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환단고기
도전 술어
억음존양抑陰尊陽
음과 양은 우주 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이끄는 상반된 성질의 두 가지 기운. 음은 조화, 수용, 감쌈, 땅이란 여성성을, 반면 양은 대립, 능동, 발전, 하늘 등 남성성의 성격을 갖는다. ‘억抑’은 ‘누르다’, ‘억누르다’은 뜻이고 ‘존尊’은 ‘높다’, ‘높이다’란 말이다. 따라서 억음존양은 문자적 의미는 수용과 조화의 음이나 여성성을 낮추고 능동과 발전의 양이나 남성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억음존양은 다른 말로 하면 음양의 부조화, 편음편양偏陰偏陽이다. 증산도 우주론은 이제까지의 세상인 선천과 장차 펼쳐질 후천의 세상을 구별하는데, 선천과 후천이 모여 우주의 1년을 이룬다. 4계절로 나눠 말하면 선천은 봄, 여름이고 후천은 가을, 겨울이다. 우리가 사는 지금은 여름철 말에서 가을 세상으로 들어서는 시기이다. 선천의 봄, 여름은 분열과 발전의 양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선천에서 음이 억지되고 양이 지배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축의 경사에서 비롯된다. 우주 1년의 전반부인 선천 봄, 여름은 지축이 동북으로 기울어짐으로 인해 양이 음보다 많은 삼양이음三陽二陰의 시대, 하늘은 높이고 땅은 낮춤으로써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건도乾道의 시대 억음존양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천은 분열 생장 과정이 되면서 대립과 갈등, 승자독식의 경쟁 논리가 우주와 인간 삶을 관철한다. 이를 일러 선천은 “상극의 운”이라고 한다. 이것은 불가피하게 인간과 신명계에 원망과 원한을 남기게 되는데, 양의 시대가 진행될수록 더욱 쌓이며 천지와 인간 삶을 병들게 한다. 이렇게 축적된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원한의 기운은 급기야 양陽 시대의 극단에서 한계치를 넘어서면서 터져 나와 인간 세상을 무너뜨리기에 이른다.
“선천은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세상이라. 여자의 원한이 천지에 가득 차서 천지운로를 가로막고 그 화액이 장차 터져 나와 마침내 인간 세상을 멸망하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이 원한을 풀어 주지 않으면 비록 성신聖神과 문무文武의 덕을 함께 갖춘 위인이 나온다 하더라도 세상을 구할 수가 없느니라. (도전 2:52:1~3)
이에 따라 우주 가을철을 맞아 지상에 강세하신 상제님의 주재는 천지에 가득한 원한을 풀어내어 상생과 조화의 새 세상이 들어서도록 하는 해원의 성격을 갖는다. 선천의 불균형한 음양은 무엇보다도 가을개벽으로 지축이 바로서고 건곤乾坤의 위치가 역전되면서 조화로운 관계를 새롭게 회복한다. 양이 과한 시대에서 음양이 고른 정음정양正陰正陽, 음양동덕시대가 되는 것이다. 정음정양의 균형이란 비례적인 것이 아니라 마침내 음과 양이 바르게 또는 본래대로 자리를 잡는다는 뜻이다. 그것은 음이 바탕이 되어 양과 조화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억음존양이 되면서도 항언에 ‘음양陰陽’이라 하여 양보다 음을 먼저 이르니 어찌 기이한 일이 아니리오. 이 뒤로는 ‘음양’ 그대로 사실을 바로 꾸미리라. (『도전』 2:52:4~5)
“이때는 해원시대라. 몇 천 년 동안 깊이깊이 갇혀 남자의 완롱玩弄거리와 사역使役거리에 지나지 못하던 여자의 원寃을 풀어 정음정양正陰正陽으로 건곤乾坤을 짓게 하려니와 이 뒤로는 예법을 다시 꾸며 여자의 말을 듣지 않고는 함부로 남자의 권리를 행치 못하게 하리라.”(도전 4:59:1~3)
“독음독양獨陰獨陽이면 화육化育이 행해지지 않나니 후천은 곤도坤道의 세상으로 음양동덕陰陽同德의 운運이니라.”(도전 2:83:5)
위 말씀들에서도 후천은 음양동덕으로 음과 양이 서로 조화를 이룬 세상이지만 곤도, 즉 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형세에서 억지된 음은 풀려나 조화와 수용이란 제 덕성을 온전히 발휘하고 양 또한 음의 감쌈 안에서 과함이나 넘침이 없이 생장을 위한 저의 역할을 다한다. 이로써 피로 얼룩진 선천의 대립과 갈등이 사라지며 만물이 조화를 이루고 상생하는 후천의 새 세상이 지상에 이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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