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도와 세계문화

도교의 세계 불사不死와 신선神仙

원정근

2013.06.26 | 조회 8770

원정근 /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

1. 불로와 불사의 꿈
한나라의 악부시 『해로?露』에 “풀잎 위 이슬, 어이해 쉽게 마르나? 이슬 마르면 내일 아침 다시 또 내리겠지만, 사람이 죽어 한 번 떠나가면 언제나 돌아오려나?”라고 하여,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한 번 떠나가면 다시 돌아올 기약이 없는 인생의 고뇌와 슬픔을 노래한다. 위진시대의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에는 “사는 해 백년을 채우지 못하건만, 늘 천년의 근심을 안고 사네”라고 하여, 고작 백년도 살지 못한 주제에 천년의 근심을 끌어안고 전전긍긍하면서 고민에 찌들어 살아가는 인간의 탐욕과 무지를 질타한다.

인간의 가장 큰 숙제의 하나는 죽음과 삶의 문제이다. 인간이 어떻게 하면 늙거나 죽지 않고 영원히 살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불로장생과 불사장생을 꿈꾸는 것은 인간의 헛된 욕망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불로와 불사의 꿈은 인간에게 두 가지 모습으로 다가온다. 인간의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고,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이기도 하다.

옛날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이 하늘의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였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선도에서는 인간의 목숨이 하늘에 달려 있지 않다고 본다.『 포박자내편抱朴子內篇』「색난塞難」에서는 “요절과 장수의 일은 진실로 천지에 달려 있지 않고, 신선이 되고 못되고는 결코 운명에 달려 있지 않다.”고하고, 또 『포박자내편』「황백黃白」에서는 “『귀갑문』에서 말하기를 ‘나의 목숨은 나에게 달려 있지 하늘에 달려 있지 않으니, 금단을 제조하면 억만년을 누릴 수 있다’고 하였으니, 옛 사람들이 어찌 나를 속이리요!”라고 한다. 위진시대의 갈홍葛洪은 인간의 주체적인 노력을 통해 운명을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신선사상은 불사의 관념이 구체화되어 생겨난 종교적 이상이다. 영생의 꿈이 종교적 형태로 드러난 것이 바로 신선이다. 선도는 신선의 도를 배워 인간의 욕망 가운데 가장 강한 욕망인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불로와 불사의 삶을 소망한다.


2. 신선 설화
신선사상은 불사의 관념으로부터 시작된다. 『노자』「6장」에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는다. 이를 현묘한 암컷이라 한다.”고 하여, ‘곡신불사谷神不死’를 제시한다. 『춘추좌전』「소공 20년」에 제나라의 경공이 안자에게 “오래 살면서도 죽지 않는다면, 그 즐거움이 어떠한가?”라고 묻자, 안자가 “오래도록 죽지 앉는 사람은 없다.”고 대답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불사의 사상이 춘추시기에 이미 중시되고 토론되었음을 증명한다.1)

전국시대 불사의 관념을 바탕으로 하는 신선사상의 원류가 등장한다. 『장자』에 나오는 ‘신인神人’, ‘지인至人’, ‘대인大人’, ‘진인眞人’ 등에는 후대의 시공의 한계를 초월하는 ‘선인仙人’의 풍모가 담겨 있다. ‘신인’은 막고야산?古射山에서 처녀와 같은 용모를 하고는 오곡을 먹지 않고 이슬을 마시며, 용을 거느리고 구름을 타면서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존재이다. 정신을 집중하면, 사물이 병들지 않고, 곡식을 잘익게 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또한 ‘지인’은 높은 데에 올라가도 두려워하지 않고, 물속에 들어가도 몸이 젖지 않으며, 불속에 들어가도 뜨거워하지 않는다. ‘진인’은 잠을 자도 꿈을 꾸지 않고, 깨어있어도 근심이 없으며, 음식을 먹을 때에도 단 맛을 취하지 않고 발뒤꿈치로 숨을 쉴 정도로 호흡이 깊다.

초기 신선사상과 관련이 있는 문헌은 『산해경』과 『초사』이다. 『산해경』은 전국 초기에서 한초에 이르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신선사상의 근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불사의 개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산해경』에는 ‘불사민不死民’, ‘불사지약不死之藥’, ‘불사지국不死之國’ 등에 대한 기록이 있다. 『초사』「천문」에는 “나이를 연장하여 죽지 않는다”는‘연년불사延年不死’라는 말이 있다. 또한 『초사』「원
유」에는 인간세상을 초월하는 신선의 경지인 ‘등선登仙’을 제시하고, 적송자赤松子·부열傅說·한중韓衆등의 선인의 이름을 열거한다.

적송자의 맑은 자취를 듣고, 남긴 법칙을 받들어 배우고 싶구나. 아름다운 덕을 귀하게 여기고 지난날의 신선되어 올라간 것을 찬미하노라. 조화와 더불어 떠나가서 보이지 않으나, 명성이 드러나서 날이 갈수록 전하여지누나. 부열이 별이 된 것을 기이하게 여기고, 한중이 하나의 도를 터득한 것을 부러워하노라.

『한비자』「외저설좌상」에는 ‘불사不死의 도道’라는 말이 있다. 불사의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춘추시대이지만, 전국시대와 진한시대에 이르러 불사를 추구하는 신선사상이 성행하게 된다.

제나라의 위왕과 선왕, 연나라의 소왕 때부터 사람들을 발해로 보내어 봉래·방장·영주를 찾게 하였다. 이 삼신산은 발해에 있으며, 사람들이 사는 곳과 멀리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다고 전해진다. 근심스럽게도 그곳에 이를 만하면 바람이 불어 배를 몰아냈다. 일찍이 삼신산에 도달한 사람들에 따르면, 뭇 선인들과 불사약이 다 그곳에 있다. 그곳의 사물들과 짐승은 모두 희고, 황금과 은으로 궁궐을 지었다고 한다. 도착하기 전에 멀리서 보면 구름과 같고, 도착하면 삼신산이 도리어 물 아래에 잠겨 있는 듯하다. 도착할 만하면, 바람이 곧 밀쳐내어 끝내 이를 수 없다고 한다. 세속의 군주들이 마음으로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진시황이 천하를 병합한 뒤에 바닷가를 순시하자 방사들이 이런 일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말하였다.

『사기』「봉선서」에 따르면, 제나라의 위왕과 선왕, 연나라의 소왕이 발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봉래와 방장과 영주의 삼신산을 찾고, 선인과 불사약을 탐색했다. 삼신산과 신선의 불사약에 대한 탐사열풍은 진시황에서 최고의 단계에 이르고 한 무제까지 지속된다. 다시 말해 전국시대에서 진한에 이르기까지 제왕들은 신선을 추구하는 구선求仙의 활동을 벌여왔음을 보여준다. 구선의 활동은 신선과 선계의 존재를 신앙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제나라와 연나라의 불사의 관념은 초월적 불사를 추구하던 동방 신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현실주의 성격이 강한 중국의 신선사상은 삼신산과 신선에 대한 탐사열풍이 점차 시들해지면서 신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이룬다. 신적이고 초월적인 신선을 인간적이고 역사적인 존재로 파악한다.2)


3. 신선이란 어떤 존재인가
신선神仙이란 어떤 존재인가? 신선은 ‘신神’과 ‘선仙’의 합성어이다. 허신의 『설문해자』에 따르면, “신神이란 천신이 만물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시示는 의미 요소이고, 신申은 발음 요소이다.” 여기서 “천신이 만물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만물을 생성시키는 천신의 특이한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신’은 천상에 존재하면서 조물주처럼 우주만물을 생성하고 변화시키는 조화造化의 모체를 뜻한다. ‘신’은 또한 특수한 조짐이나 징조를 통해 인간들에게 경고를 하는 것을 말한다. 『설문해자』에서 ‘신’은 시示를 의미 요소로 하고 있는데, 시는 지시한다는 뜻이다.


‘선仙’은 상고시대에 ‘선?’으로 기술하였다. 『설문해자』에서는 ‘선?’을 해석하면서, “사람이 산 위에 있는 모양”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모?’는 모양(貌)의 옛 글자이다. ‘선?’은 상형자로서 높은 산 위에 사는 사람을 말한다. 옛날 사람들은 높은 산에 만물을 생성하게 하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높은산의 정상은 천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선인의 상승적, 초월적 성격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선의 개념이 산악숭배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데, 후대의 ‘지선地仙’의 개념과도 연결되어 있다.

또한 ‘선’은 한나라 이전에는 ‘선僊’으로 썼다. ‘선僊’은 크게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째, 장생불사하여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뜻한다. 『설문해자』에서 ‘선僊’은 “오래 살다가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장생長生과 승천昇天은 선의 요체이다. 『장자』「천지」에는 선인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기술이 있다. 천하에 도가 있을 때에는 만물과 함께 다 번창하고, 천하에 도가 없을 때에는 덕을 닦아 한가롭게 산다. 천 년을 살다가 세상에 싫증이 나면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 저 흰 구름을 타고 제향에 이르니, 세 가지 근심이 이르지 못하고 몸에는 항상 재앙이 없다.

여기서 세 가지 근심이란 ‘질병’과 ‘노쇠’와 ‘죽음’을 말한다. 신선이 되면, 질병에서 벗어나고 생사의 고통에서 해방되어 천지 사이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둘째, ‘선僊’’은 춤추는 옷소매가 바람에 펄럭인다는 뜻이다. ‘선’은 본래 긴 소매 옷자락을 휘날리며 춤춘다는 뜻이다. 너울너울 춤추며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오르는 신령스러운 존재가 바로 신선이다. 답답하고 복잡한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천지만물과 하나가 되어 아무 근심이나 걱정 없이 자유롭게 소요하는 존재이다. 청나라의 단옥재段玉裁(1735-1815)는 『설문해자』의 주석에서 ‘선’을 “소매를 펄럭여 춤추며 날아오르는 것”3)을 뜻한다고 한다.

‘선仙’이라는 글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한나라이다. 『석명釋名』「석장유釋長幼」에서는 “늙어도 죽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을 선이라 한다. 선은 옮긴다는 뜻이다. 옮겨서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라고 한다. 선술을 터득하여 더럽고 번잡한 세속을 떠나 깊은 산속에 들어가 사는 존재를 신선으로 파악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신선은 대체로 세 가지 특성(초월적超越的 특성과 비상적飛翔的 성격과 불사적不死的 성격)을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신선은 기본적으로 장생불사하면서 인간세상을 떠나서 산속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하늘로 가볍게 날아오를 수 있는 존재이므로 신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신선에서 ‘신’과 ‘선’의 두 글자는 병렬관계일 수도 있고 수식관계일 수도 있다. 두 글자의 관계를 병렬관계로 보느냐, 아니면 수식관계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 파악이 달라진다. 병렬관계로 보면, 신선은 신인과 선인의 생략형이다. 수식관계로 보면, 신선은 신령스러운 선인의 의미가 될 것이기 때문에 신선을 다른 어떤 존재와도 구별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그 의미의 중점은 선에 있다고 하겠다. 신이 선의 수식어가 될 경우에는 선의 속성은 신의 능력을 통해 드러난다. 그런데 도교에서 신선은 두 번째의 의미에 치중되는 것으로 고대인들의 장생불사에 대한 추구와 그런 능력을 확장하려는 소망을 반영한다.

선진시대에는 신과 선에 대한 엄격한 구분이 있었다. 하지만 진한시대에 이르러 신과 선이 점차 합치되면서 그 경계선이 애매모호하게 된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봉선서」에서 ‘신’과 ‘선’을 나누어 서술하면서도 하나의 합성어로 보고 있다.

후한시대의 반고班固(3-54)는 『한서』「예문지」에서 ‘신선가神仙家’라는 항목을 따로 두어 불사에 관한 전문적인 기록을 남겼다. 그는 신선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신선이란 것은 성명의 본진을 보존하고, 노닐며 세상 밖의 것을 구하려는 자들이다. 오로지 거친 마음을 가라앉혀서 삶과 죽음의 영역을 같이하여 가슴속에 한 점 두려움도 없다. 그러나 어떤 이는 전적으로 이에 힘을 쏟아 세상을 기만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허탄하고 괴이한 글이 갈수록 많아지니, 성왕이 가르칠 바는 아니다.”

반고가 지적한 것처럼, 신선은 성명의 참모습을 보존하고 생사의 한계를 초월하는 장생불사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반고가 보기에 신과 선은 본래 같은 것이다. 반고는 신선을 한 낱말로 붙여 쓰고 있다.

갈홍은 인간이 도를 배워서 누구나 신선이 될 수 있다는 ‘학도구선學道求仙’을 주장한다. 그는 『포박자내편』「근구勤求」에서 “신선은 배워서 이를 수 있는 것은 마치 피와 기장을 파종하여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으니, 매우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경작을 하지 않고도 좋은 곡식을 얻은 적은 있지 않으며, 부지런하지 않고도 오래 사는 것과 세상을 제도하는 것을 얻은적은 있지 않다.”고 한다.

갈홍은 신선을 세 단계로 구분하여 ‘신선삼품설神仙三品說’을 제시한다. ‘천선天仙’과 ‘지선地仙’과 ‘시해선尸解仙’이다. ‘천선’은 몸을 들어 하늘로 올라가 천상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신선을 말한다. ‘지선’은 지상의 명산대천을 노니는 신선을 말한다. ‘시해선’은 매미가 허물을 벗어 갱신하는 것처럼 우선 죽었다가 나중에 육신의 거추장스런 껍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신선을 말한다.4)


4. 신선과 귀향
인간의 정서 밑바닥에는 고향에 대한 도저한 향수가 자리잡고 있다. 인간 삶의 모든 활동은 어쩌면 진정한 고향을 찾아 돌아가는데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신선 설화에서 학은 언제나 장생불로의 신선과 함께 등장한다. 신선의 꿈은 귀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당시全唐詩』에 ‘귀학歸鶴’, ‘요학遼鶴’, ‘화표학華表鶴’, ‘천년학千年鶴’, ‘천세학千歲鶴’, ‘천세학귀千歲鶴歸’, ‘천년화학千年化鶴’ 등의 전고典故를 내세워 후세에 고향을 잊지 못하는 사람 혹은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나타내는 소재로 활용한다.5) 학과 관련된 이런 신선의 이야기는 도연명陶淵明(365-427)의 『수신후기搜神後記』에 나온다. 정영위丁令威의 고사가 바로 그것이다.

천년학 정영위의 이야기는 한초 연나라 사람이었던 위만에 의해 고조선이 멸망한 비극적 사연을 담고 있다. 신선술을 배워 신선이 된 정영위는, 망국의 설움을 딛고 학으로 변신하여 마침내 고향 요동으로 돌아갔다. 요동 성문에 화표주가 있는데, 화표주 꼭대기에 한 마리 학이 내려앉았다. 그때 한 소년이 학이 된 정영위를 알아보지 못하고 활을 들어 쏘려고 했다. 학이 이에 날아올라 공중을 배회하면서 노래하였다. “새여새여 정영위여, 집 떠난 지 천년 만에 비로소 돌아왔구려. 성곽은 옛 그대론데 사람은 아니로세. 어찌하여 선술을 배우지 않아 무덤만 즐비한고?” 그리고는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정영위의 고사는 고조선이 몰락한 뒤 동아시아의 중심권이 북방에서 내륙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교체기에 신선사상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6) 신선이 된 정영위조차도 고향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거늘, 범인들이 어찌 선계로의 귀향을 노래하지 않을 수 있으랴!

중국 도교의 창시자인 후한의 장도릉(34-156)과 비슷한 시기에 신선의 대명사로 알려진 정영위 고사는 ‘천년학’의 이름으로 동아시아에서 끊임없이 인구에 회자되고 전승된다. 당나라의 주선酒仙이자 시선詩仙이었던 이백李白은 「등임영허산登臨靈墟山」에서 귀향을 꿈꾸는 정영위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정영위는 인간 세상을 떠나, 
옷을 떨치고 신선의 길로 들어섰네.
아홉 번 애쓰다가 마침내 단을 이루어,
오색구름 따라 하늘로 올라갔네.
솔이끼 넝쿨 자라 동굴을 가리고,
복숭아 살구꽃은 살던 곳을 덮었구나.
모르겠어라, 학이 되어
요해 건너 몇 차례나 돌아가려 했는지.
丁令辭人世,
拂衣向仙路.
伏煉九丹成,
方隨五雲去.
松蘿蔽幽洞,
桃杏深隱處.
不知曾化鶴,
遼海歸幾度.


정영위 신선이 살던 영허산의 유적지를 방문한 이백이 귀향을 그리던 선인의 마음을 읽어내고 있다. 이백이 보기에 정영위의 화표주 시는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정영위의 신선 고사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퇴계 이황(1501-1570)의 매화시梅花詩, 기봉 백광홍(1522-1556)의 『관서별곡關西別曲』, 송강 정철(1536-1593)의 『관동별곡關東別曲』. 허난설헌(563-1589)의『 규원가閨怨歌』 등에도 나온다.

화표주에 학은 날아오지 않고,
요동 땅 해질녘 돌아가는 구름은 푸르구나.
그때에 선도 배워 생사 우습게 여겼어도,
옛 땅이라 돌아와선 슬픈 뜻만 있었다오.
내가 여태 제물의 뜻도 깨치지 못했건만,
도리어 뜬 인생의 슬픔을 깨닫겠네.
즐비한 흙무덤에 묻힌 이들 중엔,
정영위 알던 이도 있겠지.
봉래산은 본디 발해의 땅에 있었거니,
어이하면 학을 타고 선계를 찾아볼거나?
華表柱鶴不來
遼山日暮歸雲靑
當時學仙傲生死,
故國歸來有愴情.
而吾未了齊物義,
到此轉覺悲浮生.
??叢塚土中人,
亦有多少曾知丁.
蓬萊元自連渤海,
安得跨鶴尋仙??  

정영위의 고사를 빌어 송강 정철을 추모하는 이춘영李春英(1563-1606)의 이 시는 너울너울 춤추는 학을 타고 어지러운 현실세계를 떠나 신선세계로 향하고픈 자신의 심회를 피력했다.7) 좌절과 질곡의 연속일 뿐인 현실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학을 타고 올라가는 선향仙鄕은 인간의 영원한 꿈이다.


5. 신선 사상의 의의
티끌세상에서 날마다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인생의 나그네는 오늘도 돌아가 편안히 쉴 수 있는 영원한 안식처를 찾아 헤맨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향에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이웃과 더불어 천년만년 즐겁게 살고픈 귀향의 소망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진정한 고향을 찾기 위해 예로부터 지금까지 불로장생과 불사장생의 꿈을 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돌아가야 할 생명의 본래적 고향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연의 순환과 리듬을 떠나 따로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순환과 리듬 속에서 사死와 불사不死, 화化와 불화不化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 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본시 시공의 변화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 하는 연속적 변화의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초사』「천문」에 “달빛은 무슨 덕이 있기에, 죽어도 곧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면서,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달빛을 영생의 모범으로 제시한다. 만일 우리 인간은 언제나 무와 유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자기를 따로 고집하지 않고 시공의 연속적 변화의 흐름과 일치할 수 있다면, 사死와 멸滅 속에서 불사不死와 불멸不滅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생명의 고향은 고정적으로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 존재이다.

선도 수행의 이론적 기초는 인간의 몸을 천지에 유비 추론한 생명철학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음부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주가 손 안에 있고, 모든 조화가 내 몸에서 생겨난다.”8) 인체는 소천지로서 우주의 대천지와 같기 때문에 우주론에 유비 추론함으로써 인체의 발생 본원과 그 순서를 탐구한다면, 누구나 수련을 통해 신선이 되고 생사를 벗어나는 선도를 찾을 수 있다.9)

선도 수행의 길은 시공에 순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시공을 역행하는 데 있다. 시공에 순응하면, 모든 생명은 삶의 마지막 종착역인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공을 역행하는 방법과 기술을 터득하여 우주만물의 통일적 근원인 도로 복귀할 수 있다면, 도와 더불어 생겨나는 가운데 생겨나지 않고 변화하는 가운데 변화하지 않는 선인이 될 수 있다.10) 다시말해 생명의 근원적 고향을 찾아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 생명의 근본에 복귀(원시반본原始返本)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만끽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신선이 추구하는 본향이다.


참고문헌
『新輯搜神記 新輯搜神後後記』(北京: 中華書國, 2007)
정민, 『초월의 상상』(서울: 휴머니스트, 2002)
정재서, 『불사의 신화와 사상』(서울: 민음사, 1994)
안동준외 외 옮김『, 도교와 여성』(서울: 창해, 2005)
이용주『, 생명과 불사』(서울: 이학사, 2009)
이원국, 김낙필외 옮김, 『내단』(서울: 성균관대출판부, 2006)
卿希泰主編, 『中國道敎思想史』(北京: 人民出版社, 2009)
金晟煥, 『黃老道探源』(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2008)
詹石窓, 『道敎文化十五講』(北京: 北京大學出版社, 2003)
孫昌武, 『詩苑仙踪: 詩歌與神仙信仰』(南京: 南京大學出版社, 2005)
朱良志, 『中國美學十五講』(北京: 北京大學出版社, 2006)
胡莩琛外, 『道學通論』(北京: 社會科學文獻出版社, 1999)
洪修平, 『中國儒佛道三敎關係硏究』(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2011)
김성환, 「황로도의 연구: 사상의 기원과 사조의 계보」(도교문화학회『: 도
교문화연구』제27집, 2007)
안동준, 「요동선인 정영위의 문학적 전승과 그 의미」(도교문화학회『: 도교
문화연구』제28집, 2008)




1) 이원국, 김낙필외 옮김, 『내단』(서울: 성균관대출판부, 2006), 197쪽.
2) 김성환,「 황로도의 연구: 사상의 기원과 사조의 계보」(도교문화학회『: 도교문화연구』제27집, 2007).
3) “舞袖飛揚”
4) 정재서,『 불사의 신화와 사상』(서울: 민음사, 1994), 129쪽.
5) 안동준,「 요동선인 정영위의 문학적 전승과 그 의미」(도교문화학회『: 도교문화연구』제28집, 2008), 85쪽
6) 안동준, 앞의 논문, 103쪽.
7) 정민, 『초월의 상상』(서울: 휴머니스트, 2002), 180쪽.
8) “宇宙在乎手, 萬化生乎身.”
9) 안동준, 김낙필외 옮김, 앞의 책, 102쪽.
10) 안동준외 옮김,『 도교와 여성』(서울: 창해, 2005), 200쪽.

-  출처 월간개벽 20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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