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찾기

동학사상연구 1회 동학사상연구를 시작하며

문계석 연구위원

2016.10.05 | 조회 3925

 

- 알 림-

 

문계석 박사의 연구논저 동학사상연구를 나누어 싣는다. 이 글은 이미 시천주와 다시개벽란 제목으로 출판된 글을 수정 , 보완한 연구이다.

문박사는 고전 서양철학을 전공한 중량감 있는 학자다. 이런 분이 동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동학의 발전을 위해서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학사상에 대한 새로운,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기대한다.

문박사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문계석 박사는

동국대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와 형상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역서 및 저술로는 시천주와 다시개벽,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철학의 길잡이, 서양의 중세철학, 철학의 근본문제, 생명과 문화의 뿌리, 삼신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론에서 형상의 존재론적 지위, 엔트로피 법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의 개념에 대한 고찰, 현실태와 운동의 동일성에 대한 논의, 무극 태극 황극의 존재론적 근거, 증산도의 신론, 우주 속의 상제, 상제속의 우주등이 있다.

현재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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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상연구를 시작하며

                 ***각주는 생략한다. 문계석 박사의 연구논저 시천주와 다시개벽(상생출판, 2013)을 참조하기 바란다.

 

 

과거의 역사적 상황을 돌이켜 볼 때, 지난 19세기는 동서 몇몇 열강 제국주의 세력이 지구촌 약소국을 침범하여 국권을 침탈하고, 거기에 식민화정책을 뿌리내리던 격동의 시대였다. 동북아 극동에 위치한 조선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제국주의 세력이 몰려들어 오자, 이에 조선왕조의 국권은 풍전등하의 일로에 처하게 됐다. 설상가상이라고나 할까. 조선왕조의 버팀목이었던 유학의 도덕적 이념이 유명무실해지고, 왕조사회의 기강이 와해되면서 사회질서의 체제가 급격히 무너지게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백성들의 삶은 피폐할 대로 피폐하여 절박한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새로운 종교가 태동하게 되는데, 바로 동학東學이다.

동학은 오래 전에 불교, 도교, 유교의 외래종교가 들어와 뿌리를 내려온 조선 땅에서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1824-1864)가 창교한 한민족 고유의 토착종교이다. 이 동학을 가장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서양 기독교의 서학西學에 대비하여 보는 것이다. 서학은 서양에서 창도된 것이고, 동학은 극동 아시아 조선에서 창도된 것이다. 서학은 서도西道를 가르치고 동학은 동도東道를 가르친다. 그런데 동도에는 대체로 유도, 불도, 선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수운이 새롭게 창도한 동학이 위대한 것은 서교의 서도와 동도를 종합적으로 망라하여 미래의 역사와 문명을 새롭게 열어주는 도라는 것이다.

동학이 새로운 역사와 문명을 열어주는 종교라는 것은 무엇에 근거하는가? 그것은 신관과 개벽관에 있다.

신관의 핵심 코드는 천주관이 중심이다. 천주관은 천주의 조화섭리造化攝理에 의거하는데, 여기에는 동아시아의 기론氣論적 사유와 지존무상의 절대자가 중심이 되는 주재신관이 융합되어 있다. 기론적 사유는 천주의 지기至氣 사상으로 펼쳐지며, 천주의 지기至氣는 곧 전통적인 도기론道氣이나 음양론 등을 하나로 묶는 근거가 되고 있다. 주재신관은 시천주侍天主사상에 의거하는데, 모심의 대상인 천주는 바로 인격적 상제上帝라는 사실이다. 천주의 이러한 조화섭리는 곧 서교에서 주축이 되고 있는 창조신관을 포섭하여 동· 서 신관을 하나로 통섭하는 제3의 신관을 제시해주고 있다.

개벽관은 동학의 다시개벽사상에 근거한다. 다시개벽은 후천개벽後天開闢을 의미한다. 후천개벽 사상은 곧 전무후무한 새로운 시운時運, 즉 무극지운無極之運을 전제하는데, 기존의 문명을 매듭짓고 근대의 새로운 문명을 열어주는 기폭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개벽 때에는 무극지운에 걸맞은 새로운 대도가 세상에 출현하여 개벽세상을 주도하게 된다. 새로운 대도는 다름 아닌 주재자 상제의 무극대도이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새로운 역사와 문명을 열어주는 동학은 서학과는 달리 후천개벽을 기저에 깔고서 시천주 신앙을 통해 상제의 대도를 체득하여 삶의 최고의 가치가 되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조화인간이 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동학은 그 요체가 되는 우주론, 종교적인 신앙의 핵심이 되는 신관, 인간 삶의 가치관을 전체적으로 아울러서 골격을 구축한 종교사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운이 동학을 창도한 이후 몇 세대가 지났다. 그동안에 동학의 이론적인 방면과 실천적인 방면에 대한 연구는 실로 방대하다. 동학에 대한 상당히 많은 연구물들은 전적으로 기존 연구자들이 쏟아 부운 무한한 노고의 결과들일 것이다. 그들은 동학을 종교의 신학적인 측면, 사회의 기능적 측면, 인간의 수행적 측면 등, 실로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여 빛나는 연구물을 축적해 놓은 것이다.

특히 동학하면 생각의 여과 없이 떠오르는 것은 수운 사후(30년 후) 1894년에 일어난동학농민혁명이다. 당시 일본제국의 식민정책에 의해 조선왕조는 국권이 침탈되었고, 유교적 사회기강이 문란해져 변혁의 시점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급기야 조선왕조에 갑오 농민혁명이 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농민혁명을 진압하기 위해 일본 식민세력의 군대가 들어와 무자비하게 탄압하였으며, 이로 말미암아 수십만(대략 60)의 조선 백성들은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이와 관련하여 동학사상이 농민전쟁의 실천적 이념으로 사회적 기능에 얼마나 기여하게 되었는가를 분석하는 사회운동사적 시각에서 접근한 연구 성과물은 실로 괄목할만하다고 본다.

그러나 동학에 대한 사상사적, 종교사적, 사회운동사적 시각에서 바라본 심층적인 연구물들이 그간에 다각적으로 많이 나왔을지라도, 이들 중에는 동학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거나 혹은 상충되는 각도에서 동학을 조명하는 측면도 많이 있을 것이고, 때로 수운이 의도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들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동학을 지엽적으로 바라보거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실천적인 면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편협한 시각에서 분석한 연구물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동학을 연구하는 후학들이 만일 동학의 근본사상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분석하여 규명하지도 않은 채 지엽적이고 편협한 면만을 이끌어내어 논의한다면, 이 또한 장님이 집을 지을 때 코끼리 다리를 잡고서 기둥을 세우려하는 것처럼 무모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학을 연구함에 있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수운이 원래 전하고자 했던 동학의 핵심이론에 대한 올바른 접근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작업은 동학사상의 근간根幹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며, 어쩌면 동학을 연구하는 후학들의 사상적 지표를 마련해 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동학사상의 진면목은 지엽적이거나 편협한 논의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고, 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1827-1898)양천주養天主사상으로 빠져 동학의 근본이념이 변질되어 나타날 우려도 있을 것이며, 심지어 의암義菴 손병희孫秉熙(1862-1898)가 창교한 천도교天道敎인내천人乃天사상으로 왜곡될 우려도 발생할 것이다.

동학사상의 핵심이론을 보다 올바르게 파헤쳐 이해하려면 탐구의 방향은 시천주侍天主다시개벽의 사상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관점을 보다 적확的確하게 천착穿鑿하여 드러내기 위해서 필자는 먼저 동북아 한반도에 위치한 조선에서 동학이 출현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을 소략해 보았다. 그런 다음 동학에서 신앙의 요체가 되는 천주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파악하여 확고하게 인식하고자 노력해 보았다. 그 일환으로 필자는 천주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구명究明하면서 기존 연구자들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였고, 천주로부터 도출되는 천도와 지기至氣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해 보았으며, 시천주 신앙에 근거한 천주와의 합일의 의미 분석을 곁들여 보았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수운이 제창한 다시개벽의 진의를 소략해 보았는데, 이는 우주변화의 관점에서 볼 때 다시개벽으로 인한 무극대도無極大道가 세상에 출현하여 새 시대를 주도해 나갈 원리적 정당성을 밝히는 것으로 한정하였다.

동학사상의 근간을 세우는 일은 그리 수월한 것이 아니다. 올바른 접근 방법의 하나는 수운이 동학을 창도했던 시점으로 돌아가 그가 원래 선포하고자 했던 사상의 핵심만을 간취하여 체계적으로 개괄해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자는 수운이 직접 저술한 것으로 전해지는 원전原典, 즉 한문으로 기록한 동경대전東經大全과 한글로 작성된 용담유사를 철저히 탐독한 후, 가능한 한 이경해경以經解經의 방법으로 글을 작성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이 글은 기존의 동학 연구자들이 이룩해 놓은 연구결과와 관점을 달리하는 내용도 있을 것이고, 원전의 핵심 내용을 잘못 이해하여 오류를 범한 부분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 필자는 수운의 의도에서 빗나간 사상이 있다면 간파되는 대로 수정 보완할 예정이다.

이 글을 내면서 필자는 동학 연구자들과 독자들의 심도 있는 관심과 아낌없는 충언을 고대해 본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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