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찾기

■동학과 다시 개벽 14회 맺음말

문계석 연구위원

2017.05.10 | 조회 3043

동학과 다시 개벽 14

 

맺음말

 

수운이 동학을 창도한 까닭은 궁극으로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가 바라는 세상은 이상세계의 건설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 각자가 본래 천주로부터 부여받은 본연의 생명성을 회복하여 무두가 한마음이 되어 살며, 국태안민國泰安民이 된 상태에서 평화낙원의 문명사회를 구축하고, 지구촌 인류가 한 가족이 되는 대동세계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러한 세계를 열고자 동학을 창도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말기의 시점이었다. 선천 시대에는 자연과 인간과 문명이 각기 성장을 위해 힘을 기울여 왔었기 때문에, 선천말기의 인류사는 모두 약육강식과 분란투쟁으로 얼룩져 있었고, 인간의 윤리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사회질서가 혼란해져 참혹한 삶의 과정이었다. 그러한 시대적 상황을 그는 쇠운衰運의 시기로 진단했던 것이다.

선천 말기는 왜 참혹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인가? 그것은 상극相克의 질서가 주류를 이루어 만유의 생명이 그 질서에 의해 운용되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상극이라 함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원리에서 볼 때, 서로 살린다는 뜻의 상생相生에 반대개념이다. 이러한 상극의 질서가 중심이 된 자연, 문명, 인간은 각자 생존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왔고, 서로간의 경쟁과 투쟁으로 일관됐던 것이다. 자연, 문명, 인간이 상극의 질서에 의해 운용되다보니 인간 생명계의 질서는 도의道義에서 벗어나게 되고, 세상이 원한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원한이 쌓이고 쌓여 삼계에 넘쳐서 살기가 가득 찬 세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수운은 목숨을 건 수도를 하였고, 마침내 절대자 천주로부터 직접 무극대도를 전수 받았다. 그는 운수순환론에 의거해서 후천 가을개벽기에 오만 년을 주도할 무극의 운수가 도래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인류가 선천 여름에서 후천 가을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발생하는 3년 괴질을 극복하여 새 세상으로 거듭나 지상 선경 세상에 살도록 무극대도를 세우라는 천명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수운은 무극대도를 세상에 펼치기도 전에 조정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무극대도의 원 주인 천주가 인간으로 직접 강세하게 됐던 것이다.

인간으로 강세한 천주는 바로 수운에게 천명을 내렸던 상제요 곧 삼계 대권을 가진 우주의 주재자이다. 증산상제는 지상 선경세상을 열기 위해서 1901년부터 1909년까지 9년 동안 역사상 전무후무한 후천 가을 천지개벽공사天地開闢公事를 집행했다. 이러한 사실은 동학 주문에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이라 하였으니 나의 일을 이름이라. 내가 천지를 개벽하고 조화정부를 열어 인간과 하늘의 혼란을 바로 잡으려고 삼계를 둘러 살피다가 너의 동토에 그친 것은 잔피孱疲에 빠진 민중을 먼저 건져 만고에 쌓인 원한을 풀어주려 함이라. 나를 믿는 자는 무궁한 행복을 얻어 선경의 낙을 누리리니 이것이 참동학이니라.”(도전3:184:8-12)고 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늘과 땅을 뜯어고치는 천지공사天地公事는 우주적 차원에서 전개되는데, 후천개벽의 오만 년 새 운수를 열기 위한 것이다. 천지공사의 궁극 목적은 선천의 상극 운을 후천 상생의 운으로 바꾸어 지상 선경세계를 건설하기 위함이다. “내가 이제 후천을 개벽하고 상생의 운을 열어 선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리라. 만국이 상생하고 남녀가 상생하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화합하고 분수에 따라 자기의 도리에 충실하여 모든 덕이 근원으로 돌아가리니 대인대의大人大義의 세상이니라.”(도전2:18:3-5) 이와 같이 선천 상극의 운을 닫고 후천 상생의 운을 여는 천지개벽공사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무궁한 조화섭리를 가진 우주의 주재자 상제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후천의 무궁한 운수를 열고 지상 선경낙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자연이든, 문명이든, 인간이든, 선천에서 누적되어온 모든 원한을 말끔히 풀어내야 한다. 그래야만이 후천 상생의 세상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산상제가 집행한 후천개벽공사는 곧 병든 천지와 문명과 사회를 총체적으로 해원하는 천지해원공사가 되는 것이다. “파리 죽은 귀신이라도 원망이 붙으면 천지공사가 아니니라”(도전4:48:4), “한 사람의 원한이 천지기운을 막느니라”(도전2:68:1)는 이를 말해주고 있다.

가을 천지개벽공사는, 큰 틀에서 보자면, 선천의 천지질서를 후천의 천지질서로 전환하는 것이고, 이것이 천시에 맞게 역사로 전개될 수 있도록 천지도수天地度數를 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구천지의 도수를 뜯어 고쳐 상생의 새 천지도수를 정하는 일은 증산상제가 혼자서 임의적으로 짜는 것이 아니다. 동학에서 천주를 모시고 조화세계를 정한다[侍天主造化定]’이 명시하였듯이, 천주이신 증산상제가 신명들과 뭇 성신들, 그리고 인간이 참여하여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새 천지 상생의 도수를 짜는 일이 바로 천지개벽공사이다.

천지도수를 정하는 천지개벽공사는 신명조화정부를 결성하여 도수를 짜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천하의 모든 사물은 하늘의 명이 있으므로 신도神道에서 먼저 짓나니 그 기운을 받아 사람이 비로소 행하게 되느니라.”(도전2:72:2-3)고 하였듯이, 세상의 모든 일은 신명에 의해 주관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제 천지도수天地度數를 뜯어고치고 신도神道를 바로잡아 만고의 원을 풀며 상생의 도로써 선경의 운수를 열고 조화정부를 세워 함이 없는 다스림과 말 없는 가르침으로 백성을 교화하여 세상을 고치리라.”(도전4:16:2-7)고 말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천지개벽공사의 도수는 자연개벽, 인간개벽, 문명개벽으로 집약되며, 도수에 닿는 대로 역사 속에 실현되는 진리이다. 자연개벽은 일부一夫가 내일 한 가지는 했다고 했듯이 우주운행의 정역도수에 따라 열리게 되는 것이고, 인간개벽은 수운이 말한 3년 괴질로 인류의 씨종자를 추림으로써 가을개벽의 열매인간을 거듭나게 되는 것이며, 문명개벽은 천지 개벽전쟁으로 선천의 문명이 정리되면서 후천의 새 문명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증산상제는 내가 천지운로天地運路를 뜯어고쳐 물샐틈없이 도수를 굳게 짜 놓았으니 제 도수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도전5:414:3)고 하였다. 계절의 변화가 자연스레 진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수로 굳게 짜여진 후천 가을 대개벽의 역사는 자연의 원칙에 순응하여 그 절차와 시기에 따라 그대로 실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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