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도 키워드
제(帝)(유가와 도가)
제(帝)(유가와 도가)
문자적 의미
하나님 제 자. 동양 문화권에서 오래 전부터 써온 용어로서 온 우주를 맡아 다스리는 최고신을 가리킨다.
본질적 의미
제는 서양의 신(God) 개념에 일면 상응한다. 그러나 제는 우주의 자연이법과 신도의 조화권을 써서 우주를 맡아 다스리는 주재자 하느님, 조화주 하느님이라는데 근본특성이 있다. 유사 개념으로는 상제, 호천상제, 옥황상제, 천(天), 천신(天神) 등이 있다.
기존 문헌의 용례
공자가 당시까지의 민요와 역사기록을 모아 엮은 유교의 주요 경전인 서경이나 시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원시 유교에서는 제에 대한 신앙이 남아있었다.
상제님께서 강림하여 하나라 걸 임금에게 뜻을 보이셨다. 걸은 상제님의 명을 따르지 않고 크게 방종하고 변명만 하였다. 이에 상제님께서 그에게 내렸던 천명을 폐하고 벌을 내리셨다.(서경)
은나라가 백성을 잃지 않았을 때에는 능히 상제와 함께 하였노라. 마땅히 은나라를 거울삼을지어다. 커다란 천명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시경)
상제께서 문왕에게 이르시되, 나는 명덕明德을 드러내는 소리와 색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으며, 잘난 체하고 변혁함을 훌륭하게 여기지 않고 사사로운 지식을 쓰지 아니하여 상제의 법을 순응하는 자를 사랑한다 하셨다.(시경)
특히 고대 중국의 은나라에서는 최고의 주재신이 인격신인 제(상제)였다. 은족의 수호신이자 자연신적 천신인 제는 자연현상과 인간 만사의 길흉화복 등 만사를 주재하는 최고신으로 숭배되었다. 제에게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고 그 뜻을 좇는 등 제를 섬기는 상제신앙은 화하계인 주대에 이르러 천 신앙으로 대치된다.
주나라 사람들은 천을 지상신至上神으로 숭배한다. 물론 제, 상제 관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천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이때 천은 인간에 의존하는 특징을 보인다. 천명(天命)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바람과 행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성들이 바라는 것을 하늘이 반드시 좇는다.'(左傳襄公 31년)는 사상은 인본주의의 등장을 의미한다.
그런 가운데 공자가 논어에서 천을 인격천보다는 자연천과 도덕천 그리고 운명천의 개념으로 자주 사용하고 사후(死後)와 귀신의 문제를 언급하기를 꺼리면서 상제신앙은 문화의 중심에서 밀려나기 시작한다.
유교를 새롭게 종합한 주자의 경우는 주재자로서의 상제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나아가 상제의 본질과 관련, '천상의 하느님 제는 우주의 창조 원리인 리(理)를 맡아 다스리는 분'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상제에 대해 '학자가 다 말할 수 있는 경계가 아니며, 언어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세계'라며 더 이상의 상세한 논의를 회피했다. 대신 우주의 시원이자 주재자를 태극(太極 : 理)으로 설정하는 형이상학적인 이론 체계를 수립했다.
이처럼 쇠락의 길을 걷던 상제 인식은 오히려 동방 땅 조선에서 다산 정약용과 수운 최제우 등에 의해 새롭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조선조 후기에 일어났던 이러한 시도들은 안팎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상제 문화의 중흥이란 결실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흔히 도교에서는 제를 끌어들이지 않고 도로써 우주의 생성 변화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노자와 장자에게서도 또한 우주 만물의 바탕자리인 도와 우주 주재자 제가 함께 견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는 텅 비어 있어,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는 듯하네. 깊구나! 만물의 근원 같네......그윽하구나! 혹 존재하는 듯하지만, 내 그것이 누구의 자식인지 알지 못하네. 아마도 제보다 앞서는 듯하네(노자 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