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논문

증산도의 수부관

노종상(상생문화연구소)

2023.04.03 | 조회 2658

2021년가을 증산도문화사상 국제학술대회 발표논문


증산도의 수부관

 

노종상(상생문화연구소)

 

목 차

. 서론

. ‘증산상제의 아내, 도의 반려자

1. 증산상제 아내로서의 수부

2. 종통 계승자로서의 수부

. 후천개벽과 수부

1. ‘모든 여성의 머리, 여성구원의 선봉장으로서의 수부

2. ‘억조창생의 생명의 어머니태모太母로서의 수부

. 천지공사와 수부: ‘어머니 하느님으로서 수부

. 결론

 

 

. 서론

 

수부首婦는 증산상제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수부를 이루는 각 문자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수부의 한자는 머리 수자와 며느리 부자이다. 자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자는 다음과 같다. 1. 머리, 머리털. 2. 우두머리, 주장主將. 3. 임금, 군주君主. 4. 첫째, 으뜸. 5. 칼자루. 6.요처要處. 7. , . 8. 마리(짐승을 세는 단위). 9. (시문의 편수를 나타내는 말). 10. 시작하다, 비롯하다. 11. 근거하다, 근거를 두다. 12. 복종하다, 항복하다. 13. 자백하다, 자수하다. 14. 나타내다, 드러내다. 15.향하다. 16. 절하다, (머리를) 숙이다. 17. 곧다, 바르다. 등이다. ‘자는 다음과 같다. 1. 며느리. 2. 지어미. 3.아내. 4. 여자. 5. 암컷. 6. 예쁘다. 7. 정숙하다 등이다. ‘수부라는 용어에는 위에 나열한 문자적 의미가 어떤 식으로든 혹은 어느 정도로든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증산 상제는 수부에 대해 몇 가지 다른 개념으로 규정하여 주었다(본격적인 논의 과정에서 검토한다).

증산도 지도자 안경전 종도사는 수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증산도에서 수부의 자는 상제의 자와 대응이 되는 글자로서 '가장 높다. 더 이상이 없다'는 의미이고 자는 하나님과 같은 격의 여자를 뜻한다. 수부는 후천 오만 년 새 역사를 낳아주신 모든 인간과 신명의 큰 어머니 태모太母로서, 상제님 아내의 공식 호칭이다.

상제님 도법의 정통의 맥과 뿌리인 종통 문제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수부사명과 수부도수이다. 수부님은 상제님의 아내요. 상제님의 도의 반려자이며 상제님을 대행해서 교단을 처음으로 여신 분이다. 더 나아가서는 장차 후천 새 시대의 여성문화를 여는 우먼파워woman power의 머리가 되는 분으로 곤도수, 음도수의 주재자이시다.

 

증산도의 신앙대상은 물론 증산 상제이다. 그러나 증산상제를 호칭할 때는 당연히 그림자처럼 뒤따라 와야 하는 호칭이 있다. 바로 수부이다. 우주 주재자요, 통치자인 증산상제는 오직 한 분이지만, 한 분이 아니다. 수부와 함께 한 한분이다. ‘증산상제라는 이름에는 수부라는 호칭이 함께 해야 온전해진다는 의미다. 그것은 수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증산도의 신앙대상이 증산상제라고 할 때, 여기에는 수부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전제되어야 한다.

증산도의 수부는 세 분이 있었다. 정치순鄭治順(1880~1908) 수부, 김말순金末順(1890~1911) 수부 그리고 고판례高判禮(1880~1935) 수부이다. 첫 번째 수부인 정수부는 도중에 물러났고, 두 번째 수부는 수부 역할은 했으나 정식으로 수부 책봉예식을 치르지 않았다.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부 사명을 맡아서 감당한 이는 세 번째 수부인 고수부뿐이었다. 그러나 우주 주재자인 증산상제의 반려자가 되는 수부가 어떤 이유로 중도에 이탈했다고 해서 과거 수부의 위격까지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하는 말로 한 번 수부는 영원한 수부이다. 따라서 앞의 두 분 수부 역시 수부로서 대우받아야 마땅하다. 증산도에서는 세 수부를 모두 수부로 모시고 있으며, 증산도의 수부관 역시 이 위치에서 논의된다.

증산도의 수부에 대한 선행연구는 초기기록으로서 고부인신정기高夫人神政記이 있다. 이후 본격적인 연구로서 노종상의 논문 수부, 천지의 어머니와 연구논저 수부, 고판례, 유철의 어머니하느님 등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증산상제에 관한 학위논문과 일반논문이 1백 편 이상이 나온 점에 유의한다면, 이런 현상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굳이 이해를 강제한다면, 이런 현상에도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가부장적인 의식이 작용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증산도의 수부라는 존재의미 자체가 바로 가부장 사회를 해체하기 위한 것임에도, 시간도 많이 흘렀고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참 많이 변한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적 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증산도의 수부에 대한 문헌자료는 몇 가지가 있다. 1, 2차 자료에 해당하는 초기경전으로 대순전경을 비롯하여 선정원경(고민환, 1960), 고사모신정기(이용기, 1968), 후불불전(전선필 구술, 김경도 씀, 1960년대 말) 등이 있다. 경전류는 증산도 도전이 백미로 꼽힌다. 이 경전은 초기 경전과 그 후손들의 증언, 그리고 현장답사를 거쳐 종합, 정리한 문헌자료이다. 11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전에서 11 태모 고수부님전체가 수부관 관련 내용이다. 이밖에 증산도 지도자인 안경전 종도사가 직접 저술한 증산도의 진리, 관통증산도등에 실려 있는 수부 관련 내용도 1차 자료에 버금가는 중요한 자료다.

본고는 증산도의 수부관에 대한 연구이다. 본고의 논의 전개방법은 크게 세 장으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도운道運의 관점이다. 증산상제와 수부의 직접적인 관계라는 주제에 따라서 증산상제의 아내, 도의 반려자로서 수부관을 들여다본다. , 증산상제의 아내, 종통계승자로서의 수부를 논의한다. 두 번째는 세운世運의 관점이다. 증산상제와 수부가 인간으로 온 당대 이후 인류가 처한 상황인 후천개벽과 수부의 관계, 수부의 사명 등을 들여다본다. , ‘모든 여성의 머리, 여성구원의 선봉장으로서의 수부, ‘억조창생의 생명의 어머니인 태모太母로서의 수부를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천지공사天地公事의 관점이다. 우주 주재자의 반려자로서, 어머니 하느님으로서 천지공사를 행하는 수부를 검토한다.

증산도의 수부관을 논할 때, 아무래도 고수부를 전범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고수부야말로 수부로서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시론인 본 연구는 도전을 비롯하여 안경전 종도사가 저술한 문헌자료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 증산상제의 아내, 도의 반려자

 

1. 증산상제 아내로서의 수부

 

수부의 기능, 역할 중의 하나는 우주 주재자인 증산상제의 아내이다. 증산상제와 수부를 논의할 때 세속적인 용어, 담화 따위를 끌어 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학문적 접근을 위해서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본고의 논의도 이루어진다는 점에 유의하자.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하늘이 마련하여 준 인연을 일컫는다. 천생인연天生因緣 또는 천정연분天定緣分이라고도 한다. 하늘이 내려주었으므로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남녀 사이의 연분을 말한다. 넓게는 같은 의미지만 불교에서는 약간 다른 차원으로 얘기한다. 흔히 옷깃만 스쳐도 5백 생의 인연이 있다고 한다. 부부가 되면 이 ‘5백 생의 인연이 두 개가 포함되었으니 천생인연千生因緣 혹은 천생연분千生緣分이 된다고 한다, 이런 얘기들은 일반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것이지만, 증산상제와 수부와의 인연도 이 비유로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190810월 증산상제 자신이 고수부에게 그렇게 말했다.

 

10월에 상제님께서 구릿골에서 대흥리로 가시어 수부님께 일러 말씀하시기를 내 털토시와 남바위를 네가 쓰고 우리 둘이 함께 걸어가자. 우리가 그렇게 걸어서 곳곳을 구경하며 가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부러워하여 말하기를 저 양주兩主는 둘이 똑같아서 천정연분天定緣分이로다.’ 하리니(도전6:70:1-4)

 

이 공사에 대해 안경전 종도사는 삼계 역사의 절대주권자이시며 입법자이신 증산상제님께서 후천 5만 년의 부부의 화목과 행복을 근본적으로 이루어주시기 위해 두 분께서 공사를 보셨습니다.”고 설명하였다. 증산상제와 수부는 천정연분이지만, 그것이 단순히 이승에서 맺어진 인연 정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생에서, 즉 천상에서부터 맺어진 인연이다. 고수부는 증산상제와의 전생인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혀 주었다.

三十三天 內院宮 龍華敎主 慈氏婦人

삼십삼천 내원궁 용화교주 자씨부인

天地定位하신 首婦손님 天地報恩이요

천지정위 수부 천지보은

天皇氏 後裔道術造化

천황씨 후예 도술조화

삼십삼천 내원궁의 용화교주 자씨의 부인

천지가 정()한 위의 수부손님이니

대도통하여 천지에 보은하고

후천을 여는 천황씨의 후예로 도술조화를 내노라.(도전11:171:3)

 

이 인용문에서 고수부가 자신의 신원을 밝힌 앞부분만을 검토한다. 불교 세계관에 따르면 내원궁은 불교에서 욕계欲界 4천인 도솔천에 있다. 도솔천은 산스크리트어 투시타Tuṣita의 음역이다. 의역하여 지족천知足天이라고 한다. , 이 천상에 사는 천인들은 오욕五欲을 만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도솔천은 내원과 외원外院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원은 수많은 천인들이 즐거움을 누리는 곳이고, 내원은 미륵보살의 정토로서 내원궁이라고 부른다. 이 내원궁은 석가모니가 인도에 출생하기 직전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현재는 미래불인 미륵이 이 내원궁에 머무르면서 사바세계로 하생下生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미륵은 산스크리트어로 마이트레야Maitreya이며, 자씨慈氏로 번역한다. 고수부가 자신의 신원에 대해 자씨 부인이라고 한 것은 바로 미륵불의 부인이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미륵은 때가 되면 사바세계인 이 세상으로 내려와 석가모니가 보리수菩提樹 아래에서 도를 깨달았듯이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대도통을 하고,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설법을 하여 중생을 제도한다. 이를 용화삼회龍華三會, 용화세계龍華世界라 한다. 따라서 고수부가 용화교주라고 한 것은 바로 미륵불을 가리킨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증산상제의 신원에 대한 사전이해가 필요하다. , 증산상제가 바로 미륵불이라는 내용이다. 증산도에서 이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으나 증산상제는 금산사 미륵전(미륵불)을 통해 인간으로 왔다(도전2:94:6). 1909년 어천하기 전에 증산상제는 나는 금산사에 가서 불양답佛糧畓이나 차지하리라. 내가 미륵이니라. 내가 금산사로 들어가리니 나를 보고 싶거든 금산 미륵불을 보라.”(도전10:33:4-6) 라고 말했다. 인간으로 올 때는 물론 인간세상을 떠날 때도 금산사 미륵전(미륵불)을 통해 천상으로 갔다. 이밖에도 증산상제는 곳곳에서 내가 미륵이니라.”(도전2:66:5 ; 4:47:3)라고 자신의 신원을 밝혀 주었다.

정리하면 삼십삼천 내원궁의 용화교주 자씨의 부인이라고 한 것은 도솔천 내원궁에 계시는 용화교주인 미륵불증산상제의 부인이 다름 아닌 자신의 신원이라는 진술이다. 일종의 전생담이다. 따라서 고수부 자신은 증산상제에게 천지정위天地定位하신 수부首婦손님천지가 정한 자리의 수부손님이다.

여기서 해명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 ‘내원궁 용화교주 자씨부인이 온 천상이 도솔천이 아니라 삼십삼천이다. 불교의 세계관에 따르면 삼십삼천은 욕계 6천 가운데 제2인 도리천忉利天을 가리킨다. 내원궁이 있는 도솔천이 아니고 삼십삼천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경전인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육중품六衆品 10에 따르면 미륵불이 삼십삼천에 머물러 있었다고 전한다. , 이 경전에는 덕을 많이 쌓은 한 외도가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이루어 명을 다 해 죽어서 삼십삼천에 태어나면, 그 곳에서 미륵불을 만나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는 석존의 설법을 싣고 있다. 미륵이 보살로서 도솔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부처로서 삼십삼천에 머물러 있다는 내용이다. 미륵이 도솔천이 아닌 삼십삼천에 머물러 있다는 이 내용은 불교 교학에서 해명되어야 한 문제이지만, 고수부의 진술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증명이 되는 셈이다.

물론 고수부님의 밝힘이 선천종교인 불교의 어느 문맥에 맞고, 맞지 않고를 해명해야 한다는 것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고수부가 불교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 고유의 신앙인 신교神敎의 우주관에 따른 내용으로 진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여기서는 삼십삼천을 도솔천과 혼용해서 사용하기로 한다).

고수부는 다른 자리에서 같은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밝혀주고 있다.

 

금산사 미륵전 남쪽 보처불補處佛은 삼십삼천 내원궁 법륜보살이니 이 세상에 고씨인 나로 왔느니라.”(도전11:20:1)

 

금산사 미륵전은 미륵불을 봉안한 가람의 중심 건물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이 미륵전은 혜공왕 2(766)한국 미륵신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진표율사眞表律師가 미륵불을 친견하고 중창하였다. 그러나 당시 건물은 조선 제14대 왕 선조(재위 1567~1608) 30년에 정유재란 때 불에 타 없어지고, 재건되고 수차에 걸친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금산사 사적기에 의하면 진표가 봉안할 당시의 미륵불은 보처불이 없는 독존獨尊이었다. 그러나 이 때 조성된 미륵불상은 조선 선조 30(1597)에 소실되었다. 이후 조선 인조 5(1627) 수문守文대사에 의해 미륵삼존상이 조성되었다. 그중 주불인 미륵불상은 1934년 실화로 소실되었는데 4년만인 1938년에 다시 조성하였다. 현재 금산사 미륵전의 중앙 본존은 총 높이 11.82m(39)의 거대한 입상이다. 또 좌우 보처불은 각기 8.79m(29)로서 역시 동일한 입상이다.

삼존불은 본존불과 좌우에서 시립하는 보처불보살을 합한 명칭이다. 우리나라의 법당에는 대개 주불이 좌우보처를 거느린 삼존불 형식으로 봉안되어 있다. 이러한 삼존불의 관계는 본존불의 권능을 협시挾侍 보살이 대변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 가운데 미륵 삼존은 주로 중존은 미륵불, 왼쪽이 법화림 보살法花林菩薩, 오른쪽이 대묘상 보살大妙相菩薩을 봉안한다. 고수부가 금산사 미륵전 남쪽 보처불은 삼십삼천 내원궁 법륜보살이라고 하였을 때, 그 출처는 명확하지 않다. 아니, 명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수부의 언술 자체가 곧 출처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그 법륜보살이 이 세상에 고씨인 나로 왔다는 고수부의 언술이다. 이 문맥은 증산상제가 인간으로 오는 과정을 통해 이해될 수 있다.

증산상제는 1902413일에 전주 우림면 하운동雨林面 夏雲洞 제비창골 김형렬의 집에 이르러 이제 말세의 개벽 세상을 당하여 앞으로 무극대운無極大運이 열리나니 순결한 마음으로 정심 수도하여 천지공정天地公庭에 참여하라. 나는 조화로써 천지운로를 개조하여 불로장생의 선경을 열고 고해에 빠진 중생을 널리 건지려 하노라.” 천명한 뒤에 당신이 이 세상에 온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또 말씀하시기를 나는 본래 서양 대법국大法國 천개탑天蓋塔에 내려와 천하를 두루 살피고 동양 조선국 금산사 미륵전에 임하여 30년 동안 머물다가 고부 객망리 강씨 문중에 내려왔나니, 이제 주인을 심방함이니라.”(도전2:15:6-8)

 

증산상제가 인간으로 오기 직전에 30년 동안 금산사 미륵전에 머물러 있다가 고부 객망리 강씨 문중에 왔다는 내용이다. 이 언술을 고수부의 진술과 연결시키면 그 분들이 어떤 천정연분의 반려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륵불인 증산상제가 금산사 미륵전에 머물렀다면, 정확하게 어디일까? 말할 나위 없이 미륵불상일 터다. 증산상제가 금산사 미륵전 본존인 미륵불을 통해 인간으로 왔다면, 고수부는 금산사 미륵전 남쪽 보처불인 법륜보살로 있다가 왔다. 이와 같이 증산상제와 고수부는 전생에서부터 맺어진 반려자였다.

190711월 초사흗날 증산상제는 고판례 부인을 맞아 수부 도수를 정하여 수부 책봉예식을 올렸다. 이때 증산상제는 고부인에게 내가 너를 만나려고 15년 동안 정력을 들였나니 이로부터 천지대업을 네게 맡기리라.”(6:37:5)라고 하였다. 여기서 공사내용(증산상제의 언술, 행위 등)을 이해할 여유는 없다. 도전은 이 공사의 명칭을 고수부님께 천지대업의 종통대권을 전하심이라고 하였다. 이날을 기점으로 고수부의 입장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졌다. 정식으로 수부 책봉예식을 올렸으므로 정식으로 수부가 되었다. 증산상제의 아내로서, 증산상제와 함께 천지공사를 마무리 짓는 것이야말로 고수부의 사명이었다. 나아가 증산상제의 종통대권까지 전해 받고 도운道運(증산상제의 도의 운로)까지 맡아야 하는 종통 후계자가 되었다.

 

2. 종통 계승자로서의 수부

 

수부는 증산상제의 도의 반려자이다. ‘반려자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는 사람을 가리킨다. 증산상제와 수부는 짝이 되는 사람이다. 종속적인 의미라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의 짝을 일컫는다. 도의 반려자이되, 수부는 종통 계승자이다. 1907년 동짓달 초사흗날 고수부와 수부 책봉의 예식을 거행하던 날, 증산상제가 이로부터 천지대업을 네게 맡기리라.’고 하여 천하사의 종통대권을 고수부에게 전하였을 때, 여기서 천지대업은 종통, 곧 증산상제가 전한 후천 선경건설의 도통 맥을 가리킨다. 증산상제의 직접적인 언술이 아니더라도 수부책봉 예식을 거행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종통대권은 고수부에게 전해진 것과 다름없다. 수부 책봉예식은 문자 그대로 세속적인 혼례식의 차원이 아니다. 증산상제와 수부가 우주만유의 어버이임을 천지에 선포하는 의식이다. 또한 정음정양正陰正陽의 후천을 여는 천지대도의 수부공사이며 증산상제 대도의 종통을 전수하는 예식이다.

이어 증산상제는 수부공사首婦公事를 행하였다. 그리고 차경석 성도의 집에 처소를 정하여 수부소首婦所라 부르게 하고 고수부를 거처하게 하였다. 이후 증산상제가 자신의 종통 대권을 고수부에게 전하는 공사는 다양한 방법을 이루어졌다.

 

상제님께서 항상 수부님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씀하시기를 너는 복동福童이라. 장차 천하 사람의 두목頭目이 되리니 속히 도통하리라.” 하시고 이후로는 지천태地天泰가 크다.” 하시니라.(11:5:4-5)

 

이 공사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먼저 앞문장의 문면에 드러나는 문자적 의미만 보면 증산상제가 고수부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 앞으로 천하 사람들을 가르치는 위격이 될 것이고, 따라서 도통할 날이 멀지 않았다.’ 라는 의미 정도로 이해된다. , 종통 후계자인 고수부가 도통하는 천하 사람의 지도자가 되는 때를 정하는 공사로 이해된다.

후반부 문장에서 지천태가 무엇인가. 지천태 괘() 주역에 나오는 64괘 중의 하나이다. , 곤괘坤卦) 와 건괘乾卦() 가 겹쳐 지천태 ()형상을 이루는 괘이다. 일별하면 당이 위에 있고 하늘이 밑에 있는 형상이다. 이 괘는 음양이 화합하여 하나로 뭉쳐짐을 상징한다. 땅의 음기가 내려오고 하늘의 양기가 상승하는 형상으로 음양이 자유로이 상호 교류함으로써 조화가 일어나 안정을 누리게 되는 길하고 형통할 괘로 알려졌다. 후천 가을의 변화성을 상징하는 괘이다. 이 괘를 독일의 동양학자 빌헬름Richard Wilhelm(1873~1930)역경강의Lectures on the I Ching에서 평화Peace의 괘라고 하였다. 따라서 증산상제가 이후로는 지천태가 크다.’라는 언술은 바꾸어 말하면 앞으로 지천태로 상징되는 세상이 온다는, 오게 하겠다는 선언이며, 곧 고수부가 천하 사람의 지도자가 되는 세상이 온다는 내용이다. 이는 증산상제가 후천은 곤도坤道의 세상으로 음양동덕陰陽同德의 운이니라.”(도전2:83:5)라고 선언한 내용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1908년 겨울, 증산상제는 고수부가 머물던 정읍 대홍리에서 대공사를 행한 뒤에 포정 공사布政公事를 행하였다. 증산상제는 정읍에 포정소를 정하노라." 하며 장차 크게 흥하리라.”고 하였다(6:78:4-5)) 그리고 얼마 뒤에 증산상제는 다시 종통 대권 전수공사를 행하였다.

 

무신년 겨울에 대흥리에 계실 때 어느 날 수부님께

玉皇上帝

옥황상제

라 써서 붉은 주머니에 넣어 주시며

잘 간직해 두라. 내가 옥황상제니라.” 하시니라.(6:82:1-3)

증산상제는 1901년 대원사 칠성각에서 대도통을 한 날, “나는 옥황상제니라.”(2:11:12)(고 자신의 신원을 밝혀 주었다. ‘옥황상제는 천지 만물의 생명을 다스리는 조화주 하느님, 통치자 하느님의 공식 호칭이다. 증산상제가 자신의 신원인 옥황상제라 쓴 명정을 염낭 속에 넣어 고수부에게 준 것은 그 자체로써 종통 전수라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이밖에도 증산상제는 몇 차례에 걸쳐 고수부에게 종통 대권을 전하는 공사를 행하였다.

 

하루는 태모님께서 성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통해 평천하를 이루시고 수부 도수(首婦度數)로 천하 만민을 살리는 종통대권宗統大權은 나의 수부, 너희들의 어머니에게 맡긴다.’고 말씀하셨느니라.” 하시니라.(도전11:345:6-7)

 

수부님께서 나를 일등一等으로 정하여 모든 일을 맡겨 주시렵니까?” 하니 상제님께서 변할 리가 있으리까, 의혹하지 마소.” 하시고 부를 써서 불사르시며 천지에 고축告祝하시니라.(도전6:37:12-13)

 

도전에서도 증산상제가 수부님께 도통을 전하시어 무극대도를 뿌리내리시고 신천지 도정道政의 진법 도운을 여시니라. 상제님의 도권道權 계승의 뿌리는 수부도수에 있나니”(도전6:2:2-5)라고 하여 종통대권이 고수부에게 전해졌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증산상제는 여성인 수부에게 종통 대권을 전하였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따른 문제도 미리 해결해 놓았다. 문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여성에게 종통을 전해지고, 그 여성이 지도자가 되어 종교단체를 이끌었던 경우는 세계 종교사상 그렇게 흔치는 않았을 터다. 근대 전환기이며, 3차에 걸친 소위 근대를 상징하는 갑오개혁이 선포된 시기라고 하지만, 증산상제가 고수부에게 종통 대권을 전하는 당시만 해도 아직 가부정적 분위기가 서슬 퍼렇게 살아있을 때였다. 이런 때에 여성인 고수부에게 종통이 넘어간다면, 증산상제 어천 뒤에 무슨 문제가 일어날지 모를 일이었다. 이런 불미스런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였을까.

 

나는 서신西神이니라. 서신이 용사用事는 하나, 수부가 불응不應하면 서신도 임의로 못 하느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수부의 치마 그늘 밖에 벗어나면 다 죽는다.”(도전6:39:1-4)

 

나의 수부, 너희들의 어머니를 잘 받들라. 내 일은 수부가 없이는 안 되느니라. 수부의 치마폭을 벗어나는 자는 다 죽으리라.”(도전6:96:5-6),

 

수부대우를 잘하면 수명도 연장될 수 있느니라.”(도전6:68:5)

 

이 장을 마무리하면서 제기되는 한 가지 물음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증산상제는 왜 여성인 수부에게 종통대권을 전했을까? 그 의의는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서 증산도는 몇 가지로 해명한다. 첫째, 후천 정음정양의 음개벽 원리가 인사문제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둘째, 증산상제와 고수부가 천지부모로서 자리 잡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증산상제는 수부도수를 종통계승의 근본으로 선언하였다. 넷째, 수부를 부정하는 자는 그 누구도 난법난도자로 죽음의 심판을 받게 된다.

 

. 후천개벽과 수부

 

1. ‘모든 여성의 머리, 여성구원의 선봉장으로서의 수부

 

수부는 후천 새 시대의 여성문화를 여는 우먼파워woman power의 머리가 되는 분으로 곤도수, 음도수의 주재자이다. , 수부는 모든 여성의 머리가 되는 분이다. 나아가 여성구원의 선봉장이다.

 

상제님의 도권道權 계승의 뿌리는 수부도수首婦度數에 있나니 수부는 선천 세상에 맺히고 쌓인 여자의 원과 한을 풀어 정음정양의 새 천지를 여시기 위해 세우신 뭇 여성의 머리요 인간과 신명의 어머니시니라.(도전6:2:5-6)

 

세상의 모든 이름에는 거기에 따르는 책임이 따른다. ‘모든 여성의 머리가 되는 분이라면, 수부에게는 거기에 합당한 사명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구원의 선봉장이라는 점이다.

증산상제가 공사로 준비한 후천 선경세계는 남녀동권시대였다. 여성이 유사 이래 억압 받아온 존재였다는 것은 굳이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을 터다. ‘유사 이래라고 하였으므로 원시 모계사회에서는 아니지 않느냐고, 그 때는 모권제母權制였으므로 여성이 억압된 사회가 아니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모계사회뿐만 아니라 여성을 최초의 창조주로, 여신으로 예배의 대상이 되는 시대도 있었다. 이때는 여성이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었을까.

 

인간의 발전에서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 초기에는 최고의 창조주를 여성으로 섬기는 종교들이 있었다. '위대한 여신'거룩한 여성 조상'은 기원전 7천 년 신석기 시대 초부터 서기 50년 경 마지막 남은 여신 신전들이 폐쇄될 때까지 예배의 대상이었다.

반면 보통 '태초에 일어난 것으로 여겨지는 성경의 사건들은 실제로는 역사 시대에 일어났다. 고고학, 신화학, 역사학적 증거들은 모두 여성 종교가 결코 자연스럽게 사그라진 것이 아니라, 남성 신들을 최고로 받드는 신흥종교 옹호자들이 수백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탄압한 결과 말살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신흥 종교로부터 아담과 이브의 창조 신화와 실낙원 이야기가 나왔다.

 

인류 역사의 초기에 여성을 예배의 대상으로 하는 시대가 있었으나 곧 남성 신으로 대체되었고, 이 남성 신 옹호자들이 수백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탄압한 결과였다는 내용이다.

모계사회라는, 여성으로의 혈족 관습을 따르는 사회는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서계의 여러 지역에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회가 원래 모계제, 여가장제, 심지어 일처다부제 사회였다는 이론은 19세기말과 20세초에 연구의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학자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이들은 고대 사회가 여가장제와 일처다부제였다는 이론을 받아들였으며, 수많은 증거로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했다. 이들은 인류의 가족이 원시난혼시대原始亂婚時代에서 모계시대로, 이어서 부계시대로 이행하였다는 학설을 유력하게 전개하였다. 그러나 그 후의 연구에 의해 모계제를 인류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원시의 한 단계로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모계사회matrilineal society란 집단으로의 귀속이나 지위, 재산이 어머니로부터 자식에게 계승되어 모계로 결속된 사람들의 출신 집단(씨족, 혈족)이 사회의 기초단위가 되는 사회를 가리킨다. 현재도 인도의 나야르인이나, 수마트라의 미난카바우족, 라오스의 라오족, 아셈의 시카족, 북아메리카인디언의 호피족 등이 모계사회의 예로서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사회에서는 아버지의 존재가 거의 희박하다. 그러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인 어머니의 형제로, 모계사회는 이른바 모권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과거 모권제의 사회가 존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여성이 남성만큼 대우받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선행연구의 결론이다.

동양의 전통적 음양 사상에서는 과거의 이 여성억압의 역사를 억음존양抑陰尊陽으로 표현해 왔다. 동양적 사유방식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음양사상은 주역周易을 통해 최초로 이론적 체계화가 이루어졌다. 증산상제는 주역은 개벽할 때 쓸 글이니 주역을 보면 내 일을 알리라.”(도전5:248:6)라고 하였다. 따라서 증산상제의 공사기록은 주역을 통해 어느 정도 해명될 수 있다. 여성억압의 역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선천은 억음존양의 세상이라. 여자의 원한이 천지에 가득 차서 천지운로를 가로막고 그 화액이 장차 터져 나와 마침내 인간 세상을 멸망하게 하느니라.(도전2:52:1-2)

 

증산상제는 당신이 출세한 이전의 인류 역사선천先天억음존양의 세상이라고 정의하였다. 억음존양의 세상이므로 억압당하는 음 즉, 여성의 원한이 없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선천 말기에 이르러 여자의 원한이 천지에 가득 차서 천지운로를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장차 그 화액이 터져 나와 인간 세상이 멸망하게 되었다. 바로 여기에 우주 주재자인 증산상제의 손길이 개입될 필연성이 있다. 이에 대해 증산상제는 이 원한을 풀어 주지 않으면 비록 성신聖神과 문무文武의 덕을 함께 갖춘 위인이 나온다 하더라도 세상을 구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도전2:52:3). 삼계대권을 주재하는 우주 주재자가 직접 나와서 해결하는 길만이 유일한 통로다.

 

이 때는 해원시대라. 몇 천 년 동안 깊이깊이 갇혀 남자의 완롱玩弄거리와 사역使役거리에 지나지 못하던 여자의 원을 풀어 정음정양으로 건곤을 짓게 하려니와 이 뒤로는 예법을 다시 꾸며 여자의 말을 듣지 않고는 함부로 남자의 권리를 행치 못하게 하리라.”(도전4:59:2-3)

 

예전에는 억음존양이 되면서도 항언에 음양이라 하여 양보다 음을 먼저 이르니 어찌 기이한 일이 아니리오. 이 뒤로는 음양그대로 사실을 바로 꾸미리라.(도전2:52:4-5)

 

이 때는 해원시대라. 남녀의 분별을 틔워 각기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풀어 놓았으나 이 뒤에는 건곤의 위차位次를 바로잡아 예법을 다시 세우리라.”(도전2:136:3)

 

여자가 천하사를 하려고 염주를 딱딱거리는 소리가 구천에 사무쳤나니 이는 장차 여자의 천지를 만들려 함이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는 되지 못할 것이요, 남녀동권 시대가 되게 하리라.(도전2:53:3-6)

 

증산상제가 인간으로 온 시기는 해원시대이다. 이 해원시대를 맞이하여 증산상제가 개벽하고자 하는 세상은 정음정양의 남녀동권 세계이다. 여기서 공사 내용 하나하나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겠으나 인용문뿐만 아니라 증산상제는 여러 장소에서 여성해원과 관련된 공사를 집행하여 두었다. 중요한 것은 이들 공사가 표면적으로는 우주 주재자인 증산상제가 행한 것이지만, 이면에는 수부가 공동작업이라는 사실이다. 증산상제는 190710월 차경석 성도에게 수부 택정공사를 맡기면서, “천지에 독음독양은 만사불성이니라. 내 일은 수부가 들어야 되는 일.”(도전6:34:2)이라고 하였다. 1904, 증산 상제는 수석성도 김형렬에게 세상 운수가 박도迫到하였는데 아직 마치지 못한 후천선경 공사가 산적하여 있느니라. 수부를 선정하여야 모든 공사가 차례대로 종결될 터인데 수부를 아직 정하지 못하여 공사가 지체되고 있으니 속히 수부를 선정하라. 수부의 책임 공사가 수년 남아 있느니라.”(3:92:3-5)라고 하였다. 여기서 수부의 책임 공사가 무엇일까. 증산상제의 정학한 의중은 파악할 수 없으나 그 중의 하나는 수부가 중심이 되어야 해결할 수 있는 여성해원문제가 최우선 순위는 아니었을까. 수부가 모든 여성의 머리가 되는 분’, 여성 구원의 선봉장이라는 언술은 이 의미망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여성 구원이라고 하였을 때, 구원의 바탕이 되는 첫 단계는 해원이다. 증산상제가 일련의 여성 구원의 공사를 행할 수 있었던 것도 해원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해원시대이므로 증산상제는 일련의 여성 구원 공사를 행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증산도 세 수부들 역시 증산상제와 함께 여성구원의 공사를 행하는 수부이기 이전에 그들 각자가 특수한 위치에서 원한이 맺혀 있는, 따라서 여성구원의 대상 혹은 전범이 된다는 점이다. 불교식으로 얘기하면 인간은, 인간이므로 각자 욕구가 있고, 이 욕구는 결과적으로 고통을 만들어낸다. 석가는 이 고통의 문제를 풀기 위해 태자의 자리를 뿌리치고 출가하였다. 증산도의 세 수부에게도 수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각자 원한이 없지 않았을 터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여유는 없으나 정수부는 신체적으로 맺힌 한이 있을 수 있었다. 또한 한 여성으로, 아내로서 한 가정의 며느리로서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으나 가장인 증산상제가 천하사를 위해 불고가사하였으므로, 거기에 따른 원한이 없지 않았을 터다. 김수부에게는 조혼에 대한 문제, 봉건 사대부 시대 유물의 희생자로서 원한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수부에게는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궁핍한 자의 원한, 청춘과부로서 원한이 있을 수 있었다. 세 분 수부는 자신에게 맺혀있는 원한부터 해원해야 하는, 즉 해원시대에 모든 여성의 머리로서 해원 그 자체의 전범이 되기도 하였다.

 

2. ‘억조창생의 생명의 어머니태모太母로서의 수부

 

수부는 뭇 창생의 어머니이다. 따라서 태모太母라고 칭한다. 앞장에서 수부는 정음정양의 새 천지를 열기 위해 세운 뭇 여성의 머리요 인간과 신명의 어머니라는 도전의 정의를 살펴보았다. 이밖에도 같은 의미의 여러 가지 정의가 있다.

 

태모(太母) 고수부(高首婦)님은 억조창생의 생명의 어머니이시니라.(도전11:1:1)

상제님께서 일러 말씀하시기를 나의 수부, 너희들의 어머니를 잘 받들라. 내 일은 수부가 없이는 안 되느니라.” 하시고(도전6:96:5)

 

모든 여성의 머리로서, 나아가 여성 구원의 선봉장으로서 수부의 사명은, 여성해원으로 사명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수부는 천지의 뭇 생명의 어머니인 태모로서 온 인류를 해원시키는 사명도 함께 짊어지고 있다. 증산상제는 천지의 뭇 생명의 어머니로서 수부에 대해 여러 차례 공사를 보았다. 그 중의 하나가 고수부에게 내린 일등무당 도수이다. 이 공사는 앞 장의 종통대권 전수자로서의 수부 의미와 병행하여 유기적으로 독해해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좀 길지만 전문을 인용한다.

 

대흥리에서 공사를 행하실 때 하루는 유생(儒生)들을 부르라.” 하시어 경석의 집 두 칸 장방에 가득 앉히시고 재인(才人) 여섯 명을 불러오게 하시어 풍악을 연주하게 하시니라. 이어 수부 나오라 해라.” 하시니 수부님께서 춤을 우쭐우쭐 추며 나오시는지라 상제님께서 친히 장고를 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천지굿이라. 나는 천하 일등 재인(才人)이요너는 천하 일등 무당(巫堂)이니 우리 굿 한 석 해 보세. 이 당() 저 당() 다 버리고 무당 집에 가서 빌어야 살리라.” 하시고 장고를 두둥 울리실 때 수부님께서 장단에 맞춰 노래하시니 이러하니라.

세상 나온 굿 한 석에

세계 원한 다 끄르고

세계 해원 다 된다네.

상제님께서 칭찬하시고 장고를 끌러 수부님께 주시며 그대가 굿 한 석 하였으니 나도 굿 한 석 해 보세.” 하시거늘 수부님께서 장고를 받아 메시고 두둥둥 울리시니 상제님께서 소리 높여 노래하시기를

단주수명(丹朱受命)이라.

단주를 머리로 하여

세계 원한 다 끄르니

세계 해원 다 되었다네.” 하시고

수부님께 일등무당 도수를 붙이시니라.(6:93:1-10)

 

공사 중에 무당 집은 일반 세속의 무당이 아니라 일등 무당 도수의 주인공 ()수부로부터 시작하는 종통맥을 찾아 신앙하라는 의미다. 일등무당 도수가 무엇인가? 선천 시원문화인 신교의 실체는 우주적 영성을 가진 무당 문화라 할 수 있다. 태고의 황금시대에 화이트 샤만White Shaman(천지조화의 광명을 받는 태초의 무당)이라 불린 존재들은 몸을 가지고 대우주를 날아다닐 정도로 우주적인 영성을 가진 대무大巫로서 문명의 창시자였다. 증산상제는 이 같은 원시의 신성 문화를 회복하는 문을 열어 놓았으며 그것을 성취한 이가 천지 무당도수를 맡은 고수부이다. 따라서 이 공사에서 고수부에게 붙인 무당도수를 통해 고수부는 증산상제의 아내로서 성령을 받아 내려 후천 곤도시대의 첫 여성이 되며, 상제로부터 친히 도통을 받아 후천선경 건설의 도운道運을 처음 열고 후천 대개벽기에 인류의 거룩하신 생명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증산상제는 이 공사를 천지굿이라고 하였다. 이 천지굿판에서 증산상제는 천하 일등 재인이 되고 고수부는 천하 일등 무당으로 이른바 천지해원굿 한 판을 벌이는 장면이다. 이 천지굿판에서 주인은 일등무당인 고수부이고, 증산상제 당신은 재인으로 보조인물이다. , 이 공사에서 고수부는 해원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원한을 모두 끌러내는, 세계해원굿판의 주인공이 된다.

 

. 천지공사와 수부: ‘어머니 하느님으로서의 수부

 

우주 주재자의 반려자인 어머니 하느님으로서의 수부는 앞장과 관련하여 더욱 확대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선전 종교, 혹은 후천 무극대도의 개념이 그렇지만, 개념은 단지 개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실천적 행위다 동반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머니 하느님으로서의 수부의 실천적 행위는 무엇인가? 그것은 천지공사이다.

천지공사가 무엇인가? 증산상제의 가르침에 따르면 현하의 천지대세가 선천은 운을 다하고 후천의 운이 닥쳐오므로 내가 새 하늘을 개벽하고 인물을 개조하여 선경세계를 이루리니 이 때는 모름지기 새판이 열리는 시대니라. 이제 천지의 가을운수를 맞아 생명의 문을 다시 짓고 천지의 기틀을 근원으로 되돌려 만방에 새기운을 돌리리니 이것이 바로 천지공사.”(도전3:11:3)이다. , 천지공사란 우주 주재자가 천지 만물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일종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천지공사는 증산상제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증산상제는 나는 예언자가 아니로다. 나의 일은 세상 운수를 미리 말함이 아니요, 오직 천지공사의 도수로 정하여 내가 처음 짓는 일.”(3:227:7)이라고 하였다.

지금까지 증산상제와 수부에 대한 초기 기록은 물론 다른 어떤 기록들도 여기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학계에서도 천지공사는 증산상제만 행하는 도의 행위로 이해하여 왔다. 어머니 하느님인 수부가 집행하는 천지공사에 관한 기록은 도전이 처음이다.

 

상제님께서 선천 억음존양의 건곤을 바로잡아 음양동덕(陰陽同德의 후천세계를 개벽하시니라. 이에 수부님께 도통을 전하시어 무극대도를 뿌리내리시고 신천지 도정道政의 진법 도운을 여시니라.(6:2:1-4)

 

수부님께서는 후천 음도陰道 운을 맞아 만유 생명의 아버지이신 증산 상제님과 합덕하시어 음양동덕으로 정음정양의 새 천지인 후천 오만년 조화 선경을 여시니라.(11:1:2-3)

 

수부는 증산상제의 종통대권 전수자로서, 증산 상제 후계자로서 선천 억음존양의 건곤을 바로잡아 음양동덕의 후천세계를 개벽하는 분인다. 따라서 증산상제는 수부에게 도통을 전하여 무극대도를 뿌리내리고, 신천지 도정의 진법 도운을 열었다. 또한 수부는 증산상제의 반려자로서, 그리고 후천 음도 운을 맞아 만유 생명의 아버지인 증산상제와 합덕한 만유생명의 어머니로서 정음정양의 새 천지인 후천 오만년 조화 선경을 여는 분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와 같은 천지공사는 단지 언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천지공사는 우주 주재자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미리 짜놓은 프로그램이다. 도전에서는 모사재천謀事在天하고 성사재인成事在人하는 후천 인존人尊시대를 맞이하여 천지부모이신 증산 상제님과 태모 고수부님께서 인간과 신명이 하나되어 나아갈 새 역사를 천지에 질정質定하시고.”라고 하였다. 또한 증산상제는 모사재천은 내가 하리니 성사재인은 너희들이 하라.”(도전8:1:2-6) 일을 꾸미는 것은 증산상제와 수부가 하고, 그 일을 이루는 것은 남은 인간들이 하는 것이 천지공사의 취지다. 수부는 만유 생명의 어머니로서 자식의 앞날’(후천)을 위해, 우주 주재자의 반려자인 어머니 하느님으로서 천하 만유를 살리기 위해 천지공사를 행하는 분이다.

 

태모님께서 당신을 수부로 내세우신 상제님으로부터 무극대도의 종통을 이어받아 대도통을 하시고 세 살림 도수를 맡아 포정소布政所 문을 여심으로써 이 땅에 도운의 첫 씨를 뿌리시니라. 태모님께서는 수부로서 10년 천지공사를 행하시어 온 인류의 원한과 죄업을 대속代贖하시고 억조창생을 새 생명의 길로 인도하시니라.(도전11:1:5-7)

 

증산상제의 무극대도의 종통을 이어받아 대도통을 하고 도운의 첫 씨를 뿌린 고수부는 수부로서 10년 천지공사를 행하시어 온 인류의 원한과 죄업을 대속하고 억조창생을 새 생명의 길로 인도하였다. 고수부가 뭇 생명의 어머니로서 10년 천지공사를 행하였는데, 그 공사내용은 온 인류의 원한과 죄업을 대속하시고 억조창생을 새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고수부가 증산상제 어천 2년 뒤인 1911920일 아침에 대도통을 하였다. 이때 고수부는 갑자기 상제님의 음성으로 경석에게 누구냐?” 하고 물었다. 증산상제의 음성으로 말했다는 것은 곧 증산상제의 성령을 받고 대도통을 하였으며, 나아가 증산상제의 성령으로 공사를 보고 있다고 독해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수부가 천지공사를 행할 때에 비록 증산상제가 옆에 부재한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이 경우 독음독양이면 화육化育이 행해지지 않나니 후천은 곤도坤道의 세상으로 음양동덕의 운.”(도전2:83:5)이며, “천지에 독음독양은 만사불성이니라. 내 일은 수부가 들어야 되는 일”(도전6:34:2)이라는 증산상제의 공사말씀이 수부를 두고 하는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고수부가 행하는 천지공사에는 언제 어느 때나 증산상제의 성령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아니 증산상제의 성령이 임하여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고수부의 천지공사는 47세 때인 병인(丙寅(도기 56, 1926)35일부터 진행된다. 고수부는 이날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35일에 태모님께서 여러 성도들을 도장에 불러 모으시어 선언하시기를 이제부터는 천지가 다 알게 내치는 도수인 고로 천지공사를 시행하겠노라. 신도행정神道行政에 있어 하는 수 없다.” 하시니라. 이어 말씀하시기를 십수十數의 증산 상제님께서는 9년 공사요, 구수九數의 나는 10년 공사이니 내가 너희 아버지보다 한 도수가 더 있느니라.” 하시니라.(도전11:76:1-4)

 

고수부는 10년 천지공사를 집행한 분이다. 고수부의 천지공사의 의의에 대해 도전상제님과 수부님은 억조창생의 부모로서 음양동덕이시니, 상제님께서는 건도乾道를 바탕으로 9년 천지공사를 행하시고 수부님께서는 곤도坤道를 바탕으로 10년 천지공사를 행하시거늘 인기어인人起於寅 도수에 맞춰 시작하시니라. 이에 상생의 도로써 지난 선천 세상의 원한과 악척이 맺힌 신명을 해원하고 만백성을 조화調和하여 후천 오만년 지상선경地上仙境의 성스런 운로를 밝게 열어 주시니라.”(도전11:76:5-8)라고 풀이해 주고 있다.

이때는 증산상제가 고수부에게 붙여놓은 세 살림 도수가운데 첫째 살림인 정읍 대흥리 도장시절(1911. 10~1918.10)이 끝나고, 둘 째 살림인 김제 조종리 도장 시절(1918.11~1929.9)의 중기에 해당한다. 이후 고수부의 10년 천지공사가 전개된다. 고수부는 자신의 공사에 대해, “상제님의 천지공사는 낳는 일이요, 나의 천지공사는 키우는 일이니라.”(도전11:99:3)라고 하였다. 증산상제는 물론 고수부가 행하는 천지공사의 성격에 대해 이보다 더 간단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을 터다. ‘부생모육父生母育이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는 낳게 하고, 어머니는 낳아 기른다는 뜻이다. 어머니이되, 천지 만유의 어머니요, 그런 위격에서 고수부는 천지공사를 행한다.

증산상제와 고수부의 천지공사에 대해 후천 인존시대를 맞이하여 천지부모이신 증산 상제님과 태모 고수부님께서 인간과 신명이 하나되어 나아갈 새 역사를 천지에 질정한 것이라는 대목도 유의해야 한다. 증산상제와 고수부는 천지부모로서 자식농사인간농사를 짓는다(도전6:124:8). ‘농사를 짓는 지침서가 바로 천지공사다. 같은 지침서라고 해도 증산상제와 고수부의 그것은 특성이 조금 다르다. 천지의 아버지인 증산상제가 행하는 천지공사는 씨를 뿌리는 것이요, 천지의 어머니이니 고수부가 행하는 공사는 기르는 것이다. 이 공사정신에 따라서 고수부는 지난 선천 세상의 원한과 악척이 맺힌 신명을 해원하고 만백성을 조화하여 후천 오만년 지상 선경의 성스런 운로를 밝게 열어 주었다. , 후천 선도 문명의 운로를 열어 주었다.

여기서 고수부가 행한 10년 천지공사 전체를 논의할 여유는 없다. 다만 종통 후계자로서 고수부는 진법 도운을 열어야 하는 고수부가 행한 도운 공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검토한다. 도운이란 무엇인가? 도전와 고수부가 행하는 천지공사는 두 갈래로 전개된다. 하나는 도운 공사요, 다른 하나는 세운공사다. 전자는 증산상제의 무극대도가 인간 역사에 뿌리내려 제자리를 잡는 과정이다. , 증산상제의 도의 운로이다. 후자는 세운은 세계 질서를 재편하여 지구촌 인류 역사의 운명을 도수로 짜 놓은 것이다. 결국, 증산상제의 도법에 의해 지구촌 인류 역사가 둥글어 가기 때문에 도운을 중심으로 세운을 해석해야 한다. 여기서도 고수부 10년 천지공사 전체를 검토할 여유가 없으므로 도운공사 가운데 몇 가지만 살펴본다. 먼저 증산상제와 수부의 도운이 전개되는 원리를 보자.

 

상제님께서 나는 천지일월天地日月이니라.” 하시고 삼원三元의 이치에 따라 건곤감리 사체四體를 바탕으로 도체道體를 바로잡으시니 건곤乾坤(天地)은 도의 체로 무극이요, 감리坎離(日月)는 도의 용이 되매 태극[]을 체로 하고 황극()을 용으로 삼느니라.(도전6:1:5-6)

 

동양사상의 심오한 내용이므로 독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좀 거칠게 살펴보면 증산상제의 도의 바탕[道體]은 건곤감리 즉, 천지일월이다. 이 가운데 천지는 도의 체로 무극인데, 인사로 말하면 천지부모인 증산상제와 고수부가 된다. 감리는 일월로서 도의 용이 되는데 태극[]을 체로 하고 황극[]을 용으로 한다. 그렇다면 인사로서 일월은 누구인가?

 

이에 수부님께 도통을 전하시어 무극대도를 뿌리내리시고 그 열매를 수화水火(坎離)의 조화 기운을 열어 주는 태극과 황극의 일월용봉도수日月龍鳳度數에 붙이시어 신천지 도정의 진법 도운을 여시니라. 상제님의 도권道權 계승의 뿌리는 수부도수에 있나니 수부는 선천 세상에 맺히고 쌓인 여자의 원과 한을 풀어 정음정양의 새 천지를 여시기 위해 세우신 뭇 여성의 머리요 인간과 신명의 어머니시니라. 대두목은 상제님의 대행자요, 대개벽기 광구창생의 추수자이시니 상제님의 계승자인 고수부께서 개척하신 무극대도 창업의 추수운을 열어 선천 인류문화를 결실하고 후천 선경세계를 건설하시는 대사부이시니라.(도전6:2:2-8)

증산상제와 고수부의 신천지 진법 도운의 종통맥을 이보다 더 원리적으로 깊숙하게 진술하기는 쉽지 않을 터다. 이 진술은 증산상제가 어천한 지 2년 뒤인 1911920일 아침에 고수부는 증산상제의 성령을 받고 대도통을 한 날, 고수부의 천지공사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이 때 수부님께서 일어나 앉으시어 갑자기 상제님의 음성으로 경석에게 누구냐?” 하고 물으시니 경석이 놀라며 경석입니다.” 하거늘 나는 낙종落種 물을 맡으리니 그대는 이종移種 물을 맡으라. 추수秋收할 사람은 다시 있느니라.” 하시니라.(도전11:19:6-10)

 

고수부가 성령을 받고 대도통을 한 바로 그때, 진행된 이 공사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만 논의는 생략한다. 도전은 이 공사를 후천 오만년 종통맥과 추수할 사람이라고 하였다. , 고수부가 행한 도운공사의 머리에 위치한다. 이 공사에 의해 고수부의 낙종도수, 차경석의 이종도수, 그리고 최후의 추수할 사람도수가 정해졌다. 또한 이 공사 이후 고수부는 성령에 감응되어 수부로서의 신권神權을 얻고 대권능을 자유로 쓰며 신이한 기적과 명철한 지혜를 나타냈다. , 천하 창생의 태모로서 증산상제 대도의 생명의 길을 열어 주기 위한 대장정에 들어섰다. 이 공사에서 고수부가 천직송사로 행한 도의 운로를 추수할 사람이 누구인가? 앞의 인용문에서 천지일월의 사체 가운데 일월에 대해 대개벽기 광구창생의 추수자이시니 상제님의 계승자인 고수부께서 개척하신 무극대도 창업의 추수운을 열어 선천 인류문화를 결실하고 후천 선경세계를 건설하시는 대사부’, 바로 그 분이다.

증산상제가 집행하여 놓은 고수부의 세 살림 도수가운데 셋째 살림은 김제 용화동 살림 도장시기(1929.9~1933.11)이다. 여기에는 정읍 왕심리 도장 시기(1929.9~1931.11)이 포함되어 있다. 1982, 용화동 시절을 마치고 떠나기 직전에 고수부는 위 공사의 전반부 가운데 태극과 황극의 일월용봉도수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도운공사를 집행하였다.

 

태모님께서 용화동에 계실 때 천지에서 신도가 크게 내리매 여러 차례 용봉龍鳳을 그려 깃대에 매달아 놓으시고 공사를 행하시더니 용화동을 떠나시기 얼마 전에 다시 용봉기龍鳳旗를 꽂아 두시고 이상호에게 이르시기를 일후에 사람이 나면 용봉기를 꽂아 놓고 잘 맞이해야 하느니라.” 하시고 용봉기를 꼭 꽂아 두라.” 하시며 다짐을 받으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용화동은 동요동東堯洞이요, 건곤乾坤의 사당祠堂 자리이니 미륵이 다시 서니라.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되나니 법은 서울로부터 내려오는 것 아니더냐. 앞으로 태전太田이 서울이 되느니라.”(도전11:365:1-6)

 

용봉을 그려 종통 도맥을 전하는 공사이다. 이 공사에서 용봉이 무엇인가? 증산상제와 고수부의 도업을 계승하여 선천 상극시대를 매듭짓고 이 땅에 후천 5만 년 선경 세계를 건설하시는 인사대권자 두 분을 가리킨다. 이 공사에 나오는 용봉기에 대해서 도전증산도 안운산 종도사님께서 제2변 도운을 용화동에서 시작하심으로써 태모님의성 용봉기 공사가 실현되었다.”라고 기록하였고, ‘앞으로 태전이 서울이 된다.’는 내용은 태모님을 모신 이용기 성도의 제자 임예환과 차경석 성도의 당질부 손승례의 딸 차봉수 증언.”이라고 출처를 밝혔다.

 

. 결론

 

지금까지 증산도의 수부관을 논의하였다. 증산도의 수부는 세 분이다. 정수부와 김수부, 고수부가 그들이다. 그러나 수부로서 완전한 자격을 갖추고, 그 격에 맞는 천지공사를 행한 분은 고수부뿐이었다. 본격적이니 논의는 다른 기회로 미루었으나 정수부, 김수부가 수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해서 수부의 대우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세속에서 이혼이나 특별한 사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어머니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해서 그 자식에게 어머니가 아닐 수 없는 것처럼.

본고에서는 증산도의 수부관과 관련된 내용을 중심주제에 따라 넓게는 세 가지 범주, 좁게는 다섯 가지 범주로 구분하였다. 전자는 도운과 세운, 그리고 천지공사의 관점으로 구분하였다. 도운의 관점으로서 증산상제의 아내, 도의 반려자로서 수부를 검토하였다. 세운의 관점으로서는 후천개벽과 수부를, 마지막으로 천지공사의 관점으로서는 어머니 하느님으로서 수부를 검토하였다. 후자, 즉 다섯 가지 범주에 검토한 증산도 수부관은 다음과 같다.

1. 증산상제 아내로서의 수부: 수부는 천상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증산상제의 반려자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어떤 식으로든 다시 만나게 되어 있는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2. 종통 계승자로서의 수부: 수부는 증산상제의 종통을 전해 받은 후계자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후 증산상제 도문에 입도한 신도들이 종통 계승자인 수부를 찾아야 진법신앙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후천 가을개벽을 맞이하여 진법신앙을 하는 자는 열매(씨종자)인간이 되어 살아남고, 난법신앙을 하는 자는 낙엽이 되어 흩어져 땅에 떨어져 썩고 말 것이다.

3. ‘모든 여성의 머리, 여성구원의 선봉장으로서의 수부: 수부는 유사 이래 억압당해 온 여성의 머리가 되는 분이다. 또한 인류의 절반이 되는 여성의 원한을 해원시키고 후천 선경세계로 가는 배로 승선시키는 선장과 같은 분이다. 그러나 소부의 맡은 바 사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4. ‘억조창생의 생명의 어머니태모太母로서의 수부: 수부는 천지 억조창생의 어머니다. 어머니가 어찌 자식을 버릴 수 있겠는가. 여성 구원의 선봉장으로서 여성해원과 구원은 물론이요 천지의 어머니로서 천하창생을 살리는 역할도 수부의 몫이다.

5. 천지공사와 수부어머니 하느님으로서 수부: 수부는 인간으로 온 여신, 하느님이다. 종통계승자이기도 한 어머니 하느님 수부는 우주 주재자요, 통치자인 아버지 하느님의 삼계대권을 이어받아 후천 개벽기에 사람을 살리는 10년 천지공사를 집행하는 분이다.

증산도의 수부관은 여기서 더 보탤 수도 있고 빠져야 할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른다. 본고는 지금까지 나온 증산도의 공식 출판물을 참조하여 본고가 정리한 내용이라는 점을 다시 밝힌다.


참고문헌

 

1.경전류

도전

증일아함경

 

2. 일반 논문 및 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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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린 스톤Merlin Stone, 정영목 역, 하느님이 여자였던 시절When God is Woman, 서울: 뿌리와 이파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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