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舊)

한시의 고향을 찾아서 14 『시詩·소아小雅·사모四牡』 (1)

원정근 연구위원

2022.12.02 | 조회 2258

14. 한시의 고향을 찾아

 

 

·소아小雅·사모四牡(1)

 

제목풀이

 

311편의 시가 수록된 중국 최초의 시가집이다. 제목만 남아 있고 가사가 없는 6편을 제외하면 305편이다. 처음에는 또는 시삼백詩三百으로 불리었다. 한대 이후 유가 사상이 통치 이념으로 확립되면서, 는 유가의 주요 경전의 하나로 자리를 잡게 되어 시경詩經으로 불리게 되었다.

의 창작 시기는 대체로 기원전 11세기에서 기원전 6세기 이르는 약 500년의 시대이다. 서주西周 초기에서 동주東周 말기에 이르는 시기다. 의 내용은 , ,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은 주대의 각 지역의 민간 가요이고, 는 주나라의 정통 음악을 말하는 데 소아小雅대아大雅로 나누어지며, 은 주나라 왕실과 귀족이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음악인데 주송周頌, 노송魯頌」』, 상송商頌이 있다.

·소아小雅·사모四牡는 객지로 출장을 나간 관리가 나랏일에 시달려 잠시도 쉴 겨를이 없는 고달픈 상황에서 하루속히 고향집에 돌아가서 부모님을 봉양하며 가족들과 한집에서 오순도순 살고픈 간절한 소망을 노래한 것이다.

네 필 수말 터벅터벅,

큰 길 꾸불꾸불.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으랴?

나랏일 끝이 없어,

내 마음 아프고 슬프네.

四牡騑騑,

周道倭遲.

豈不懷歸?

王事靡盬,

我心傷悲.

 

네 필 수말 터벅터벅,

헐떡헐떡 가리온.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으랴?

나랏일 끝이 없어,

편히 쉴 겨를 없네.

四牡騑騑,

嘽嘽駱馬.

豈不懷歸?

王事靡盬,

不遑啓處.

 

푸득푸득 비둘기,

오르락내리락,

상수리 떨기에 모였네.

나랏일 끝이 없어,

아버님 봉양할 겨를 없어라.

翩翩者鵻

載飛載止,

集于苞栩.

王事靡盬,

不遑將父.

 

푸득푸득 비둘기,

오르락내리락,

구기자 떨기에 모였네.

나랏일 끝이 없어,

어머님 봉양할 겨를 없네.

翩翩者鵻

載飛載止,

集于苞杞.

王事靡盬,

不遑將母.

 

네 필 가리온을 몰고,

허겁지겁 내달리네.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으랴?

이로써 노래 지어,

어머님 봉양을 생각하리라.

駕彼四駱,

載驟駸駸,

豈不懷歸?

是用作歌

將母來諗.

 

에는 고향을 향한 사무친 그리움을 노래한 시가 많다. 에서 귀향을 꿈꾸는 이의 회귀의식回歸意識을 대변하는 말은 회귀懷歸이다. ‘회귀懷歸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한다. ‘회귀懷歸라는 말은 ·소아小雅·출거出車·소아小雅·소명小明에도 나온다. 어찌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기불회귀豈不懷歸?”에 이 시의 핵심이 있다.

원나라의 위대한 화가 예찬倪瓚(1301-1374)·소아小雅·사모四牡에 나오는 회귀라는 말에 착안하여 회귀懷歸라는 시를 지었다.

 

오랜 객지 생활 돌아가고픈 생각만 아득하고,

솔숲 속 띠 지붕에 여라 넝쿨 뻗었네.

복사꽃 오얏꽃 봄바람 속의 석잔 술,

부들 침상에 밤비 내리는 배.

기러기 자취 우연히 눈 내리는 물가에 남겼는데,

학의 마음은 원래 지초 밭뿐이네.

타향은 귀향의 즐거움만 못하나니,

푸른 숲에선 해마다 두견새가 울부짖누나.

久客懷歸思惘然,

松間茅屋女蘿牽.

三杯桃李春風酒,

一榻菰蒲夜雨船.

鴻迹偶曾留雪渚,

鶴情原只在芝田.

他鄕未若還家樂,

綠樹年年叫杜鵑.

 

왕풍王風군자우역君子于役은 아내가 수자리 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다. 여기서 군자君子는 남편에 대한 존칭이고, ‘는 간다는 뜻이며, ‘은 부역 또는 행역을 뜻한다.

 

임께서 부역 가시어,

돌아올 기약을 알 수 없으니,

언제나 돌아오실꼬?

닭은 홰에 깃들고,

날 저무니,

소떼와 양떼 내려오네.

임께서 부역 가시니,

어이 그립지 않으랴?

君子于役, 不知其期, 曷至哉?

雞棲于塒, 日之夕矣, 羊牛下來.

君子于役, 如之何勿思?

 

임께서 부역 가시어,

날로 달로 셀 수 없네.

언제나 다시 만날꼬?

닭은 홰에 깃들고,

날 저무니,

소떼와 양떼 내려오네.

임께서 부역 가시니,

부디 주리거나 목마르지 않으시길?

君子于役, 不日不月, 曷其有佸?

鷄栖于桀. 日之夕矣, 羊牛下括.

君子于役, 苟無飢渴?

 

수자리 살러 떠난 임은 도대체 언제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실 수 있을까? 임께서 수자리 가신 날은 며칠도 아니도 몇 달도 아니니, 날로도 달로도 헤아릴 수 없다. 돌아올 기약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주리거나 목마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온 생명이 제 집을 찾아 돌아가는 황혼녘이다. 닭은 아침에 뜰에 내려와 온종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해가 질 때가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닭장에 돌아와 홰에 오른다. 양떼와 소떼는 아침에 목동과 함께 산에 올라가 풀을 뜯어 먹다가도 날이 저물면 제 우리를 찾아 돌아온다. 해가 저 서산 너머로 지면, 짐승조차도 집으로 돌아올 줄을 안다.

시인과 촌장은 풍경이란 노래에서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저녁 풍경이라고 강조하였다. 저녁 풍경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돌아오기 때문이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 ~~ 풍경 ~~ ~~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돌아오건만, 부역 나가신 내 임은 해가 져서 날이 어둑어둑한데도 집으로 돌아올 줄을 모른다.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임께서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지나 않았으면 하는 것뿐이다.

시적 화자는 이 시에서 모든 것이 제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풍경과 남편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아낙네의 심정을 하나로 융합함으로써 정경교융情境交融의 경지에서 오래도록 객지에서 수자리 살고 있는 남편이 하루속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절묘하게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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