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논문

천부경과 하도 상수학으로 본 훈민정음 제자해 1

신민식(한의학 박사, 인하대 융합 고고학 박사과정)

2023.03.03 | 조회 3869

2021년봄 증산도문화사상 국제학술대회 발표논문


천부경과 하도 상수학으로 본
훈민정음 제자해

 

신민식(한의학 박사, 인하대 융합 고고학 박사과정)

 

 

목차

. 서론

. 천부경의 상수학과 훈민정음

1. 훈민정음 합자 원리와 천부경의 삼일 상수학

2. 천부경의 2·3 상수와 훈민정음의 삼극·이기

3. 천부경의 인중천지일과 훈민정음 천지인의 이중 구조

. 하도 상수학과 훈민정음

1. 하도의 상생·사계절 순서에 의한 초성의 창제 배열과 발음 순서

2. 하도 상수학에 의한 중성 11성의 배열

3. 중성 3성의 천지인 구조와 ()’의 원리

. 결론

 

 

논문요지

천부경은 1~10까지의 수로서 천, , 인의 관계와 존재원리를 밝힌 상수학象數學의 원전原典이다.

또한 하도, 낙서의 상수학의 바탕이 되었고 모든 학문의 근간이 되었다.

천부경의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에서 천지와 더불어 인간의 가치와 의미를 알수가 있고 천이삼天二三 지이삼地二三 인이삼人二三에서는 천지인의 생명 존재원리를 알수가 있다.

훈민정음에는 천지인을 형상한 초성初聲, 종성終聲과 중성中聲의 상관관계속에서 인간(중성)에 대한 가치를 밝히고 있다.

또한 천지인의 형상대로 중성의 , , , l이 나왔고 천지인 삼재지도三才之道의 법도대로 중성 8이 나왔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천부경의 상수학이 하도河圖로 이어지면서 수에 방위와 계절의 변화이치를 배속시켰다.

하도에는 만물이 생장염장生長斂藏하면서 상생相生하는 법칙을 내포하고 있다.

훈민정음의 내용에는 하도의 방위와 계절의 이치를 담고있는 상수象數,, , , , , , 를 정확히 배속시켰다. 그리고 한글 이자二字 중성을 상수 철학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중성 11을 하도 상수학으로 설명하면서 인간(中聲)은 상생相生을 해야한다는 이치가 훈민정음에 담겨있다.

이는 말과 글을 통해 문명이 발전하면서 상생으로 가야한다는 이치가 내포되어 있다.

증산 상제께서 장차 우리나라 말과 글을 세계사람이 배워 가리라”(도전5:11:3)하신 말씀이 있다.

한글 창제원리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또 어떻게 인간끼리 더불어 살아야 하는 가를 알려주기에 전 세계사람들이 우리나라글(한글)을 배우면서 그 깊은 철학에 동감同感할 것이다.

 

 

. 서론

 

전세계 모든 언어 학자들이 인정하는 훈민정음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보배이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에서는 매년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1989년에 제정하여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공로가 있는 사람이나 단체에게 1990년부터 수여하고 있다.

훈민정음은 먼저 음운학적인 방법을 비롯한 훈민정음 문자 기원에 대한 연구와 훈민정음 창제가 세종의 친제인지, 또는 협찬인지를 연구하는 방법 등이 이루어져 왔다. 훈민정음해례본의 최초 한글 번역서로 홍기문이 쓴 중보 정음 발달사증보서문에서 이상규는 훈민정음의 현대 언어학적 재해석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텍스트의 온전한 해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의 제자해制字解 부분은 음양오행사상을 바탕으로 역학, 악학樂學, 상수학象數學, 성운학聲韻學등의 융합적인 사유를 통해 그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본 논문은 훈민정음을 천부경과 하도 상수학으로 접근하여 훈민정음의 창제원리를 논구하고자 한다.

훈민정음 연구사를 살펴보면, 중종 22(1527) 최세진(1473-1542)이 한자를 배우는 초학자들의 학습을 위하여 편찬한 훈몽자회에서 3,360개의 한자에 대하여 훈민정음의 음과 훈을 달았다. 또 범례에서 훈민정음 운용에 대한 규정을 정하였으므로 훈민정음의 사용을 다시 부활시키는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다만 훈몽자회에는 훈민정음의 창제원리로 천부경이나 하도의 상수학을 연결시킨 내용은 없다. 신경준(1712~1781)은 영조 26(1750)에 지은 훈민정음 운해는 중성을 하도에 연관시켜 그린 중성도中聲圖를 제시했으나 천부경을 연관시켜 설명한 내용은 없다. 유희(1773~1837)가 지은 언문지도 초성, 중성과 하도의 관계를 설명하지 않았다. 언문지훈민정음 운해훈민정음제자해에서 초성의 순음을 토로, 후음을 수로 설명한 것과 다른 의견으로 순음을 수로 후음을 토로 설명했다. 이는 훈민정음 발성의 원리가 하도 사시 상생의 순환에서 왔다는 것을 모르고 기존 역학의 원리로 설명한 것이다.

최석정(1646~1715)이 지은 경세훈민정음도설 훈민정음의 원리를 도설圖說로 해설했다. 건곤 두 권으로 되어있으며 훈민정음을 사상과 팔괘로서 해설하며 소강절의 황극경세서의 원리로 풀었다. 어제언문이십팔자御製諺文二十八字를 인용하며 하늘의 이십팔수二十八宿에서 이십팔자가 기원되었다고 보았고, ,,종성을 천부경의 원리로 연관시키는 내용은 없다.

하도와 관련된 본격적 연구로는 오봉협의 (1909-1953) 한글 하도 기원론이 허동진의 조선어학사에서 소개되었다. 이 논문은 단행본으로 나오지 못하고 1951년 잡지 교육통신에 연재되었다. 훈민정음에서 모음에 해당하는 수의 원리로 하도의 숫자적 표음도에 도입하면 모음도가 나온다고 하였다. 이탁(1898~1967)은 초,중성과 하도의 관련성을 국어학논고에 소개한 바 있다.

중성에 대한 연구는 이정호의 <중성평면도>(1972), 조영진이 쓴 <중성도형도>(1972), 이성구의 <하도 오행상생도>(1983), 윤덕중, 반재원의 <중성도>(1983), 김석연의 <훈민정음 모음도>(2002)등이 있다. 윤덕중, 반재원의 <중성도>와 이정호의 <중성평면도>, 이성구의 <하도 오행상생도>는 훈민정음 제자해의 중성 내용에 부합된다.

 


< 오봉협의 오음도> 

 

오봉협의 오음도는 하도의 상수학에 입각한 배열을 하였는데 방위와 수는 설명안하고 위치만 배열한 도표이다오음도는 훈민정음의 중성이 하도와 연관된 것을 최초로 도표화한것에 의의가 있다.

야산 이달(1889~1958)은 중성을 오행에 배당하면서 천간과 지지에 연결하여 설명하였다. 중성을 천간에 붙여서 :, :, :, :, :, :, :, :, :, :라고 하였다. 이는 훈민정음에서 설명하는 상수의 원리와 맞지 않는데 그 이유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중성을 천간과 지지에 배속하였기 때문이다. 중성을 천간과 하도 상수학으로 배속하면서 훈민정음의 상수학의 원리에 맞게 배치된 도표는 반제원, 허정윤의 <수와 천간이 배속된 중성도>이다


< 수와 천간이 배속된 중성도>


상수학적으로 천간의 상수는 임은 1, 계는 6, 갑은 3, 을은 8, 병은 7, 정은 2, 무는 5, 기는 10, 경은 9금 신은 4금이다. <수와 천간이 배속된 중성도>는 이런 원칙으로 중성도를 배속하여 :, : , ;, : , :, :, :, :, : , :, ”로 하였고 이런 견해는 훈민정음 제자원리와 역리의 상관성에서 권오휘도 말했다.

이상의 연구들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알려진 시점을 기준으로 큰 차이가 보인다. 해례본 이후로 하도와 중성을 연결한 오봉협의 <오음도>를 비롯하여 자음과 모음을 하도와 천문의 관계로 연구한 반재원등의 많은 연구가들이 등장했다.

그런데 상수학의 바탕과 시원은 천부경으로부터 시작된다.

1~10까지의 상수로 우주와 인간의 존재원리를 설명하는 우주론과 인간론은 하도와 낙서, 천간, 십이지지 상수학의 기원이 되는 것이다. 천부경이 환단고기를 통해 알려지면서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 속에 담겨있는 상수학이 천부경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이 조금씩 연구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천부경 상수학이 어떤 원리로 훈민정음의 상수학과 연관되어지는지 훈민정음의 본문 내용을 살펴보면서 구체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또한 하도 상수학의 상수 변화를 통해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좀 더 심도있게 연구하고자 한다.

 

. 천부경의 상수학과 훈민정음

 

1. 훈민정음 합자 원리와 천부경의 삼일 상수학

 

훈민정음에 상이라는 단어가 23번 나오고 취상取象이라는 말은 5번 나온다. 상이란 코끼리 상인데 코끼리 뼈를 보고 그 모습을 상상한다고 하는 의미도 있다. 코끼리 뼈를 보고 코끼리를 상상하듯이 우주의 근원적인 진리나 천지같은 대상을 인식하는 것을 상을 본다고 하거나 취상한다고 한다. 취상이란 우주의 이치를 그림, 문자, 상징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은 개인마다 주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에 수를 통해서 나타낼 때 가장 보편적이고 합리적으로 진리를 드러낼 수 있다. 상을 설명하는 수는 단위, 부피, 무게의 일반적인 수치 단위가 아닌 정신과 생명의 현상을 표현하는 상징수학이며, 신성수학의 개념이다. 동양철학은 우주의 상을 수를 통해서 알 수 있기에 상수철학象數學이라고 한다.

상수학의 경전은 천부경이다. 천부경은 1에서 10까지의 상수를 통해 천지인의 질서와 인간의 마음을 정의한다.

천부경에는 일은 삼으로 펼쳐지고 삼은 일로 합쳐진다는 상수철학이 있다. 81자의 상수철학이 담겨있는 천부경의 첫구절이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석삼극析三極이다. 마지막 구절은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로 끝난다. 이는 일에서 삼극三極으로 펼쳐지고(析三極), 속에 천지가 하나가(人中天地一) 되는 원리를 설명한다. 천부경의 구조를 보면 일즉삼(一卽三), 삼즉일(三卽一)이라는 삼과 일의 순환사상이다.

단군세기 서문에서도 집일함삼(執一含三: 하나속에 셋이 깃들어 있고)과 회삼귀일(會三歸一:셋은 하나의 근원으로 돌아간다)의 내용이 나온다. 신시神市시대 때 태호복희씨와 같이 동문수학한 발귀리發貴理께서 부른 송가頌歌은 일로 본체를 삼고 일은 삼으로 작용을 삼으니라고 하였다. 훈민정음 제자해에서도 같은 사상을 찾을 수 있다.

 

초성과 중성 종성을 합해서 글자를 이루게 한다. 초성은 혹 중성의 상에 위치하고 혹 중성의 좌측에 위치하게 한다.

 

하나속에 셋이 있고 삼은 일로 본체를 삼는다는 상수 철학이 바탕이 되어 훈민정음에서 초성, 중성, 종성이 한 글자를 이루게끔 창제한 것이다. 초성은 천에 해당하면서 양에 해당한다. 양은 상의 위치이며 좌의 위치이다. 즉 음양의 위치대로 배열하면서 초, , 종성을 한 글자 속에 포함시킨 것이다. 지극히 간단한 것 같지만 여기에는 천부경 이후 면면히 내려온 삼과 일의 순환사상이 훈민정음 창제 원리로 표현되어 있다.

, , (三才) 3의 서로간의 관계와 법도를 삼재지도三才之道라 하는데, 훈민정음에는 삼재, 삼재지도란 단어가 5회 나온다. 훈민정음은 삼재지도의 이치를 바탕으로 창제되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 삼재지도 속에서 천지는 서로 순환하며 교감한다. 천지가 서로 교감하고 상응하는 것을 주역에서는 지천태괘 地天泰卦에서 천지교태天地交泰라고 한다. 삼재지도로 천지가 서로 상응하듯이 중성에서 천지를 상징하는 가 서로 처음 만나서 나온 글자가 , 라고 하였다. 그리고 천지에 해당하는 초성과 종성은 서로 교류하여 초성이 다시 종성이 되고 종성이 다시 초성이 될 수 있다. 이는 마치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오듯이 사시가 순환하는 이치이다.

훈민정음에서 천지의 기운에 대해 설명하는 구절이 있는데, “오행의 기운이 하늘에 있으니 즉 신의 운행이다. 오행이 땅에 있으면 본질이 완성된다고 했다. 하늘의 오행을 오운五運이라고 하고 땅의 오행을 육기六氣라고 한다. 오운육기五運六氣는 하늘과 땅의 오행법칙을 설명하는 이치이다. 기운을 받는다고 할 때 이는 하늘의 오운과 땅의 육기를 받는다는 의미이다. 오운五運에서 운이란 군의 행로를 말한다. 즉 군대가 필요에 의해 일진一進 일퇴一退 하는 움직임을 자율적으로 하듯이 오운이라고 하는 하늘의 오행은 스스로 행하는 움직임이다. 훈민정음에서 신의 운행(神之運)이라고 한 것은 초성이 하늘 기운과 같이 자율적으로 발음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땅의 오행인 육기六氣는 하늘의 오운 기운을 받아서 만물을 성장시키는 기의 변화를 갖는다. 종성은 땅의 기운이 만물의 본질을 완성시키듯이(質之成) 발음의 성질, 본질을 완성 매듭짓는다는 이치이다. 하늘의 오행은 신의 운행으로 천생天生을 하고 땅의 오행은 본질, 바탕을 이루게 하여 지성地成이 된다는 천지 우주관 철학(三才之道)을 훈민정음의 초성과 종성의 변화에 대입해서 설명한 것이다.

중성에 대해서는 천지인 우주관에서 사람에게 있는 오행으로 신의 운행과 질의 완성을 다 이룬 것 같은 역할을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오행의 법칙이 사람에게 있어서는 인의 정신의 운행이 되고 간의 바탕을 이룬다.

 

사람의 오행기운이 정신적인 운행(神之運)과 장기의 질적 바탕(質之成)을 동시에 이룬다는 동양의학의 핵심을 얘기하면서 중성은 초성같이 음을 발동시키는 역할(神之運)과 음을 매듭짓는(質之成)역활을 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 중성은 초성과 같이 음을 발동시키면서 동시에 ’, ‘같이 중성으로 끝날 경우 종성처럼 음을 매듭짓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얘기한다.

이상과 같이 삼즉일(三卽一)의 원리대로 초성, 중성, 종성이 하나가 되어 음을 이루고, 중성에서는 삼재지도의 이치 아래 , 와 같이 글자가 상형되며 초성과 종성이 서로 반복되게 하는 바탕에는 천부경부터 내려오는 상수학이 있는 것이다.

 

2. 천부경의 2·3 상수와 훈민정음의 삼극三極·이기二氣

 

천부경은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에서 상수학을 통한 천지인 삼재三才의 법칙과 질서를 설명한다. 앞구절인 천일天一, 지일地一, 인일人一이란 천지인은 동일한 일자一者에서 비롯됨을 설명한다. 이는 천부경에서 천, , 인을 동일한 존재가치로 인식했다는 것을 말한다.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에서 천일天一, 지이地二, 인삼人三이라 한 것은 하늘은 첫 번째이고 땅은 두 번째이며 사람은 세 번째라는 상수학적 의미를 말한다. 이는 생명의 존재로서 천지가 인간의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는 존재이며 천은 첫 번째 바탕이라는 것을 상수학으로 설명한 것이다.

제자해에서 중성의 기본성인 , , 이 천지인을 형상하면서 순서적으로 탄생된 존재의 원리를 설명한 내용을 이와 비교해보자.

 

는 혀가 수축이 되면서 소리가 깊다. 하늘이 첫 번째 자시子時에 열린다. 는 원의 형태로서 천을 형상한 것이다.

는 혀가 조금 수축을 하면서 소리가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다. 땅이 두 번째 시간인 축시丑時에 열린 것 같다. 평지의 형태는 땅을 형상한 것이다.

는 혀가 수축이 되지 않아 소리가 얕다. 사람이 세 번째 시간인 인시寅時에 열린다. 서있는 형태가 사람을 형상한 것이다.

 

이는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의 내용에서 하늘은 첫 번째가 되고 땅은 두 번째 인간은 세 번째가 된다는 천부경의 천지인 삼재지도를 설명한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하늘이 첫 번째로서 땅과 인간의 바탕이 된다는 이치는 훈민정음에 그대로 적용이 된다.

 

, , , , , , , 8성에 관통되는(다 사용되는) 것은 마치 양이 음을 통솔하고 만물을 두루 흐르기 때문이다. (중략) 하늘은 또한 삼재의 시작이다. , , 세 글자는 8성의 머리가 되고 은 세 글자의 으뜸이 된다.

 

8성에 다 사용되는 것은 천지인 3음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은 양으로서 모든 만물에 두루 흐르듯이 땅을 형상하는 의 상하에 위치하여 , 가 되고, 인을 상징하는 의 좌우에 존재하여 , 가 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천부경의 다음 구절인 천이삼天二三 지이삼地二三 인이삼人二三의 상수학으로 천, , 인의 질서와 법칙을 설명한 것이다. 앞 구절인 천이天二, 지이地二, 인이人二는 천지인의 두 가지 질서를 얘기한다. 천은 음양陰陽으로, 지는 강유剛柔, 인은 남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천의 음양은 시간적으로 낮과 밤으로 나타나며 지의 강유는 공간적인 기의 흐름인 한서寒暑로 전개된다. 인간의 남녀는 천지의 음양과 강유 질서를 바탕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뒷 구절인 천삼天三, 지삼地三, 인삼人三三數원리라고 하는 3의 상수학으로 천지인이 운행이 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러한 3의 법칙으로 운행된다는 것이 바로 삼재지도三才之道이다.

훈민정음은 천지인의 상을 취상取象하여 삼재三才의 도가 갖추어져 있다고 했다. 천지인을 취상했다고 하는 것은 천지인의 이치를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로 했고 그러기에 훈민정음에 삼재(천지인)의 도가 갖추어졌다고 한 것이다. 훈민정음에서 초성과 중성에 대해 말을 하면 음양은 하늘의 도이다. 강유는 땅의 도이다. 중성이 한번 깊거나 한번 얕고 한번 열리고 한번 닫힌다. 이러한 법칙은 음양으로 나누어지고 오행의 기가 갖추어져 있어 하늘의 작용이다.” 라고 하였다.

이는 삼재지도의 이치에 따라 초성, 중성, 종성이 하나로 합해지면서 한 음절이 된다. 초성과 종성은 3의 상수원리대로 청음과 탁음 그리고 불청불탁음로 나뉜다. 예를 들면 ,,..등은 청음이고 ,,,,등은 탁음이다. 불청불탁음은 ,,o음이다. 청음은 전청과 차청, 탁음은 전탁과 차청이라는 두가지 음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는 23은 같이 존재하면서 순환하는 상수학 원리와 동일하다.

또한 중성의 , ,,는 입이 조금 열리면서() 발음이 되고 ,,,는 입을 많이 열면서() 발음을 하는 벽합闢闔 2가지 작용으로 발음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처럼 32의 상수학으로 창제되어 활용한다는 것을 훈민정음 용자례用字例에서는 삼극의 뜻과 이기의 묘함으로 갖추고 묶지 못할 것이 없다(三極之義 二氣之妙 莫不該括)”고 하여 명확히 밝히고 있다.

천부경의 천이삼天二三 지이삼地二三 인이삼人二三다음구절이 대삼합륙大三合六 생칠팔구生七八九라는 구절이다. 대삼大三이란은 천지인을 말한다. 이 천지인이 합쳐지면 육, , , 구가 된다. 수의 원리에서 1,2,3,4,5를 생수生數라고 하고 6,7,8,9,10을 성수成數라고 한다. 생수는 처음 생명이 발아될 때의 상(상태)를 설명하는 수이다. 발아된 생명이 바깥으로 드러난 형체를 수학으로 표시한 것은 성수, 물수物數라고 한다. 예를 들어 땅속에서 새싹이 올라오지만 지상으로 나오지 않는 상태와 땅을 뚫고 지상으로 출현한 상태로 구분될 수 있다. 이때 지하에 있는 새싹의 상태를 지하지목地下之木이라 하는데 상수로는 3목으로 표현한다. 새싹이 지표면을 뚫고 나오면 8목이라고 한다. 목은 지하지목인 생수 3목과 지상지목地上之木을 표현하는 성수 8목을 합해서 3,8목이라고 한다. 대삼大三인 천(음양), (강유), (남녀)이 합쳐지면서 6을 이룬다고 하였다(大三合六). 천지인 삼재가 합일하면서 생명이 형상화되어 탄생을 의미하는 6이 되고, 그 뒤에 화의 성수인 7, 의 성수인 8, 의 성수인 9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삼재가 만나서 6이 된다는 상수학을 주역에서도 말한다.

 

역의 서됨이 넓고 큰 것이 다 갖추어져서, 천도天道가 있으며 인도人道가 있으며 지도地道가 있으니, 삼재를 겸하면서 둘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6이니 6는 다른 게 아니다. 삼재의 도다.

 

위의 주역계사하전繫辭下傳 十章을 인용하면서 6은 천지인 삼재의 도리로 이루어진 수라고 밝힌 선행연구에 의하면, 정인지가 쓴 삼극지의三極之義는 삼재지도三才之道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훈민정음은 초, , 종성 중에서 특히 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천지를 대행해서 완성시키는 존재가 인간이듯이 중성은 초성과 종성을 이어주는 존재라고 설명된다. 이러한 창제원리는 천지인이 합쳐지면서 만물을 성숙시킨다는 대삼합륙생칠팔구大三合六生七八九의 천부경의 상수 이치와 일맥상통한다. 이와 같이 상수학의 이치를 통해 천지와 더불어 인간이 합일되면서 사물이 형상화되고 완성된다는 천부경의 이치는 훈민정음의 삼재지도 창제 원리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이는 인을 말하는 중성속에 다시 천지인을 형상하는 , , 가 배속되는 훈민정음과 천부경의 상수학을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3. 천부경의 인중천지일과 훈민정음 천지인의 이중 구조

 

천부경의 끝 구절인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은 천부경의 핵심으로서 인의 존재에 대해 말한다. ‘인의 중심에 천지가 하나로 된다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은 인간 가치 철학의 근본이 되며 모든 깨달음의 궁극의 경계가 된다.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에서 중을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중심中心(내부)’으로 해석하면 인중천지일은 인의 중심(心中)에 천지가 하나가 된다라는 뜻이다. 둘째, 일치하게 하다’, ‘부합되게 하다라는 동사로 보면 인은 천지를 하나로 되게 하는존재라는 것이다.

훈민정음에는 이상의 두 가지 의미의 인중천지일과 부합되는 제자 원리가 있다. 첫 번째 설명한 인의 중심(心中)에 천지가 하나로 된다에 부합되는 원리는, 천지인을 형상하는 초성, 중성, 종성 가운데 인에 해당하는 중성 속에 다시 천지인을 상징하는 글자인 , , 기본 3성을 배치한 것이다. 중성의 기본 3성에서 은 하늘의 원을 취상한 것이고 은 땅의 평평한 형상을, 은 인간의 기립을 형상한 것으로, 천지인을 취상해서 삼재의 도가 갖추어져 있다고 했다. 즉 훈민정음은 초성, 중성, 종성의 천지인 구조와 더불어 중성 속에 다시 천지인 글자인 , , 가 들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 구조를 편의상 천지인 겉구조천지인 속구조로 나누면, 천지인 삼재의 법칙으로 창제된 초성, 중성, 종성은 겉구조에 해당된다. 그리고 인(중성) 속에 내재된 천지인(, , )천지인 속구조라고 한다. 이는 천부경 이치의 핵심인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과 같은 창제원리이다.

둘째로 인은 천지를 하나로 되게 한다는 의미의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원리와 동일한 의미의 창제원리도 찾을 수 있다

 

초성은 발동(음을 발동시킴)의 뜻이 있어서 천의 사이다. 종성은 지정止定(음을 멈추고 안정하게 함)의 뜻이 있어서 지의 사이다. 중성은 초성의 생(발동)을 이어주고 종성의 완성(止定)을 매듭짓는 인의 사이다.

초성은 천에 해당하며 음을 처음 발동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종성은 지에 해당하여 음을 멈추고 안정시켜 매듭짓게(止定)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중성은 인에 해당하며 초성과 종성을 연결시켜주고 매듭짓게 한다는 것이다. 천지는 부모이지만 부모를 자식이 봉양하고 받들 듯이 인간은 천지를 하나가 되게 하는 존재이다. 인에 해당하는 중성이 초성과 종성을 연결한다는 창제원리 속에는 천지를 연결하고 완성시키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하는 이치가 담겨 있다.

제자해에서는 이러한 창제원리를 주역의 64괘중 지천태괘地天泰掛의 내용으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자운字韻의 요체는 중성에 달려있다. 초성과 종성을 합해서 음을 완성시키는데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고 반드시 인간에 의뢰해서 재성보상財成輔相하게 한다.

 

위 내용은 중성이 초성과 종성을 합하게 하면서 음을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고 인간에 의지해서 재성보상財成輔相이 이루어진다는 주역의 이치를 통해서 설명하면서 중성이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재성보상은 주역의 11번째 괘인 지천태괘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지천태괘는 천지의 기운이 서로 소통, 교류되어 편안하고 안정된다는 주역에서 가장 길한 괘중 하나이다. 이러한 지천태괘의 문장에서 재마름질한다는 재의 뜻이며, 은 보좌한다는 좌의 뜻으로 재성보상은 잘 마름하여 지나치지 않도록 억제하고 잘 도와서 미치지 않은 바를 깁도록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천지의 도를 재성하고 천지의 의를 보상하듯이 중성이 초성과 종성을 이어주고 매듭짓게 하면서 발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에 해당하는 중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발음현상으로도 설명한다.

 

중성이 깊거나 얕거나 입을 다문상태이거나 입을 벌린 발음으로 초성을 향해서 소리를 내면 초성은 그런 중성에 오음인 아설순치후음의 청탁으로 소리를 낸다.

 

훈민정음의 음운학에서 보면, ‘을 발음할 때 초성인 이 먼저 발음 될 것 같지만 중성인 가 초성을 향해서 소리를 낼 때 초성인 이 중성인 에 화답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통해서 천지 만물의 재성과 보상이 이루어지듯이 중성이 먼저 소리를 내고 그에 화답하는 초성의 소리가 이루어진다는 논리이다.

지금까지 천부경의 상수학으로 본 훈민정음의 원리를 살펴보았다. 일부 천부경의 원리를 훈민정음에 견강부회한다고 비판할 지도 모르겠다. 천부경에서 훈민정음이 탄생되었다는 얘기가 아닌 천부경과 훈민정음의 바탕에 흐르는 상수학의 동질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 점은 학문을 깊게 공부했던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천부경의 상수학이 바탕이 된 하도 상수학으로 중성의 11을 창제하고 활용했다는 것을 살펴봄으로써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71개(4/8페이지)
EnglishFrenchGermanItalianJapaneseKoreanPortugueseRussianSpanishJavane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