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舊)
후천개벽의 세 가지 중요과제
원정근
개벽
- 후천개벽의 세 가지 중요과제
요즈음 개벽이란 말이 우리 사회에서 종교계는 물론 경제권 및 정치권에서 널리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존의 낡은 것을 새 것으로 깨끗이 갈아 치우고 바꾸자는 개혁의 뜻이 담겨 있다. 개혁은 일반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의 제도와 조직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개벽의 본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개벽이란 본디 ‘천지개벽(天地開闢)’또는 ‘개천벽지(開天闢地)’의 줄임말로서,‘하늘과 땅이 새롭게 열린다’는 뜻이다. 여기에서‘천지’는 단순히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말한다. 따라서‘개천벽지’또는‘천지개벽’은 자연질서의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천지개벽’이란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한대이다. 송대에 편찬된 『태평어람 권일』 에서 인용한 한대의 위서인 『상서중후』에 ‘천지개벽’이란 말이 나온다. 또한『수서․ 음악지하』에 ‘개천벽지’란 말이 보인다. 특히 양웅, 왕충, 왕부 등의 한대의 사상가들에 의해 개벽 또는 천지개벽이란 말이‘천지의 시작’이란 의미로 자주 등장한다.
고대 중국에서 말하는 천지개벽은 주로 우주만물의 자연질서와 연관된 것으로 인간사회의 문명질서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러나 천지개벽이 19세기 후반 새 세상을 꿈꾸는 개벽 사상가들에 의해 새로운 의미맥락에서 사용된다. 그것은 조선의 개벽사상가들이 천지개벽을 단순히 자연질서의 측면에 한정하지 않고 문명질서에까지 그 의미를 확대하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조선의 민중들은 극심한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도탄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인간사회의 질서뿐만 아니라 우주만물의 자연질서까지도 송두리째 뒤바뀌는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였다. 이런 염원이 후천 개벽사상으로 드러나게 된다.
후천 개벽사상의 새 물꼬를 튼 것은 수운 최제우다. 수운은 후천 개벽의 소식을 처음으로 전한 사람이다. 그는 용담유사』「몽중노소문답가」에서“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 개벽 아닐런가 태평성세 다시 정해 국태민안 할 것이니”라고 하여 선천의 혼란의 시대가 물러가고 후천의 태평의 시대가 다가온다고 하였다. 이런 최수운의 개벽사상은 조선의 민중에게 구원의 등불이자 희망의 찬가가 되었다. 또한 일부 김항은 『정역』을 통해 후천 개벽의 우주론적 원리를 제시하고, 우주질서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다. 『정역』의 핵심사상은 선천이 후천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시간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것을 말한다. 즉 정역은 선후천의 변화원리를 해명한 것이다.
19세기 말 조선에서 시작된 후천 개벽사상은 증산 상제님과 증산도에 의해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증산 상제님과 증산도에서 말하는 후천 개벽사상은 무엇일까?
우주만물은 고정적으로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다. 끝없는 연속적 변화과정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유기적 생명체이다. 유기적 생명체는 ‘생장염장’ 또는 ‘생장수장’이라는 네 가지 순환과정을 통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생장염장’또는 ‘생장수장’은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고 변화시키는 근본정신을 말한다. 천지는 봄에 만물을 생겨나게 하고, 여름에 기르고, 가을에 열매를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 하는 이치를 말한다. 따라서 우주만물의 변화과정은 생성과 성장의 분열기와 수렴과 응축의 통일기라는 두 가지 과정으로 압축할 수 있다. 우주만물의 생성과 성장의 분열기를 선천의 개벽시대라 하고, 수렴과 응축의 통일기를 후천의 개벽시대라 한다. 따라서 선천과 후천에는 각기 개벽이 있다.
“선천에도 개벽이 있고 후천에도 개벽이 있나니 옛적 일(上古之事)을 더듬어 보면 다가올 일을 알고 다가올 일을 알면 나의 일을 아니니라. 우주의 순환 이치를 알아야 이 길을 찾을 수 있느니라.”(11:122:1-4)
선천은 모든 생명이 분열, 성장하는 시대이고, 후천은 모든 생명이 성숙, 통일되는 시대이다. 선천개벽이란 까마득한 옛날에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열린 것을 말하고, 후천개벽이란 선천의 모든 질서가 근본적으로 새롭게 뒤바뀌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선천개벽이 자연질서의 새로운 열림을 뜻하는 것이라면, 후천개벽은 선천의 자연질서뿐만 아니라 문명질서조차도 완전히 새롭게 전환되는 것을 뜻한다.
우주만물은 선천의 개벽기와 후천의 개벽기를 연속적으로 순환하는 과정에 있다. 이를 우주 일년이라 한다. 우주 일년은 지구 일년과 마찬가지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생장염장’ 또는 ‘생장수장’의 자연이치에 따라 순환한다. 우주 일년 동안에는 커다란 개벽이 네 번 일어난다. 곧 봄개벽, 여름개벽, 가을개벽, 겨울개벽이다. 특히 후천개벽을 가을개벽이라 부르기도 한다. 후천개벽을 가을개벽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주의 가을철에 모든 생명이 성숙되고 통일되어 새로운 결실과 완성을 이루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을개벽의 근본정신은 ‘원시반본’에 있다. 왜냐하면 우주의 가을철에 모든 생명은 제 뿌리를 찾아 되돌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후천 개벽사상은 인간사회의 문명질서뿐만 아니라 자연질서의 틀과 판을 동시에 개벽하려는 새로운 거대담론이다.
“이제 온 천하가 대개벽기를 맞이하였느니라. 내가 혼란키 짝이 없는 말대(末代)의 천지를 뜯어고쳐 새 세상을 열고 비겁(否劫)에 빠진 인간과 신명을 널리 건져 각기 안정을 누리게 하리니 이것이 곧 천지개벽(天地開闢)이니라.”(2:42:1-3)
후천의 천지개벽은 선천의 묵은 하늘과 땅을 뜯어고쳐서 새 하늘 새 땅 새 세상을 열려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과 문명이 상극의 구질서에서 상생의 새 질서로 거듭나는 통과의례의 과정이 바로 후천의 천지개벽이다.
후천개벽의 세 가지 중요과제는 자연개벽과 인간개벽과 문명개벽이다.
첫째, 자연개벽이란 인간 삶의 모태인 자연질서가 새롭게 열리는 것을 말한다. 새 하늘과 새 땅의 신천지가 열리는 것을 말한다. 후천개벽으로 신천지의 시공질서가 바뀐다. 지구의 자전축의 변동과 공전궤도의 변화가 일어난다. 23.5도로 기울어진 자전축이 정남정북으로 정립되고, 1년 365 1/4일의 타원형태의 공전궤도가 1년 360일의 정원궤도로 바뀐다.
둘째, 인간개벽이란 우주만물이 결실을 맺는 가을개벽을 맞이하여 성숙한 신인간으로 거듭하는 것을 말한다. 신인간이란 우주만물과 하나가 되어 모든 일을 자신의 뜻에 따라 자유자재로 행할 수 있는 천지조화의 능력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셋째, 문명개벽이란 자신도 죽이고 남도 죽이는 상극의 구문명에서 남도 살리고 자신도 사는 상생의 신문명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는 것을 말한다. 신문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문명을 말한다.
후천 개벽이란 자연질서와 인간질서의 동시적 전환을 뜻하는 것으로, 자연과 문명이 동시 근원적으로 개벽되어 새 자연질서에 입각한 새 문명질서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신천지에 근거한 신인간의 신문명이 바로 후천개벽의 궁극적 목표이다. 후천개벽은 신천지와 신인간과 신문명이 삼위일체적 조화를 이루는 데서 완성되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과 문명의 삼자의 관계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후천개벽은 종말론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종말론이 모든 생명체의 파멸을 뜻하는 것이라면, 후천개벽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생명이 성숙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종말론이 우주의 파국만을 언급할 뿐, 가을개벽의 진정한 의미인 ‘새로운 인간, 새로운 우주의 탄생’에 대해서는 일체 해답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 이 시대는 선후천 개벽의 교체기다. 즉 우주의 여름철에서 가을철로 접어드는 시기다. 우주의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계절에는 ‘화극금’의 원리가 작동하여 대변국이 발행한다. 이는 이 세상의 끝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연질서를 조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우주의 재조정운동이라 할 수 있다.
우주만물의 자연원리에 따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주의 봄과 여름을 거쳐 우주의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모든 것이 우주 가을의 원리에 따라 묵은 자연의 끝에서 새 자연의 처음으로 나아가는 막바지 시점에 있기 때문에 자연질서와 더불어 문명질서가 근원적으로 뒤바뀔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처럼, 새 자연질서에다 새 문명질서를 담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런 준비나 노력 없이 무작정 새 세상의 도래를 기다릴 수는 없다. 위기는 축복의 기회일 수도 있지만, 불행의 씨앗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인간이 자기개벽을 통해 자연질서와 문명질서의 동시적 전환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후천 개벽기 인간의 위치와 역할이 그 어느 시대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후천 개벽기를 ‘인존시대’라 부른다.
개벽의 참뜻은 인간 삶의 근원적 통찰과 반성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현대문명이 안고 있는 총체적 위기상황은 따지고 보면 문명질서의 바탕을 이루는 선천의 상극적 자연질서에 그 근본원인이 있다. 성장과 분열의 극점으로만 치달리는 선천의 자연질서에서는 인간과 문명이 제자리를 잡을 수 없는 구조적 모순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 후천개벽은 인간 삶의 세 가지 근본요소를 이루는 자연과 인간과 문명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통해 그 뿌리에서부터 바로잡아 후천의 새 세상을 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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