아가는 주기 - 1- 를 말한다. 지구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질서가 무한적으로 반복되면서 만물이 생성된다. 이 지구년과 같은 이치로 대우주 천체권에는 낳고, 기르고, 거두고, 쉬는 거대한 주기가 있는데, 이것을 우주년이라 한다. 우주년도 지구가 태양을 안고 한 바퀴 돌아가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큰 1, 큰 춘하추동 사계절의 질서로 돌아간다. 지구년은 하루에 360도를 도는데, 여기에 1360일을 곱하면 지구의 1년 시간법칙은 360 × 360해서 1296백도로 돌아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우주 천체권이 한 바퀴 돌아가는 주기년은 360 × 360 해서 1296백 년이 된다. 우주1년인 1296백년 가운데 봄과 여름에 해당하는 648백 년을 선천이라 하고, 가을과 겨울에 해당하는 648백 년을 후천이라 한다.”

 

 



우주1년의 최종 결론은 후천개벽이다. 후천개벽은 우주의 여름과 가을이 교체되는 시기에 일어난다. 지금은 선천이 후천으로 뒤바뀌어 가을개벽으로 다가가는 막바지 징검다리, 즉 여름의 끝자락에 와 있다. 이때에는 우주운행의 중심축[天地에서 地天으로]이 뒤집어져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는 과정에서 엄청난 변국이 수반된다.

 

선천의 모든 악업惡業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천하의 병을 빚어내어 괴질이 되느니라. 봄과 여름에는 큰 병이 없다가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換節期가 되면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큰 병세病勢를 불러일으키느니라.”

 

전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병겁은 선천의 상극질서가 빚어낸 여러 형태의 모순과 인간들의 모든 악행, 신명들의 보복으로 그 원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괴질이 아닐 수 없다. 대병겁은 신명이 일으킨다. 병겁의 실체는 가을기운을 타고 내려온 신명들의 심판인 셈이다. 따라서 후천개벽의 실상은 시간질서가 바뀌는 현상과 함께 신명들에 의한 병겁심판으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환절기의 난은 병란病亂이 크기 때문에 동서양 전쟁은 병으로써 판을 고르게 하여 신천지의 세상으로 진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이다. 그것은 영성으로 가득 찬 신도세계를 주재하는 최고신의 주재로 이루어진다. 우주1년이 가치중립의 우주원리라면, 주재자는 실제로 천지도수를 뜯어고치는 인격적 존재이다. 신도우주의 주인공은 우주1년의 질서를 주재하는 인격신이다. 인격신은 우주질서를 주재할 뿐만 아니라 인류구원이라는 숭고한 목적에서 신도를 통치하고 개입시킨다. 이것이 바로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궁극적 원인인 동시에 결과라는 점에서 증산도 우주관의 압권이다.

 

6. 신도로 열리는 후천개벽

 

증산도의 진리체계는 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는 현실의 밑바탕이 되는 우주변화의 이법을, 은 이법세계와 현실세계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신이 중간에서 매개하여 이법이 인간의 현실에 구현되는 사건이 바로 사이다.

우주는 신성神性으로 가득 차 있다. 만물 속에 깃들어 있는 영성의 실체가 바로 신이며, 신의 질서를 신도神道라 부른다. 따라서 우주에 가득 찬 신성의 현현顯現이 곧 천지만물인 것이다. 인격신과 자연신은 우주를 꽉 메꾸고 있다. 자연신과 천지기운의 되먹힘이라는 작용이 신의 세계의 지극한 경계인 것이다. 신은 어디에 국한되지 않고(non locality), 곳곳에 존재한다. 신은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언제 어디든지 존재한다. 증산상제는 신도의 편재성을 다음과 같이 밝혀주었다.

 

천지간에 가득 찬 것이 신이니,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르고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떠나면 무너지고, 손톱 밑에 가시 하나 드는 것도 신이 들어서 되느니라. 신이 없는 곳이 없고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신은 수많은 얼굴로 존재한다. 얼굴 있는 신이 있고 얼굴 없는 신도 있다. 이 세상에 겉으로 드러난 모든 것은 신의 작용이다. 각양각색으로 존재하는 신의 역할과 기능은 무한할 수밖에 없다.

자연과 인간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과 현상들은 신명계의 매개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주의 이법과 신명계를 소통시키는 열쇠는 천명天命이다. “천하의 모든 사물은 하늘의 명이 있으므로 신도에서 신명이 먼저 짓나니 그 기운을 받아 사람이 비로소 행하게 되는니라는 말처럼, 어떤 일이 현실화되기 전에 먼저 신명계에서 그 일이 선행하여 일어나며, 신명계에서 일어난 일은 어떤 조짐을 통해 인간에게 지각되기도 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신도의 손길로 태어나며, 신도와의 끊임없는 교섭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신도는 천지인 삼계에 두루 편재한다. 다만 선천은 닫힌 세계였던 까닭에 신명계가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따라서 물리적 대변국을 수반하는 천지개벽도 신도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천지개벽을 해도 신명 없이는 안 되나니, 신명이 들어야 무슨 일이든지 되느니라. 파리 죽은 귀신이라도 원망이 붙으면 천지공사가 아니니라.”

 

특히 신명은 천지개벽공사의 아주 큰 몫을 담당한다. 천지개벽의 전제조건은 신도의 정리사업으로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천지도수天地度數가 정리整理되어 각 신명의 자리가 잡히는 때이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는 우주의 가을철에 이르면 신도의 조율로 성숙되어 결실을 맺는다.

 

이 때는 천지성공시대라. 서신西神이 명을 맡아 만유를 지배하여 뭇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나니, 이른바 개벽이라.”

신도神道는 지공무사至公無私하니라. 신도로써 만사와 만물을 다스리면 신묘神妙한 공을 이루나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니라.”

가을기운은 조화의 신이다.”

 

신도는 서신西神이 천지를 경영하는 독특한 방법이다. 즉 우주를 다스리는 경영자가 최고신이라면, 세계에 대한 최고신의 독특한 경영방식이 바로 신도인 것이다. 수많은 자연신과 인격신으로 이룩되는 다신多神이 천지의 구석구석에 널리 퍼져 존재하는 어떤 개체적 신이라면, 그러한 신들은 천지를 가득 메워 신명계를 형성한다. 이 세상을 가득 메운 신명은 천상계와 지상계와 지하의 신명계를 연결시켜 생명 활동을 부추긴다. 신이 없으면 천지는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주는 거대한 천지 신명계의 연합체이며, 상제上帝는 나머지 모든 신들을 새로운 창조적 전진으로 이끄는 최고신이다. 증산상제는 선천 상극역사를 매듭지어 천지의 새 판을 짜고, 천지인 삼계를 가득 메운 인간과 신명의 원한을 풀어 병든 천지를 건지기 위해서는 모든 법을 합한 신통변화와 천지조화의 신권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연유에서 가장 먼저 천상의 신도세계를 바로잡고 통일하여 조화정부造化政府를 조직하였다. 조화정부란 우주의 삼계대권을 쓰는 조화주 상제가 세계를 경영하는 사령탑인 것이다.

그러면 상제가 천지인 삼계의 통일을 실현하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삼계대권을 주재하여 조화造化로써 천지를 개벽하고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선경仙境을 건설하려 하노라. 나는 옥황상제玉皇上帝니라.”모든 것이 나로부터 다시 새롭게 되도록 하는 데에 있다. 그것은 기존의 관념론적 사상가나 종교가들이 외쳤던 도덕적 가르침이 아니다. 천지개벽은 오직 상제만이 직접 우주를 뜯어고쳐 재조정하는 사업을 뜻한다.

이 땅에 몸소 강림한 상제에 의해 상극질서라는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마침내 새롭게 태어나는 신천지가 탄생되는 것이다. 우주의 여름철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이때, 성숙된 인생을 살지 않는다면 참다운 인간이 될 수 없다. 가을개벽의 정신을 깨닫고 그 뜻을 이루려는 인간만이 신천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우주는 선천 봄여름에 낳아 길러온 다양한 문화를 성숙된 하나의 문화권으로 통일시키고, 결실문명으로 인간 참열매, 즉 참인간 종자를 추수한다. 증산도 안경전 종도사님은 인간농사가 우주변화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농사! 이것이 우주가 끊임없이 생장염장으로 순환, 변화하는 존재이유이다. 나아가 우주가 인간농사 짓는 목적은 바로 가을철에 인간생명을 추수하고 성숙한 문명을 내기 위해서이다. 천지는 가을철에 인간열매를 추수함으로써만 그 뜻을 성취하는 것이며, 인간은 우주의 가을철에 결실문명을 만나 천지의 열매가 됨으로써만 천지와 더불어 성공하는 것이다.”


7. 후천개벽은 어떻게 오는가- 윤력에서 정력으로

 

우주는 어떻게 생겨나서 움직이는가? 인간은 왜 태어났으며,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인생의 참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궁극적으로 시간의 본성에 근거하는 까닭에 시간의 문제는 모든 철학자와 종교가들이 골치를 앓았던 불변의 화두였던 것이다. 시간 자체는 인간의 감각으로 포착되지 않는다. 다만 천체의 규칙적인 순환운동을 바탕으로 시간은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얼마나 시간에 집착하는지 시간이라는 단어는 수많은 영어 단어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명사가 되었다. 심리학적 시간관의 최고 권위자인 짐바르도(Zimbardo: 1933-현재)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짐바르도에 따르면, 인터넷 검색창에 시간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70억 개가 넘는 결과가 뜬다. 반면 돈이라는 단어로는 30억 개가 넘지 않으며, ‘******라는 단어는 10억 개가 넘지 않는 결과를 얻을 것이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영어 단어의 순위를 매기면, 시간 관련 단어들이 10위 안에 세 개나 들어 있다.

 

1. 시간(Time)

2. 사람(Person)

3. (Year)

4. (Way)

5. (Day)

6. (Thing)

7. 남자(Man)

8. 세계(World)

9. (Life)

10. (Hand)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의 강물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여 변화를 깨닫는다. 하지만 시간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간의 흐름은 천체의 물리적 순환운동과 함께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 방향성의 결론이 바로 우주1이다. 우주1년은 선천과 후천으로 구성된다. “김일부金一夫는 내 세상이 오는 이치를 밝혔으며, 일부가 내 일 하나는 하였다는 말처럼 김일부는 선천과 후천으로 구성된 우주1년이라는 거대한 캘린더 속에 숨겨진 이치를 풀어놓았다.

세상의 모든 캘린더는 달이 찼다가 이지러지는 주기 혹은 계절의 규칙적 교대와 태양의 운행에 의해 이루어지는 밤과 낮을 토대로 삼았다. 그러므로 자연의 시간표는 인간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동양 최초의 체계적인 역법은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성립한 사분력四分曆이다. 그 명칭은 1년의 날수에 365¼일을 채택한데서 유래하였다. 거기에 윤달을 끼어넣는 치윤법置閏法이 사용되었다. 19년 동안 7번 윤달을 삽입하는 이른바 메톤(meton) 주기법[197閏法]’이 등장하였다. 이것에 의해 캘린더[冊曆: 달력]와 계절의 어긋남이 조정되었던 것이다. 동서양 문명사는 캘린더 제작의 고뇌와 경험을 통해서 발전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한 캘린더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도의 수학(대수학과 기하학)과 천문학이 동원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캘린더 구성법칙인 역법曆法과 캘린더 구성의 근거인 역리曆理를 확연하게 구분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김일부는 캘린더 구성의 메카니즘에 대해 본질적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제시했다. 캘린더의 두 얼굴인 정력正曆과 윤력閏曆의 구분이 그것이다. 그는 왜 음력과 양력의 차이가 생기는가(음양의 불균형)라는 시간의 밑바닥까지 훑어서 그 수수께끼를 파헤쳤다.

현실적으로 지구에 4계절이 생기는 까닭은 지축경사 때문이다. 지축이 기울어진 채로 지구가 태양을 안고 공전하는 궤도는 타원형이다. 지구의 공전주기는 365¼일이며,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은 대략 29.5일이다. 그것이 12번 반복하면 29.5 × 12 = 354일이다. 360일을 기준으로 태양력 365¼일과 태음력 354일을 비교하면 대략 전자는 플러스 6, 후자는 마이너스 6일쯤 된다. 태양력과 태음력의 불일치로 말미암아 생기는 생활의 불편 때문에 세계의 모든 문화권에서는 태양력과 태음력을 혼용해 사용했던 것이다.

김일부는 우주사가 캘린더 구성근거 자체의 변화에 의거한다고 전제하였다. 그는 우주변화의 한 싸이클을 4개의 시간대로 구분하여 시간성의 내부구조를 밝히고, 후천에는 1360일의 도수가 정립됨은 논증했던 것이다. 즉 원력原曆(김일부가 밝힌 375) 윤력閏曆(요임금이 밝힌 1366) 윤력閏曆(순임금이 밝힌 1365¼) 정력正曆(공자가 밝힌 1360)로 전개된다. 원력 375도는 우주14계절이 첫 출발하는 시공변화의 기점이며, 선천 시간개벽의 근원이 된다. 한마디로 천지일월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동력원에 시간의 꼬리(6일 또는 )가 붙고 떨어지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전개된 것이 곧 캘린더의 역사라는 것이다.

 

우주 시공의
삼력 변화

원력原曆

선천 윤력閏曆

정력正曆

변화의 모체

생력生曆

장력長曆

성력成曆

발견자

김일부一夫

당요唐堯

우순虞舜

공자孔子

변화 도수

375

366

365¼

360

윤도수

(15)

15×12

= 180

= 99+81

(6)

6×12

= 72

 

(5¼)

5×12+¼×12

= 63

 

(0)

 

 

 

우주 창조의 삼력 변화 원리

 

김일부는 정역正易을 저술하여 새로운 달력을 선포했다. 그것은 천지가 새로운 시간질서로 전환한다는 것을 밝힌 이론이다. 문자적으로 정역은 올바른 변화를 뜻한다. 정역이란 천지가 창조적 변화를 통해 올바르게 바뀌어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김일부는 대역서大易序에서 정역은 달력, 즉 시간의 문제라고 선언한다.

 

역이란 책력을 뜻한다. 책력이 없으면 성인도 없고, 성인이 없으면 역도 없다.”

 

이 말은 주역이 시간의 꼬리가 붙은 윤력閏曆을 말했다면, 정역은 시간의 꼬리가 떨어진 무윤력無閏曆(= 正曆)이라는 뜻이다. 정역 연구자 이정호는 정역은 한마디로 후천역後天易이며, 미래역未來易이며, 3第三易이라고 말했다. 주역은 과거역이고 정역은 미래역이다. 김일부가 말하는 역은 캘린더 구성근거를 의미하기 때문에 과거의 주역은 물러나고 미래의 정역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지나온 세상이 선천이며, 앞으로 다가오는 세상은 후천이다. 따라서 후천의 새로운 역의 원리, 곧 새로운 시간질서의 변화를 들여다본 것이 정역사상이라 할 수 있다.

정력은 미래의 후천에 사용될 캘린더다. 이는 윤력에서 정력으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간질서가 정립되는 초역사적인 사건을 뜻한다. 결국 새로운 시간의 차원에서 천지질서와 문명질서를 비롯하여 인간 삶의 모든 것을 새롭게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엄청난 문제를 던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미년(1907) 12월에 정토칠봉淨土七峰 아래 와룡리臥龍里 문공신文公信의 집에 계시며 대공사를 행하시니라. 며칠 동안 진액주津液呪를 수련케 하시고 당요唐堯역상일월성신경수인시曆象日月星辰敬授人時를 해설하시며 천지가 일월이 아니면 빈 껍데기요, 일월은 지인至人이 아니면 빈 그림자라. 당요가 일월이 운행하는 법을 알아내어 온 누리의 백성들이 그 은덕을 입게 되었느니라.”

 

윤력에서 정력으로의 전환은 시공질서의 재조정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천체의 궤도가 수정되어 일어나는 지축정립으로 현실화되는 것이다. 정력 360일 세상은 음양이 조화된 정원궤도를 형성한다. 하지만 선천의 봄과 여름의 윤력(366일의 생, 365¼일의 장) 세상은 음양의 균형과 조화가 깨져 타원궤도로 운행한다. 지구의 타원궤도는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생기며, 이것은 천체의 정립과 경사의 반복운동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8. 후천은 음양의 균형이 이룩되는 조화선경

 

후천개벽은 천체의 정립으로부터 비롯되는데, 자연의 혁명은 시간의 근본적인 변화로 완결된다. 후천의 시간표는 천간지지의 새로운 질서로 나타난다. 선천에는 하늘의 정사가 자에서 열렸으나, 후천에는 땅의 정사로 바뀌어 축에서 열린다[天開於子, 地闢於丑, 人起於寅]. 그러니까 선천에서 시간의 모체였던 자궁子宮은 후천이 되면 새롭게 변화한다. “후천은 축판이니라.” 이는 한마디로 선후천의 교체는 판의 변화[正陰正陽]로써 이루짐을 밝힌 것이다.

 

동서남북에서 욱여들어 새 천지를 만들리니 혼백魂魄 동서남북이라. 이 일은 판밖에서 이루어져 들어오는 일인즉 그리 알라.”

내 일은 판밖의 일이니라. 가르쳐도 모를 것이요, 직접 되어 보아야 아느니라.”

이 때는 모름지기 새 판이 열리는 시대니라.”

 

선천판이 후천판으로 바뀌는 이유는 그 작동방식(후천의 順度數와 선천의 逆度數)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후천개벽이란 이제까지의 시공의 운행질서의 구성 틀[]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시공의 판 변화를 겪어야만 윤력이 정력으로 바뀌고, 지축의 정립도 가능하다. 판의 변화는 구체적으로 캘린더 구성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것은 축판丑板의 정립에 따른 묘월세수卯月歲首의 등장으로 나타난다. 이는 자연의 극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내 세상에는 묘월卯月로 세수를 삼으리라. 내가 천지간에 뜯어고치지 않은 것이 없으나 오직 역만은 이미 한 사람이 밝혀 놓았으니 그 역을 쓰리라.”묘월세수는 억지로 양력과 음력을 끼워 맞춘 인위적 시스템이 아니다. 그것은 하추교역기夏秋交易期에 시간의 질적 변화를 통해서 일어나는 최종 결과인 것이다. 이는 중국의 하나라 때부터 비롯된 선천의 인월세수寅月歲首가 후천의 묘월세수卯月歲首로 전환되는 원리를 가리킨다.

묘월세수라는 후천 축판丑板의 열림은 양력과 음력이 하나로 통일되는[正陰正陽] 것을 뜻한다. 이는 역법의 인위적 개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는 양력과 음력을 억지로 짜 맞추는 번잡스런 일도 없어진다. 캘린더와 계절의 변화가 근원적으로 일치되는 것이다. 그것은 후천에서의 근본적인 역법개정과 생활시간표(캘린더)의 개혁으로 연결된다. 자연의 변화와 역사의 진행은 모두 시간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까닭에 = 역사[] = 캘린더[]’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그러니까 캘린더의 극적인 전환은 사회와 역사와 문명의 잣대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기존의 사상가들이 부르짖던 시간의 존재근거는 무엇인가라는 사유를 넘어서는 조화造化의 개벽 시간관이다. 또한 그것은 동양의 특유한 역법 개정의 변천사를 요약한 체계가 아니라, 해와 달의 운행이 정상화되는 이치를 밝혀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일깨우는 거대 담론인 것이다. 그 핵심은 시간의 질적 변화를 통해 천지가 성공한다는 후천개벽이다. 특히 시간의 꼬리인 윤력이 떨어져나가 정음정양正陰正陽의 세계가 도래하여 인간농사가 마무리된다는 후천개벽의 시간관인 것이다. 그것은 동서양의 고전적 시간관에 종지부를 찍는 혁명이라 할 수 있다.

 

“(후천에는) 하늘이 나직하여 오르내림을 뜻대로 하고, 지혜가 열려 과거 현재 미래와 시방세계十方世界의 모든 일에 통달하며 수화풍水火風 삼재三災가 없어지고 상서가 무르녹아 청화명려淸和明麗한 낙원의 선세계仙世界가 되리라. 선천에는 사람이 신명을 받들어 섬겼으나 앞으로는 신명이 사람을 받드느니라. 후천은 언청계용신言聽計用神의 때니 모든 일은 자유욕구에 응하여 신명이 수종드느니라.”

 

시간질서의 근본적 전환을 통해 드러나는 후천개벽의 특징은 무엇인가? 후천개벽은 지축정립의 자연개벽, 인류가 일구었던 역사의 근본틀이 바뀌는 문명개벽, 참다운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인간개벽을 통과하여 조화선경이 현실로 구현된다. 그것은 상생의 신천지, 새로운 환경의 신문명, 신인간의 삶을 살아가는 조화의 세상이다.

한마디로 후천은 모든 갈등이 해소되어 각종 모순과 대립이 통일되고, 만물이 완성되어 인류의 희망이 지상에 실현되는 조화선경이다. 또한 신명과 인간이 합일하고, 과학과 종교와 정치의 통일이 이루어져 투쟁과 반목이 소멸되고, 인간의 영성이 극도로 밝아지는 영성문화가 활짝 열린다.

후천은 온갖 변화가 통일로 돌아간다는 말을 반대로 표현하면, 선천의 변화는 성장과 분열 위주의 상극세상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상극이 상생으로 바뀌는 후천은 죄악이 소멸되기 때문에 만국이 상생하고 남녀가 상생하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화합하고 분수에 따라 자기의 도리에 충실하여 모든 덕이 근원으로 돌아가는 대인대인大仁大義의 세상으로 변한다. ‘만국이 상생한다는 것은 지구촌에 무극대도가 펼쳐져 새로운 통일 문명권이 세워진다는 것이며, ‘대인대의의 세상은 사회적으로 도덕적 가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세계를 뜻한다.

선천의 닫힌 우주에서는 마음 문이 닫혀 자기중심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온갖 갈등과 모순, 대립이 싹텄으며 급기야 원과 한을 낳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후천에서는 마음의 문이 열려 인간이 온 우주와 교감하며 만물의 신성과 대화하는 고도의 영성문화가 열린다. 언제 어디서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신명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시공을 초월한 새로운 영적 커뮤니케이션 대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만사지萬事知 문화.

이밖에도 지축정립과 함께 새로운 차원의 시공간으로 접어들면 인간의 생리구조 역시 큰 변화를 맞는다. 유전자를 비롯한 신체의 구조와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폭과 경계가 한없이 깊고 넓어진다. 더 나아가 수행을 통한 마음개벽과 비약적인 의학의 도움을 받아 몸개벽이 이루어져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류가 꿈꾸어 왔던 장생불사가 현실로 다가와 각종 질병과 노화로부터 해방되어 누구나 장수문화를 누린다.

 

9. 후천 선문명, 간방에서 열리다

 

조화선경의 심장부는 어디일까? 이러한 물음은 조화의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은 무엇인가라는 우주관을 비롯하여 세계의 중심은 어디인가의 문제로 직결된다. 그것은 한류韓流의 본적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욱여들고 있다는 사실과 맞물려 있다. 예컨대 가정은 아버지, 회사는 사장, 국가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후천 문명의 센터는 바로 간방艮方의 한국이며, 이 간방을 중심으로 조화선경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함축한다.

간방은 우주의 신비로운 탄생과 시공간에 얽힌 수수께끼가 직결되어 있다. “‘천지天地가 간방艮方으로부터 시작되었다하나 그것은 그릇된 말이요, 24방위에서 한꺼번에 이루어진 것이니라는 대목은 시간과 공간이 처음 열리는 우주사의 최초의 시작점을 밝힌 말이다. 이는 아득한 어느 시점에서 무극의 생명막이 태극으로 화하고, 시공이 열려 하늘과 땅이 태어나는 극적인 경계를 지적한 말이다. 근래의 연구 성과에 의하면, 에서 탄생한 아기우주(baby universe)가 급격한 팽창(inflation)과 대폭발(Big Bang)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우주로 성장했다고 한다.

빅뱅 우주론은 태초의 뜨거운 불덩이가 폭발하면서 생겨난 우주가 왜 빅뱅을 일으켰는가라는 근본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바로 이러한 난제를 안고 있던 빅뱅 우주론을 극복하고, 우주가 무에서 생겨났다는 무에서의 우주창생론을 제시한 사람이 바렌킨(Vilenkin: 1949-현재)이다. 그는 란 아무 것도 없는 완전한 무, 절대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과 에너지가 부단히 요동치며 살아 있는 무라고 말했다. 는 생명창조의 버팀목으로서, 그 안에서 시간은 창조와 변화를 가능하게 하며, 공간은 풍부한 우주가 가능토록 한다.

증산도 우주관의 입장에서 보면 선천개벽은 음양이 불균형한 억음존양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며, 후천개벽은 금화교역을 거쳐 정음정양의 세계가 이루어지는 천지성공, 즉 조화선경을 뜻한다.

 

신축년 이후로부터는 세상 일을 내가 친히 맡았나니, 사절기四節氣는 수부에게 맡기고 24방위는 내가 맡으리라. 동서남북에서 욱여들어 새 천지를 만들리니 혼백魂魄 동서남북이라. 이 일은 판 밖에서 들어오는 일인즉 그리 알라.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마치시고 말씀하시기를 상씨름으로 종어간終於艮이니라.’”

 

증산도에서 말하는 선후천론은 우주사宇宙史와 시간사時間史를 관통한다. 전자는 복희괘伏犧卦 문왕괘文王卦 정역괘正易卦로의 세 단계의 과정을 거쳐 우주가 완성되며, 후자는 원력原曆 윤력閏曆 정력正曆으로의 세 단계의 전환을 통해 1360일의 시간질서가 완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간방에서 끝맺는다[終於艮]’는 개념은 간방에서 끝맺고 다시 간방에서 시작한다[終於艮始於艮]’는 말의 준말이다. 이는 복희팔괘도의 건괘乾卦로부터 출발한 선천이 문왕팔괘도의 간괘艮卦에서 끝맺고, 곧이어 정역팔괘도의 간괘에서 새로운 천지가 열려 만물이 재창조되는 것을 뜻한다. 왜냐하면 선천의 동북방이 후천의 동방으로 바뀜은 지축정립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인류의 궁극적인 구원문제를 주역』「설괘전에서 결론지었다. 그는 유가의 이상인 대동사회가 간방에서 이루어지는 천도의 이법을 다음과 말했다.

 

간은 동북방을 가리키는 괘이다. 만물의 끝매듭을 이루는 것이요 새로운 시작을 이루는 까닭에 간방에서 하늘(하느님)의 말씀[=logos]이 완수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만물을 끝맺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간괘의 이치보다 성대한 것이 없다. 능동적으로 변화하여 이미 만물을 이룬다.”

 

은 문왕괘에서는 동북방, 정역괘에서는 동방이다. 간방은 만물의 변화가 매듭지어지고 새로운 시작이 이룩되는 신성한 공간이다. 그것은 하늘(하느님의 섭리 또는 상제님의 조화권능)말씀이 간방에서 완성된다는 뜻이다. 증산상제는 서양의 초강대국 혹은 문명화된 국가를 제쳐두고 동북아의 조그마한 한반도에 강세했을까? 주역의 이론에 따르면, 조선은 지구의 동북방에 해당하는 간방艮方이다. ‘은 시작과 결실을 의미하는 생명의 열매를 상징한다. 열매는 초목의 열매’, ‘인간의 성숙’, ‘문명의 완성을 포괄한다. 지정학상으로 볼 때, 한반도는 기존의 역사와 문명을 마감하고 새 시대와 새 문명을 여는 지구의 중심이다.

이것을 간도수艮度數하는데, 다시 말하면 천지병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간방인 동북아 조선(한국)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간방에서 새롭게 열리는 신천지는 선천의 온갖 갈등과 부조화가 해소되어 인류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조화선경, 지상선경의 세계이다. “한반도는 지구의 핵, 중심자리다. 동방 조선 땅에서 지금까지의 인류역사가 종결되고 가을철 새 역사가 출발한다. 선천 성자들의 모든 꿈과 소망이 한반도에서 성취된다. 이것이 바로 간도수의 결론이다.”

 

10. 후천 선문명 건설의 주체는 누구인가

 

후천개벽으로 새롭게 열리는 조화선경은 인간의 행위와 실천을 통해 그 열매를 맺는다. 후천개벽은 자연질서의 대변혁만을 말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선천에서 인간은 최선의 노력으로 일을 다하고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통용되었다. 하지만 후천개벽기에는 인간의 능동적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 증산상제는, “선천에는 모사謀事는 재인在人하고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 하였으나, 이제는 모사는 재천하고 성사는 재인이니라고 하였다. 이는 후천개벽의 시간대에 들어선 지금, 인간이 개벽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비로소 후천개벽이 완수된다는 사명감을 일깨운 말이다.

인본주의 입장에서 출발한 유교 역시 인간을 위대한 존재로 규정했다. 하지만 유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선언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학술의 주제 또는 구원의 중심을 하늘이나 땅에 두었던 까닭에 실제로 선천의 인간은 존귀한 존재로 대접받지 못했다. 선천은 상극이 지배하는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의 가을철은 더 이상 어떤 신이나 영험한 존재가 인생사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주체가 되어 천지 안의 문제를 끌러내야 하는 인존시대人尊時代인 것이다.

 

천존天尊과 지존地尊보다 인존人尊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니라. 이제 인존시대를 당하여 사람이 천지대세를 바로잡느니라.”

 

인존의 문자적 의미는 인간이 가장 존귀한 존재라는 뜻이다. 우주의 봄은 인간이 하늘을 높이 받든 천존의 세상이며, 우주의 여름은 인간의 삶이 땅의 환경에 따라 좌우되는 지존의 세상이라면, 우주의 가을개벽을 거치면서 펼쳐지는 후천에는 인간사의 모든 고민거리가 완전히 해결되는 인존시대이다.

봄여름의 천존지존 시대가 지나고 가을 개벽기에는 진정한 의미의 인존 문화가 열린다. 인간이 구원의 진리를 실현하여 인류를 건지고, 살아 있는 인종이 됨으로써 가을 우주의 주체로 거듭난다. 인간이 도의 실현자인 도체가 됨으로써 천지일월의 아들과 딸, 가을 신천지 진리의 화신이 되는 것이다.”

인존의 궁극적 의미는 천지가 꿈꾸는 천지성공을 일구어내는 실질적인 주체라는 뜻이다. 인존시대를 맞이하여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지상선경을 이루어 복락을 누릴 권리가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가을개벽의 대업을 매듭지을 수 있는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천지의 목적을 완결지어야 할 책무와 인간역사를 매듭지어 조화선경의 문명을 여는 위대한 일꾼인 것이다. 일꾼은 천지의 뜻을 대신하는 천지의 대역자로서 하늘과 땅, 인간과 신명의 이상을 성취하는 역사의 주인공이다.

 

대인을 배우는 자는 천지의 마음을 나의 심법으로 삼고 음양이 사시로 순환하는 이치를 체득하여 천지의 화육에 나아가나니, 그런 고로 천하의 이치를 잘 살펴서 일언일묵一言一黙이 정중하게 도에 합한 연후에 덕이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대장부가 천하창생 건지는 공부를 해야지, 어찌 저 혼자 도통하려 한단 말이냐. 헛공부니라.”

천지를 믿고 따라야 너희가 잘 살 수 있으니 천지 알기를 너희 부모 알듯이 하라.”

 

후천선경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인간이 후천의 선문명仙文明을 능동적으로 건설하고 마무리 지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자연개벽은 만물이 새롭게 탄생하려는 우주의 몸짓인 것처럼, 조화선경을 건설하는 인간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새롭게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일꾼은 천지의 자녀요 사역자로서 하늘의 지고한 뜻과 인간 역사의 꿈을 이루고 후천 지상선경의 새 문명을 이끌어가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장 먼저 마음을 새롭게 바꾸는 심법개벽에 힘써야 한다. 특히 천하사를 맡은 일꾼은 천지의 마음을 깨달아 후천선경을 건설하고자 하는 웅대한 기개를 갖추어야 한다. “천하사는 지금까지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온 봄여름 생장의 선천 우주를 문닫고 모든 인간의 생명과 영혼, 마음과 생각이 성숙되어 하나로 조화되는 대통일의 가을천지 문화권의 시간대를 맞아, 후천 오 만년 조화선경을 이 땅과 현실세계에 건설하는 것을 말한다.” 왜냐하면 천하사를 책임진 일꾼은 성과 웅을 겸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꾼이야말로 성인의 지혜와 영웅의 기개를 갖추어 인류의 생사를 거머쥔 실질적인 천지의 대행자인 것이다.

선후천 교체의 막바지에 도달한 지금, 천지는 인간이 성숙하여 열매 맺기를 원하고 있다. 가을개벽의 천지는 인간이 되돌아갈 고향으로서 인간이 없으면 천지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꽃 중에서 인간 꽃이 제일이듯이, 인간은 천지의 하나밖에 없는 위대한 열매인 것이다.

따라서 후천개벽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개벽은 하등의 가치와 의미가 없다. 일꾼은 후천개벽의 의미를 찾아 실천하고, 후천의 선경세상을 건설하는 주체로서 개벽 실제상황을 전혀 모르는 모든 사람을 후천으로 인도하는 역사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11. 나오는 말

 

전세계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아우성치고 있다. 거센 폭풍우와 긴 무더위가 곧 기후위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변덕스런 날씨는 과거에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 번이라면 우연일 수도 있으나 두 번 일어나면 반복이고, 세 번 일어나면 경향이라 부른다. 계속 반복하여 일어나면서, 날로 심각해지는 지금의 지구촌 날씨는 기후위기라고 평가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날씨가 변화하면서 사계절이 빚어내는 기후는 항상성과 지속성이 있다. 왜냐하면 의식주를 비롯해 인류가 창출한 역사와 문명, 모든 생존 기반은 기후 환경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날씨의 지속성이 사라진 기후위기는 문명의 위기를 넘어 인류 삶의 위기와 직결되어 있다.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기후 과학자 찰스 코벤 박사는 지구 평균 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거주지 결정뿐만 아니라 출산과 같은 삶의 주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뼈를 깎는 수준의 강도 높은 탄소배출 억제와 지구온난화 억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는 자칫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의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보호 운동이나 탄소배출의 감량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문명과 역사의 근본 차원에서 일어나는 후천개벽의 실상을 고려하지 않은 겉보기 진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동서양의 수많은 영능력자를 비롯한 예언자들은 우주의 근본 틀이 바뀌어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연과 문명과 역사가 총체적으로 변화하는 근본적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답을 못하고 있다. 오직 증산도 우주관만이 후천개벽의 실상은 물론 문명과 역사와 인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개벽문화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이다. 개벽문화는 원한보다는 해원, 상극보다는 상생, 말썽 많았던 윤력閏曆보다는 정음정양正陰正陽의 정력正曆 세상이 이루어지는 조화造化와 조화調和의 지상선경을 겨냥한다. 증산도 우주관은 선천시대에 극도로 분열되었던 숱한 종교와 사상과 문명이 하나의 열매 진리로 통합된 조화선경의 문화가 열리는 원리와 과정을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후천개벽의 눈으로 자연과 문명과 인간의 문제를 통합적 시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문화의 꽃이다.


참고문헌

 

경전류

道典

周易

正易

皇極經世書

伊川擊壤集

周易本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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