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논문

조화정부와 후천 선문화 1

윤창열(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2023.03.10 | 조회 3685

2021년가을 증산도문화사상 국제학술대회 발표논문 



조화정부와 후천 선문화

 

윤창열(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목차

1. 서론

2. 조화의 개념

1) 고전에서 사용된 조화造化의 개념

2) 동경대전東經大全 속의 조화

3) 증산도 도전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조화

3. 조화정부란 무엇인가.

4. 조화정부의 구성

1) 선천역사의 인물로써 조화정부에 참여한 신명

2) 천지공사에 참여한 성도들로 구성한 부서

5. 증산도와 선

6. 김호연 성도에게 붙인 선매숭자仙媒崇子 도수

7. 증산도 선의 특징

8. 결론

 

 

논문요지

시천주 주문 속에 시천주 조화정이라 하여 조화라는 말이 들어있는데 조화사상은 증산도 이념 중의 핵심사상이라 할 수 있다. 우주에 가득 차 있는 것은 기이고 이것이 응취凝聚하면 형이 된다. 그리고 기 속에는 신이 내재하여 일체관계를 이룬다. 후천은 인존시대가 되어 인간의 마을이 크게 열려 신과 기를 주재하여 자유자재로 움직여 만물을 창조하고 변화시키는 도술조화를 부리는 조화인간의 시대가 된다. 증산상제님은 조화권능을 가지시어 조화를 마음대로 쓰시는 조화주 하느님이시다. 신명조화를 바탕으로 천지를 개벽하여 천지공사를 보셨고 조화정부를 결성하셨으며 의통조화로 개벽기에 인류를 구원하여 조화선경세계를 열어 놓으시는 조화의 주재자이시다. 조화정부는 천상신명세계의 통일정부이고 하늘과 땅과 사람을 통치하는 우주문명개벽의 사령탑이다. 조화정부에 참여한 구성원 중에서 선천역사의 인물로써 참여한 신명들로는 세계문명신 그룹에 이마두 최수운 주자 진묵대사 등이 있고 지방신 그룹에 각 민족의 수호성신이 참여해 있으며 만고원신의 주벽신으로 요임금 아들 단주, 만고역신의 주벽신으로 전명숙 장군 그리고 각 성씨의 선령신들이 한 명씩 참여해 있으며 명부대왕으로 김경수, 전명숙, 김일부, 최수운, 이마두 등이 참여해 있다. 상제님의 천지공사에 참여한 성도들로 구성된 부서와 주재자는 수부소, 후비소의 주재자 태모 고수부님, 포정소의 주재자 차경석, 대학교의 주재자 김경학, 복록소의 주재자 신경원, 수명소의 주재자 신경수 성도 등이 있다. 증산상제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이 인간을 구원하여 신선의 몸을 만들어 선경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선과 관련된 공사를 많이 보셨다. 그중 대표적인 공사가 김호연에게 붙인 선매숭자 도수이다. 김호연은 황학지지黃鶴之地에서 태어나 선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 상제님께서 190599일부터 125일간 수도를 시켜 후천 선문명을 열도록 준비를 시키셨고 또 그의 체질을 선체질로 바꾸어주었다. 증산도 선의 특징은 생활선, 삼도합일선, 태을선, 삼랑선, 과학선, 관왕선, 칠성선, 조화선, 광명선이다. 그리고 인류역사의 여명기에 있었던 창세선, 원형선, 시원선과 조화선, 교화선, 치화선을 원시반본의 정신으로 새롭게 회복하여 새롭게 여는 것이다. 특히 삼성조시대때 삼신상제님을 모시고 우주광명 환을 추구하며 수행했던 삼랑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새로운 삼랑들이 결집하여 여는 삼랑선이며 광명선인 것이다.

 

 

1. 서론

 

증산상제님은 우주를 주재하는 통치자 하느님이시다. 상제님은 우주 1년에서 여름과 가을이 바뀌는 하추교차기에 인간으로 오시어 선천 5만 년의 원한으로 가득 찬 상극의 세상을 매듭짓고 후천 5만 년의 조화선경의 신천지를 열어 놓으시는 천지공사를 집행하셨다. 증산상제님의 진리의 세계는 너무도 방대 하기 때문에 이를 팔관법으로 정리하여 상제님의 진리를 공부하는 기본 틀로 삼고 있다. 1법은 상제관이다. 상제님은 삼계대권을 주재하여 하늘, , 인간과 신명을 주관하시는 분이시며 이법理法과 도의 주재이시며 우주의 통치자요 역사의 주권자이시다. 또 모든 인간을 구원하고 꿈과 희망을 성취시켜 주시는 아버지 하느님이시다.

2법은 수부관이다. 천지가 일체로 작용하듯이 수부님은 상제님과 음양합덕하여 천지공사를 집행하셨고 종통의 계승자이시며 선천 5만 년 동안 억음존양에 의해 쌓여온 여자의 원과 한을 풀어주고 정음정양의 세상을 여는 어머니 하느님이다. 상제관과 수부관이 음양 짝이다. 3법은 우주관이다. 우주관은 천지일월의 사체四體가 질서있게 돌아가는 이법과 원리로, 상제님의 통치율이다. 우주관을 제대로 알 때 상제님의 통치법도를 알 수 있고 시간의 질서와 인간구원의 비밀을 풀 수 있다. 4법은 신관이다. 귀신은 천리의 지극함(鬼神天理之至也)이다. 상제님은 천지간에 가득 찬 것이 신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현상계가 펼쳐지는 이면에는 신도세계가 있다. 우주관과 신관이 음양 짝이 된다. 5법은 인간관과 수행론이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며 인간 삶의 궁극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인간은 수행을 통해 인간완성의 길로 나아가므로 인간관에 수행론을 연계시켰다. 6법은 천지공사이다. 상제님이 옛 성자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천지공사를 집행하셨다는 것이다. 천지공사는 상제님께서 삼계대권을 주재하여 병든 천지질서를 바로잡아 심판해놓으신 인류역사의 설계도요 이정표이다. 7법이 구원관이다. 가을개벽기에 상제님의 일꾼들이 육임조직을 바탕으로 의통을 집행하여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다. 8법이 대두목관이며 천하사 일꾼관이다. 모사재천하신 상제님의 천지공사가 대두목과 일꾼들에 의해 성사재인하는 것이다. 본 논문은 제6법 천지공사의 연장선상에서 쓰여진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천지공사를 보시며 천상신명계를 통일하셨는데 이것이 조화정부이다. 조화정부는 우주를 통치하는 사령탑이고 후천의 조화선경세계를 여는 구심점이다.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보시는 전과정은 기행이적의 연속이었다. 상제님께서는 가는 해를 멈추게 하셨고, 북두칠성을 보이지 않게 가두시었으며 병든 자를 즉시에 낳게 하셨다. 이러한 상제님의 조화의 경계는 인간의 이성으로 도저히 알 수 없는 세계이다. 상제님의 성언과 성적이 집대성 되어 있는 증산도 도전속에는 이러한 조화로 가득 차 있으며 또 조화라는 말도 수없이 언급되어 있다. 그리하여 본 논문에서는 조화의 개념과 조화가 일어나는 기전 등을 살펴보았으며 도전속에 실려있는 조화의 내용도 고찰하였다. 이어서 조화정부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살펴보았고 조화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천지신명들을 선천역사를 살았던 인물들과 상제님의 성도들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증산상제님께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후천세계는 조화선경이며 조화정부가 지향하는 궁극목표도 인간을 신선으로 만들어 펼치는 선세계이다. 그리하여 이어서 증산도와 신선에 대한 내용을 기술하였다. 옛 글에서도 인간이 신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대저 사람은 모두 음양 두 기운의 완전함을 품부 받아서 태어난다. 이미 음양의 두 기운을 품부 받았다면 반드시 능히 변화할 수가 있다. 물건이 오래되면 정화를 이루고 소나무가 오래되면 복령이 생기고 물고기가 오래되면 용으로 변하고 풀이 썩으면 반딧불이 되는데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사람이 오랫동안 그 참된 것을 견고히 할 수 있으면 진불이라 하고 사람이 오랫동안 그 신을 보존할 수 있으면 신선이라 하고 사람이 범인을 벗어나 성인의 경지로 들어가면 상성이라고 하니 모두 성명에서 떠나지 않으며 모두 음양에서 벗어나지 않아 모두 중심에서 출입하니 총괄하여 금액환단이라고 한다.

 

상제님께서는 후천인간을 신선으로 만들기 위해서 여러 성도들에게 선과 관련된 공사를 처결하셨는데 대표적인 도수가 김호연 성도에게 붙인 선매숭자 도수이다. 그리하여 이어서 김호연 성도와 선매숭자 도수를 고찰하였고 끝으로 증산도 선의 특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2. 조화의 개념

 

증산상제님의 진리를 관통하는 주요 개념 중의 하나가 조화사상이다. 상제님께서 최수운 대신사에게 내려주신 시천주주侍天主呪시천주侍天主 조화정造化定이라 하여 조화라는 말이 들어 있다. 이를 통해서 보면 조화사상은 무극대도의 근본을 이루는 사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천지자연의 이치 (조화의 묘) 천지 만물을 창조하고 주재主宰 하는 일 또는 그 신. 조물주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야릇하거나 신통한 일(무슨 조화인지 영문을 모르겠다) 등으로 설명되어 있다. 이러한 조화의 개념에 대하여 먼저 고전 속에서 쓰인 용례와 동경대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고 증산도 도전에 있는 내용을 차례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1) 고전에서 사용된 조화造化의 개념

 

먼저 장자莊子대종사大宗師에서 사용된 개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 한번 천지를 커다란 용광로로 삼고 조화를 대장장이로 삼았으니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된들 좋지 않겠는가?

 

위의 내용은 천지가 만물을 창조하는 역할을 대장장이가 용광로에 있는 쇳물을 가지고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에 비유한 것으로 여기서의 조화造化는 자연스럽게 만물이 창조되고 화생化生 되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볼 것이다. 그리고 천지는 조화를 짓는 조화자造化者, 만물을 만들어 내는 조물자造物者가 된다고 할 것이다.

열자列子주목왕편周穆王篇에서는 다음과 같이 조화라는 말을 쓰고 있다.

 

(노자가) 나를 돌아다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소. ‘삶을 지니고 있는 기와 육체를 지니고 있는 형체는 모두가 환이란다. 조화造化가 시작되는 바와 음양陰陽이 변화하는 것을 일러 생이라 하기도 하고 사라고도 하는 것이지.’

 

여기에서 조화라는 개념도 만물이 생겨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으로 조는 지을 조자이고 화소문素問』 「천원기대론天元紀大論物生謂之化하여 두 글자 모두 만물이 자연스럽게 화생化生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회남자淮南子』 「정신훈精神訓에서 조화자가 만물을 다루다(夫造化者之攫援物也)”위대하도다 조화자여(偉哉造化者)”의 조화자造化者는 만물을 창조하는 하늘 또는 천지의 공능功能(기능과 능력)을 가리키는 말이며 회남자』 「원도훈原道訓구름을 타고 하늘에 올라 조화자와 함께 한다. (乘雲陵霄 與造化者俱)”의 조화자도 만물을 창조하는 천지 또는 만물을 주재하는 도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한서漢書동중서전董仲舒傳에 쓰인 조화의 개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 대부들은 음양이 만물을 창조하고 화육化育하는데 밝고 선대 성왕들의 도술道術과 사업을 익숙하게 잘 알고 있으나 그들의 문장이 이들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당대의 정무에 의혹이 없겠습니까.

 

여기에서 陰陽所以造化는 음양이 만물을 창조하고 변화시키는 모든 작용을 가리킨 말이라고 사료된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고전에서의 조화는 만물을 창조하고 화생하는 공능功能을 가리키고 더 나아가서 화육化育하고 변화시키는 작용까지를 포함하며 조화자造化者는 조화옹造化翁과 같은 말로 만물을 창조하고 변화시키는 하늘 또는 천지天地, 그리고 도, 자연自然 등의 의미가 있다고 사료 된다. 즉 고전에서의 용례는 천지조화, 자연계의 조화에 국한하고 있다.

 

2) 동경대전東經大全 속의 조화

 

186045일 최수운 대신사는 천주天主님이 자신의 몸에 성령으로 임하는 체험을 하고 천주님과의 문답을 통해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 지기금지원위대강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至氣今至 願爲大降이라는 21글자의 시천주주侍天主呪를 내려받는다. 그리고 이후 포덕문布德文」 「논학문論學文등의 글을 쓰는데 논학문속에서 주문을 해설하면서 조화라는 것은 무위이화를 말하는 것이다(造化者無爲而化.)’라고 하였고 또 동편에서 나의 도는 무위이화이다(吾道無爲而化矣)’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김용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무위이화無爲而化는 실제로 무위이화無爲以化의 뜻이다. ‘무위는 노자적 개념이다. 함이 없음으로 해서 저절로 화생化生되어 간다는 뜻이다. 이것은 인위적 조작을 거부하는 뜻인데, 결국 서학이 말하는 천주의 창조설, 조작설, 주재설, 지배설을 다 거부한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이다. 노자가 말하는 道法自然’[25]의 뜻이다. 유교적 우주론과 도가적 생성론이 완전히 융합되어있는 명언이다.

 

무위이화라는 것은 조작적인 인위성에 의존하지 않고 함이 없이 스스로 화한다는 의미인데, 조화는 앞서 말했듯이 문자 그대로 창조하고[] 변해가는[] 우주의 프로세스 Process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 조화는 대자연의 조화가 있는가 하면 또 동시에 내 인생의 조화, 즉 천과 인의 양면이 있다. 주문의 주체는 아무래도 인간이기 때문에 자기 삶의 방향성과 관련하여 이 조화라는 말이 언급되고 있다.

 

무위無爲의 개념은 어떤 인위적인 외부의 힘이 가해짐이 없지만 변화는 저절로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자기 내부의 자율적인 시스템에 의해 대자연의 변화가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순환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계의 조화 즉 창조와 변화는 실지로 이와 같이 변화하고 있다.

수운은 포덕문에서 천도天道의 변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저 옛적부터 봄과 가을이 갈아들고 사시가 성하고 쇠함이 옮기지도 아니하고 바뀌지도 아니하니 이 또한 한울님 조화의 자취가 천하에 뚜렷한 것이로되, 어리석은 사람들은 비와 이슬의 혜택을 알지 못하고 무위이화로 알더니

 

수운은 생장염장生長斂藏하는 사시의 변화가 천주天主 조화의 섭리에 의해 무위이화無爲而化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동경대전東經大全에서 천주조화지적天主造化之迹이라는 말을 썼지만 인격적인 천주님의 의지를 강조하지 않고 무위이화만 강조하여 역시 조화의 참된 개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사료 된다. 그리하여 김용옥도 시천주조화정의 조화도 결국 무위이화일 뿐이다.”라고 하여 조화가 발생하는 근원과 조화의 주재자를 중시하지 않고 조화의 과정만을 언급하는데 그치는 한계성이 있고 자연조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 증산도 도전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조화

 

증산도 도전은 인간으로 오신 상제님과 태모님의 성언과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무극대도의 원전이다. 도전속에는 조화라는 말이 수없이 언급되고 있는데 먼저 도전에서 말하고 있는 조화의 기전과 개념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증산상제님의 도의 정체, 도통 세계는 한마디로 조화造化 사상이다. 이는 선불유, 선천 어느 종교에도 없는 것이다. 조화란 변화를 짓는다, 변화를 일으킨다, 변화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상제님 도의 언어로는 시천주조화정의 조화이다. 증산도가 지향하는 세계가 바로 조화선경이다. 우리 일꾼은 우주 조화옹이신 상제님을 모시고 상제님의 조화권으로 후천 개벽 문명을 새롭게 여는 것이다.

 

상제님 진리에서의 조화는 천지조화와 자연조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도전 속에는 천지조화 (도전11:77:3) 라는 말도 있고 조화가 자연스럽게 저절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말하는 무위이화無爲而化 (도전2:20:1, 4:5:1, 4:58) 라는 말도 있다. 무위이화는 조화의 과정을 말하는 것임으로 조화라는 말과는 음양 짝이 된다고도 말할 수 있으며 신도神道가 개입하여 작용하는 것을 특히 무위이화라고 언급하고 있다. 증산도 도전에서는 무위이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애써 힘들이지 않은 듯하여도 조화가 작용하여 꼭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뜻한다. 이는 상제님께서 다스리시는 우주세계의 통치원리와 방법론에 대한 대국적인 근본 성격을 말씀하신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신도의 조화로 천지와 인간세계를 다스리시므로 인간의 이성과 세속적 지혜로는 그 변화세계의 실상을 도저히 헤아리기 어렵다.

 

조화는 창조와 변화의 준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창조와 변화가 인간의 의지나 신명에 의해 저절로 생기고(자조自造) 저절로 변화(자화自化)하며 더 나아가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말에 조화 속이다, 조화를 부린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이성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사건들이 현실에서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상제님께서 선지조화仙之造化’ (도전2:150:2) 라는 말을 쓰셨듯이 조화는 기적과 같은 현상이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기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조화의 기전

우주에 가득 차 있는 것이 기이다. 동양철학에서는 천지가 생기기 전에 우주에 원기元氣만이 존재했고 이것이 하늘과 땅, 해와 달, 물과 불을 생성했다고 한다. 따라서 기는 우주 속에서 두 종류의 상태로 존재한다. 그 하나는 확산하며 극렬하게 운동하는 상태를 지니고 있어 세소細小하고 확산하며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으므로 관찰하고 느끼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이때의 기를 무형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응체凝滯된 상태를 지니고 있어 세소細小하면서 흩어진 기가 가운데로 모여 응취凝聚하여 하나로 되며 형체를 이루어 볼 수 있으므로 형질形質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미산상태彌散狀態인 기를 기라고 인식하며 형질적形質的인 실체實體를 형이라고 인식한다. 그러므로 의문법률醫門法律에서 기취즉형존氣聚則形存 기산즉형망氣散則形亡(기가 모이면 형체가 이루어지고 기가 흩어지면 형체가 없어진다)”고 하였다.

환단고기』 「소도경전본훈에서 우주의 한 조화기운이 일기一氣이 스스로 운동하고 만물을 창조하여 조화 교화 치화라는 세 가지 창조원리를 지닌 신이 되신다. 이 신은 곧 우주의 기이다.”라고 하였고 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처럼 우주와 인간이 집일함삼執一含三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는 까닭은, 우주의 기는 하나로되, 그 속에 깃든 우주의 조화 성신은 세 가지 손길[三神]로 창조 작용을 하는 신이기 때문이다. 또 회삼귀일會三歸一하는 까닭은, 신이 세 가지 창조 정신으로 작용하는 삼신으로 계시지만 신이 자유자재하는 조화기운은 일기一氣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릇 만물의 생명을 이루는 본체는 바로 이 우주에 충만한 한 기운[一氣]이니, 이 속에는 삼신이 계신다. 지혜의 근원 또한 이 삼신에 있으니, 삼신은 밖으로 우주의 한 조화기운[一氣]에 싸여 계신다.

 

위의 내용은 신과 기가 일체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기는 물질적인 존재이나 물질 속에는 신이 함께 내재해 있는데 이때의 신은 인격적인 신이 아니라 천지만물의 바탕에 내재된 근원적인 실재實在이며 존재근거인 원신元神이다. 단군세기서문에서도 신은 기를 떠날 수 없고 기 또한 신을 떠날 수 없다.(神不離氣하고 氣不離神이라)”고 하였다. 인간의 뇌 속에는 성이라 부르는 원신이 있고 심장 속에 존재하는 식신識神이 마음()의 주인이 되어 역서 음양일체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원리로 볼 때 인간의 마음은 신을 움직이고 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주체가 된다. 상제님께서는 天用地用人用統在於心이라(하늘이 비와 이슬을 내리고 땅이 물과 흙을 쓰고 사람이 덕화를 힘씀은 모두 마음자리에 달려있다. (도전4:100:6)”고 하셨고 또 내 마음은 천지보다도 더 크다. (도전4:100:7)고 하셨으며 마음에 대하여 또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내려주셨다.

 

* 天地之中央心也東西南北依於心하니라

천지의 중앙은 마음이니라. 그러므로 천지의 동서남북과 사람의 몸이 마음에 의존하느니라. (도전2:137)

 

조화라는 말은 만물이 무위이화로 저절로 생겨나고 저절로 변화하고 저절로 사라지는(자화自化) 것으로 모두 기의 변화이다. 이를 기화氣化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물이 수증기로 바뀌듯 형체가 기로 바뀌는 것만을 기화라고 하지만 광의적 의미로는 물질이 생겨나고 변화하고 사라지는 전 과정을 모두 기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조화의 내용은 기의 변화일 뿐이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신명이 개입하고 인간의 의지에 의해 신을 부리고 기를 움직이면 인간의 도술조화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후천세상은 인존시대이다. 상제님께서는 천존天尊과 지존地尊보다 인존人尊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人尊時代니라. 이제 인존시대를 당하여 사람이 천지대세를 바로잡느니라.” (도전2:22:1~2)하셨다. 후천시대에는 인간의 마음이 크게 열려 인간의 의지에 의해 신명을 부리고 기를 주재하여 조화의 내용인 창조와 변화를 인간의 뜻대로 다스리고 구사驅使하는 조화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인간이 조화를 부리는 인간조화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2) 도전 속에 있는 조화의 구체적인 내용

도전에서는 증산상제님을 조화주 하느님 (도전3:1:3, 4:1:3, 5:5:6) 이라 표현하고 있다. 상제님의 9년 천지공사의 전과정이 조화의 연속이지만 가장 실감나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상제님께서는 그 조화가 무궁하시어 불도 되고 물도 되어 공사를 보시니라. 하루는 상제님께서 물이 되시니 마당이 온통 시퍼런 강으로 변하며 그 가운데에서 물이 솟아나 사방으로 쏟아지거늘 순식간에 멀쩡한 육단이 새파란 포장이 되어 마당 양쪽에 병풍처럼 쳐지더라. 또 하루는 상제님께서 불로 변하시어 번득번득 빛을 내며 방에 앉아 계시거늘 어떤 이가 방문을 열어보고는 안 계시는 줄 알고 그냥 돌아가니라. 이때 상제님의 조화임을 알고 불을 향해 공손히 절을 하면 상제님께서 빙긋이 웃으시며 불을 양쪽으로 가르고 성체를 드러내 주시니라. (도전5:83:1~6)

 

상제님의 조화의 능력을 조화권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제님의 조화권능은 천지와 하나된 일심一心의 경계에서 모든 일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제님께서는 삼계대권을 주재하여 조화造化로써 천지를 개벽하고 불로장생하는 후천선경을 열어 놓으셨다.

도전11장에 본체 3신을 조화성신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때의 조화는 인간과 천지만물을 낳으시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는 성신이란 의미로 조물주 3신 자연 3신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상제님께서는 조화 앞에 신명이라는 말을 붙여 신명 조화라는 말을 많이 쓰셨다.

 

* 이 세상은 신명조화神明造化가 아니고서는 고쳐낼 도리가 없느니라. (도전2:21:2)

* 사람이 죽고 사는 것도 모두 신명의 조화로 되는 것이다. (도전2:61:2)

* 남아가 출세하려면 천하를 능히 흔들어야 조화가 생기는 법이라. 이세상은 신명조화가 아니고는 고쳐낼 도리가 없느니라. (도전3:14:2)

 

상제님께서는 크고 작은 일을 물론하고 신도神道로써 다스리면 현모불측玄妙不測한 공을 거두나니 이것이 무위이화無爲而化니라. (도전4:5:1)라고 하시어 인간세상에서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 때에는 반드시 신도가 개입되어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셨고 신도가 개입되면 무위이화로 이루어지니 이것이 조화로 나타나게 된다. 도전에서는 시천주주와 태을주를 천지조화주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 성도들이 병자를 고칠 때 주로 시천주주를 읽어 치병을 하는데 못 고치는 병이 없거늘 하루는 태모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조화는 시천주주 속에 다 있느니라.” 하시니라. (도전11:193:6)

* 태을주는 만병을 물리치는 구축병마驅逐病魔의 조화주라. (도전2:140:5)

* 태을주는 본심 닦는 주문이니 태을주를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깊어지느니라. 태을주를 읽어야 신도神道가 나고 조화가 나느니라. (도전11:282)

 

시천주주와 태을주는 인간에게 도통을 열어주고 신선으로 만들고, 모든 병을 치료하는 무궁한 조화권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화주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것 이외에도 도전 속에는 조화선경, 조화세계, 조화정부, 조화정치, 조화조화만사지 (도전11:202, 205) 의통조화 등 조화와 연관된 수많은 내용들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이치는 조화는 바로 조화주 하느님의 권능이며 도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후천 가을의 인존시대를 맞이하여 이제 인간이 조화주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도술조화道術造化를 부리는 조화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나 조화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 상제님 조화사상의 결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시천주 조화정의 조화정도 인존의 차원에서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대해 상제님께서는 너희들도 잘 수련하면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리라.” (도전3:312:10)고 말씀해 주셨다.

 

3. 조화정부란 무엇인가.

 

도전에서 조화정부를 언급하고 있는 몇가지 성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내가 천지를 개벽하고 조화정부를 열어 인간과 하늘의 혼란을 바로 잡으려고 삼계를 둘러 살피다가 (도전3:184:10)

* 조화주 하느님으로서 대우주일가一家의 지상선경仙境을 여시기 위해 신명조화정부를 세우시니

* 내가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主宰하여 천지를 개벽하여 무궁한 선경의 운수를 정하고 조화정부를 열어 재겁災劫에 싸인 신명과 민중을 건지려 하나니 너는 마음을 순결히 하여 천지공정天地公庭에 수종하라. (도전4:3:3~5)

* 내가 이제 신도를 조화調和하여 조화정부造化政府를 열고 모든 일을 도의道義에 맞추어 무궁한 선경의 운수를 정하리니 제 도수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도전4:5:2~3)

 

증산상제님께서는 병든 천지를 뜯어고쳐 인간과 신명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삼계대권을 주재하여 천지공사를 집행하셨다. 천지공사는 천상신명계를 통일하여 조화정부를 여신 하늘개벽공사와 동서양의 지운을 통일하는 땅개벽공사와 세운世運공사와 도운道運공사로 인류역사의 새 이정표를 정하신 인간개벽공사로 나눌 수 있다. 조화정부에 대해 증산도 도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천지의 변화정신과 무궁한 신도의 조화로 역사의 변화 질서를 바로잡아 다스리는 천상 신명세계의 통일정부, 하늘과 땅과 사람을 통치하는 우주 문명개벽의 사령탑이다.

 

상제님께서 신명통일정부인 조화정부를 여신 목적은 신명계의 혼란을 바로잡으려는 의미가 있지만 천지의 변화정신이 통일로 진행되기 때문에 천지의 이법에 의해 조화정부를 결성하신 것이다. 선천시대는 일본지만수一本之萬殊의 시대로 분열하면서 발전하는 상극의 시간대였지만 후천시대는 모든 변화가 통일로 돌아가는 만수지일본萬殊之一本의 시대로 모든 생명이 통일로 돌아가는 상생의 시간대가 된다.

조화정부는 상제님께서 의도하신 대로 신명의 조화에 의해 무위이화로 인간역사가 전개되도록 준비하는 천지공사의 사령탑이다. 증산도의 진리에서는 조화정부는 선천 5만 년 역사를 심판하는 사법기관이자 새 천지삼계의 운로를 의결하고 집행하는 입법기관이며 행정기관이라고 하였다.

신명과 인간은 음양 짝을 이루어 현실역사를 만들어나간다. 상제님께서는 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려주셨다.

 

* 천지간에 가득 찬 것이 신이니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르고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떠나면 무너지고, 손톱 밑에 가시 하나 드는 것도 신이 들어서 되느니라. 신이 없는 곳이 없고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도전4:62:4~6)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다고 하셨는데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조차도 신이 개입되어 발생하고 이것이 쌓이면 역사가 되니 인류의 역사라는 것은 신과 인간이 함께 이루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 귀신鬼神은 천리天理의 지극함이니, 공사를 행할 때에는 반드시 귀신과 더불어 판단하노라. (도전4:67:1)

 

귀신은 사람이 죽은 뒤의 영의 질서를 말하기도 하고 천지의 신성神性 또는 기의 신령스런 작용을 표현한 말이다. 우주의 이법인 천리天理가 인간의 사건(인사人事)으로 전개될 때 중간에서 매개하고 주재하는 주체가 신명인데 이를 이신사理神事의 원리라고 부른다. 도전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천지만물에는 생성·변화의 원리인 이가 내재 되어 있다. 이것을 상제님께서는 천리天理또는 이치理致라고 말씀해 주셨다. 는 모든 사물의 존재근거이며 바탕을 형성하는 객관적 요소로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것 자체로는 현실세계에 실현되지 않은 이상적인 가능성(potentiality)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를 다스리고 조화시켜 현실세계에 실현하는 존재가 바로 신이다. 거시적인 수준의 인류 역사歷史에서부터 미시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매 순간의 사건事件에 이르기까지 현실세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신의 매개를 떠나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천지 이법이 신도의 개입을 통해 인사로 매듭지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법과 인사의 주재처가 바로 신이다.

이러한 원리에 의거하여 후천의 조화선경을 여시기 위해 상제님께서는 선행적으로 신명 조화정부를 결성하신 것이다.

 

* 천지개벽을 해도 신명 없이는 안되나니 신명이 들어야 무슨 일이든지 되느니라. (도전2:44:5)

* 크고 작은 일을 물론하고 신도神道로써 다스리면 현묘불측玄妙不測한 공을 거두나니 이것이 무위이화無爲而化니라. (도전4:5:1)

 

천상의 조화정부는 궁극적으로 신인합일神人合一의 원리에 의해 전 지구촌을 다스리는 통일정부로써 현실역사에서 나오게 되는데 과도기적인 과정으로서 제1변 오선위기인 애기판씨름인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국제연맹으로써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내었고 제2변 오선위기인 총각판씨름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국제연합으로 출범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마지막 제3변 오선위기인 상씨름이 끝난 뒤 세계통일정부가 이 땅에 세워지게 된다. 상제님께서는 이를 세계일가 통일정권 (도전5:325)’이라고도 말씀해 주셨고 도술정부道術政府라고도 말씀해 주셨다.

 

* 하루는 상제님께서 성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일어나 각기 재주 자랑을 하리니 큰 재주가 나올수록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니라. 재주 자랑이 다 끝난 후엔 도술로 세상을 평정하리니 도술정부道術政府가 수립되어 우주일가를 이루리라.” 하시니라. (도전7:8:1~2)

 

도술정부란 선천의 정부와는 차원이 다른 무극대도에 근본을 두고 조화의 법술法術이 펼쳐지는 통치사령탑으로 신명이 인간을 수종들어 무궁한 조화가 소자출所自出하는 정부가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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