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논문

선후천과 개벽 1

양재학(상생문화연구소)

2023.02.24 | 조회 3735

2021년봄 증산도문화사상 국제학술대회 발표논문


선후천과 개벽

 


 

 

목차

프롤로그- 고뇌하는 지구촌

. 선후천의 교체가 왜 내일의 해답인가

1. 19세기 동북아에서 싹튼 새로운 선후천론

2. 선후천과 후천개벽의 참뜻- 상극에서 상생으로

3. 생장염장과 방탕신도

4. 후천개벽과 우주1

. 신도로 열리는 후천개벽

1. 신도로 돌아가는 세상

2. 신으로 가득 찬 천지

3. 상제의 존재방식

. 생명과 시간의 새로운 창조

1. 천간지지天干地支에 담긴 시간의 비밀

2. 시간의 방정식- 순역운동

3. 하늘과 땅의 숨결[天地之用]

4. 생명 완성의 길- 삼변성도三變成道

. 선후천 전환의 핵심- 조화선경

1. 후천선경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윤역에서 정역으로

2. 정음정양의 후천선경

3. 간방艮方에서 새로운 문명이 싹트다

4. 후천선경의 주체는 누구인가

에필로그- 후천개벽은 앞을 내다보는 문화

 

 

논문요지

이 논문은 증산도의 선후천사상과 후천개벽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글이다. 전통의 선후천관은 우주가 선천과 후천으로 구성되며, 선천은 후천의 근거인 까닭에 인간은 마땅히 선천 세상이 생겨난 원리를 깨달아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출발하였다. 이러한 선후천관은 19세기에 이르러 동북아 조선에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담지한 후천개벽사상으로 나타났다.

동학東學과 정역正易과 증산도甑山道가 바로 그것이다. 3자의 공통점은 무극대도에 근거한 후천개벽에 있다. 동학이 시천주侍天主 신앙의 관점에서 무극대도의 출현을 예고했다면, 정역사상은 선후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이론을 밝혔으며, 증산도는 이 땅에 직접 강세한 상제上帝의 통치에 의해 무극대도의 지상선경이 건설된다고 하였다.

지상선경은 자연과 문명과 인간의 총체적 대변혁이라는 선후천의 교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선후천 변화의 정체가 바로 후천개벽이다. 여기서는 19세기 동북아 한반도에서 태동한 선후천론의 사상적 배경을 비롯하여 왜 선천이 후천으로 전환되는가의 이유를 우주1을 중심으로 논의할 것이다. 우주1년은 생명과 시간의 질서를 해명하는 시간의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동학이 ‘12제국 괴질운수다시개벽을 외친 것은 선후천의 전환을 예고한 것이고, 정역사상이 말하는 선천의 역법이 바뀌어 윤달이 없어지고 새로운 시간질서가 세워진다는 것도 후천개벽이다. 참동학 증산도는 무극대도의 주인[上帝]이 이 땅에 직접 강세하여 인류를 구원하는 지상선경을 건설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프롤로그- 고뇌하는 지구촌

 

인류는 역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기상학자들은 2006년을 정점으로 기후변화가 변곡점(Tipping Point)을 이미 지난 것으로 발표했다. 더욱 험악해지는 날씨와 심상치 않은 기후위기가 인류의 운명을 거머쥐고 있다는 것이다. 혹심한 기후이변으로 인해 북극과 남극의 만년설이 녹아내리면 십중팔구 인류의 생존환경에 커다란 위기로 닥칠 것이다. 이는 정치와 경제와 문화를 비롯한 현대문명의 패러다임이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려주는 징후라 할 수 있다.

만약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쓰나미를 동반한 잦은 지진과 화산폭발, 생태계 파괴로 인한 숱한 자연재앙, 전쟁과 질병, 테러, 민족분쟁, 종교간의 갈등, 계층과 세대간의 충돌, 각종 종말론의 득세, 금융위기 등이 한꺼번에 일어난다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될까? 또한 남북극의 자기장 역전현상으로 인해 가장 강력한 기상이변이 몰고 오는 새로운 빙하기의 도래, 세계경제의 붕괴, 이름 모를 전염병의 창궐과 전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하는 팬데믹과 covid-19의 출현, 식량과 자원의 주도권 싸움을 비롯한 전 지구촌에 문명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혁의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19세기 동북아 후천개벽사상에서 말하는 개벽의 징조라고 할 수 있다. 개벽의 징후는 지구의 자전축을 움직일 만한 대재앙 수준의 지진과 기상이변 등(자연개벽), 극심한 빈부의 격차로 나타나는 경제상황의 악화와 국지적인 전쟁의 빈발, 정치를 비롯한 사회의 전반적인 혼돈(문명개벽), 물질문명의 폐단과 도덕의 타락으로 인한 병든 인간세상(인간개벽)으로 압축할 수 있다.

자연과 문명과 인간의 총체적 대변혁은 선후천의 교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선후천 변화의 정체는 후천개벽이다. 후천개벽이 이루어지는 원리와 과정을 밝히는 작업이 바로 선후천론이다. 이 글은 선후천론의 사상적 배경을 비롯하여 왜 선천이 후천으로 전환되는가의 이유를 우주1을 중심으로 논의할 것이다. 우주1년은 생명과 시간의 질서를 해명하는 시간의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세 번의 굴곡을 거치면서 생장성生長成의 몸짓으로 변화하는 데, 완성[]의 단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곧 후천개벽이다. 후천개벽의 결론은 조화선경의 건설에 있다. 조화선경은 우주를 주재하고 신명계를 통치하는 상제上帝가 이 땅에 내려와 인류 구원의 위대한 프로젝트가 구현되는 인존人尊의 세상이다. 그렇다고 후천의 조화선경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후천선경의 건설에 왜 인간의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며, 후천을 준비하는 인간의 자세는 무엇인가를 살피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 선후천의 교체가 왜 내일의 해답인가

 

1. 19세기 동북아에서 싹튼 새로운 선후천론

 

선천과 후천이란 말은 주역周易에 가장 먼저 나온다. “하늘보다 앞서 가도 하늘이 어기지 않으며, 하늘보다 뒤로 해도 하늘의 시간을 받든다. 하늘이 또한 어기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며 귀신이랴!” 그러나 공자 이후 1,500년 동안 선천과 후천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깊이 잠들었다가 송대宋代의 철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탐구되기 시작했다.

선후천관의 입장에서 역의 세계를 들여다본 대표적 인물은 소강절邵康節(1011-1077)이다. 그가 선후천관을 수립한 목적은 자신이 살던 시대가 최고의 태평성대라는 사실을 객관적 우주론으로 입증하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그는 이 세상을 선천과 후천을 구분했다. 선천은 진리의 원형이므로 후천은 선천을 본받고 온몸으로 터득하여 이상적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무대라는 결론이다. 소강절이 말하는 선천이 후천의 근거라는 발상은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역사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선천과 후천은 천지의 두 얼굴이다. 선후천론의 핵심은 선천과 후천이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에 있다. 그것은 이원론(dualism)을 의미하지 않는다. 선후천론에 대한 혁명이 조선조 후기의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후천개벽사상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김일부金一夫(1826-1898)의 정역사상과 동학을 창도한 최수운崔水雲(1824-1864)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김일부는 선후천을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소강절의 사유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선천과 후천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관점은 현저하게 다르다. 인류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now and here)’라는 시간대를 놓고 볼 때, 소강절은 지금 여기의 세상을 발생시킨 세계가 선천이고, 현재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이 후천이라는 주장을 견지한다. 그러나 김일부는 지금 이곳의 세상이 선천이고,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가 후천이라는 것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왜 선천과 후천의 문제가 중요한가? 진리의 최종근거는 하늘과 땅이며, 특히 하늘은 인식과 행위의 뿌리이며 준거이자 모든 시간적 변화의 표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천과 후천이 교체할 때에 천지와 문명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뒤바뀌어 인류의 생사가 결정되기 때문에 선후천 전환의 문제가 절실하게 부각되는 것이다.

지금의 우주가 생겨나기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이를테면 산과 바다와 하늘의 별자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공간 탄생 이전의 사태, 태초의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세계가 선천개벽이다. 이런 의미에서 태초의 선천개벽은 경험 이전의 사태이고, 앞으로 전 인류가 맞이해야 할 세계인 동시에 지구촌의 모든 인간이 살아서 직접 극복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대변혁이 바로 후천개벽인 것이다.

음양이 변화하는 모습을 큰 틀에서 보면, 우주는 선천과 후천의 두 싸이클로 돌아간다. 우주의 전반기를 선천先天(the early heaven), 후반기를 후천後天(the later heaven)라 부른다. 그러나 선천과 후천의 변화는 완전히 다르다. 선천은 천지기운이 안에서 밖으로 뻗쳐나가는 분열확산 운동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무한생장의 시대로 불린다.

반면에 후천은 천지기운이 밖에서 안으로 응축됨으로 인하여 생장을 수렴하고 통일하는 성숙의 시대이다. 특히 우주의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하추교역기夏秋交易期에는 천지의 기운이 완전히 역전逆轉되어 뒤집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선후천의 전체 순환과정에서 근본적인 전환은 봄과 여름이 가을철로 접어드는 시기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후천개벽이다.

전통의 선후천론은 우주가 선천과 후천으로 구성되며, 선천은 후천의 근거인 까닭에 인간은 마땅히 선천 세상이 생겨난 원리를 깨달아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출발하였다. 이러한 선후천관은 19세기에 이르러 동북아 조선에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담지한 후천개벽사상으로 나타났다.

동학東學과 정역正易과 증산도甑山道가 바로 그것이다. 3자의 공통점은 무극대도에 근거한 후천개벽에 있다. 동학은 시천주侍天主 신앙의 관점에서 무극대도의 출현을 예고했다면, 정역사상은 선후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이론적으로 밝혔으며, 증산도는 이 땅에 직접 강세한 상제上帝의 통치에 의해 무극대도의 지상선경이 건설된다고 하였다.

 

최수운은 내 세상이 올 것을 알렸고, 김일부는 내 세상이 오는 이치를 밝혔으며, 전명숙은 내 세상의 앞길을 열었느니라.”

 

위 인용문의 공통 주제어는 내 세상이다. 그것은 새롭게 펼쳐질 무극대도의 후천 세상을 뜻한다. 동학의 최제우는 미래에 만고 없는 무극대도의 세상이 세워질 것을 선언했으며, 김일부는 무극대도의 세상이 열리는 과정과 원리를 학술적으로 밝혔으며, 혁명아 전봉준은 무극대도의 세상을 여는 수레바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후천개벽에 의한 새로운 세상의 도래는 조화造化를 통해 가능하다. 조화는 창조創造와 변화變化의 합성어다. 창조는 온갖 생명체에게 고통을 안기는 궁극 원인인 상극원리가 선천이 후천으로 교체됨에 따라 만물의 존재 의미와 가치가 완전히 실현되는 상생원리로 바뀌는 새로움의 창조원리를, 변화는 낡고 묵은 선천 세상이 신천지로 거듭 태어난다는 거대한 변혁을 뜻한다.

19세기 조선의 후천개벽사상에서 말하는 조화는 천지의 틀 자체가 근본적으로 전환된다는 의미의 창조적 변화를 뜻한다. 특히 우주론적 의미의 조화는 129,000년 동안 단 한 번 자연의 대변혁을 일으키는 물리적 힘[金火交易]을 뜻하는 지극한 기운[至氣]과 동일한 개념이다. 지극한 조화의 기운으로 말미암아 무극대운이 열릴 것을 알리는 역할이 바로 동학의 사명이었다.

동학에서 말하는 선후천의 전환, 즉 후천개벽은 두 근원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나는 창조적 변화의 기운[造化]이 무르익다는 뜻의 지기와 다른 하나는 상제가 있다. 최수운이 말하는 지기는 조물자造物者로서 생명의 궁극적 근원자일 뿐만 아니라 선천을 후천으로 뒤바꾸는 실질적 힘(power), 상제는 이 세상의 온갖 생명체와 지기를 주재하여 새롭게 천지의 틀을 창조하는 통치자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동학이 동서양의 신관을 융합하고 통일하려는 의도에서 지기와 상제[天主]의 연관성을 중시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기는 천지의 근원적 생명인 동시에 천지의 근본 틀을 선천에서 후천으로 바꾸는 성숙된 창조적 변화의 에너지에 대응하고, 상제는 선후천의 천지생명을 주재하는 인격신에 대응한다. 조물자는 천지에 가득 차 있는 허령창창虛靈蒼蒼한 지극한 기운으로 만물을 빚어내는 창조의 주체이며, 상제는 만물을 질서와 조화로써 다스리고 창조적 변화를 주재하는 인격적 천주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기금지원위대강至氣今至願爲大降이라는 주문과 다시개벽을 통해 후천개벽을 염원한 동학의 구원관을 읽을 수 있다.

동경대전에는 최수운과 그의 제자들이 시천주를 해석하는 부분에서, 후천개벽은 우주변화를 조화하고 주재하는 천주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기록하고 있다.

 

무릇 예로부터 봄과 가을이 번갈아 갈마들고, 춘하추동 사계절의 번성과 쇠퇴가 옮기지 않고 바뀌지 않는 것은 또한 천주조화의 자취가 온 누리에 밝게 드러난 것이다.”

“‘라는 것은 안에 신령함이 있고 밖에 기화가 있어 온 세상 사람이 각각 알아서 옮기지 않는 것이다. ‘라는 것은 존귀함을 칭해서 부모와 더불어 같이 섬긴다는 것이다. ‘조화는 무위이화다.”

 

상제[天主]와 지기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조화에 있다. 그렇다고 상제가 곧 지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상제는 조화를 통해 선천을 후천으로 뒤바꾸는 우주의 주재자이며, 만약 조화만을 강조할 경우에는 조화기운을 주재하는 상제의 조화권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최수운이 순교한 이후 동학의 상제관은 상제의 주재적 권능보다는 인간의 본성 속에 상제의 뜻이 내재화되어 존재한다는 인내천人乃天으로 변질되거나, 또는 선후천변화가 일어나는 사건은 상제의 뜻이라는 관념적인 추상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래서 최시형崔時亨(1827-1898)의 양천주養天主 신앙을 거쳐 손병희孫秉熙(1861-1922)의 인내천 사상으로 왜곡되기 시작하여 상제를 비인격적인 하늘 혹은 도덕성의 근원으로 인식하는 유학의 성격으로 되돌아가는 운명을 맞았다.

선후천 전환의 조화기운[至氣]을 주재하는 권능은 상제의 절대 권한이다. “동학 주문에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이라 하였으니 나의 일을 이름이라.” 지상낙원을 건설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상제의 조화권능에 달려 있다. 이것이 바로 동학이 상제로부터 계시받은 가르침의 내용이다. 원래부터 동학의 가르침은 조화권능을 뜻대로 하는 상제신앙을 회복하는 사명과 함께 시천주 신앙을 통해 이 땅에 지상선경을 세우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던 것이다.

최수운 이후의 동학은 자연의 창조적 조화기운의 작용을 강조할뿐 지기至氣를 주재하는 상제의 조화권능을 망각함으로써 상제관의 왜곡을 가져 오는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증산상제는 최수운의 동학과 증산도의 참동학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일깨웠다.

 

최제우가 유가의 낡은 틀을 벗어나지 못하였나니, 나의 가르침이 참동학이니라. 동학교도가 모두 수운水雲의 갱생을 기다리나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나지 못하느니라. 내가 수운을 대신하여 왔나니 내가 곧 대선생이니라.”

나를 믿는 자는 무궁한 행복을 얻어 선경의 낙을 누리리니, 이것이 참동학이니라.”

 

인간의 몸으로 직접 이 세상에 내려온 증산상제는 자신이 실질적인 대선생이라 밝히고, 최제우의 동학과 차별화하여 무극대도의 가르침이 참동학이라고 선언했다. 동학이 상제의 조화권능에 대한 깨달음과 수행을 통해 선경세상을 이룩하려고 했다면, 증산도는 인간의 몸으로 직접 이 땅에 강세하여 하늘과 땅과 신명계를 주재하는 상제의 조화권능에 근거하여 지상선경을 펼친 것으로부터 출현하였다. 상제는 인류의 이상향인 지상선경(신천지, 신문명, 신인간)을 건설하려고 선천을 후천으로 뒤바꾸는 천지공사를 집행한 우주의 조화주인 것이다. 천지공사의 목적은 조화선경의 건설에 있다.

 

2. 선후천과 후천개벽의 참뜻- 상극에서 상생으로

 

선천과 후천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가?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주는 어떤 원리에 근거하여 생겨나고 작동하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 선천과 후천이 우주의 구성에 대한 존재방식이라면, 시간의 질서에 따라 이루어지는 선후천의 교체는 우주의 운행방식을 뜻한다.

선후천을 통틀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음양의 원리이다. 만물은 양의 분열운동과 음의 통일운동으로 변화한다. 만물은 음과 양의 두 시원적인 힘이 이원적으로 분화함으로써 산출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온갖 사물은 한 순간의 멈춤이 없이 음양운동을 하며 변화해간다. 그래서 역은 변화에 주목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의식일 뿐이다.

서양인들이 불변의 영원을 추구했다면, 동양인들은 변화의 영원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다. 영원불변한 것은 변화의 지속일 따름이다. 변화에는 현상적으로 일어나는 구체적 변화와 우주질서의 근본적 전환을 뜻하는 우주변화가 있다. 현상적 변화는 과학의 탐구대상이며, 우주변화는 역이 전하고자 했던 본질적 영역이다. 따라서 역의 핵심명제는 우주변화다. 증산상제는 주역을 천지개벽과 직결된 우주변화의 텍스트라고 밝혀주었다.

 

주역周易은 개벽할 때 쓸 글이니 주역을 보면 내 일을 알리라.”

천지의 모든 이치가 역에 들어 있느니라.”

장차 도통道通은 건감간진손리곤태乾坎艮震巽離坤兌에 있느니라.”

 

개벽의 문자적 의미는 천개지벽天開地闢또는 개천벽지開天闢地의 줄임말이다. 이 천지개벽은 태시太始에 가볍고 맑은 양기운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天開], 무겁고 탁한 음[]기운은 가라앉아 땅이 되었다[地闢]는 천지 생성론에서 온 말이다. 서양문화의 창조에 대응되는 말이 동양문화의 개벽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우주의 혼돈(무극)으로부터 하늘과 땅이 열림(분화)을 뜻하는 원시의 천지개벽의 의미가 있다.

 

선천에도 개벽이 있고 후천에도 개벽이 있나니 옛적 일[上古之事]을 더듬어 보면 다가올 일을 아느니라. 다가올 일[到來之事]을 알고 다가올 일을 알면 나의 일을 아느니라.”

이제 온 천하가 대개벽기를 맞이하였느니라. 후천은 온갖 변화가 통일로 돌아가느니라.”

 

증산상제는 지금의 우주는 시간적으로 이미 성숙의 단계에 돌입하는 대격변기라고 그 현주소를 진단해주었다. 증산도의 우주관은 인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라는 시간을 묻는 것으로부터 성립한다. 시간과 공간의 틀 자체가 바뀌어 온갖 변화가 통일로 돌아가는 후천개벽은 선천과 후천의 교체를 뜻한다.

선천이란 우주의 봄과 여름을 뜻한다. 선천개벽 이래 지금까지 우주는 상극의 원리가 인간과 만물을 지배해왔다. 상극은 문자적으로 서로 상, 이길 극으로서 서로 극한다, 제어한다, 대립한다, 경쟁한다는 뜻이다. 상극이 주는 긴장과 갈등은 변화와 창조의 힘으로 작용한다. 상극은 시공간 안에 존재하는 만물이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며 발전하는 성장의 원리이다. 상극질서는 대립과 경쟁과 투쟁이 발전의 덕목인 것이다.

 

선천은 상극上克의 운이라. 상극의 이치가 인간과 만물을 맡아 하늘과 땅에 전란戰亂이 그칠 새 없었나니, 상극의 원한이 폭발하면 우주가 무너져 내리느니라.”

선천은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세상이라.”

 

동서양 문명의 초기에 만들어졌던 모든 종교의 신관, 창조관, 인간에 대한 사고는 남성 중심, 하늘 중심으로 돌아가는 억음존양의 문화를 성립시켰다. 즉 선천은 음양의 부조화로 인해 양 중심의 문화로 흘러왔다.

특히 선천의 상극질서 속에서 태동한 현대 산업사회의 기계문명은 지구촌 곳곳에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를 부추겨 자연과 문명과 인간이 총체적으로 망가지고 있다. 이들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켜 인류역사를 상극의 파티장으로 만들고 있다.

 

선천에는 상극의 이치가 인간 사물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사가 도의道義에 어그러져서 원한이 맺히고 쌓여 삼계에 넘치매 마침내 살기殺氣가 터져 나와 세상에 모든 참혹한 재앙을 일으키나니

 

상극의 이치로 인해 선천에는 원한의 기운이 하늘과 땅을 가득 메워 살기를 뿜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상극의 원한은 가정과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비롯하여 국가 사이의 전쟁, 심지어 세계평화를 뒤흔드는 부정적인 동력원이 된다. 서로 경쟁하고 대립함으로써 생기는 원한의 충격은 인간과 신명계를 물들이고 천지에 쌓이게 된다. 그 보복으로 다시 원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켜 세상을 온통 대혼란에 휩싸이게 만든다.

하지만 우주의 가을, 즉 후천이 되면 생장을 매듭짓고 성숙시키는 원리가 작동한다. 우주의 봄과 여름은 양이 흘러넘쳐 음이 모자란 시대라면, 가을의 질서는 음양이 조화된 정음정양正陰正陽의 세계이다. 정음정양은 선천의 상극질서에 의해 생겨났던 온갖 죄악과 고통을 비롯한 삶의 업장 등이 모두 해소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어둡고 어지러운 혼돈의 시대를 지나 광명의 황금시대, 진정한 조화의 시대가 열리는 상생의 조화선경을 가리킨다.

 

나의 도는 상생相生의 대도이니라. 선천에는 위무威武로써 승부를 삼아 부귀와 영화를 이 길에서 구하였나니, 이것이 곧 상극의 유전이라. 내가 이제 후천을 개벽하고 상생의 운을 열어 선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리라.”

 

가을우주의 새로운 질서는 상생相生이다. 따라서 상생의 의미를 단순히 함께, 더불어 사는 공생共生정도로 이해한다면 곤란하다. 상생은 선천의 닫힌 우주에서 후천의 열린 우주로 넘어가는 근본 질서의 전환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립과 경쟁, 모순과 투쟁이라는 분열팽창의 선천시대를 끝장내고 우주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후천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증산상제는 양의 에너지를 뿜어내던 우주가 음의 에너지로 대체되는 가을의 계절로 진입하고 있음을 밝혀주고 있다. “지금은 온 천하가 가을운수[秋運]의 시작으로 들어서고 있느니라. 내가 하늘과 땅을 뜯어고쳐 후천을 개벽하고 천하의 선악善惡을 심판하여 후천선경의 무량대운無量大運을 열려 하나니 이때는 천지성공 시대니라.”

지금의 우주는 이미 성숙의 단계에 진입하는 격동기라는 진단이다. 성장이 극한에 이르면 우주만물은 필연적으로 극즉반極卽反의 원리에 의해 반대방향의 창조운동을 시작한다. 분열의 정점에 이르면 다시 통일의 기운이 싹트고, 반대로 통일의 정점에 도달하면 다시 분열의 기운이 싹트는 것이다. 우주의 가을철에 이르면 팽창운동은 성숙의 운동으로 바뀌면서 인간과 문명의 열매를 거두는 일이 벌어진다.

 

현하의 천지대세가 선천은 운을 다하고 후천의 운이 닥쳐오므로 내가 새 하늘을 개벽하고 인물을 개조하여 선경세계를 이루리니 이때는 모름지기 새판이 열리는 시대니라. 이제 천지의 가을운수를 맞아 생명의 문을 다시 짓고 천지의 기틀을 근원으로 되돌려 만방萬方에 새기운을 돌리리니 이것이 바로 천지공사니라.”

이 세상에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는 가을의 통일정신이 바로 후천개벽이 지향하는 궁극 목적이다. 가을개벽의 숱한 고난의 과정(병겁, 상씨름, 지축정립)을 거치고 나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한 인간 삶의 모든 것이 질적으로 비약한다. 가을개벽은 인류문명의 틀이 근본적으로 전환되는 혁명적 사건인 것이다.

 

3. 생장염장과 방탕신도

 

증산상제는 우주가 운동하는 기본질서, 즉 제 1법칙인 우주창조의 근본원리가 생장염장生長斂藏이라고 밝혀 주었다.

 

나는 생장염장生長斂藏 사의四義를 쓰노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以化니라.”

내가 천지를 주재하여 다스리되 생장염장의 이치를 쓰나니 이것을 일러 무위이화라 하느니라.”

 

생장염장은 우주가 만물을 창조하는 근본이법으로서 창조의 법칙은 낳고[], 기르고[], 성숙시키고[], 휴식하는[] 4개의 리듬을 가지고 운행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자연계의 모든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여 열매를 맺고 저장하는 전체 과정이 바로 생장염장인 것이다.

생장염장은 우주를 구성하는 여러 질서 가운데 어떤 하나의 운행원리가 아니라, 전 우주에 작용하는 질서의 총화로서 하늘의 으뜸가는 보편 원리를 의미한다. 우주가 일정한 원칙을 지키면서 영원토록 운행할 수 있는 까닭은 생장염장의 리듬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주변화의 본성, 우주가 일정한 시간대에 맞추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생명패턴의 정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침과 저녁, 낮과 밤이 번갈아 바뀌는 하루의 시간질서도 생장염장이요, 초하루와 보름과 그믐이라는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하는 한 달의 시간질서도 생장염장이며, 4계절이 순환하는 1년의 시간질서도 생장염장이다. 한마디로 생장염장은 우주생명의 순환적 질서의 핵심이다. 그것은 자연의 질서인 동시에 인간 삶의 질서요, 문명과 역사를 관통하는 최고원리인 것이다.

또한 우주만물은 방탕신도放蕩神道라는 4가지 특성을 가지고 변화한다. 앞에서 말한 생장염장이 창조성의 원리라면, 방탕신도는 사물들의 변화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다. 방탕신도는 사물들의 변화를 이해하는데 생장염장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방탕신도放蕩神道는 천지변화의 큰 법도와 기강[]이니라. 봄기운은 만물을 내어놓는 것[]이고, 여름기운은 만물을 호탕하게 길러내는 것[]이요, 가을기운은 조화의 신[]이며, 겨울기운은 근본인 도[]이니라. 내가 주재하는 천지 사계절 변화의 근본 기강은 기[]로 주장하느니라.”

 

천지만물을 싹틔우려는 속성을 지닌 봄의 ’, 만물을 왕성하게 흩어지게 하는 속성을 지닌 여름의 ’, 만물을 신묘하게 조화시키려는 속성을 지닌 가을의 ’, 만물을 본래의 근원적 질서로 환원하려는 속성을 지닌 겨울의 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하늘이 걸어가는 길로서 천지만물의 변화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생장염장과 방탕신도는 시간적으로는 춘하추동의 사계절로, 공간적으로는 동서남북의 사방위로 전개되는 것이다.

천지만물의 변화정신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움직이는 천지기운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4단계의 리듬이다. 천지변화의 시간표를 최초로 작성한 사람은 송대의 소강절邵康節(1011-1077)이다. 증산상제는 알음은 강절의 지식에 있나니 다 내 비결이니라고 그의 업적을 인정해 주었다.

소강절의 황극경세서皇極經世書는 우주역사의 시간표 작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우주 전체의 생장염장의 순환과정을 시간으로 계산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다. 소강절은 우주를 자연의 시계에 따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몸체로 간주하고, 그것을 수리철학으로 환원하여 우주변화의 시간대를 객관화시켰던 것이다.

 

4. 후천개벽과 우주1

 

인류사는 우주사의 과정과 함께 ‘1一元을 주기로 삼아 순환한다. 1원이란 우주가 한 번 문을 열었다가 닫고 다시 여는 거대한 시간의 틀이다. 지구의 1년은 우주사의 그것과 똑같은 패턴으로 한 싸이클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마디로 지구1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대응하는 과정이 우주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현대 과학은 모든 생명체의 내부에 생물학적 시계의 리듬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실로 입증하고 있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태양을 꼭 껴안고 공전한다. 태양계의 행성들이 그 주기와 모양새는 각각 다르지만, 태양을 안고 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천지일월성신天地日月星辰의 변화를 우리는 물리적인 시간의 변화로 인식한다.

주지하다시피 지구는 스스로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하면서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1년이 걸리고, 달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약 30일이 걸린다. 따라서 지구와 태양과 달이라는 3자의 입체적 운동의 주기성을 바탕으로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는 하루에 360도의 자전운동을 함으로써 하루라는 시간대를 형성하고, 이것이 1360일 동안 계속 순환하여 14계절의 변화도수인 360× 360= 129,600도를 빚어낸다.

소강절은 우주가 한 번 문을 열었다 닫는 커다란 주기를 129,600년으로 삼아 선후천이론을 수립했다. 선천이 다하면 후천이 시작되고, 후천이 다하면 다시 다음의 선천이 시작되는 순환 주기 속에서 서로 번갈아가며 머리와 꼬리가 되어 끊임없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선후천의 시간적 시스템은 1= 12, 1= 30, 1= 12, 1= 30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우주1년에 맞추어 도표를 그리면 다음과 같다.


지구1년의 변화

우주1년의 변화

12

129,600[12]

30

10,800[30]

12시간

360[12]

1시간

30

 

천지가 일으키는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의 1년처럼 우주도 4계절의 변화를 일으키면서 변신한다는 점이다. 우주는 129,600년이라는 생장염장의 순환궤도를 계속 도는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체이다. 우주1년에서 129,600년을 주기로 한 번 운동을 마치고 다시 새로운 주기로 접어들 때를 기준으로 보면 앞의 절반은 선천세상이며, 다음 절반은 후천세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선후천운동이 자연질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그것은 선후천운동이 자연과 인간과 사회와 역사의 진행방향, 그리고 인류문명의 흥망성쇠에까지 침투하여 우주1년의 시간대라는 물결을 타고 연출되는 장엄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129,600 수에 얽힌 신비롭고 놀라운 이야기

129,600의 수는 어떤 근거에서 생겨났는가? 그것은 태양과 달의 규칙적인 운동을 밝히는 천문학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캘린더에서 1년은 엄밀히 말해서 365¼일이지만 정음정양이 이루어진 후천의 1년은 360일이다. 그렇다면 360일을 기준으로 양력 365¼일과 음력 354일에서 나머지인 플러스 과 마이너스 6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체에는 원래 체온과 염도를 유지하는 자율적인 항상성恒常性이 있듯이, 캘린더의 주기에도 시간의 항상성 즉 360正度數가 작동하는 이치와 같다. 지구는 하루에 360도 자전하면서 1360일 동안 태양을 껴안고 공전하기 때문에 360도 곱하기 360회 하여 총 129,600도를 돈다. 이는 우주 차원에서도 똑같은 공식이 적용되는데, 360년을 한 주기로 해서 360회 순환 반복함으로써 우주1년의 시간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129,600수는 시간의 주기일 뿐만 아니라 우주와 인체를 꿰뚫는 음양변화의 본질적인 도수라 할 수 있다. 조선이 자랑하는 대표적 의학서인 동의보감을 보면, 보통의 성인들은 하루에 맥박과 호흡의 두 맥을 합해서 129,600회의 생명활동을 한다. 1분에 성인의 평균 맥박 수는 72회이니까 하루의 총 맥박은 103,680(72×60×24시간)이며, 1분 당 호흡 수는 평균 18회이니까 하루의 총 호흡은 25,920(18×60×24시간)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둘을 합하면 103,680+ 25,920= 129,600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360129,600 수는 자연과 인간과 문명의 질서에 내재하는 신비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을 비롯하여 만물은 선후천에 의해 생성변화한다. 시간의 입장에서 말하면 과거는 미래에 대해 선천이요 미래는 과거에 대한 후천이다. 자연의 입장에서 말하면 1년에서 동지로부터 하지에 이르는 6개월은 선천이요, 하지에서 동지에 이르는 6개월은 후천이다. 한 달에서 초하루로부터 보름까지가 선천이라면, 16일부터 그믐까지는 후천이다. 하루에서 자시子時부터 사시巳時까지가 선천이고, 오시午時부터 해시亥時까지는 후천이다. 이처럼 순간에서 영원의 차원을 꿰뚫는 원리가 곧 선후천인 것이다.

증산도사상은 인류가 출현하여 지금까지 살아 온 세상을 선천이라 하고, 앞으로 다가 올 세상을 후천이라 말한다. 선천과 후천은 129,600년을 하나의 주기로 삼는다. 129,600년을 우주1이라 부른 것은 증산도가 최초이다. 안운산 태상종도사님은 도생들을 가르치고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지구1에 빗대어 우주1을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지구년이란 지구가 태양을 안고 한 바퀴 돌아가는 주기 - 1- 를 말한다. 지구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질서가 무한적으로 반복되면서 만물이 생성된다. 이 지구년과 같은 이치로 대우주 천체권에는 낳고, 기르고, 거두고, 쉬는 거대한 주기가 있는데, 이것을 우주년이라 한다. 우주년도 지구가 태양을 안고 한 바퀴 돌아가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큰 1, 큰 춘하추동 사계절의 질서로 돌아간다. 지구년은 하루에 360도를 도는데, 여기에 1360일을 곱하면 지구의 1년 시간법칙은 360 × 360해서 1296백도로 돌아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우주 천체권이 한 바퀴 돌아가는 주기년은 360 × 360 해서 1296백 년이 된다. 우주1년인 1296백년 가운데 봄과 여름에 해당하는 648백 년을 선천이라 하고, 가을과 겨울에 해당하는 648백 년을 후천이라 한다.”

 


우주변화의 최종 결론은 후천개벽이다. 후천개벽은 우주의 여름과 가을이 교체되는 시기에 일어난다. 지금은 선천이 후천으로 뒤바뀌어 가을개벽으로 다가가는 막바지 징검다리, 즉 여름의 끝자락에 와 있다. 이때에는 우주운행의 중심축(天地에서 地天으로)이 뒤집어져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는 과정에서 엄청난 변국이 수반된다.

 

선천의 모든 악업惡業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천하의 병을 빚어내어 괴질이 되느니라. 봄과 여름에는 큰 병이 없다가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換節期가 되면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큰 병세病勢를 불러일으키느니라.”

 

전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병겁은 선천의 상극질서가 빚어낸 여러 형태의 모순과 인간들의 모든 악행, 신명들의 보복으로 그 원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괴질이 아닐 수 없다. 대병겁은 신명이 일으킨다. 병겁의 실체는 가을기운을 타고 내려온 신명들의 심판인 셈이다. 따라서 후천개벽의 실상은 시간질서가 바뀌는 현상과 함께 신명들에 의한 병겁심판으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환절기의 난은 병란病亂이 크기 때문에 동서양 전쟁은 병으로써 판을 고르게 하여 신천지의 세상으로 진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절차이다. 그것은 영성으로 가득 찬 신도세계를 주재하는 최고신의 주재로 이루어진다. 우주1년이 가치중립의 우주원리라면, 주재자는 실제로 천지도수를 뜯어고치는 인격적 존재이다. 신도우주의 주인공은 우주1년의 질서를 주재하는 인격신이다. 인격신은 우주질서를 주재할 뿐만 아니라 인류구원이라는 숭고한 목적에서 신도를 통치하고 개입시킨다. 이것이 바로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궁극적 원인인 동시에 결과라는 점에서 증산도 우주관의 압권이다.

 

. 신도로 열리는 후천개벽

 

1. 신도로 돌아가는 세상

 

인류문화의 시원은 신교神敎였다. “본래 유기독교[西仙]는 모두 신교에 연원을 두고 각기 지역과 문명에 따라 그 갈래가 나뉘었다는 말처럼, 유교와 불교와 선교와 기독교는 모체종교인 신교로부터 그 생명력을 이어받아 줄기문화로 성장하였다. 신의 가르침인 신교문화의 진정한 주인은 만물을 주재하는 지고무상의 존재인 절대자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서적중의 하나인 서경書經의 첫머리는 생명의 본원이자 통치자인 상제에게 제사 올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공자는 인격적 상제관을 도덕적인 천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이후 동양사상의 성격을 비틀어 놓았다. 심지어 송대에 흥성한 성리학性理學은 종교적 색채마저 제외시켜 한층 추상화의 길로 치달았던 것이다.

그 이후로 동양에서는 새로운 신관의 출현을 목말라 했다. 동학의 최제우는 잃어버린 신을 되찾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는 새로운 우주의 탄생을 예고하는 비인격의 지극한 기운[至氣]’과 인격신인 천주天主를 결합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지기至氣의 실체는 무엇이며, 하늘의 원래 주인인 천주는 과연 인격적 존재인가 아니면 비인격적 존재인가를 심도 있게 다루지 못했다. 단지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선언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다.

최제우는 종교체험을 통해 발견한 천주가 처음에는 누구인지를 몰라 당황하였다. 증산상제는 18604월에 성령으로 최제우에게 임하여 두려워 말고 겁내지 말라. 세상 사람들이 나를 상제라 이르거늘 너는 상제를 알지 못하느냐라고 하면서 천주(상제)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증거로 최제우에게 시천주侍天主 주문呪文을 주었고, 인류구원을 위해 직접 이 땅에 강세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제는 신명시대神明時代고 하여 이 세계는 천지인 삼계 이외에도 이들을 상호소통시키는 신도세계가 엄연히 실재함을 처음으로 밝혀주었던 것이다. 다음은 신도우주관을 안내하는 귀중한 대목이다.

 

이마두利馬竇(Matteo Ricci: 1552-1610)는 세계에 공덕을 끼친 사람이라. 현 해원시대에 신명계의 주벽主壁이 되나니 이를 아는 자는 마땅히 경홀치 말지어다. 그러나 그 공덕을 은미隱微 중에 끼쳤으므로 세계는 이를 알지 못하느니라. 서양 사람 이마두가 동양에 와서 천국을 건설하려고 여러 가지 계획을 내었으나 쉽게 모든 적폐積弊를 고쳐 이상을 실현하기 어려우므로 마침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다만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틔워 예로부터 각기 지경地境을 지켜 서로 넘나들지 못하던 신명들로 하여금 거침없이 넘나들게 하고 그가 죽은 뒤 동양의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돌아가서 다시 천국을 건설하려 하였나니 이로부터 지하신地下神이 천상에 올라가 모든 기묘한 법을 받아 내려 사람에게 알음귀를 열어 주어 세상의 모든 학술과 정교한 기계를 발명케하여 천국의 모형을 본떴나니 이것이 바로 현대의 문명이라. 서양의 문명이기文明利器는 천상 문명을 본받은 것이니라. 그러나 이 문명은 다만 물질과 사리事理에만 정통하였을 뿐이요, 도리어 인류의 교만과 잔포殘暴를 길러 내어 천지를 흔들며 자연을 정복하려는 기세로 모든 죄악을 꺼림 없이 범행하니 신도神道의 권위가 떨어지고 삼계三界가 혼란하여 천도와 인사가 도수를 어기는지라. 최수운崔水雲에게 천명天命과 신교神敎를 내려 대도를 세우게 하였더니 수운이 능히 유교의 테 밖에 벗어나 진법을 들춰내어 신도神道와 인문人文의 푯대를 지으며 대도의 참빛을 열지 못하므로 드디어 갑자甲子(1864)년에 천명과 신교를 거두고 신미辛未(1871)년에 스스로 이 세상에 내려왔나니 동경대전東經大全과 수운가사水雲歌詞에서 말하는 상제는 곧 나를 이름이라.”

 

여기에는 지난 인류문명에 대한 총 평가와 함께 이마두의 공덕과 신도세계의 실재성이 내포되어 있다. 신도가 개방되지 않은 닫혀 있는 선천은 각종 문명이 충돌하는 역사로 점철되었다는 사실, 지상문명은 천상문명의 복사판이라는 것, 신명계의 실재와 그 주벽은 이마두이며, 또한 앞으로의 문화는 신성과 인간의 역사적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방향성, 상제가 직접 이 땅에 강세한다는 사실이 제시되어 있다. 그것은 우주가 어떻게 구성되고 움직이는가를 밝힌 성명문이다. 과거의 모든 학설들은 신도세계의 존재에 대해 전혀 무지했다. 신도는 그만큼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 신으로 가득 찬 천지

 

증산도의 진리체계는 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는 현실의 밑바탕이 되는 우주변화의 이법을 뜻한다. 은 이법세계와 현실세계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신이 중간에서 매개하여 이법이 인간의 현실세계에서 실현된 것이 바로 사건이 바로 사이다.

우주의 모든 곳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다. 신도는 모든 생명현상을 주관하는 활력소이며, 만물 속에 깃들어 있는 영성의 실체가 바로 신이다. 따라서 우주에 가득 찬 신성의 현현顯現이 곧 천지만물인 것이다. 자연질서의 극치는 신의 세계이다. 인격신과 자연신은 우주를 꽉 메우고 있다. 자연신과 천지기운의 되먹힘이라는 작용이 신의 세계의 지극한 경계이다. 신은 어디에 국한되지 않고(non locality), 곳곳에 존재한다. 신은 시공간의 경계를 뛰어 넘어 어디든지 존재한다. 그러므로 신은 고정되거나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천지간에 가득 찬 것이 신이니,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르고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떠나면 무너지고, 손톱 밑에 가시 하나 드는 것도 신이 들어서 되느니라. 신이 없는 곳이 없고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신은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얼굴 있는 신이 있고 얼굴 없는 신도 있다. 이 세상에 겉으로 드러난 모든 것은 신의 작용이다. 각양각색으로 존재하는 신의 역할과 기능은 무한할 수밖에 없다.

자연과 인간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과 현상들은 신명계의 매개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주의 이법과 신명계를 소통시키는 열쇠는 천명天命이다. “천하의 모든 사물은 하늘의 명이 있으므로 신도에서 신명이 먼저 짓나니 그 기운을 받아 사람이 비로소 행하게 되느니라 말처럼, 어떤 일이 현실화되기 전에 먼저 신명계에서 그 일이 선행하여 일어나며, 신명계에서 일어난 일 또한 어떤 조짐을 통해 인간에게 지각되기도 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신도의 손길로 태어나며, 신도와의 끊임없는 교섭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신도는 천지인 삼계에 두루 편재한다. 다만 선천은 닫힌 세계였던 까닭에 신명계가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따라서 자연의 대변국을 수반하는 천지개벽도 신도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천지개벽을 해도 신명 없이는 안 되나니, 신명이 들어야 무슨 일이든지 되느니라. 파리 죽은 귀신이라도 원망이 붙으면 천지공사가 아니니라.”

 

신명은 천지개벽공사의 아주 큰 몫을 담당한다. 천지개벽의 전제조건은 신도의 정리사업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천지도수天地度數가 정리整理되는 시기인 까닭에 모든 생명체는 우주의 가을철에 이르면 신도의 조율로 성숙되어 결실을 맺는다.

 

나는 판밖에서 일을 꾸미노라. 신도는 지공무사至公無私하니라. 신도로써 만사와 만물을 다스리면 신묘한 공을 이루나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니라.”

이 때는 천지성공시대라. 서신西神이 명을 맡아 만유를 지배하여 뭇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나니, 이른바 개벽이라.”

 

가을우주를 주재하는 서신西神이 천지를 다스리는 방식은 우주원리에 근거한 신도神道이다. 신도는 천지를 경영하는 방법이다. 즉 우주를 다스리는 경영자가 최고신이라면, 세계에 대한 최고신의 독특한 경영방식이 바로 신도인 것이다.

증산도에서 말하는 다신多神[自然神人格神]은 천지간 구석구석에 널리 퍼져 존재하는 어떤 개체적 신이라면, 그러한 신들은 천지를 가득 메워 신명계를 형성한다. 이 세상을 가득 메운 신명은 천상계와 지상계와 지하신명계를 연결시켜 생명 활동을 부추긴다. 신이 없으면 천지는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도는 인간의 이성적 능력만으로 포착되지 않는 초합리의 세계이다. 예컨대 우레라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음전하와 양전하가 만났을 때 일어나는 방전현상이다. 하지만 우레를 일으키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손길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신도이다. 따라서 우주는 거대한 천지신명계의 연합체이며, 이러한 신 가운데 나머지 모든 신들을 새로운 창조적 전진으로 이끄는 존재가 바로 최고신으로서의 상제上帝이다.

신명은 독자적으로 하늘의 이치를 창출할 수 없다. 하지만 상제는 신도세계를 통치하여 천지인 삼계를 소통시켜 무상의 권능을 행사한다. 증산상제는 신도를 주재하고 통제하는 무극상제無極上帝로서 병든 하늘과 땅을 바로잡는 천지의 조화 권능을 뜻대로 하는 행위에 근거하여 나타난다.

증산상제는 선천 상극역사를 매듭지어 천지의 새 판을 짜고, 천지인 삼계를 가득 메운 인간과 신명의 원한을 풀어 병든 천지를 건지기 위해서는 모든 법을 합한 신통변화와 천지조화의 신권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가장 먼저 천상의 신도세계를 바로잡고 통일하여 조화정부造化政府를 조직하였다. 조화정부란 상제의 천명을 받들어 천지개벽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중심센터이다. 우주의 삼계대권을 쓰는 통치자인 상제의 조화권으로 세계를 경영하는 사령탑인 까닭에 조화정부라 일컫는 것이다.

 

3. 상제의 존재방식

 

그렇다면 우주의 주재자인 상제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나는 천지일월天地日月이니라. 나는 천지天地로 몸을 삼고 일월日月로 눈을 삼는다는 말로 요약되듯이, 상제는 천지일월의 존재양식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천지일월의 운행은 상제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상제는 천지일월을 자신의 분신으로 활용하여 그 운행질서를 주재하기 때문에 천지와 더불어 영원한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증산상제는 내가 참하늘이니라나는 천지와 더불어 동행하노라고 스스로의 신분을 밝혔다. 상제는 천지일월과 하나되어 절대 조화권을 발동하여 신천지를 여는 실질적인 조화주造化主라고 할 수 있다.

상제가 천지인 삼계의 통일을 실현하려는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삼계대권을 주재하여 조화造化로써 천지를 개벽하고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선경仙境을 건설하려 하노라. 나는 옥황상제玉皇上帝니라.”모든 것이 나로부터 다시 새롭게 되도록 하는 데에 있다. 이는 기존의 관념론적 사상가나 종교가들이 외쳤던 도덕적 가르침이 아니다. 천지개벽은 옛 일을 이어받는 것도 아니요, 더욱이 역사법칙에 종속되는 일도 아닌 것이다. 달리 말해서 천지개벽은 오직 상제만이 직접 우주를 뜯어고쳐 재조정하는 사업을 뜻한다. “선경세계는 내가 처음 건설하나니, 나는 옛 성인의 도나 가르침으로 하지 않느니라.”이것이 곧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 옛 일을 이음도 아니요, 세운世運에 매여 있는 일도 아니요, 오직 내가 처음 짓는 일이니라는 말은 이를 증명하는 발언이다.

천지인 삼계가 꽉 막힌 선천은 인간과 자연, 사회와 문명, 의식과 역사가 서로 대립하여 날마다 싸우는 공간이었다. 선천은 천지도수와 음양이 고르지 못하여[偏陰偏陽] 원한의 역사가 되도록 하는 미성숙한 우주이다. 선천은 음양의 불균형으로 인한 상극질서에서 비롯되었다. 상극질서는 인간의 삶과 문명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 왔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 문명과 문명 사이에 격렬한 대립을 야기하여 온갖 불화와 참혹한 싸움과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인류사에 불거져 나온 숱한 모순과 갈등과 투쟁 등 인간의 모든 비극은 깊은 원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원한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분열시킴으로써 온갖 죄악을 저지르는 악순환을 잉태한다. 이 원한이 하늘과 땅과 역사 속에 축적되어 상극의 극점인 여름철 말기에 이르면 한꺼번에 폭발한다. 이러한 원한의 찌꺼기가 완전히 뽑혀야만 천지와 인간이 총체적인 성숙의 과정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천지신명이 이를 근심하고 불쌍히 여겨 구원해 주고자 하였으되 아무 방책이 없으므로 구천九天에 있는 나에게 호소하여 오매 내가 이를 차마 물리치지 못하고 이 세상에 내려오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이제 내가 큰 화를 작으로 화로써 막아 다스리고 조화선경造化仙境을 열려 하노라.”

 

천지간의 모든 신들의 하소연으로 말미암아 이 땅에 강림한 상제의 조화권에 의해 선천의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마침내 새롭게 태어나는 신천지가 탄생되는 것이다. 우주의 여름철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이때, 성숙된 인생을 살지 않는다면 참다운 인간이 될 수 없다. 가을개벽의 정신을 깨닫고 그 뜻을 이루려는 인간만이 신천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우주는 선천 봄여름에 낳아 길러온 다양한 문화를 성숙된 하나의 문화권으로 통일시키고, 결실문명으로 인간 참열매, 즉 참인간 종자를 추수한다. 증산도 안경전 종도사님은 인간농사가 우주가 변화하는 목적이라고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인간농사! 이것이 우주가 끊임없이 생장염장으로 순환, 변화하는 존재이유이다. 나아가 우주가 인간농사 짓는 목적은 바로 가을철에 인간생명을 추수하고 성숙한 문명을 내기 위해서이다. 천지는 가을철에 인간열매를 추수함으로써만 그 뜻을 성취하는 것이며, 인간은 우주의 가을철에 결실문명을 만나 천지의 열매가 됨으로써만 천지와 더불어 성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현재의 우주관은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잠시도 버티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한낱 불변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낡은 물음에 매달려서는 현재와 미래의 일을 해결할 수는 없다. 객관적 사실만을 고집하는 자연과학은 자연으로부터 신성神性을 제거하는 재앙을 남겼다. 그리고 성령聖靈 체험은 주관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제한하여 아예 신도의 실재성을 포기함으로써 인류에게 수많은 폐단을 유산으로 남겼다. 우리는 과거의 자격상실한 우주관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우주관이 출현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희망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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