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논문

한국의 삼신관 1

문계석(상생문화연구소)

2023.02.27 | 조회 3206

2021년봄 증산도문화사상 국제학술대회 발표논문


한국의 삼신관三神觀


문계석(상생문화연구소)



목차

I. 들어가는 말

II. 삼신에 대한 정의

    1. 신은 창조변화의 근원

    2. 삼신일체三神一體 하느님

III. 존재론적 진리로 이법화理法化된 삼신 

    1. 정태적情態的 의미의 삼극사상三極思想

    2. 동태적動態的 의미의 삼도사상三道思想

IV. 한민족의 문화양식으로 드러난 삼신

    1. 삼신하느님을 모시는 제천단祭天壇과 국조삼성을 모시는 삼신전三神殿

    2. 삼신의 조화를 상징하는 삼태극三太極 문양 

    3. 인간의 탄생과 생명을 주관하는 삼신숭배三神崇拜의 민속

    4. 삼신하느님의 사자使者를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 문양 

V. 맺음 말



논문요지


참 진리의 근원은 ‘하나[一]’이다. ‘하나’는 상象을 포함하는 근원의 존재이다. 동북아 한민족은 ‘근원의 존재’로 ‘삼신三神’을 말한다. 삼신은 ‘삼신일체三神一體’이다. 이는 근원의 본체[一體]와 삼신三神이 따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체主體로는 ‘일신’이나‘ 작용으로만 삼신’임을 뜻한다. 

‘삼신일체’는 원신元神과 주신主神의 의미로 구분되는데, ‘조물주 삼신’과 ‘주재자 삼신’이다. 근원의 의미에서 ‘조물주 삼신’은 우주만물을 새롭게 창조하는 ‘조물주 하느님’이고, ‘주재자 삼신’은 창조된 우주만물을 주재하여 다스리는 ‘주재자 하느님’, 즉 삼신 상제님이다. 

‘삼신일체의 하느님’은 진리인식의 법칙으로 이화理化하여 인식의 대상이 된다. 그것은 두 방식으로 구분되는데, 정태적인 구조에서 파악되는 삼극사상三極思想과 동태적인 구조에서 파악되는 삼도사상三道思想이다. 전자는 삼신의 조화, 교화, 치화의 정신이 이법화理法化된 무극無極, 태극太極, 황극皇極이고, 후자는 천도天道, 지도地道, 인도人道이다. 

‘삼신일체 하느님’의 이념은 전통적으로 한민족 고유의 인문학적 기조를 이루는 것으로, 생활문화 속으로 들어가 한민족의 제사의식과 문화양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제천의식과 생활문화에 등장하는 유물 유적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I

. 들어가는 말


동서고금의 신관神觀을 검토해보면, 여러 신론神論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교학에서는 이러한 신론들을 분석하여 일반적으로 범주화하는데, 우선 ‘무신론(Atheism)’과 ‘유신론(Theism)’으로 나누고, 다음으로 ‘유신론’을 세별하여 ‘일신론(Monotheism)’, ‘다신론(Polytheism)’, ‘이신론(Theism)’, ‘범신론(Pantheism)’, ‘범재신론(Panentheism)’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한민족의 신관은 근본적으로 ‘삼신론三神論’이다. 삼신론은 종교학에서 구분한 기존의 신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에 필자는 ‘삼신론’이 오히려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적신관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삼신론은 기존의 신론을 섭렵涉獵하는 원형신교原形神敎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원형신교의 주체는 ‘일신 즉 삼신一神卽三神’이다. 여기에서 ‘삼신’은 각기 따로 존재하는 세분의 신이 아니라, ‘일신’을 본체의 측면과 작용의 측면을 구분하여 말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신’은 근원의 의미에서는 ‘일신一神’이지만, 이것이 현상계에서 경이로운 생명활동으로 드러날 때에는 세 손길로 작용하므로 ‘삼신三神’이라고 한 것이다. 이로부터 ‘삼신일체三神一體’의 신관이 한민족의 정신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II장의 “삼신에 대한 정의”에서 필자는 신이 만유생명의 근원으로 ‘삼신일체 하느님’임을 논의해볼 것이다. 근원으로서의 삼신은 만유의 생명을 창조하는 ‘조화造化’의 정신, 육성하고 가르치는 ‘교화敎化’의 정신, 창조와 육성의 질서를 열어 조율하고 주재하는 ‘치화治化’의 정신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고 필자는 ‘삼신일체 하느님’을 ‘조물주 하느님’과 ‘주재자 하느님’으로 구분하여 다루고, 동북아 한민족은 삼신이 자화自化하여 현상계에 드러낸 발현체發現體가 하늘[天], 땅[地], 인간[人]으로 여겨 이를 삼신하느님으로 불러왔음이 논의된다.

III장의 “존재론적 진리로 이법화理法化된 삼신”에서 필자는 삼신에 대한 진리인식의 근거를 논의해볼 것이다. 삼신에 대한 진리인식은 보편적인 이법理法으로 가능하다. 이법은 우주만물에 대한 정태적인 구조와 동태적인 구조에서 파악해낸 원리이다. 전자의 방식은 본체론적인 이법으로, 후자의 방식은 현상론적인 이법으로 정초되는데, 삼신이 이법화된 본체론적 진리는 무극無極, 태극太極, 황극皇極으로 분석되고, 역동적인 현상론적 진리는 즉 천도天道, 지도地道, 인도人道로 정리되고 있다.

IV장의 “한민족의 문화양식으로 드러난 삼신”에서 필자는 한민족의 정신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삼신이 동북아 한민족 정신문화를 구성하는 중심축으로 생활문화의 근간이 되고 있음을 밝혀볼 것이다. 특히 삼신의 이념은 한민족 고유의 인문학적 기조를 이루는데, 이것이 생활문화 속으로 들어가 한민족의 제사의식과 문화양식으로 드러나게 됨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천단天壇을 설치하여 삼신상제를 모시는 제천의식과 국조삼신을 모시고 기리는 제사의식의 전통이 있고, 삼신이 생명의 잉태 및 출산케 한다는 세속화된 표본들과 조상숭배의 신앙이 있다. 나아가 삼신상제의 사자임을 형상화한 삼족오三足烏 문양과 삼신의 조화를 표징表徵하는 삼태극三太極 무늬로 장식된 유물 유적들을 꼽을 수 있다. 

이 글의 목적은 한민족의 정신 안에는 종교와 학문, 신앙과 인식이 근본적으로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밝히는데 있다. 그 일환으로 필자는 한민족의 집단무의식 안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삼신문화의 진리를 드러내고, 전통 속에 살아 있는 그 혼을 일깨워 한민족의 정체성을 돈독히 세우고자 함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필자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동방 한민족의 존재 이유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굳건해질 것이고, 곧 미래의 새로운 역사문화의 창달과 진리체계의 올바른 정립에 초석이 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II. 삼신에 대한 정의


1. 삼신은 창조변화의 근원 


우주宇宙는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질서에 따라 순간의 멈춤도 없이 온갖 종류의 것들이 생성되고 변화되어가는 장(場, field)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원형의식原形意識 속에서 관상하노라면 창조변화에 대한 신비감神祕感과 경외감敬畏感으로 가득하게 됨을 절감한다. 이것들은 감각의 눈으로 보면 물리적인 법칙에 따라 일어나는 사건들로 보이겠지만, 영적인 눈으로 보면 모두 신神이 내재하여 활동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이와 관련해서 탤보트는 물리적인 세계를 “드러난 질서”로, 신성의 세계를 “감추어진 질서”로 말했다.(Michael Talbot, 이균형 옮김, 『홀로그램 우주』, 75쪽 참조) 

 

동서를 막론하고 자연의 신비감과 경외감의 근원을 찾아 심층적으로 추적해 들어가 보면, 우주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는 ‘신이 내재하여 활동한다’는 신관神觀이 그 중심에 깔려있다. 삶의 정신적 지표가 되어 서양 고대문화를 이끌었던 그리스의 신관 서양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신이하고 장엄한 현상들을 관망할 때 신으로 여겨 숭배했고, 찬란한 문명을 일궈오면서 수많은 신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특히 아테네 시대의 생활상을 들여다 보면 신과 인간의 삶이 구분되지 않는다. 신은 말과 행동에 있어서 꼭 같이 인간을 닮았다. 신들도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시기와 분노 두려움과 공포를 그대로 느끼고 표출하면서 살기 때문에 인격신으로 나타난다. 말하자면 신과 인간은 서로 어우러져 있어서 어느 것이 신이고 인간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장영란 지음, 『그리스 신화』, 47~49쪽 참조)

은 물론이고, 신들의 나라라고 불리는 인도의 만신萬神, 심지어 자연의 모든 것들에 신령함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유라시아 및 동북아 지역의 범신론汎神論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신관은 우주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신의 연출演出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한민족의 신관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민족의 고유한 경전經典인 『증산도 도전』은 “천지간에 가득 찬 것이 신(神)이니,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르고,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떠나면 무너지고, 손톱 밑에 가시 하나 드는 것도 신이 들어서 되느니라. 신이 없는 곳이 없고,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증산도 도전』, 4:62:4~6

고 정의한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신이 내재하여 만유 생명들의 창조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신이 모든 창조변화의 현실적인 ‘근원根源’임을 함축한다. 이로부터 한민족의 신론이 출범한다. 

신이 창조변화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것에 신이 내재하여 활동한다는 것이고, 곧 현실적인 모든 것이 신의 조화造化임을 함축한다. 현실적인 모든 창조변화가 신의 조화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체계화한 철학자는 화이트헤드(A. N. Whitehead, 1861~1947)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우주만유의 형성적 요소로서 세 개념의 범주를 동원하여 논의하는데, 그것은 “영원한 객체(eternal object)”, “창조성(creativity)”, “신(god)”이다. ‘영원한 객체’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은 창조의 형상적인 개념에 속하고, ‘창조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자체로 아무런 규정이 없는 순수질료와 같은 개념에 비유될 수 있다. 그리고 ‘신’은 양자를 매개하여 새롭게 창조하는 추동인推動因 쯤으로 이해된다. 신의 이러한 매개작용은 그가 신을 현실적인 창조에 관여하는 “물리적인 극(Physical Pole)”과 영원한 객체에 관여하는 “정신적인 극(Mental Pole)” 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A. Whitehead, 오영환 옮김, 『과정과 실재』, 433쪽 참조




화이트헤드는 ‘신’의 창조성을 논리적으로 “원초적 본성(primordial nature)”으로서의 신과 “결과적 본성(consequential nature) ”으로서의 신으로 구분한다. A. Whitehead, 오영환 옮김, 『과정과 실재』, 593~597쪽 참조

 ‘원초적 본성’으로서의 신은 ‘정신적인 극’이므로 ‘영원한 객체’를 파악하여 자신의 통일성 속에 흡수하고, ‘영원한 객체’들 가운데 ‘공가능가능성(compossible)’인 것을 시ㆍ공[時空] 안으로 끌어내어 새로운 창조의 질서를 조직한다. 한마디로 ‘원초적 본성’으로서의 신은 새로운 창조의 형상을 조직하는 ‘구체화의 원리(principle of concretion)’이다. 반면에 ‘결과적 본성’으로서의 신은 ‘물리적인 극’이므로 현실태現實態에 의해 제약된 ‘창조성’에 원초적으로 파악한 공가능적인 형상들을 매개하여 현실적으로 “합생(concrescence)”하는데 작용한다. 이런 의미에서 화이트헤드는 신을 “현실적 존재(actual entity)”라고 한다. 감각의 눈으로 볼 때 ‘현실적 존재’는 ‘물리적인 극’과 ‘정신적인 극’이 융합된 하나의 유기체有機體이다.

‘현실적 존재’가 새로움을 창조한 다음에는 자기창조 과정이 종식되고, 다시 세계를 구성하게 될 하나의 요소가 되고, 이로써 세계는 끊임없이 생성이라는 ‘창조적 전진(creative advance)’의 가도로 진입하게 된다. 이는 신이 다른 여러 ‘현실적 존재’와 서로 파악을 주고받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은 시간적인 현실적 존재와 공동으로 활동하면서 항상 새로움으로 아나가는 영속적임과 동시에 변천해 가는 우주질서의 형성적 요소로서 세계와 역동적 관계를 맺으면서 작용한다.” A. Whitehead, 오영환 옮김, 『과정과 실재』, 676쪽

 그래서 화이트헤드는 “신이 세계를 창조한다고 말하는 것은 세계가 신을 창조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A. Whitehead, 오영환 옮김, 『과정과 실재』, 597쪽

라고 말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은 우주자연에서 모든 창조활동이 일어나게 되는 근거로 말하면 ‘근원의 신’이고, 만유생명에 깃들어 새로움을 창조하는 작용으로 말하면 ‘내재적인 신’이다. 화이트헤드의 용어를 빌어 표현하자면, ‘근원의 신’은 ‘원초적 본성’으로서의 신으로, ‘내재적인 신’은 ‘결과적 본성’으로서의 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근원’의 의미에서 말한다면, 신은 ‘일신一神’이요, ‘내재적인’ 의미에서 말한다면, 신은 ‘다신多神’이다.

동북아 한민족의 신교문화에서는 ‘근원의 신’과 ‘내재적인 신’을 ‘삼신일체三神一體의 신’으로 파악한다. ‘삼신일체’의 구조는 새로운 창조의 근원이 일신[一體]이지만, 현실적인 창조활동에 있어서는 내재하여 세 손길로[三神] 작용한다는 뜻이다. 이 논리는 신교문화의 원형정신이 담겨있는 한민족의 최초 경전 「천부경天符經」에서 연원한다. 「천부경」의 첫 문구는 “(근원의) 하나는 무에서 시작한 하나이다. (하나가) 셋으로 나뉘어도 근본은 다함이 없다” “一始無始一 析三極無盡本”(안경전 역주, 『환단고기』, 506쪽<『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 참조

로 시작한다. 이는 ‘일체삼용一體三用’의 논리로 근원의 ‘하나’가 ‘셋’으로 나뉘어 작용해도 ‘하나’와 ‘셋’은 동일한 본체라는 뜻이다. 따라서 우주만물이 전적으로 신의 창조에 근거하는 것이라면, ‘신’은 근원의 주체로 보면 일신一神이나 그 작용으로 보면 세 손길로 작용[三神]하여 자신을 발현하기 때문에 ‘삼신일체三神一體의 신’이다.



일체삼용一體三用


그럼 ‘삼신일체’에서 세 손길로 작용하는 ‘삼신’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한민족의 신교문화에서 ‘삼신’은 바로 ‘조화의 신[造化神]’, ‘교화의 신[敎化神]’, ‘치화의 신[治化神]’으로 분석된다. 安耕田 지음, 『甑山道의 眞理』, 404쪽:안경전 역주, 『환단고기』 86쪽(『檀君世紀 序』) 참조

 여기에서 ‘조화의 신’은 ‘가능적으로’ 새로운 창조를 구체화하는 정신으로 작용하는 신이고, ‘교화의 신’은 ‘현실적으로’ 화육化育의 덕성과 가르침의 정신으로 작용하는 신이고, ‘치화의 신’은 조화신의 새로운 창조와 교화신의 화육의 질서를 열어 조율하고 주재하는 정신으로 작용하는 신이다. 이와 같이 ‘조화’, ‘교화’, ‘치화’의 정신으로 작용하여 자신을 발현하는 ‘삼신’은 각기 실재하는 ‘세 신’이 아니라 한 본체의 세 측면으로 작용하는 ‘삼신일체의 신’이다. 

그러므로 동북아 한민족의 신관은 ‘삼신일체’의 신론이 핵심이다. 인간을 포함하여 천지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전적으로 ‘삼신일체의 신’으로부터 연유緣由한다. 한마디로 ‘삼신일체의 신’은 ‘근원의 신’으로 ‘일신一神’이면서 새로운 창조활동에 작용하는 ‘다신多神’을 포함한다. 그래서 한민족의 역사문화 경전 『환단고기』는 “무릇 삼신은 영구한 생명의 근본이다. 그러므로 사람과 만물은 모두 삼신으로부터 출원하니 삼신은 모든 생명의 한 근원의 조상으로 삼는다.”고 정의하고 있다. 안경전 역주, 『환단고기』, 320쪽(『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





2. 삼신일체 하느님


‘삼신일체의 신’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이는 자체로 ‘창조創造와 질서秩序’라는 두 관점으로 분석하여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한민족의 진리경전 『증산도 도전』에 그 핵심이 압축되어 있다. “홀연히 열린 우주의 대광명 가운데 삼신이 계시니, 삼신三神은 곧 일신一神이요 우주의 조화성신造化聖神이니라. 삼신께서 우주만물을 낳으시니라. 이 삼신과 하나 되어 천상의 호천금궐昊天金闕에서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느님을 동방의 땅에 살아온 조선의 백성들은 아득한 예로부터 삼신상제三神上帝, 삼신하느님, 상제님이라 불러왔나니, 상제는 온 우주의 주재자요 통치자 하느님이니라.” 『증산도 도전』 1:1: 2~5


‘일신一神’은, ‘창조’의 관점에서 보면 ‘원신元神’의 의미이고, ‘질서’의 관점에서 보면 ‘주신主神’의 의미이다. 원신은 자체로 아무런 형체를 갖지 않으나[無形] 온갖 생명을 짓는 원천으로 천지간의 온갖 것들을 짓는 조물성造物性을 본질로 한다. 이를 『도전』에서는 ‘우주의 조화성신’으로 말한다. 반면에 주신은 무형의 원신과 일체一體이면서 그 주체가 온전히 형상화됨으로써 만유를 조율하고 다스리는 주재성主宰性을 본질로 한다. 이를 『도전』에서는 ‘삼신상제’ 혹은 ‘온 우주의 주재자요 통치자 하느님’으로 말한다. 즉 삼신상제는 유형有形의 인격신으로 우주만물을 총체적으로 관할하여 다스리는 ‘우주의 주재자’이다.




신교문화에서 동북아 한민족의 원형정신은 ‘일신’을 ‘조물성’과 ‘주재성’이라는 두 관점으로 구분하여 ‘하느님’으로 인식한다. 다시 말하면 ‘삼신일체의 신’은 조물성을 본성으로 하는 원신과 동시에 주재성을 본성으로 하는 주신으로 동북아 한민족의 원형정신에 뿌리내렸고, 이를 한민족은 실재하는 ‘삼신일체 하느님’으로 인식해왔다는 것이다. ‘삼신일체 하느님’은 천지만물을 짓는 근원의 원신으로 ‘조물주造物主 하느님’이고, 창조된 것들을 모두 관할하여 다스리는 근원의 주신으로 우주의 ‘주재자主宰者 하느님’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천지만물을 낳는 조물주 하느님’이 있다면 그 짝으로 ‘만물을 다스리는 유형의 실제적인 주재자 하느님이 실재한다.’ 안경전 지음, 『개벽 실제상황』, 241쪽 참조

는 것이다.


1) 조물주로서의 삼신일체 하느님

먼저 ‘조물주 하느님’은 무엇이고, 어떻게 우주만물을 창조하게 되는가를 고찰해 보자.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만유의 생명을 짓는 창조주가 ‘원신’의 의미에서 ‘조물주 하느님’이라고 말하는 것은 ‘원신’이 초월적이 아니라 우주세계에 원초적으로 내재하여 모든 것들을 이루는 무형無形의 바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물주 하느님’은 천지간의 어디에나 침투해 들어가 세 손길의 작용, 즉 조화, 교화, 치화의 정신으로 작용하여 우주만유를 짓는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서 행촌杏村 이암(李巖, 1297~1364) 은 “조화신이 내려와 나의 성性이 되고, 교화신이 내려와 나의 명命이 되고, 치화신이 내려와 나의 정精이 된다.” “造化之神 降爲我性 敎化之神 降爲我命 治化之神 降爲我精”(안경전 역주, 『환단고기』, 86쪽(『檀君世紀』「序」)

고 압축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신이 깃들어 창조된 것들 중 가장 영험하고 신에 가까운 존재가 바로 인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조화, 교화, 치화의 정신으로 분석되는 ‘삼신’은 세 가지 진실한 것[三眞]이 ‘성ㆍ명ㆍ정’으로 정의된다. 새롭게 창조되는 우주만물은 삼신의 ‘성ㆍ명ㆍ정’이 내재함으로써 다양한 종류의 것들로 생겨나고, 생겨난 것들의 생존기간이 각기 다르며, 이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삼신이 깃들어 우주만유가 창조될 때 삼신의 ‘삼진’이 ‘성ㆍ명ㆍ정’으로 갈라짐으로써 그 정도차를 각기 다르게 받아 내리게 됨을 함축한다. 다시 말하면 시공時空 안에서는 무수하게 많은 온갖 종류의 것들이 새롭게 생겨나 현실적으로 존재하게 되는데, 이는 다양한 종류의 창조를 결정하는 것이 ‘성性’이기 때문이고, 생겨난 온갖 것들이 육성되어 존속하는 기간이 각기 다른데, 이는 창조된 존재의 수명壽命을 결정하는 것이 ‘명命’이기 때문이고, 생겨난 것들의 생명활동이 균형을 갖추어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들과 그렇지 못한 것들이 있는데, 이는 창조와 수명의 질서를 열어 조율하고 주재하는 결정적인 것이 ‘정精’이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창조에 관여하는 삼신의 본질적인 특성생명체의 창조에 관여하는 삼신의 본질적인 특성

삼신의 작용

삼신의 진실한 것(삼진三眞)

조화의 정신 - 창조의 정보를 조직

- 개별적인 존재의 본성을 결정

교화의 정신 창조를 현실화함

- 개별적인 생명체의 수명을 결정

치화의 정신 창조와 생육의 질서를 주재

- 개별적인 활동성의 정기를 결정






그러므로 조물주 하느님삼신일체 하느님이다. 시공의 질서 안에서 창조변화의 과정 중에 있는 우주만유는 조물주 삼신이 깃들어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고, 동물들, 식물들, 무기물들이 다양하게 서로 구분이 되는 까닭은 곧 삼신의 본질적인 특성인 삼진三眞을 어떻게 품수稟受 받았느냐에 근거한다. 이에 대해서 일십당一十堂 이맥(李陌, 1455~1528)태백일사에서 “(삼진은) 정이다. 사람은 (삼신의) 정을 온전하게 받았으나 다른 사물은 치우치게 받아 편협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우주만유의 존재가 현실적으로 종류가 다르고, 존속하는 수명이 다르고, 존재의 활동에너지가 다른 것은 삼신의 본질인 의 정도定度를 서로 다르게 받아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교문화의 전통에서 보면, 한민족은 전통적으로 하늘[], [], 인간[]조물주 하느님으로 여겼다. 이는 천부경에서 보이는 일체삼용의 논리에 근거하여 조물주 하느님이 스스로 발현發現하여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조화의 신이 발현하여 드러난 하느님은 천일신天一神이고, 교화의 신이 발현하여 드러난 하느님은 지일의 신地一神이고, 치화의 신이 발현하여 드러난 하느님은 인일의 신人一神이다.

 


하늘, 땅, 인간으로 현현한 삼신하느님


‘천일신’은 아무런 형질도 없이 무한하게 사방으로 펼쳐진 하나의 허공 같지만, 거기에는 없는 것이 없고, 어디에서나 하지 못하는 것이 없는 무궁한 조화造化의 원천이다. 이로부터 한민족은 하늘이 온갖 창조의 씨를 뿌리는 근원이 된다는 의미에서 만유생명을 창조하는 조화주造化主 하느님으로 인식한다. ‘지일신’은 광활하게 보이는 땅이 무질서하게 펼쳐진 생명이 없는 대지 같지만, 하늘이 내놓은 것은 무엇이든지 온전히 성장하도록 기르고 가르치는 교화敎化의 원천이다. 이로부터 한민족은 땅이 각기 다른 형질의 만물을 이루도록 아낌없이 육성하고 가르치는 원천이라는 의미에서 교화주敎化主 하느님으로 인식한다. 인일신은 창조와 육성의 질서를 열어 조율하고 주재하는 치화治化의 원천이다. 이로부터 한민족은 천지에서 영적靈的으로 성숙한 성자聖子들이 인류문명을 창달暢達한다는 의미에서 치화주治化主 하느님, 혹은 ‘문명의 창조주’로 인식한다. 


2) 주재자로서의 삼신일체 상제上帝

다음으로 ‘주재자 하느님’은 무엇이고, ‘주신’의 의미에서 우주만물을 어떻게 주재하여 다스리게 되는가를 소략해보자. 

현상계에 존재하는 우주만유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주체主體들이다. 원형신교에서 보면, 개별적인 주체는 일정한 부분을 주관主管하는 주신主神이다. 우주에는 수많은 주신이 활동한다. 왜냐하면 우주자연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은 바로 신명계에 있는 주신이 주관하여 벌어지는 사건들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삼신일체의 신’은 ‘다신론’을 통섭한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태양계의 운행을 주관하는 주신이 있을 것이고, 지구상에서 계절의 순환이나 방위를 관장하는 주신도 있고, 지상의 일정한 지역을 담당하여 관할하는 주신도 있고, 여러 산들을 주관하는 주신도 있다. 심지어 도덕적 가치의 측면에서 보자면, 선악善惡을 주관하는 주신도 있다. 다시 말하면 천지간에는 각 영역별로 그 질서를 관할하는 주재처가 있고, 거기에는 신의 위격位格과 도격道格의 차등에 따라 각 분야를 맡아 통제 관장하는 주신이 있다는 것이다. 각 분야의 주신主神과 다신多神의 활동에 대해서는 『환단고기』의 「삼신오제본기」, 「신시본기」, 「소도경전본훈」:『증산도 도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마치 한 나라를 구성하는 통치구조가 부서별로 조직되고, 부서장이 품계品階에 따라 부서를 관할하는 이치와 같다. 

유형有形의 것이든 무형無形의 것이든 우주에 존재하는 전체를 대상으로 할 때, 자연의 존재구조에서 ‘위계질서(hierarchy)’가 있음을 알 수 있듯이, 신명세계에도 ‘위계질서’가 있다. 신명세계에서 전체의 주체가 되는 주신은 가장 상위에 위치해 있는 신이다. 최상위의 신은 우주전체를 포섭하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모든 신들을 총체적으로 주관하여 다스리는 최고의 주재자이다. 즉 최고의 신은 위격과 도격에 있어서 지존무상至尊無上한 주신으로 ‘주재자 하느님’이다. 이는 마치 한나라의 통수권자가 최고의 위격에서 그 나라 전체를 관할하여 다스리는 이치와 같다.

‘주신’의 의미에서 ‘주재자 하느님’은 우주전체의 원주인으로 곧 지존무상한 ‘삼신일체 하느님’임을 추론해낼 수 있다. 이는 『증산도 도전』의 “삼신과 하나 되어” 『증산도 도전』 1:1:4

라는 표현에서 그 정체성을 도출해낼 수 있다. 여기에서 ‘삼신과 하나됨’이란 삼신의 본체와 하나가 되었음[一體] 뜻한다. 이는 ‘주재자 하느님’이 곧 ‘조물주 하느님’의 세 가지 신성, 즉 조화, 교화, 치화의 정신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었음을 함축한다. 다시 말하면 삼신의 본질인 ‘성ㆍ명ㆍ정’이 분리되어 창조된 우주만물과는 달리, 삼신과 일체가 된 ‘주재자 하느님’은 자체로 ‘성ㆍ명ㆍ정’의 경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재자 하느님’은 우주만물과 혼연동체渾然同體이다. 이에 대해서 행촌 이암은 “성명정의 기틀이 전혀 없는 분은 삼신일체의 상제님이니, 우주만물과 더불어 혼연동체渾然同體이고, 심기신과 더불어 아무런 자취 없이 영구히 존재한다.” “性命精無機 三神一體之上帝也 與宇宙萬物 渾然同體 與心氣身 無跡而長存”(안경전 역주, 『환단고기』, 88쪽<『檀君世紀』「序」>) 

고 말한다.

삼신과 일체가 된 ‘주재자 하느님’은 “삼신즉일상제” 안경전 역주, 『환단고기』, 300쪽(『태백일사』「삼신오제본기」 

이다. 이는 ‘상제上帝’가 조물주 삼신의 신권과 도권을 온전하게 소지함으로써 우주만물을 주재하여 다스리는 최고의 주권자요 통치자로서 삼계대권三界大權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주재자 하느님’은 “천하에 예의상 둘째가 될 수 없는” 『증산도 도전』 9:67:4

 지존무상至尊無上한 상제, 간략하게 호칭하면 ‘삼신상제님’이다. 이에 대해 증산도 태상 종도사는 “상제는 위 상上 자, 임금 제帝 자다. 상 자는 ‘가장 위다, 더 이상 위가 없다, 더 높은 자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임금 제 자는 본래 하나님 제 자다. 그래서 옥황상제라고 할 것 같으면 ‘옥경에서 만유를 다스리시는 원元 하나님’, 가장 높으신 하나님이시다.” 안운산, 『天地의 道 春生秋殺』, 62~63쪽

라고 정의한다.

동북아 한민족은 ‘삼신일체 상제’를 지존의 주재자로서 삼계 우주, 즉 모든 신들을 포함하여 천지만물을 주재하여 다스리는 최고의 통치자 하느님, 천상의 옥좌玉座에서 온 우주를 관할하여 통치하는 지존의 옥황상제玉皇上帝로 인식해 왔다. 이러한 사례는 고대의 갑골문甲骨文이나 『서경書經』에 자주 등장한다. 즉 우주의 통치자 삼신상제는 천상에 있으면서 각 영역의 주신들에게 명을 내려 대자연의 바람, 구름, 번개, 비 등을 주재한다. 삼신상제는 하늘과 인간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잘잘못을 판별하여 상벌을 내리고, 여러 방면에서 감정과 의지를 가진 인격적 통치자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하야시 나미오, 박봉주 옮김, 『중국 고대의 신神』, 198~200쪽 참조

 그래서 원시 유교의 전통에서는 상제를 형상화시켜 기술하지는 않았으나 외경畏敬과 제의祭儀의 신앙적 대상으로 숭배되기도 하였다.

한민족은 삼신상제가 천상 신명계에 머물면서 우주만물을 주재하는 것으로 믿어왔다. 즉 한나라를 전체적으로 아울러서 다스리는 최고의 통수권자가 실재하듯이, 천상 신명계에는 삼계대권으로 우주만유를 다스리는 최고의 주재자가 있어 신도로서 우주만물을 통치하는데, 그 통치 방식은 ‘무위이화無爲以化’이다. ‘무위이화’는 말 그대로 인위적으로 억지로 하지 않아도 신도로써 저절로 그렇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 『증산도 도전』은 “신도神道는 지공무사至公無私하니라. 신도로써 만사와 만물을 다스리면 신묘神妙한 공을 이루나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以化니라.” 『증산도 도전』 4:58:3)

고 한다. 이른바 신도로써 주재하는 무위의 통치, 이것이 바로 ‘우주의 주재자 하느님’의 통치방식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요약해 보자. 신교의 맥을 계승한 동북아 한민족의 신관은 삼신론이다. 삼신론의 핵심은 ‘삼신일체 하느님’이다. ‘삼신일체 하느님’은 음양陰陽 짝처럼 ‘원신’과 ‘주신’이라는 두 관점에서 실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신’의 측면에서 보면, 한민족은 만유생명을 새롭게 짓는 존재가 ‘조물주 하느님’으로 인식한다. 이는 범신론의 입장을 수용하고 있다. 나아가 한민족은 삼신의 발현체가 하늘, 땅, 인간으로 보았다. 이로부터 한민족은 하늘의 중심에는 아버지 하느님이, 땅의 중심에는 어머니 하느님이, 인간의 중심에는 조상의 하느님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주신’의 측면에서 보면, 한민족은 현상계에 존재하는 개별적인 주체를 신으로 본다. 이로부터 우주자연에는 많은 주신들이 활동하게 되는데, 이는 다신론多神論의 입장을 포괄한다. 나아가 한민족은 삼계 우주의 통치자, 지존무상의 인격적 삼신상제가 천상에 실재하고, 이분이 삼계 대권으로 우주만물을 조화롭게 주재하여 다스린다고 본다. 이는 유일신론唯一神論을 표방한다. 그러므로 한민족의 ‘삼신일체 하느님’은 범세계적인 통일적 신론이다. 이로부터 한민족은 태고부터 삼신일체 하느님을 영원한 진리로 인식하고, 이를 숭배하는 전통과 제사의식으로 이어왔고, 오래 동안 생활문화 유산으로 지켜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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