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술어

헛첨지

상생문화1 | 2026.01.06 01:03 | 조회 2676

헛첨지에서 헛은 ‘실속 없는’, ‘가짜의’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며 ‘첨지僉知’는 본래 조선 시대 ‘중추부’의 정3품 당상관 관직인 ‘첨지중추부사’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그래서 헛첨지는 ‘실속이나 실권이 없는 또는 가짜의 첨지(중추부사)’라는 뜻인데 조선 후기에 들어 관직을 돈으로 사고파는 일이 성행하자 백성이 이를 비꼬는 말로 쓰였다. 첨지 자리가 돈으로 거래되었고, 실권 없는 명예직으로 전락하고 돈으로 관직을 사고 팔면서 수많은 자리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렇게 실속 없이 이름만 벼슬을 가진 이들을 ‘헛첨지’라 부른 것이다. 나중에는 의미가 확장하여 나이 든 양반이나 노인을 대접하여 부르는 호칭이 되기도 했다.

도전에서는 두 군데 등장하는데 모두 음식이 사라지는 일과 관련돼 있다. 세밑을 당하여 김형렬 성도의 집에서 메로 떡을 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떡이 없어졌다. 이때 상제님은 떡을 잡숫고 계셨다. 그리고서는 떡 치는 곳에 가서 떡을 가져오라 하니 떡을 치던 사람이 “아이고, 헛첨지가 가져가고 없습니다.”고 아뢴다. 그러자 상제님은 “금방 메들고 떡 치던 놈이 떡을 잃어버려? 이놈이 사람이 아니라 허신(虛神)이로구나.” 하고 말씀하신다.(도전 2:92:1~6) 또 한 번은 상제님이 직접 ‘헛첨지’를 언급하신다. 상제님께서 먹던 밥을 두세 술 만에 다 드시고 태연히 앉아 계시자 김형렬 성도가 밥을 더 가져오도록 하라고 권하시는데, 상제님은 “내가 밥 먹은 줄 알아도 아까 신명이 와서 다 먹어 버리고 나는 헛첨지만 찾고 앉았네.” 라고 말씀하신다.(도전 9:148:1~6)

한편 조선 후기에서 헛첨지는 또 다른 사회사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조선 시대 말기에서 일제강점기 초기에 유포된 가사인 춘산채지가春山採芝歌에 ‘헛첨지’란 말이 나온다. “정 첨지는 헛첨지일세 바람결에 돌아가고.” 여기서 정첨지는 바로 조선 시대 비결서 중의 하나인 『정감록鄭鑑錄』에 등장하는 정도령鄭道令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도령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서 나와 계룡산에 도읍하여(해도진인海島眞人) 나라를 개창한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질병의 창궐이나 전쟁의 환란을 겪으면서 또 권력의 부패가 갈수록 구조화되면서 백성들의 고통이 극심해지고 망국의 조짐이 나타날 때 정도령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널리 유포되었다. 그러나 춘사채지가의 위 구절은 정도령 개국설은 실속 없이 풍문에 그치는 헛된 것[헛첨지]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증산 상제님도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정씨로 왕이 될 만한 사람이 없느니라. 조선 사람은 정씨만 찾나니 아무것도 배운 것 없이 정씨만 찾아서 무엇하리오. 한낱 분잡케만 될 뿐이라. 그러므로 정(鄭)씨와 조(趙)씨와 범(范)씨를 다 없이하였노라. … 내 일이 이루어지면 천자 꿈을 꾸는 정가(鄭哥)는 바다에 뜨느니라.” 하시니라.(도전 6: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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