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수행 문화의 궁극은 ‘소리(sound)’이다. ‘주문呪文’은 성스러운 소리의 진동으로서, 우주와 나를 연결시키는 신령스런 도구이자 신神의 언어이다. ‘빨 주呪’, ‘글월 문文’의 ‘주문呪文’은 천지의 신성과 생명을 나의 몸과 마음과 영靈 속으로 빨아들이는 글’을 뜻한다. 그 산스크리트어인 만트라mantra는 ‘생각의 도구’라는 말로, 곧 마음을 깊게 하거나 마음의 깨달음을 수련하기 위한 언어적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주문은 위대한 영적 힘이나 에너지를 묘사하고 그 힘과 에너지를 담고 있는 성스러운 음절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문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이 영적 에너지를 집적할 수 있다.

주문은 기도 양식을 띤다. 그래서 주문은 궁극의 기도라하기도 한다. 기도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실질적인 힘, 조화권, 신권을 받아 내리는 공부가 주문 공부이다. 주문 읽는 문화는 인류 태고문화의 원형이다.

증산도에도 다양한 주문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시천주 주문이다. 이 주문은 동학의 창도자 최수운이 천상문답 사건(1860년)을 통해 상제의 직접적 가르침을 받아 수운이 완성하였다.

시천주 주문은 21자로 구성되었다. 그 전반인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 영세불망만사지永世不忘萬事知 13자가 본주문이고, 후반 여덟 글자 ‘지기금지원위대강’을 천주의 성령을 받는 주문, 즉 강령주문이라고 한다.

강령주문에서 8자의 뜻을 보면, ‘지至’는 천지의 화복이 지극하다는 말이다. ‘기氣’는 천지의 화와 복의 기운을 뜻한다. ‘지기至氣’는 곧 가을철 우주 개벽기를 맞이해서 모든 인간의 몸과 마음과 영대를 성숙케 하는 ‘삼신상제의 조화의 생명’이다. ‘금今’은 지극하여 잊을 수 없다는 말이므로, ‘금지今至’는 ‘이제 깨어나서 지극하여 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강降’은 천지의 화복이 내린다는 의미이므로, ‘대강大降’은 곧 ‘크게 내려 주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지기금지원위대강’은 곧 ‘다시 개벽, 후천 개벽, 가을 개벽을 맞이해서 모든 인간의 몸과 마음과 영대가 성숙을 이루는 지극한 천지 조화 기운[至氣]을 크게 내려 주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이다.

강령주문은 가을 천지조화의 주권자인 조화주 상제님의 무궁한 성령을 받아 내리는 주문이다. 가을 우주 무극대도의 조화기운을 받는 주문이다. 그러므로 강령주문은 천주님이 직접 내려준 천지의 노래, 가을철 문명을 여는 개벽의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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