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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선경(後天仙境)
후천선경(後天仙境)
문자적 의미
우주의 가을철인 후천에 이루어지는 선의 세계를 말한다. 즉 후천선경은 후천개벽으로 이루어지는 지상낙원이다. 이는 지상선경, 조화선경, 십천(十天)선경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본질적 의미
후천선경의 본질적 의미는 우주의 가을철에 지상에 강세한 인존상제님의 천지공사를 떠나서 이해할 수 없다. 즉 후천선경은 우주의 순환질서 속에서 이루어지는 후천개벽이라는 자연적 변화와 천지공사라는 우주 주재자의 예정(도수), 그리고 개벽시대를 살아가는 일꾼들의 실천, 이 세 가지가 합쳐져야 가능한 세계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정신적으로 열려있으며 도덕적으로 순결한 세상, 영적 깨달음의 심신이 건강한 장수문명, 신과 인간이 하나된 유토피아가 바로 후천선경이다.
핵심 사상
후천선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후천과 선경을 분리해서 각각을 이해함으로써 전체적인 의미를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후천은 무엇이고 그 때는 언제인가?
후천은 선천에 짝을 이루는 말이다. 우주 일년 129,600년에서 봄과 여름의 5만년을 선천이라고 하고 가을 5만년을 후천이라고 한다. 선천은 상극의 이치가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투쟁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상극의 이치는 우주가 스스로를 변화 발전해 나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연적인 것이며, 상극의 이치가 작용함으로써 생명의 탄생이 가능한 것이다. 극(克)을 통한 생(生)의 발현이라고 하는 우주의 역설이 펼쳐지는 세상이 선천이다.
그러나 선천 말에 가면 극(克)을 통한 생의 발현이라고 하는 역설적 조화는 그 균형을 상실하게 된다. 이제 극은 생의 발현과 성장을 지나서 생명을 파괴하는 단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 때가 선천의 말대이며 후천으로 들어서는 변곡점이다. 여름과 가을의 길목에서 바뀌는 변화는 우주의 전체적인 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우주의 체계가 양적 변화의 단계를 넘어서 질적으로 변화하는, 그래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는 총체적 변화를 후천개벽이라 한다. 후천개벽은 이처럼 우주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때를 맞아 일어나는 필연적 우주운동이다.
후천은 이러한 개벽을 통해서 현실화된다. 개벽을 통해 이루어지는 후천의 질서는 상생이다. 이는 기울어진 지축이 바로 서는 과정에서 천지의 질서가 바뀌기 때문이다. 선천에서 지구의 축은 23.5도 기울어져 있고, 그러한 상태에서 천지는 음보다 양이 더 강대한 작용을 하게 된다. 양의 강력한 작용은 천지만물을 대립하고 투쟁하도록 하며 그 과정에서 원과 한을 축적하게 된다. 이러한 상극의 세상은 지축이 바로서는 개벽을 통해서 새로운 상태로 전환하게 되는데 이 때 상극의 질서가 상생의 질서로 바뀌는 것이다. 지축정립으로 음과 양의 작용이 동등해 지면서 천지 만물의 관계도 상극에서 벗어나 상생의 관계를 이루게 된다.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화합하며 서로 살림의 기운을 주고받는다.
그렇다면 선경(仙境)은 무엇인가.
선경이란 선(仙)의 경계, 즉 선의 경지가 펼쳐진 세상을 말하며, 인간과 신명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며, 천지만물이 생명의 완성과 조화를 추구하는 때이며, 문명(文明)과 선술(仙術)이 함께 하는 도술문명(道術文明)의 세상이다. 이러한 선경의 바탕은 개벽을 통해서 도래한 후천의 이치인 상생이다.
증산 상제님은 선천 상극의 세상을 악으로 먹고사는 세상, 금수와 같은 생활, 금수의 심법으로 문명을 열어 가는 세상이라 하였고[禽獸大道術], 후천 상생의 세상을 선으로 먹고사는 세상, 사람과 신명이 하나가 되는 조화선경이라 하였다[知心大道術]. 금수와 같은 세상이라 함은 인간이 탐음진치(貪淫瞋癡)라는 본능적인 욕구에 따라 서로 싸움으로써 원과 한을 맺는 세상이라는 말이다.
선경의 선은 유불선(儒佛仙)으로 구분된 선이 아니다. 유불선의 선은 유․불과 병립하는 선이지만 증산도의 선은 유불선을 통일한 선이다. 이에 대해 증산 상제님은 “이제 불지형체(佛之形體) 선지조화(仙之造化) 유지범절(儒之凡節)의 삼도(三道)를 통일하느니라… 내가 유불선 기운을 쏙 뽑아서 선(仙)에 붙여 놓았느니라.”(도전 4:8:7~9)고 한다. 즉 기존 문화의 근원인 유불선의 정수(精髓)를 모아 통일시킨 것이 증산도의 선, 후천선경의 경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선을 증산도에서는 “성숙의 관왕도수”(도전 2:150:3)로 풀이한다. 성숙의 관왕도수는 후천 문화․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며, 도솔천의 천주에 의해서 현실화된다. 따라서 증산도의 후천선경은 미륵의 용화세계이며, 옥황상제님의 조화세계이고, 천주의 지상천국․천지대동세계이다.
후천개벽과 이를 통한 후천선경은 이처럼 우주의 이치와 주재자의 주재가 조화됨으로써 가능하게 된다. 즉 후천선경은 우주 1년의 순환 속에서 그 의미가 온전히 드러나며, 또한 천지를 주재하는 증산 상제님의 천지공사에서 그 가능성이 열려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양자에 더하여 인간의 일심은 선경세게 건설의 실천적 힘이다. 즉 천지일심(天地一心)으로 우주의 가을을 맞이하는 일꾼의 심법에서 실현되는 세상이 바로 후천선경이다. 이 말은 후천선경이란 관념의 세계나 피안의 세계가 아니라 우주의 순환원리에서, 인존상제님으로서 9년간 집행한 천지개조공사에서, 그리고 하나된 인간의 마음과 실천에서 가능해지는 실질적 세계, 인간이 살아서 맞이하게 될 후천의 새로운 세상이란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천지공사를 통해 새롭게 그 도수가 정해진 후천선경은 구체적으로 어떤 세상인가?
먼저 후천은 정음정양의 세상이다. 후천선경을 위해서는 선천의 음양질서가 개벽되어야 한다. 묵은 하늘은 편음편양(便陰便陽) 혹은 독음독양(獨陰獨陽)으로 우주의 창조적 생명력을 고갈시키고 있다. 따라서 생명력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는 음양의 조화를 맞추어야 한다. 음양의 부조화가 곧 상극의 이치를 낳고, 이는 다시 천지만물의 본성을 억압하는 궁극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천에는 음양이 고르지 못하여 원한의 역사가 되었으나 이제 후천을 개벽하여 새 천지를 짓나니”(도전 11:179:12)라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후천선경은 바로 우주의 음양이 그 조화를 완벽하게 이루는 세상, 그리고 억음존양의 부조화로 인한 원한과 살기가 청산되어 모든 사람의 마음에 상생의 화기가 감도는 세상, 그리고 선천에 억압받던 여성이 해원되어 남녀동권을 향유하는 세상임을 알 수 있다. 후천의 도운을 열어 가는 수부공사 또한 음양의 질서, 즉 정음정양의 의미에 따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후천선경은 또한 삼계가 열리고 그 열린 삼계에서 인간과 뭇 생명이 서로 넘나드는 합일과 통일의 세상이다. 신으로 가득한 신성 그 자체인 우주에서 신은 우주의 근본이지만 선천의 상극세계, 닫힌 세계에서 신은 소홀히 취급되었고 인간의 삶에서 단절되었다. 그러나 후천의 새 세상은 신도가 크게 열려 그 본래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신도로써 만사와 만물을 다스리면 신묘(神妙)한 공을 이루나니”(도전 4:58:3)라고 하는 것처럼 신도는 조화의 근원이다. 후천의 문화와 문명은 또한 지심에 바탕을 둔 신묘한 조화의 세계이다. 증산 상제님은 이러한 후천선경을 ‘지심대도술(知心大道術)’의 도술문화․문명이라 한다. 증산도 이상사회로서 선경은 곧 보이지 않는 신과 신명의 영역을 아우르는 조화선(造化仙)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지심대도술의 후천문명은 곧 신도를 인식하고 신과 하나가 되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세상이다. 영성과 신성을 회복한 인간은 신과 하나가 되어 조화를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신은 인간을 위하게 되고 인간은 신을 위하게 되어 상호 자유롭게 교통하게 된다. 또한 모든 문명이 영성을 바탕으로 통일되고, 군사부가 일치되어 정교가 하나로 되며, 신교의 원시반본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의 종주국이 되어 후천의 역사를 주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