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환단고기
도전 술어
만장輓章
한국 전통사회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일반적으로 매장을 하였다. 이를 위해 상여꾼들은 시신을 실은 상여喪輿를 어깨에 메고 장지葬地로 이동하였다. 이 행렬에서 상여 앞쪽 양옆 또는 뒤로 수많은 깃발을 든 사람들이 앞서거나 뒤따르는데, 그들이 든 대나무로 만든 깃대에는 망자를 애도하는 ‘글’을 쓴 깃발이 달려있다. 만장輓章이란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그의 공덕을 기리며 지은 글을 종이나 비단에 적어서 깃발처럼 장대에 상하로 묶은 것을 말한다. ‘만장輓章’에서 만輓이라는 글자는 만挽과 통용되는데, ‘만挽’자는 저승에 잘 갈 수 있도록 앞에서 끌어 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만장에 쓰인 글,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그의 공덕을 기리며 지은 글을 만사輓詞라고도 하는데, 시처럼 음률을 띠기 때문에 ‘만시輓詩’, 때로는 노래 형식으로 불리어 ‘만가輓歌’라고도 한다. 만사는 그 형식이 일정하지 않다. 5언 절구와 5언 율시, 7언 절구와 7언 율시의 시詩 형식일 수도 있고, 긴 문장의 고시체일 수도 있다. 옛날에는 초상이 나면 만장을 써서 보내는 것도 큰 부의賻儀의 하나였다. 상주는 고인의 덕이나 학식을 높이 평가하는 만사를 받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그리하여 흔히 장사 때 만장의 수효는 고인의 학식과 인덕을 논하는 척도로 간주되기도 했다.
만장의 크기는 시대나 지역, 망자의 신분이나 지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권5[卷之五], 흉례凶禮, 흉의장도설, 만장挽章)나 『국조상례보편國朝喪禮補編』(도설圖說, 발인發引, 만장輓章)과 같은 조선 왕실의 법령에 의하면 만장은 대체로 이렇다.
‘만장의 바탕은 일반적으로 두꺼운 흰 종이나 비단이다. 위에는 연꽃잎(복련엽覆蓮葉)을 그리고 아래에는 물결치는 연꽃(수파련水波蓮)을 그렸다. 만장의 길이는 7척, 너비는 1척 9촌이다. 위아래에 강목杠木을 대어서 구겨지지 않도록 하고, 자루는 대나무(오죽烏竹)를 쓴다. 강목의 끝과 자루 머리에는 모두 축軸을 설치하고 흰 칠을 한다. 장대 머리에는 가죽끈(영자纓子을 드리운다. 아래 축에는 끈을 맨다. 이러한 만장이 국장 때는 96축軸(장)이다.’

만장은 명현들의 문집에서 엿볼 수 있는데, 여말 선초의 용헌容軒 이원李原(1368-1429)이 지은 태종대왕에 대한 만장을 보자.
하늘이 삼한을 돌보아 성신을 내리시니 / 天眷三韓降聖神
임금 법도 힘써 하여 우리 백성 보살피셨네 / 恪勤侯度保東人
왕업을 흥기시킨 대업을 금상께 전하시고 / 興王大業傳王季
세상을 구제한 큰 공이 백성에게 미쳤네 / 濟世隆功邁世民
일월처럼 비추어 태평성대 여셨고 / 日月照臨開泰道
천지의 조화로 국정을 운영했네 / 乾坤造化撫洪勻
남다른 은혜 입어 살과 뼈에 사무치는데 / 殊恩特被淪肌骨
갱장을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르네 / 每見羹墻淚滿巾.
고봉高峯 기대승은 퇴계 이황에 대한 오언사운 4수의 만장을 남겼는데 그 중 3수를 보자.
후학은 길을 많이 헤맸는데 / 末學多迷路
선생은 참으로 어긋나지 않았도다 / 先生儘不差
의와 명을 편안히 여기는 마음 두시니 / 有心安義命
나라를 도울 계책은 쓸 수 없었네 / 無計佐邦家
온화하고 명확하여 삼변을 보존했고 / 溫厲存三變
근엄하고 공손하여 모든 사특 이겼네 / 嚴恭勝百邪
어찌하여 갑자기 돌아가시었나 / 如何遽觀化
눈물을 뿌리며 저녁노을 향하노라 / 揮淚向殘霞
다산 정약용이 지은 벗 이덕조李德操에 대한 만사도 보자.
선학이 인간 속에 내려왔던가 / 仙鶴下人間
고고한 그 풍채가 절로 드러나 / 軒然見風神
날개 털 새하얗기 눈과 같아서 / 羽翮皎如雪
닭이며 따오기들 시기하였네 / 鷄鶩生嫌嗔
울음소리 하늘 끝 울려 퍼졌고 / 鳴聲動九霄
맑고 고와 풍진을 벗어났더니 / 嘹亮出風塵
갈바람 타고 문득 날아가 버려 / 乘秋忽飛去
남은 사람 마음만 슬프게 하네 / 怊悵空勞人
증산상제님도 ‘암송하면 후일에 반드시 쓰일 곳이 있으리라’(도전 5:114:3)며 아래와 같은 민영환閔泳煥의 만장을 말하였다.
大人輔國正知身 磨洗塵天運氣新.
遺恨警深終聖意 一刀分在萬方心.
대인이 나라 위해 일함에 정히 자신을 알고
티끌세상 갈고 씻어내니 운수가 새롭구나.
남긴 원한을 깊이 경계하여 성상聖上의 뜻을 다하고
한 칼로 몸을 가름에 천하 사람의 마음이 있노라.
나아가 최익현의 만장이라며 아래와 같은 글을 써 주기도 했다.
讀書崔益鉉 義氣束劍戟
글을 읽던 최익현이 의기로써 창검을 잡았도다.
十月對馬島 曳曳山河撬
시월이면 대마도에서 고국 산하로 썰매 자국 길게 뻗치리라.(도전 5: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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