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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과 다시 개벽 10회 천주와 후천개벽

문계석 연구위원

2017.02.23 | 조회 3296

동학과 다시 개벽 10

 

 

4. 천주와 후천개벽

 

동경대전용담유사의 내용을 분석해 볼 때, 수운이 창교한 동학의 핵심 메시지는 시천주”, “3년 괴질”, 그리고 다시개벽에 대한 소식을 인류에게 전하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 가운데서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시천주신앙과 다시개벽의 소식이다. ‘시천주는 절대자 천주를 일심으로 모시고 신앙해야 한다는 것이다.‘다시개벽은 후천 오만 년의 새 운수가 도래하게 되는데, 이 때 인간으로 오신 천주가 오시어 그런 운수에 걸 맞는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내려주어 모두가 지상선경에 살도록 한다는 소식이다.

다시개벽으로 열리는 후천 오만년 선경세계는 곧 절대자 천주가 출현하여 무극대도를 세상에 펼침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무극대도의 펼침은 선경세계에 대한 조화를 정하는 것[造化定]이다. 조화를 정하는 일은 다함이 없는 최고의 운수[無極之運]에 걸 맞는 도수를 새롭게 짜는 것이다. 즉 다시개벽으로 열리는 세상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도, 새 천지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그래서 절대자 천주로부터 수운이 받은 천명은 시천주 조화정다시개벽의 소식을 인류에게 전하는 사명이었고, 그것이 곧 그가 동학을 창교하게 된 궁극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수운이 어떤 근거에서 후천 오만년의 선경세계를 말하게 되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경세계의 도래는 수운이 제시한 운수순환론에 근거한다. 그것은 성운盛運에서 쇠운衰運으로, 쇠운에서 성운으로 교체를 뜻한다. 쇠운에서 성운으로의 교체는 곧 우주순환론에 근거해서 나온다. 그는 포덕문에서 무릇 상고 이래 지금까지 봄과 가을이 서로 갈마들어 이어지고, 4계절의 융성과 쇠락에 옮김과 바뀜도 없으니, 이 또한 천주조화의 자취요, 천하에 뚜렷이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운수순환은 우주순환론과 맞물려 있다. 즉 만유의 생명이 봄여름에 생장의 운수에서 가을에 성숙의 운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천주조화의 자취는 시운時運을 따른다. 시운은 논리적으로 시간도수인 천시天時와 공간도수인 천운天運으로 분석하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시와 천운은 시공 연속체라는 의미에서 보자면 일체로 작용한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성하는 운의 극단에 이르면 쇠하는 운으로 치닫고, 쇠하는 운의 정점에 이르면 성하는 운으로 치달아 우주만물이 성쇠盛衰의 순환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권학가쇠운衰運이 지극至極하면 성운盛運이 온다거나 용담가천운이 순환하사 무왕불복無往不復 하시나니는 이를 말해주고 있다.

우주만물은 성함과 쇠함으로 순환한다. 성함과 쇠함은 절대자 천주가 천도에 따라 지기를 운용하여 드러내는 일체의 현상이다. 왜냐하면 천주는 천지의 원 주인으로 천도를 스스로 내놓고, 그 도를 무위이화로 주재하여 우주만유가 성쇠의 법도로 운행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4계절이 교대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천지만물이 성쇠의 과정으로 순환하는데, 이것이 바로 천주의 조화에 의한 자취라고 수운은 말하게 된 것이다.

우주는 물론이고 자연과 인간과 문명의 흥망성쇠와 길흉화복 등은 모두 시운에 의거해서 성쇠로 순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운수순환론에서 볼 때 수운은 당시 문명사적인 세태世態가 선천 여름철의 말기에서 맞이하게 되는 쇠운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앞서 수운이 말한 각자위심各自爲心의 효박淆薄한 인심, “불순천리不順天理의 몰지각한 사회풍조, “불고천명不顧天命으로 인한 금수 같은 약육강식의 세상은 쇠운의 정점에서 나타나는 세태의 한 단면이 된다는 얘기다.

쇠운의 극점에서 성운으로의 전환은 새로운 차원의 세상이 열림을 의미하는데, 이를 수운은 다시개벽의 범주로 표현하였다. 극적인 차원 전환은 쇠운의 극점에서 나타나는 기존의 효박淆薄한 세상이 일시에 정리됨을 함축한다. 그래서 그는 3년 괴질을 말한다. 즉 선천 운수의 말대에 이르게 되면 자연사와 문명사에 적체되어 왔던 그간의 모든 병폐가 총체적으로 일어나 3년 괴질로 엄습하게 된다는 것이 수운의 입장이다. 지구촌을 휩쓰는 괴질은 병든 인류와 그릇된 문명을 청산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이런 대 전환기의 시점에서 우주 전체를 관할하여 주재하는 절대자 천주는 인류가 “3년 괴질로부터 다 죽도록 좌시하지만은 않는다는 얘기다. 천주는 다시개벽기에 인간으로 오시어 무극지운에 걸 맞는 조화가 무궁한 무극대도를 내려주어, 인류가 무극대도를 받음으로써 3년 괴질로부터 새 생명으로 거듭 태어나 후천 오만 년의 조화 세상에 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천주가 수운에게 내린 시천주 사상과 다시개벽의 진리였다. 즉 개벽의 진리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전환이며, 그 시점에서 시천주 신앙을 통해 천주의 조화권능에 의지함으로써 새 세상의 새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 지상선경의 낙원에서 영생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시운時運의 순환론에 의거해 볼 때, 선개벽에서 후개벽으로 이어지는 다시개벽은 바로후천개벽後天開闢의 진리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시운을 알지 못한다. 즉 절대자 천주가 조화섭리로 무극지운을 주재한다는 사실, 천주가 무극대도의 진리로써 새 세상의 선경낙원을 건설한다는 다시개벽의 진리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수운은 다시개벽을 통해 열리는 후천개벽기에 5만년의 성운成運을 맞이하여 모두 천주의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닦아 도성덕립의 인간으로 거듭남으로써 지상 선경낙원의 새 세상에 살아야 한다고 역설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장에서후천개벽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검토해 보겠는데, 먼저 전통적으로 쓰인 개벽의 어원적인 용례들을 상술해 보고, 수운이 말한 다시개벽의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상술해볼 것이다. 그런 다음 역수론曆數論을 통해 다시개벽이 후천개벽이라는 당위성을 제시해 보고, 다시개벽으로 열리는 오만 년의 후천 운수를 수리학을 통해 밝혀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후천개벽으로 열리는 새 세상에는 천주의 무극대도가 세상에 나와 후천 오만년의 운수를 정하여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게 됨을 간략하게 논의해볼 것이다.

1) 수운이 말한 다시개벽

 

수운이 말한 개벽의 진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실 개벽開闢이란 글자는 열 개열 벽자의 합성어이다. 개벽의 뜻은 주체의 측면에서 말하면 새롭게 연다는 의미이고, 객체의 측면에서 말하면 새롭게 열린다는 의미이다. 무엇을 열고 무엇이 열린다는 뜻인가? 수운의 입장에서 볼 때 개벽을 주체의 측면에서 말하면 절대적인 천주가 시운을 새롭게 연다는 뜻이고, 객체의 측면에서 말하면 그러한 시운에 따라 새로운 세상이 새롭게 열린다는 뜻이다.

일상적인 의미에서 볼 때 개벽의 범주는 물론 다양한 각도에서 그 의미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질서의 차원에서 시간 공간의 개벽을 말할 수 있고, 대상의 차원에서 자연이나 문명의 개벽이 있을 수 있으며, 마음개벽이나 생활습관의 개벽으로 쓰일 수도 있다. 심지어 기존의 상태에서 새로운 사건으로 전환되었을 경우나 기존의 가치 체계를 버리고 새로운 가치를 연다는 뜻에서도 개벽이란 말이 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벽이란 말이 나오게 된 소이연을 추적하여 근원에서 살펴보면, 그 출발은 동양 전통의 우주론에서 발원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개벽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수운은 다시개벽을 주창하게 된다. 수운의 다시개벽은하늘과 땅이 새롭게 열린다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직접적인 의미에서 새로운 시운이 열려 하늘과 땅에 상존하는 만유가 새롭게 된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중국 고대 문헌에 등장하는 개벽의 의미

먼저 하늘과 땅이 새롭게 열렸다는 뜻을 중심으로 중국의 몇몇 문헌에 나타난 개벽의 의미를 간추려 제시해 보도록 해보자. 그 까닭은 수운이 비록 절대적인 천주로부터 다시개벽의 진리를 천명으로 받았다 할지라도 과거부터 전승되어온 개벽 사상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헌상에서 개벽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기록한 것은 선진先秦 시대에 여러 나라의 일을 기록한 책, 국어國語』「월어하越語下전야개벽田野開闢이다. 여기에서의 개벽은 밭과 들을 개간하다, 개척하다의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후 전국시대戰國時代 때에 이르자 추연鄒衍에 의해 음양론陰陽論이 체계화 되기에 이르며 기론적氣論的 사유가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우주론 중심의 철학 사상이 대두하면서 천지개벽의 글자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라 때에 형성된 기론적 사유에는 개벽이란 글자에 하늘과 땅이 함께 쓰인다. 그래서 개벽이란 하늘과 땅이 열림[天地開闢]’ 혹은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림[開天闢地]’의 줄임말이 되는 것이다. ‘하늘과 땅의 열림이라는 의미에서 개벽이란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은 중국 한 나라 때 사람 양웅揚雄이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교육, 군사 등 제반 제도와 문물을 총 망라하여 정리한 法言에서 만약 무력으로 본다면 하늘과 땅이 열린 이래 진나라만큼 강대한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양웅과 동시대 사람 왕충王充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린 뒤 인황이 있은 이래 사람들은 수명에 따라 죽는다.”고 표현했다. 양웅이나 왕충은 개벽을 우주의 탄생과 유사한 뜻으로 기록한 것이다. 특히 왕충은 기일원론氣一元論의 우주론을 전개한다. 이는 우주가 일기로부터 개벽되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즉 근원적인 원기元氣가 있었고, 이것이 분화되어 하늘과 땅이 열렸다는 뜻이다. 개벽으로 드러난 하늘과 땅은 인간을 포함하여 만유를 생육하고, 만유의 생명은 기를 부여 받음으로써 살아가는데, 인간은 수명에 따라 산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하늘과 땅의 열림이란 뜻에서 개벽이란 용어는 후한서後漢書에도 등장한다. “만고에 없는 역적인 동탁이 왕실을 뒤엎어 전범을 불태우고 그 흔적마저도 없앴으니 개벽 이래 이토록 잔혹함이 심한 적이 없었다.”는 주장은 한대 이후의 우주론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대체로 기일원론의 입장에서 개벽론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일원론의 사고를 근거로 하여 하늘과 땅이 열린 이래에 인간 및신령이 있었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그런 주장은 한나라 때의 왕부王符가 내놓은 이야기다. 그는 하늘과 땅이 열리자 신령과 백성이 있었다. 인간과 신령은 각기 종사하는 바가 다르지만 그 정기는 서로 통한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왕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렇다. 개벽으로 인해 신령과 인간 및 만유의 생명들이 출현했다. 인간의 삶은 재앙이나 복을 불러오기도 하는데, 그 운명은 순조롭기도 하고 역경에 휘말리기도 한다. 인간에게 닥치는 이와 같은 길흉吉凶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속의 무축巫祝들은 신령에게 묻는다. 그러나 성현은 일반 사람들과는 달리 덕행과 꾸준한 학습을 통해 신령의 뜻을 알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성현과 무축의 차이가 그것이다. 즉 능력을 갖춘 성현은 신령의 뜻을 혼자만 독점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복서卜筮를 만들어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와 운명, 길흉을 알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천지 개벽론은 신화神話적인 형태로 기록되어 전하기도 한다. 나라 초기의 회남자淮南子의 기록이 그것이다. “옛날, 아직 천지가 생겨나지도 않았을 때, 세계의 모습은 그저 어두운 혼돈뿐으로 어떠한 형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혼돈 속에서 서서히 두 명의 대신大神이 나타났는데, 하나는 음신陰神이요 다른 하나는 양신陽神으로, 둘은 혼돈 속에서 열심히 천지를 만들어갔다. 후에 음양이 갈라지고 팔방八方의 위치가 정해져, 양신은 하늘을 관장하고 음신은 땅을 다스리게 되었으니, 이렇게 하여 우리들의 이 세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일반적인 천지창조론은 삼국시대의 오나라 사람 서정徐整이 기록한 설화에 근거한다. 서정은 남방민족의 반고盤古의 전설을 바탕으로 삼오역기三五歷記를 지었다. 여기에 나타난 반고는 천지를 개벽한 자이다. 중화민족은 반고를 신화적인 형태로 창조해 내서 천지의 개벽과 우주의 생성에 관한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해답을 얻게 된 것이다. 그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하늘과 땅이 갈라지지 않았던 시절 우주의 모습은 다만 어둠 속의 한 덩어리인 혼돈으로 마치 무한히 큰 달걀과 같은 것이었다. 반고는 바로 이 달걀 속에서 잉태되었다. 반고는 달걀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곤하게 잠을 자며 18000년을 지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 보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다만 흐릿한 어둠뿐이었다. 그래서 반고는 큰 도끼를 갖고 와서 어두운 혼돈을 향해 힘껏 휘두르자 달걀이 깨지게 되었고, 그 속에 있던 가볍고 맑은 기운은 점점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었으며, 무겁고 탁한 기운은 가라앉아 엉기어 땅이 되었다. 18,000년 동안이나 거대한 반고가 마치 큰 기둥과 같이 하늘과 땅 사이에 버티고 있어서 다시는 하늘과 땅이 어두운 혼돈으로 합쳐지지 못하게 되었다.

하늘과 땅이 갈라진 후 18,000년이 지나자 반고는 쓰러져 죽어갔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나온 숨길은 바람과 구름이 되었고, 목소리는 천둥소리로 변했으며, 왼쪽 눈은 태양으로 오른쪽 눈은 달로 변했고, 손과 발 그리고 몸은 대지의 사극四極 과 오방五方의 빼어난 산이 되었으며, 피는 강물이 되고 살은 밭이 되었으며, 머리카락과 수염은 하늘의 별로 변했다. 즉 죽어서 변신한 반고의 기운은 일월성신日月星辰을 비롯한 만물이 되고 사시四時로 운행되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필자는 중국의 고대 문헌을 중심으로 우주론적 시각에서 맨 처음 하늘과 땅이 창조되었다[開天闢地]’는 뜻의 개벽을 여러 각도에서 고찰해 보았다. 특히 중국의 한대漢代 이후에 등장하는 개벽사상은 대체로 기일원론을 바탕에 깔고서 우주론적 의미의 개벽관을 제시하고 있다. 한 대 이후에는 이러한 사상을 근거로 하여 개벽사상이 여러 분야의 의미로 전화轉化되어 사용되었음을 추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개벽에 대한 수운의 정의

개벽에 대한 수운의 입장은 어떤 의미일까? 그가 말하는 개벽은 하늘과 땅의 질서가 새롭게 열린다거나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뜻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는 중국 고대의 문헌에 기록된 하늘과 땅의 탄생’, 즉 일종의 우주의 시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운의 개벽관은 하늘과 땅이 생겨나기 전에 혼돈의 상태였는데, 먼저 하늘과 땅이 창조되고, 다음에 인간을 포함하여 만유의 생명이 탄생하게 됐다는 그런 시원적인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하늘과 땅의 운행질서가 새로운 체제로 바뀜으로써 새로운 운수가 이끌어가는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수운이 말하는개벽의 용례를 검토해 보자. 개벽의 직접적인 표현은 한문으로 쓰인 동경대전에는 보이지 않고 한글로 된 용담유사에서 4번 등장한다. 십이제국十二諸國 괴질운수怪疾運數 다시개벽開闢 아닐런가”(안심가몽중노소문답가), 개벽시開闢時 국초國初일을 만지장서滿紙長書 나리시고 십이제국十二諸國 다버리고 아국운수我國運數 먼저하네.”(안심가), 한울님 하신말씀 개벽후開闢後 오만년五萬年에 네가 또한 첨이로다. 나도 또한 개벽이후 노이무공勞而無功하다가서 너를 만나 성공成功하니 나도 성공 너도 득의得義 너희집안 운수運數로다. ”(용담가)가 그것이다.

먼저 에서 의미하는 뜻을 요약해 보자. ‘십이제국은 수운이 살았던 시대에 지구촌의 여러 국가들이 있지만 특히 강대국을 상징하여 지칭한 것이다. ‘괴질운수란 쇠운에서 성운으로 넘어가는 정점에서 원인도 알 수 없는 괴질이 들어와 인류가 속절없이 죽을 운명에 놓여 있음을 함축한다. ‘십이제국 괴질운수는 강대국은 물론이고 지구촌 인류 모두가 괴질로 인한 문명의 병폐를 막을 길이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괴질이 만년하게 되는 때가 다시개벽의 시기이다. 이때에 절대자 천주는 괴질을 극복할 수 있는 무궁한 도법을 인류에게 내려주고, 쇠운의 극점에서다시개벽으로 열리는 성운을 맞아 그에 합당한 대도를 내어 새 세상을 주도하게 한다. 이것이 다시개벽의 올바른 뜻이다.

의 뜻을 직접적으로 풀이해 보자. ‘개벽시의 다시개벽이 되는 때를 말하고, ‘국초일은 다시개벽으로 형성되는 국가의 초기를 의미한다. 양자를 결합해볼 때, “개벽시 국초일은 수운이 살았던 당시를 기점으로 하여 과거의 개벽으로 이룩된 국가 초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열리는 새로운 국가 초기를 뜻한다고 봐야 한다. “만지장서滿紙長書란 다시개벽 때에 천주가 내리는 진리 말씀을 기록한 글이다. 그리고 십이제국 다버리고 아국운수 먼저하네의 뜻은 다시개벽의 때에 만지장서를 내려서 괴질로 인한 문명의 병폐에서 생명을 구하는데, 강대국들 보다는 아국의 운수를 우선한다는 뜻이다. 이를 정리하면, 쇠운의 극점에서 괴질로 인해 인류가 죽어갈 때, 절대자 천주는 인류 구원의 법방인 만지장서를 내려서 우리나라를 괴질의 운수에서 구하여 지구촌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세상의 국가를 연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시개벽개벽시는 같은 의미의 개벽을 뜻한다. 의 내용에서의 개벽은, 수운이 살았던 당시의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그 이후에 일어나게 되는 미래의 역사를 뜻하며, 둘 다 쇠운의 극점에서 괴질의 운수에 처해 있는 말세의 세상을 끝맺고 다시 성운을 맞이하는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뜻의 다시개벽으로 집약된다.

개벽후에서 말한 다시개벽과는 의미가 다른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다시란 용어는 시간적인 선후 관계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개벽후는 수운 당시를 기점으로 볼 때 앞서의 개벽이 있었고, 그 후 오만 년이 지났다는 뜻에서 그 시점이 오만 년 전의 개벽을 지칭한다. 천주는 오만 년 전에 개벽으로 세상을 열어놓고, 우주의 만유가 천주의 도에 근거하여 운행되고 있음을 인류에게 알리려 노력했으나 아무런 공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개벽이후 오만 년이 지나서야 천주가 수운을 만났다는 것이 개벽후의 뜻이다. 선개벽이 있은 후 오만 년이 지난 경신년에 이르러 수운은 신비체험을 통해 절대자 천주를 직접 만났다. 수운을 만난 천주는 그에게 대도를 내리면서 천주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쇠운의 정점에서 의 다시개벽 직전에 괴질 운수에 처한 백성들을 구하여 성운이 도래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도록 천명을 부여했던 것이다. 이것이 성사되어야만 천주는 수운을 만나 오만 년 만에 성공하고, 수운도 천주를 만나 성공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의 개벽은 미래에 세상이 새롭게 열린다는 의미의 다시개벽을 뜻하고, 의 개벽은 오만 년 전에 있었던 과거의 개벽을 의미한다. 이는 개벽후오만 년 만에 다시개벽이 있게 된다는 뜻이다. 수운이 살았던 시대를 기준으로 시간적인 과정의 선 후 관계를 고려해 본다면, 오만 년 전에 만유의 생명이 생장 분열로 치달을 수 있도록 하늘과 땅의 질서가 열린 선개벽先開闢이 있었고, 오만 년이 지난 지금 만유의 생명이 수렴 통일로 가도록 하늘과 땅의 질서가 다시 새롭게 열리는 후개벽後開闢이 있다는 것이다. 수운의 개벽관은 분명히 선개벽과 후개벽을 염두에 두고 있고, 천주로부터 받은 천명이 개벽의 진리로 완성된다고 한 뜻은 바로 다시개벽을 뜻하는 후개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다시개벽의 성운盛運

수운은 어떤 근거에서 후개벽(다시개벽)으로 인한 성운이 도래함을 말하게 되며, 성운이 뜻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논의는 천도의 운행에 근거한 운수론運數論을 분석해보면 그 핵심이 명백히 드러난다.

수운에 의하면 천지만물은 물론이고 인간 세계의 문명사 또한 한번 융성하면 반드시 쇠퇴하기[一盛一衰] 마련이라는 성쇠盛衰의 법도를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포덕문에서 상고 이래로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가을에서 겨울로 서로 갈마들어 4계절의 성쇠는 바뀌지 않고 질서 있게 돌아가고 있다는 우주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시사철이 변함없이 운행되고 있음은 바로 천주가 천도天道를 무위이화로 주재함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천주의 도[天道]에 근거하는 성쇠의 법도는 순환성을 본성으로 한다. 즉 만유의 존재는 융성의 극에 이르면 쇠락하고, 쇠락의 극에 이르면 다시 융성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성쇠의 법도는 바로 시운時運에 따라 전개되어 펼쳐진다. ‘시운은 논리적으로 말해서천시天時천운天運으로 분석하여 파악할 수 있다. 천시는 시간적인 의미에서 천지가 돌아가는 때의 흐름을 말하고, 천운은 천시에 대응하여 드러난 공간적인 의미의 운수를 뜻한다. 우주론의 측면에서 볼 때 이는 마치 사시에 대응하여 사철이 펼쳐지는 이치와 같다. 즉 천시의 순환질서는 곧 천운의 순환질서와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이다. 수운이 천운天運이 순환循環하사 무왕불목無往不復 하시나니”(용담가)라고 밝힌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천운은 융성하는 운과 쇠락하는 운이 서로 번갈아 이어져 순환하는 운수이다. 권학가에서 수운이 쇠운衰運이 지극至極하면 성운盛運이 온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쇠락하는 운수가 극에 달하면 다시 융성하는 운수로 급전急轉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른바 개벽이 일어나는 존재론적인 근거가 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선개벽으로 열린 운수가 그 정점에 이르게 되면 그 운이 다하고 다시 새로운 운수가 열린다. 이것이 후개벽이다. 선개벽에서 후개벽으로의 전환은 바로 쇠하는 운수가 나가고 성하는 운수가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 수운의 입장이다.

그런데 수운은 애석하구나! 지금의 세상 사람들은 시운時運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시운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에 대해 수운이 한탄한 까닭은 그들이 천시를 모르니 천운을 알지 못할 것이고, 천운을 알지 못하니 후개벽(다시개벽)으로 말미암아 다시 성하는 대운大運이 도래함을 모르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운은 용담가에서 어화세상 사람들아 무극지운無極之運 닥친줄을 너희어찌 알까보냐라고 설파하고 있다.

여기에서 무극지운이란 다함이 없는 최고의 성운盛運을 뜻한다. 성운으로 돌아드는 후개벽기에는 새로운 대도가 출현하게 됨을 함축한다. 이는 기존의 가치체계를 이끌어 왔던 도를 가지고는 후개벽으로 열리는 성운을 주도할 수가 없음을 뜻한다. 즉 이미 지나간 시기의 도는 선개벽으로 열린 세상의 운수를 주도해 왔으나 후개벽으로 열린 세상은 무극지운에 걸 맞는 새로운 도, 즉 무극대도無極大道만이 이를 주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논의를 문명사적인 차원에서 적용하여 볼 때, 수운이 교훈가에서 유도불도儒道佛道 누천년累千年에 운이 역시亦是 다했던가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따라서 수운의 운수 순환론에서 후개벽기에 무극지운에 걸 맞는 대도의 출현은 필연적인 귀결이 된다.

무극지운에 걸 맞는 도는 무극대도無極大道 뿐이다. 무극대도란 더 이상이 없는 지존의 도라는 뜻을 함유한다. 이러한 대도는 절대적인 천주를 제외하고서는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없는 무상의 대도이다. 후개벽의 성운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무극대도의 출현 또한 당연히 시운에 의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수운은 권학가에서 홀연히 생각하니 시운時運이 둘렀던가. 만고없는 무극대도 이세상에 창건創建하니 이도역시亦是 시운時運이라.”라고 말하였다.

수운은 시운에 의거해서 절대적인 천주로부터 부름을 받아 세상에 나왔고, 후개벽의 대운을 주도하는 천주의 무극대도를 받아 세상에 펼치라는 사명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나 역시 공이 없는 까닭에 너를 세상에 보내어 이 법으로 사람들을 가르치게 하나니 의심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라.”는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운이 말한 다시개벽은 후개벽을 직접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후개벽은 쇠운의 정점에 도달한 시점에서 천운이 돌아 성운으로 돌아드는 다시개벽이기 때문이다. 후개벽기에는 무극대도가 세상에 출현한다. 무극대도는 절대적인 천주의 도이다. 앞서 기술한 시천주 주문은 절대적인 천주의 실존을 확인하고, 천주의 대도를 깨칠 수 있는 실천방안이 됨을 알 수 있다. 즉 천주를 지극정성으로 모심으로써 천주와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로부터 천주의 무극대도를 깨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의미에서 수운은 다시개벽으로 열린 세상을 무극대도가 주도해나감으로써 이상세계가 건설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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