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논문

한국의 삼신관 2

문계석(상생문화연구소)

2023.02.27 | 조회 3180

III. 존재론적 진리로 이법화理法化된 삼신

 

1. 정태적情態的 의미의 삼극사상三極思想

 

사상사의 관점에서 볼 때, 진리의 꽃은 철학哲學이고, 철학의 정수精髓는 바로 존재론이다. 존재론은 전통적으로 존재란 무엇인가의 물음으로 출발한다. 이에 대한 대답은 모든 것들의 근거로서 존재근원을 찾아내는 작업으로 귀결된다. 존재근원은 곧 모든 것들의 원초적인 진리로 가장 보편적인 원리요, 궁극의 원인으로 아르케arche’이다. 존재근원으로서의 아르케는 상수론象數論으로 표현하면 바로 하나[]’이다. ‘하나는 우주만물의 전체와 동시에 근원을 상징하는 수이다. 따라서 하나는 모든 것들이 그것에서 시작하여 수없이 벌어지고 결국 그것에로 귀착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상수론으로 전개하는 존재론적 사유방식은 인류 최초의 경전으로 불리는 한민족의 천부경天符經에 압축되어 있다. 천부경의 첫 구절은 하나는 시작이나 무로부터 시작한 하나이다. 하나가 세 가지 극으로 나뉘어도 그 근본은 다함이 없다.”로 시작한다. 이를 간략하게 풀어보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근원으로서의 하나[]’로부터 출원하는데, 근원의 하나가 자신의 존재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지극한 것[삼극三極]’으로 나뉘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으로 나뉘어도 각각이 모두 근원의 하나와 동일한 본체라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일체삼용一體三用의 논리로 압축되고, 하나를 잡으면 셋을 머금고, 셋이 모이면 하나로 돌아간다는 논리로 표현된다.

일체삼용의 논리는 바로 한민족이 진리를 탐구하는 사유방식이다. 이 논리는 일신즉 삼신이라는 신론神論에 부신符信처럼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집일함삼執一含三이나 회삼귀일會三歸一에서 집일執一귀일歸一일체一體, ‘함삼含三회삼會三삼신三神에 대응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일체삼용의 논리에 따라 전개되는 삼신에 대한 진리인식은 존재론적인 이법理法을 통해서 가능하다. 한민족의 사유구조에서 존재론적인 입법은 삼극三極으로 분석된다. ‘삼극에 대해 증산도 도전천지의 이치는 삼원(三元)이니 곧 무극(無極), 태극(太極), 황극(皇極)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천지의 이치는 우주만물의 존재론적인 이법이고, 이법은 진리인식으로 삼극의 원리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삼신삼극으로 인식됨을 주장하고자 한다. 조화의 신이 이법화된 것은 무극無極이고, ‘교화의 신이 이법화된 것은 태극太極이고, ‘치화의 신이 이법화된 것은 황극皇極이다. 따라서 삼극삼신에 대한 존재론적인 진리인식이 되는 것이다.




삼신이 이법화된 삼극의 원리

 

그럼 조화의 신은 어떻게 무극으로 이화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무극은 새로운 창조와 변화의 무한한 바탕이지만 동시에 가능적으로 구성된 규정성規定性과 한정성限定性의 근거이다.한정성과 규정성의 근거라는 의미에서 무극은 가능적으로 내적인 구체화의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삼신의 조화의 정신이 이화된 것이다. 왜냐하면 조화의 정신은 안으로는 새로운 창조를 위한 주체의 정보를 담지擔持하고 밖으로는 다양한 정보체계를 수용하여 앞으로 출현하게 되는 창조를 가능적으로설계하는 데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만일 무극의 원리가 없다면 우주만물의 현실적인 창조란 없다. 화이트헤드의 신개념을 끌어들여 말한다면, 이는 원초적 본성으로서의 신이 영원한 객체들을 주체적으로 파악하여 자신의 통일성 속에 흡수하고, 창조를 위한 공가능성을 결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기에서 확정된 공가능성은 바로 가능적으로 한정성과 규정성의 근거로 구체화의 원리인 것이다. 따라서 무극은 삼신의 조화의 신이 이화된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삼신의 조화의 신이 이화된 원리가 무극임을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요컨대 개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닮은 개를 낳고, 인간은 개가 아닌 자신을 닮은 인간을 낳는다. 이는 창조의 주체가 되는 신이 사람의 본성을 파악하여 내재하기 때문에 사람으로 태어나고, 개의 본성을 내재하기 때문에 개로 태어남을 의미한다. 그래서 갓 태어난 아기는 개로 성장하지 않고 사람으로 성장하고, 성장한 사람은 곧 사람을 낳아 대대손손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가 천착穿鑿할 수 있는 것은 내재된 신이 조화의 정신으로 사람의 본성本性을 규정하는 정보를 총체적으로 파악하여 설계한다는 것이다. 조화의 정신은 내적으로는 주체적으로 유전정보 등을 파악하여 담지하고 외적으로는 실현 가능한 정보 등을 흡수하여 통일성 속에 사람으로서의 본성을 결정하는 한정성규정성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가능적인 구체화의 원리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조화의 정신은 지속적으로 활동하여 사람으로서의 틀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를 끊임없이 수용하여 조직화하는 것이다. 이는 곧 조화의 정신이 이화된 무극으로 인식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교화의 신은 어떻게 태극으로 이화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태극무극의 열림이다. 이는 곧 창조기운이 율동하는 음양동정陰陽動靜의 작용으로 드러난다. ‘음양동정의 작용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분열과 생장의 근거이다. 한마디로 태극무극이 가능적으로 짜 놓은 새로운 창조의 정보를 음양동정의 기운으로 실현하는 현실화의 원리이다. 이는 삼신의 교화의 정신이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교화의 정신조화의 정신에서 복잡하게 설계되는 가능적인 정보들을 현실적으로실현하는 원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만일 태극의 원리가 현실적으로작동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가능적으로만 존재할 뿐, 현상계에 새롭게 창조되는 우주만물이란 없다. 이는 태극의 원리가 조건만 갖추어지면 무극에서 조성된 창조변화의 설계도를 우주에 충만한 원기元氣를 끌어들여 현실적인 존재로 실현함을 의미한다. 화이트헤드의 신개념을 끌어들여 말한다면, ‘결과적 본성으로서의 신이 다양하게 흡수한 정보들을 현실적으로 안전하게 구현되도록 육성을 촉진하는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태극의 원리에 따라 실제적인 육성과 영적인 깨달음이 역동적으로 일어나게 되는데, 이는 교화의 정신에 따른 것이다. 이것이 현실화의 원리이다. 따라서 태극은 삼신의 교화의 신이 이화된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삼신의 교화의 신이 이화된 원리가 태극임을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생겨나면 생장의 가도를 걷게 마련이다. 생장의 변화는 창조기운의 응축과 분열이라는 음양동정에 의거한다. 그 과정은, 물리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음식을 먹음으로써 영양활동이 일어나고, 오장육부가 정상적으로 원활하게 작동하고, 또 정신적인 측면에서 감각활동과 이성적인 사유 활동이 작동하면서 진행된다. 여기에서 우리가 간파해낼 수 있는 것은 창조의 주체에 내재된 교화의 정신이 가능적으로 조직된 정보를 현실적으로 실현하는데, 물리적인 측면과 정신적인 측면에서 생장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각기 성장에너지와 수명이 다르게 나타나게 되고, 영적인 깨달음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만일 교화의 정신이 내재하여 작용하지 않는다면, 중도에서 성장을 멈추게 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현실적인 존재의 수명이 다르고, 그 활동력이 다르게 나타나며, 가르침과 깨달음에 따른 성숙도가 각기 다르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연에서 다양한 종이 탄생하여 생장과 영적진화의 과정이 일어나는 것은 한마디로 교화의 정신에 따른 것이다. 이는 교화의 정신태극으로 인식되는 사례다.

치화의 신은 어떻게 황극으로 이화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황극무극태극의 창조질서를 매개하여 조율하는 근거이다. 한마디로 황극무극의 가능적인 창조정보와 태극의 음양질서를 열어 우주만물이 현실적으로 창조되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주재의 원리이다. 이는 삼신의 치화의 정신이 이화된 것이다. 왜냐하면 치화의 정신조화교화의 중심에서 구체적으로 설계된 정보의 질서를 열어 이를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데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만일 치화의 정신이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조화의 정신이 열리지 못하고 교화의 정신이 성장의 질서로 작용하지 못하게 되므로, 우주만물의 새로운 창조변화란 현실적으로 없게 된다. ‘치화의 정신이 있기 때문에 탄생하여 성장하는 모든 것들은 무질서와 파멸의 방향으로 진행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질서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좋은 상태의 결실을 맺고, 다음의 새로운 창조와 진화의 과정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한동석韓東錫은 분열지기分列之氣가 아직 상존하는 곳을 황극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는 황극이 무극의 기운을 열어 태극의 음양작용으로 우주만물이 생장하도록 하여 그 극점에서 무극으로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탄생 誕生하고, 성장成長하고, 수렴收斂하여 순환으로 나아가는 것은 교화의 정신에 따른 것이다. 이것이 조율과 주재의 원리이다. 이는 삼신의 교화의 정신이 이화된 황극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삼신의 치화의 신이 이화된 원리가 황극임을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우주 안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모두 개별적으로는 균형 잡힌 생명활동을 하고 있고, 전체적으로는 각기 질서를 유지하면서 보다 완성도를 향해 순환循環해가고 있다. 순환의 주체는 한마디로 음양의 기운을 조절하고 통제하여 생명체들을 생장으로 이끈 다음 새로운 창조를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지구상의 유기체들이 대대로 종을 보존하면서 질서 있게 순환하여 진화해가는 모습이나, 인류가 끊임없이 새로운 문명을 일구어 보다 나은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노력에서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근본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치화의 정신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인간의 경우에서 조화의 정신이 파악한 새로운 창조의 정보가 열려 현실적인 태아가 탄생하게 되는데, 탄생된 태아는 교화의 정신에 따라 어른으로 온전하게 성장하고 깨달음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치화의 정신은 창조의 질서와 육성의 질서를 열어 조화롭게 성장하도록 조율하여 주재한다. 만일 치화의 정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탄생의 질서가 열리지 못하여 탄생될 수 없거나, 생장의 질서가 열리지 못하여 죽음을 맞이하거나, 성장의 균형이 깨진 인간으로 전락하게 되어 본래의 창조적인 목적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문명화의 길로 나아가는 국가의 경우에서도 치화의 정신을 상징하는 지도자가 없다면, 질서 있는 올바른 국가란 실현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한마디로 주재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이는 치화의 정신황극으로 인식되는 사례다.

그러므로 조물주의 의미에서 삼신일체 하느님이 이화된 원리는 삼극三極으로 인식된다. 삼신의 조화의 정신은 새로운 창조의 주체가 되어 가능적으로 내적인 구체화의 원리로 이화된 무극이고, ‘교화의 정신은 실제적인 생장의 주체가 되어 현실적으로 외적인 현실화의 원리로 이화된 태극이고, ‘치화의 정신은 양자의 질서를 열어 조율하는 주체가 되어 현실적인 주재의 원리로 이화된 황극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동태적動態的 의미의 삼도사상三道思想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를 찾고자 열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안락한 가정과 처자식이 살고 있는 세속을 벗어나 심산유곡이나 사찰寺刹로 들어가 도를 체득하고자 맹렬한 수도에 전념하기도 한다. 이들이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평생 동안 일념으로 수련하는 궁극의 목적은 활연대각豁然大覺, 즉 득도得道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류의 영원한 스승으로 꼽히는 공자孔子아침에 도를 얻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고까지 했다.

란 무엇인가? 그것은 다의적多義的인 개념이지만, ‘오묘한 이치혹은 무엇이든지 통하는 길이란 뜻을 함의한다. 그러나 는 한정하여 무엇이라고 정의될 수 없다. 왜냐하면 는 자체로 아무런 형체가 없어서 보이거나 어떤 방식으로도 형상화되지 않고, 나아가 명확하게 고정된 존재이거나 분명히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딱히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자老子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항상인 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는 언제 어디에나 통해 있어서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서 항상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 노자는 도는 텅 비어 있어서 그것을 아무리 써도 (모자라지도, 아무리 보태도) 차는 일이 없는 듯하고, 심연과 같아 (알 수 없지만) 모든 만물의 근본인 듯하다.”라고 했다. 도는 한마디로 천지만물의 존재근원인 것만은 분명하다.

존재근원인 도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노자는 도의 연원淵源스스로 그러한 존재[自然]’에서 찾은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으며,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나라의 유학자 동중서董仲舒도의 큰 근원은 하늘에서 나온다.”고 했다. 반면에 동양의 역철학에서는 삼재의 도[三才之道]’를 말한다. 삼재三才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전체를 구성하는 근본 틀, 즉 하늘[], [], 인간[]을 지칭하므로, ‘는 천도天道, 지도地道, 인도人道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우리는 도의 큰 근원이란 자연의 도이든, 삼도를 포괄하는 도이든 수에 있어서는 하나[]’임을 추론해낼 수 있다. 그래서 인류의 현자로 칭송되는 공자孔子나의 도는 하나로써 관통했다.”고 말했던 것이다.





신교의 맥을 계승한 조선朝鮮의 유학자 이맥은 도의 큰 근원은 삼신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는 삼신일체三神一體를 말하는데, 상수象數로 말하면 하나의 도를 뜻한다. 하나의 도일체삼용一體三用의 논리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도의 큰 근원은 본체에 있어서는 하나이지만, 세 손길로 작용하여 펼쳐진다. 그럼에도 그 도의 본질本質은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이 항상 일정한 상도常道라는 것이다. 천부경에서 천일天一’, ‘지일地一’, ‘인일人一로 분석한 까닭은 우주만물이 전적으로 천도, 지도, 인도로 발현됨을 상징한 것이다.

그런데 하늘, , 인간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삼신의 자기 발현체發現體이다. 이는 삼신이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삼도三道, 즉 천도, 지도, 인도로 이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천도는 만유생명의 창조근원으로 삼신의 조화의 정신이 이법화된 도이고, ‘지도는 창조된 만물을 육성하고 가르치는 근원이므로 삼신의 교화의 정신이 이법화된 도이고, ‘인도는 하늘의 조화성과 땅의 교화성을 질서 있게 열어 우주만물이 창조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도록 주재하는 치화의 정신이 이법화된 도이다. 따라서 삼신일체의 도는 곧 삼재지도三才之道이다.

그럼 삼도, 즉 천도, 지도, 인도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고려 때 행촌 이암李巖무릇 삼신일체의 도는 대원일의 의라고 했다. ‘대원일삼대 삼원 삼일을 말하는데, ‘광대, 성대, 위대하다는 뜻이고, ‘이란 원만하여 두루두루 미친다는 뜻이고, ‘하나둘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는 다의적인 뜻이 있지만 삼신일체의 도리道理를 뜻한다. 이에 대해서 이암은 염표문念標文에서 하늘은 현묘함과 침묵함으로 광대하니, 그 도는 두루 미치어 원만하고, 그 일은 참됨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땅은 축적과 저장으로 성대하니, 그 도는 (하늘을) 본받아 원만하고, 그 일은 부지런함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사람은 지혜와 능력으로 위대하니, 그 도는 선택함으로 원만하고, 그 일은 협력함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세 가지의 큼[三大]’은 우주만유를 구성하는 중심축으로 하늘, , 인간, 즉 삼재三才를 지칭한다. ‘삼신일체의 도는 삼재의 본질적인 행태行態가 광대함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즉 하늘은 현묵대玄默大, 땅은 축장대蓄藏大, 인간은 지능대知能大인데, 현묵대는 하늘이 시공의 제약 없이 현묘함과 침묵함으로 광대하다는 뜻이고. 축장대는 하늘이 계획하는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본받아 땅이 축적하고 저장함으로 성대하다는 뜻이고, 지능대는 하늘의 뜻을 파악하여 땅에서 이루는 지혜와 능력을 계발啓發함으로 위대하다는 뜻이다.

세 가지 원만함[三圓]’삼재의 도가 작용함을 지칭한다. ‘삼신일체의 도삼도로 작용하여 자신을 드러내는데, 하늘은 보원普圓의 도이고, 땅은 효원效圓의 도이고, 인간은 택원擇圓의 도이다. ‘보원은 우주만물의 창조에 있어서 하늘이 시공時空의 제약을 벗어나 언제 어디에서나 막힘없이 광대하게 두루 미치어 무엇이든지 빠짐없이 새롭게 창조하기 때문에 하늘의 도가 원만하다는 뜻이고, ‘효원은 하늘이 새롭게 내놓은 것들을 땅이 그대로 본받아 어디에서나 현실적으로 성대하게 화육하기 때문에 땅의 도가 원만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하늘은 생하고 땅은 육성하는 도[天生地育之道]’이다. ‘택원은 하늘이 내놓은 새로운 창조와 땅이 육성하고 일깨우는 것들의 질서를 인간의 지혜로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조율하고 주재하기 때문에 인간의 도가 원만하다는 뜻이다. 이때의 인간은 우리와 같은 범부凡夫가 아니라, 삼신과 하나 되어 태일의 신이 된 신인神人을 가리킨다.




 

삼신일체의 도

 

세 가지가 하나임[三一]’은 삼도가 하는 현실적인 과업課業을 지칭한다. 이는 삼신일체의 도가 오직 한결같이 전념專念함을 뜻하는데, 하늘은 진실함으로 하나[眞一]이고, 땅은 부지런함으로 하나[勤一]이고, 인간은 협력함으로 하나[協一]이다. 즉 진일은 하늘이 하는 모든 창조성이 시공時空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에서나 베풀고 있음을 뜻하고, 근일은 땅이 하늘의 창조를 본받아 무엇이든지 화육化育에 쉬지 않고 부지런히 행함을 뜻하고, 협일은 사람이 천도와 지도의 질서를 열어 조율하고 화합하여 만유를 주재함을 뜻한다.

그러므로 삼신이 이화된 삼도는 우주만유를 항상 새롭게 창조해가는 천도, 하늘이 내놓은 것들을 쉬지 않고 화육하는 지도, 천도의 질서와 지도의 질서를 열어 창조와 육성을 주재하는 인도이다. 이는 한마디로 삼신일체의 도이다. 그래서 그 도가 하늘에 있으면 (조화, 교화, 치화의) 삼신이고, 그 도가 사람에게 있으면 (, , ) 삼진三眞이 되는데, 그 근본으로 말하면 오직 하나일 뿐이다 라고 한다. 나아가 만일 삼신일체의 도가 가정家庭의 구성체構成體에 있으면, 아버지의 도, 어머니의 도, 자식의 도이고, 군사부君師父 문화에 있으면, 자신의 생명을 준 아버지의 도[父道], 올바른 인간으로 길러주는 스승의 도[師道], 사람들을 주재하여 국가를 다스리는 임금의 도[君道]라고 말할 수 있다.

 

IV. 한민족의 문화양식으로 드러난 삼신

 

원형정신에서 보자면 한민족의 사유구조는 일체삼용一體三用의 논리이다. 이는 근원의 하나가 세 손길로 작용함을 함의한다. 이 논리에 근거해서 한민족은 우주를 구성하는 중심체가 하늘, , 인간이며, 하나의 하늘은 해, , 별들로 나뉘어 운행되고, 하나의 땅은 물, , 공기로 이루어지고, 하나의 원자도 양성자, 전자, 중성자로 분석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나아가 하나의 가정도 부, , 자녀로 구성되고, 국가의 통치체제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나뉘어져 있고, 심지어 사람 또한 머리, 몸통, 팔다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거나 마음[], 기운[], []으로 나뉘어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일체삼용의 논리는 원형신교의 논리, 삼신일체三神一體의 이념에 그대로 적용된다. 역사문화의 원전 환단고기에 의거하면, ‘삼신일체의 원형정신은 인류문화의 근원이요 뿌리이다. 이는 인류문명의 시원국가인 환국桓國 시대에 태동되어 지구촌으로 퍼져나갔고, 동북아 지역에 거주하는 한민족의 심층에는 문화적 유전자(meme)’처럼 고유한 사유의 틀로 고착되었다. 그래서 삼신일체의 원형정신은 한민족의 역사문화 족적이 담겨있는 유물유적에 그대로 투영되어 전통적으로 생활문화 속에 고스란히 현시顯示되고 있다.

삼신일체를 형상화한 문화적 양태들은 무수하게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글에서 오늘에까지 전해지는 몇 가지만 중요한 사실만을 제시해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삼신하느님을 모시는 제천단祭天壇과 국조삼성을 모신 삼신전三神殿, 삼신의 조화를 상징하는 삼태극三太極 문양, 인간의 탄생과 생명을 주관하는 삼신숭배三神崇拜의 민속, 삼신 하느님의 사자로 영물을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 문양이 그것이다.

 

1. 삼신 하느님을 모시는 제천단祭天壇과 국조삼성을 모시는 삼신전三神殿

 

동북아 한민족은 신교의 종주국이다. 신교神敎는 본래 삼신하느님의 가르침을 받아 이를 세상에 펼친다는 뜻을 함의한다. 인류의 문명이 태동하던 시절에 신교는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제도에서 중핵中核을 이룬다. 제정일치의 사회에서 최고의 지도자는 삼신하느님의 아들 내지는 대리인으로 인식되었다. 이로부터 국가를 통치하는 왕은 하늘, , 인간을 포함하여 온 우주를 주재하여 다스리는 삼신하느님을 받들어 모시는 제사장이면서 그 덕화와 가르침을 받아 내려 지상에 펼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이 문화의식을 제천祭天이라고 한다.

신교의 종주국답게 동북아 한민족은 삼신하느님을 모시는 제천의식과 국가 조상들을 모시는 제사의식을 대대로 수행해왔다. 이러한 의식의 전통은 상고시대上古時代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고시대부터 동북아 한민족은 천단天壇을 쌓고 제천의식을 거행했다. 국가의 중요 대사大事가 있을 때에는 삼신하느님에게 제사[祭天]를 올렸던 것이다. 제천의식은 천단天壇에서 행해지는데, 천단은 원형圓形방형方形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다. 이러한 구조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방정하다[天圓地方]’는 뜻을 상징한다.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제천단은 상고시대 한민족의 중심터전이었던 중국의 적봉일대에서 발굴된 홍산문화 유적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홍산문화의 3대 요소로 꼽히는 유적은 천제를 지내기 위해 3단으로 건립된 제천단, 여신묘, 적석총이다. 이곳 우하량 유적지에서 발굴된 거대한 제천단은 역사 이래 가장 오래된 유적으로 꼽힌다.

홍산문화의 주체는 동북아 한민족의 조상인 동이민족이다. 동이민족은 최초로 국가 체제로 정비된 배달국倍達國을 건국했다. 배달국의 천자天子는 인간 세계를 대표하여 제천단을 쌓고 삼신하느님께 제사를 올렸다. 제천의식은 제정일치의 신교神敎의 전통에서 나온 것이다.



제천의식의 주신主神은 바로 온 우주를 주재하여 다스리는 삼신하느님이고, 제주祭主는 삼신하느님의 아들임을 자처하는 천자天子이다. 천자는 백성들을 주재하여 다스리는 국가의 최고 통치자이다. 천자의 통치이념은 삼신하느님을 대행하여 지상에 살고 있는 백성들의 존망을 책임지고, ‘삼신하느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나라를 안정시켜 태평성대를 이룩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제천의식의 전통을 계승한 동북아 한민족은 나라를 열어 천자국의 위상을 드날렸던 국가 조상, 즉 국조삼성國祖三聖을 모시는 제사의식을 수행했다. 그 성소가 바로 삼신전三神殿이다. 삼신전은 천자국의 국조삼성을 봉안奉安하여 모신 전각이다. 천자국의 국통을 계승한 제왕帝王들은 삼신전에서 특별한 날에 국조삼상을 기리고 경배하는 제사의식을 거행했다. 이러한 제사의식을 통해 한민족의 애국애족 정신은 전통으로 전해지게 된 것이다.

동북아 한민족의 국조삼신은 누구를 지칭하는가? 삼신전에는 삼신하느님의 통치정신(조화, 교화, 치화의 정신)에 따라 인류 창세 문명을 열었던 환국시대의 환인桓仁, 환국의 국통을 이어 동북아에 문명화의 길을 개척했던 배달국의 환웅桓雄, 동북아의 대제국으로 거듭나 역사시대를 이끌었던 옛 조선의 단군檀君이 모셔져 있다. ‘삼신하느님의 통치정신을 계승하여 나라를 개창한 천자를 동북아 한민족은 환인, 환웅, 단군을 삼위성조三位聖朝라 불러왔다.

삼위성조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삼신전은 후에 그 이름이 삼성전 혹은 삼성사三聖祠로 바뀌었다. 기록으로 보면, 삼위성조를 기리는 제사는 만주 상춘의 구월산에 위치한 三神殿에서 행했고, 고려시대로 접어들자 다시 삼성사三聖寺를 지어 국조삼신을 기리는 제사가 시행됐다. 황해도 구월산에 지어진 삼성전三聖殿은 환인, 환웅, 단군왕검의 초상화가 아직도 모셔져 있다.



황해도 구원산 삼성전



북한 정부가 삼성사에 그려 모신 하느님 할아버지 신상 (좌)

북한 정부가 삼성사에 그려 모신 환웅천황 할아버지 신상(가운데)

북한 정부가 삼성사에 그려 모신 왕검단군 할아버지 신상(우)


2. 삼신의 조화를 상징하는 삼태극三太極 문양

 

한국의 국기는 중앙에 태극太極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태극의 문양은 하늘의 양의 기운을 상징하는 붉은 색과 땅의 음의 기운을 상징하는 파란 색이 원환을 이루고 있다. 이는 하늘과 땅의 조화로 우주만물의 창조변화가 이루어지는 섭리를 상징한 것이다. 음양陰陽을 상징하는 태극의 가장 오래된 문양은 신라新羅 진평왕眞平王 때에 건립된 감은사感恩寺 석각石刻에서 발견된 유물에서 볼 수 있다. 중국에 퍼져 있는 태극문양은 송나라 때의 주돈이(周濂溪, 10171073)가 지은 태극도설(太極圖說)에서 유래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태극문양의 원형原形은 삼태극三太極의 문양이다.

삼태극 문양은 무궁한 조화의 세계를 드러내는 조물주 삼신이나 우주변화의 이법인 삼극의 원리, 혹은 하늘, , 인간을 상징하는 삼도사상을 표징表徵하는 것으로 한민족의 생활 속에 드러난 문화적 양태이다.

삼태극 문양의 색상은 붉은색, 파란색, 주황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조물주 삼신하느님이 세 가지 색상을 가지고 우주만물의 창조성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붉은색은 하늘의 창조성을 상징하며, 파란색은 땅의 변화성을 나타내며, 주황색은 양자를 조율하여 조화하는 주재성을 상징한다. 삼태극 문양은 천부경의 삼수논리가 시사示唆하듯이 태고 때부터 한민족의 생활문화에 그대로 투영되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청색, 홍색, 황색으로 이루어진 삼태극 문양


  삼태극 문양의 유물 유적은 오랜 역사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어 한민족의 민속民俗에 현존한다. 한민족의 민속 공예품으로 삼복 무더위에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식혀주는 태극선太極扇이 있고, 소리를 통해 삼신의 흥취와 조화가 나온다는 의미에서 국가적인 행사나 농악놀이에 쓰이는 대고大鼓와 소小鼓, 장고가 있으며, 임금이 사는 왕궁의 삼문에 새겨진 문양, 성현들을 모시는 향교의 대문이나 사찰로 들어가는 돌계단의 삼태극 문양이 등장한다. 또한 종각이나 비각 또는 각종 능의 홍살문이나 일상 생활용품의 문화양식들에는 삼태극 문양이 자주 발견된다.

 


3. 인간의 탄생과 생명을 주관하는 삼신숭배三神崇拜의 민속

 

한국에는 옛날부터 아기를 갖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삼심할머니에게 정성을 다해 빌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삼신이 자손 줄을 태워줘야 아기가 탄생할 수 있음을 함축한다.여기에서 삼신할머니는 인간의 생명을 창조하고 주관하는 삼신의 세속화된 말이다.


삼신할머니


삼신할머니는 현실적인 작용으로 드러낼 때에는 세 손길로 작용한다는 삼신의 본질적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아기를 배게 해주는 포태신胞胎神, 아기를 무사히 낳게 해주는 출산신出産神, 낳은 아기를 안전하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생육신生育神이 그것이다. 포태신, 출산신, 생육신으로 구분되는 삼신할머니는 개별적인 셋이 아니라 하나의 조물주 삼신이다. 이는 삼신일체의 논리에 따라 아기의 생명을 점지해 주는 조화의 신, 아기를 탄생하여 길러주는 교화의 신, 아이를 순조롭게 낳아서 완성된 인간으로 자라나도록 하는 치화의 신이 민속으로 세속화된 것이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어머니들은 아이를 낳기 위해 삼신에게 기도하고, 아이를 출산한 후에는 미역국을 차려놓고 삼신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 상을 삼신상, 밥을 삼신밥, 미역국을 삼신국이라 불렀다. 이 외에도 조선의 어머니들은 집집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삼신을 신앙했다. 쌀을 가득 넣은 삼신단지나 삼신 바가지, 삼신주머니, 삼신자루, 삼신 끈 등은 모두 삼신의 표징으로 드러난 문화적인 산물들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삼신을 모시는 신앙의식은 동북아 한민족의 정서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삼신상



4. 삼신하느님의 사자를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 문양

 

삼족오 문양은 태양 속에 그려진 세발 달린 까마귀의 모습이다. 이 모습은 광명 속에 살면서 삼신하느님의 세계와 인간세계를 이어주는 신성한 새[神鳥]를 형상화한 것이다. 삼족오의 모습은 삼신일체의 논리에 따라 몸통이 하나[一身]이지만 발이 세 개[三足] 달린 새로 그려져 있는데, 이는 하늘과 땅, 인간 세계를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음을 뜻한다. 즉 태양조로서의 삼족오는 신과 인간의 세계를 서로 연결해 주는 삼신 하느님의 심부름꾼 내지는 대리자를 상징한 것이다. 따라서 삼족오는 곧 삼신하느님의 직계 자손임을 알리는 문화양식으로 곧, 천자문화의 비밀이 들어 있는 문양이다.




고구려 오회분 삼족오 문양


삼족오의 문양은 동북아의 강국이었던 고구려의 각저총이나 무용총의 벽화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거기에는 하늘의 태양을 상징하는 일원一圓이 있고, 그 속에 세발 달린 새가 그려져 있는데, 일원은 태양처럼 빛나는 광명한 삼신 하느님을 상징하고, 그 안에 그려진 삼족오는 삼신하느님의 대리자임을 상징한다. 특히 평양의 진파리 7호 고분에서 출토된 해뚫음무늬금동장식품[一光透調金銅製飾品]”에는 태양 안에 세발 달린 새를 절묘하게 조각해 넣기도 했다. 삼신 하느님의 신물을 상징하는 삼족오의 형상은 삼신 하느님의 적자, 즉 천자임을 직간접적으로 표출한 문화양식이다.

삼족오 문양의 양식은 고대에 일본으로 건너가 부활하기도 한다. 일본의 쿠마노 본궁대사 입구에 걸려 있는 삼족오의 깃발이 그 실례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1989년 아키히토 천황이 등극 의식을 치루면서 입었던 왕의 예복이다. 예복에는 태양신의 대리자를 상징하는 삼족오의 무늬가 있다. 이는 삼족오의 신물을 통해 삼신상제의 적자임을 나타내 보이고, 그 권위를 백성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해뚫음무늬금동장식품 문양




쿠마노 본궁대사 입구 : 곳곳에 삼족오 깃발을 내걸어 쿠마노 지역이 삼족오와 관련이 있음을 알리고 있다. 




천황 즉위식 때 입는 예복 | 북두칠성과 삼족오의 문양이 보인다.


V. 맺음 말

 

학문중의 학문은 철학이다. 철학은 진리탐구의 여정旅程으로 우주만물의 창조변화에 대한 외경畏敬과 신비神祕로부터 출범한다. 철학적 탐구의 꽃은 고도의 사유를 동원하는 형이상학形而上學으로 귀착한다. 이는 형이상학적 진리가 근원의 존재를 그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근원의 존재는 우주만물의 존재론적 근거요 진리인식의 최종적인 보루이다. 이는 참 진리의 뿌리요, 모든 것들의 아르케(arche)’이기 때문이다.

참 진리의 근원은 하나[]’이다. ‘하나는 상을 포함하는 궁극의 존재이다. 궁극의 존재는 우주만물의 전체에 관여하기 때문에 전포괄적인 의미이다. 동양권의 문화에서 노자老子는 이것을 궁극자의 범주에서 를 말하고, 송대의 성리학자들은 태극太極이나 무극無極을 말한다. 반면에 . 서양권의 문화에서 플라톤은 이데아들 중의 이데아를 말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부동의 원동자로서의 신을 말하며, 기독교 권에서는 절대적인 존재로 하나님(God)신으로 말한다.

동북아 한민족은 근원의 존재삼신三神을 말한다. 삼신은 삼신일체三神一體이다. 이는 근원의 본체와 삼신이 따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체主體로는 일신이나작용으로만 삼신임을 뜻한다. 삼신은 세 손길로 작용하는데, 우주만물을 새롭게 조직하여 창조하는 조화造化의 정신, 창조된 모든 것들을 기르고 깨달음으로 육성하는 교화敎化의 정신, 창조와 육성의 질서를 열어 주재하여 다스리는 치화治化의 정신이 그것이다.

삼신일체는 음양 짝으로 실재하는데, 원신元神의 의미에서는 조물주 삼신이고, 주재主宰의 의미에서는 주재자 삼신이다. ‘조물주 삼신은 우주만물을 새롭게 창조하는 근원의 하느님이고, ‘주재자 삼신은 창조된 우주만물을 주재하여 다스리는 주재자 하느님’, 즉 삼신 상제님이다. 동북아 한민족은 전자를 조물주 하느님으로, 후자를 우주의 주재자 하느님으로 구분하여 호칭한다. 따라서 한민족이 말하는 삼신하느님은 세계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절대자가 아니라 세계 안으로 들어와 우주만물의 새로운 창조변화에 관계하는 역동적인 신이다.

근원의 삼신은 진리인식의 법칙으로 이화理化하여 인식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두 방식으로 구분되는데, 정태적인 구조에서 파악되는 삼극사상三極思想과 동태적인 구조에서 파악되는 삼도사상三道思想이다. 전자는 삼신의 조화, 교화, 치화의 정신에 대응하는 존재론적 진리인식으로 무극無極, 태극太極, 황극皇極을 지시하고, 후자는 삼신의 작용이 역동적인 진리인식으로 분석되는 천도天道, 지도地道, 인도人道를 지시한다. 특히 신교문화의 정서가 뿌리박혀있는 한민족의 정신은 천도의 발현체인 하늘을 아버지 하느님으로, 지도의 발현체인 땅을 어머니 하느님으로, 인도의 발현체인 인간을 조상의 하느님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삼신관은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문화에 투영되어 함께 살아 숨 쉬어왔다. 이는 한민족의 생활문화의 습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태고적부터 삼신상제에게 제사를 올리는 천단의 제천의식이 있고, 국조삼성을 모시는 삼신전의 제사의식이 있으며, 고분에는 삼신상제의 사자임을 형상화한 삼족오 문양이 보존되어 있고, 삼신의 현묘한 조화를 상징하는 삼태극 문양은 한민족의 유물 유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필자는 한민족의 원형신교에서 말하는 삼신을 우주만물의 창조변화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존재근원으로 설정하고, 이로부터 한민족의 진리관, 즉 삼극론과 삼도론을 더듬어 보았다. 이러한 작업은 새로운 문화창달을 위한 정신적 지향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이다. 과거가 없는 현재란 없고, 현재가 없는 미래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로부터 전하는 사상과 문화를 반추하고 동시대의 사상과 문화를 비판적으로 통찰하여 수렴한다는 것은 우리가 보다 나은 미래의 사상과 문화창달을 위한 창의적 전진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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