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환단고기
도전 술어
상생相生
상생의 도로써 조화선경을 연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선언이다. 그리고 이는 과거에 대한 개선이자 개벽이다. 후천과 상생에 대립되는 선천의 여름철 세상은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서로를 극하는 상극의 세상이었다. 상극의 세상은 음양질서의 조화가 깨져서 억음존양의 세상이며, 지축도 기울어져 운행함으로써 극한극서極寒極暑가 있고, 지진, 해일, 화산폭발과 같은 자연재앙이 끊임없이 발생하며, 사람들은 서로 갈등, 대립히면서 삶의 희망과 행복을 누리기 힘든 세상이다. 민족 간의 투쟁, 국가 간의 전쟁이 그칠 새 없는 선천은 상극의 질서로 돌아가는 고통과 절망의 역사였다.
“선천은 상극相克의 운運이라. 상극의 이치가 인간과 만물을 맡아 하늘과 땅에 전란戰亂이 그칠 새 없었나니 그리하여 천하를 원한으로 가득 채우므로 이제 이 상극의 운을 끝맺으려 하매 큰 화액禍厄이 함께 일어나서 인간 세상이 멸망당하게 되었느니라. 상극의 원한이 폭발하면 우주가 무너져 내리느니라.”(『도전』2:17:1~6)
선천 세상에 대한 상제님의 우주론적 진단이다. 선천은 상극의 이치가 주장하는 대세 속에서 인류가 서로 경쟁과 대립과 투쟁을 일삼아 고귀한 생명을 서로 파괴함으로써 원한이 천지에 가득 차 폭발 직전까지 이르렀다. 이제 선천 여름철 세상의 상극질서를 마감하고 후천 가을철 상생의 새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즉 하늘, 땅, 인간을 새롭게 개벽하고, 인간의 의식, 인간 간의 관계, 가치관이나 제도 및 생활방식, 자본주의와 과학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두 개벽하여 상생의 관계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생의 세상은 때만 기다리면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삼계우주의 통치자 상제님은 인간으로 오시어 무궁한 조화권으로 가을철 새 세상을 개벽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에 인간으로 오신 상제님은 무극대도로써 선천 상극의 우주 이법을 후천 상생의 이법으로 돌려 놓는 천지공사를 행하셨다.
이제 천지도수를 뜯어고치고 신도를 바로잡아 만고의 원을 풀며 상생의 도로써 선경의 운수를 열고 조화정부를 세워 함이 없는 다스림과 말 없는 가르침으로 백성을 교화하여 세상을 고치리라. (『도전』 4:16:4~7)
“천지도수를 뜯어고친다.”는 것은 선천 상극의 운을 후천 상생의 운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상제님의 천지공사는 무극대도로써 신명계의 질서를 바로 잡고, 만고의 원을 풀어 인간의 삶과 문명과 역사가 조화되는 상생의 새 세상을 개벽하는 공사다.
나의 도는 상생相生의 대도이니라. … 내가 이제 후천을 개벽하고 상생의 운을 열어 선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리라. 만국이 상생하고 남녀가 상생하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화합하고 분수에 따라 자기의 도리에 충실하여 모든 덕이 근원으로 돌아가리니 대인대의大仁大義의 세상이니라. (『도전』 2:18:1~5)
상제님은 당신의 무극대도가 ‘상생의 대도’임을 선언하셨다. 삼계우주의 주재권자이신 상제님의 무극대도에 의해서 가을천지가 열리고, 가을천지와 문명이 열리고, 인간 마음 세계도 상생의 심법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후천 가을개벽은 대립과 모순이 없는 선善의 세상으로서 만국과 만인이 서로 상생하고 화합하는 대인대의의 세상이다. 대인대의란 지극한 사랑과 정의를 말하는 것으로, 인류가 그려 온 이상적인 사회를 나타낸 것이다. 상제님의 무극대도로 여는 상생의 세상이 바로 후천선경이다.
내 도는 곧 상생이니, 서로 극하는 이치와 죄악이 없는 세상이니라. 앞세상은 하늘과 땅이 합덕合德하는 세상이니라. 이제 천하를 한집안으로 통일하나니 온 인류가 한가족이 되어 화기和氣가 무르녹고 생명을 살리는 것을 덕으로 삼느니라. … 후천은 온갖 변화가 통일로 돌아가느니라. (『도전』 2:19:2~7)
대인대의의 세상, 정의와 사랑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잘되게 하는, 그래서 세계 전체가 한 가족이 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은 하늘과 땅, 여자와 남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부자와 빈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등, 온갖 대립과 갈등이 해소되고, 조화와 화평이 무르녹아 인류와 세계가 하나로 통일되는 지상선경의 세상이다.
현재 인류는 자본주의와 과학만능주의가 주는 혜택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극심한 양극화와 생명경시현상, 갈등과 경쟁의 인간관계가 사회적 문제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말 그대로 상극, 서로 이기려고 하는 무한 경쟁 사회이다. 상극의 현대사회는 무순적이게도 그 해결책으로 상생을 가장 이상적인 가치로 내세운다. 어느새 상생은 경쟁사회의 해결책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 종교적 갈등도, 빈부격차도, 세대 간의 불일치나 남녀 간의 차별, 정치적 이념 전쟁 등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로 상생을 내세우곤 한다. 그러나 상생에 대한 보편적 인식과 객관적 사용에서 진정한 상생의 가치나 의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상생의 사회적 의미는 ‘서로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잘 살자’는 뜻이다. 상생이 강조되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평화와 정의가 사라진 사회라는 것을 반증한다. 상생이 갖는 이러한 용도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 인류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상생의 사회는 단지 이것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는 상생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 그 시대적 사명에 더 자세히 접근해야 한다.
증산도에서 말하는 상생은 우주론적인 존재법칙으로서의 의미와 윤리적, 구원론적 의미를 함께 갖는다. 이 두 가지 의미는 현재 인구에 회자되는 ‘상생의 관계’나 ‘상생 사회’ 등과는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상생이 ‘생명을 살린다’는 상제님의 가르침이며, 또 그러한 의미에서 인간이 궁극적으로 실천해야할 이념이라는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생명 살림’으로서 상생은 증산도의 개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개벽기에 죽어가는 모든 생명체를 구원하는 증산도 의통사상의 한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먼저 우주론적으로 접근할 때, 상생의 대립개념은 상극이다. 즉 증산도 상생을 알기 위해서는 우주 1년과, 선후천, 상극의 이치와 상생의 도라는 증산도 주요 진리 개념을 함께 언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극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지만 증산도 핵심 개념으로서 상생과 관련된 의미는 선천과 후천이라는 시간적 범주에서 접근해야 한다.
선천에는 위무威武로써 승부를 삼아 부귀와 영화를 이 길에서 구하였나니 이것이 곧 상극의 유전이라. 내가 이제 후천을 개벽하고 상생의 운을 열어 선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리라.(도전 2:18:24)
구천지 상극 대원대한(舊天地 相剋 大寃大恨), 신천지 상생 대자대비(新天地 相生 大慈大悲)(도전 11:345:2)
『도전』에서 바라보는 상극상생은 구천지와 신천지를 대비하면서 그 특징으로 설명되고 있으며, 후천을 개벽하여 상생의 운을 연다는 말씀은 우주 1년과 후천개벽을 상생과 연관 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위의 구절에서 볼 때 증산 상제님은 선천의 상극에 대비해서 후천 세계의 근본적 원리가 상생임을 알려주고 있다.
우주론의 범주로서 상극과 상생은 천지만물을 생장시키고 성숙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이며 법칙이다. 이 중 상극은 생장염장하는 우주 1년 중에서 생명이 생겨나고 성장하는 선천의 지배적 이치이며, 상생은 만물이 수렴ㆍ통일되는 후천의 지배적 이치이다.
이러한 ‘상극상생’이란 말은 원래 음양오행을 설명하는 한 개념으로 등장하였다. 즉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라는 오행五行의 각각의 승부勝負작용으로 인한 상관관계를 상극과 상생으로 표현하였는데 오행의 상생은 수생목水生木,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의 상호 생生하는 관계이다. 이에 반해 상극은 오행의 상호관계에 있어서 서로 극克하는 관계, 즉 수극화水克火, 화극금火克金, 금극목金克木, 목극토木克土, 토극수土克水의 관계이다. 상생이 만물을 살리는(낳는, 生) 이치라면, 상극은 만물을 기르는(대립을 통해서 성숙시키는, 養)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상극 상생의 오행개념은 선후천의 시대적 특징을 설명하는 주요 단서가 되었다. 즉 선천과 후천이 상극과 상생의 이치로 존재함을 원리적으로 밝혀주고 있다. 이러한 상극-상생관계는 증산 상제님에 의해서 인류의 삶과 구원이라는 또 다른 범주인 실천적 의미로 확대되었다.
선천에는 상극의 이치가 인간 사물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사가 도의道義에 어그러져서 원한이 맺히고 쌓여 삼계에 넘치매 마침내 살기殺氣가 터져 나와 세상에 모든 참혹한 재앙을 일으키나니 그러므로 이제 천지도수天地度數를 뜯어고치고 신도神道를 바로잡아 만고의 원을 풀며 상생의 도(道)로써 선경의 운수를 열고 조화정부를 세워 함이 없는 다스림과 말 없는 가르침으로 백성을 교화하여 세상을 고치리라.(도전 4:16:2~7)
이 말씀은 선천 상극의 운은 천지만물을 낳고 기르는 공평무사한 우주의 이치이면서도 이 이치가 인간의 문명과 역사에 적용될 때는 이기주의적 투쟁으로 원한과 재앙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증산 상제님이 천지공사를 보신 것은 우주만물을 극한까지 분열ㆍ성장시키는 상극의 힘과 인간의 문명과 역사에 원한과 살기를 불러일으키는 상극의 운을 끝맺고 생명살림, 인류구원의 새로운 대도를 정립하기 위해서이다.
내 세상은 조화선경이니, 조화로써 다스려 말없이 가르치고 함이 없이 교화되며 내 도는 곧 상생이니, 서로 극剋하는 이치와 죄악이 없는 세상이니라.(도전 2:19:1~2)
위 성구는 상극의 세상을 개벽하여 극하는 이치가 없는 세상, 조화의 선경을 연다는 말씀이다. 이것이 바로 개벽공사로서 천지공사이다.
현대사회가 바라는 이상적 질서가 상생이지만 이 상생은 상극의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의 상징으로 나오는 개념이다. 선천에는 상극의 이치가 지배하지만 상생의 수렴과 통일정신이 상극의 세상이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고, 상생의 도가 후천의 선경을 지배하지만 새로운 낳음, 기름의 원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상극의 힘이 극에 달할 땐 상생의 운으로 조화를 지향하고 상생의 운이 만물을 수렴ㆍ통일시키는 끝에서는 다시 상극의 창조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우주의 이법을 증산 상제님은 무위이화의 원리로 후천선경을 여는 개벽의 이치로 쓰신 것이다.
한편 증산 상제님은 상생의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우리 일은 남 잘되게 하는 공부니 남이 잘되고 남은 것만 차지하여도 우리 일은 되느니라.(도전 2:29:1)
내 도는 곧 상생이니, 서로 극(剋)하는 이치와 죄악이 없는 세상이니라...생명을 살리는 것을 덕으로 삼느니라.(도전 2:19:1~5)
이처럼 증산도 도전에서는 상생의 실천적 의미를 ‘남 잘되게 하는 행위’와 ‘생명을 살림’, 이 두 가지로 규정한다. 이러한 두 가지 의미를 고찰할 때 상생이란 인간의 행위에 관련된 윤리적 개념이면서 ‘생명을 살린다’는 매우 특수한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생의 의미는 현대의 윤리적 담론에 등장하는 상생이란 개념의 강조점과 매우 다르다. 지금 정치나 경제의 실태를 설명하는 상생은 인간의 윤리적 관점에 맞추어져 있을 뿐이며, 그리고 그 구체적 실현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상생의 개념만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우주론적 범주로, 또 실천적 범주로, 이렇게 두 측면에서 상생을 바라볼 때 증산도 상생에 대한 온전한 의미가 드러난다. 우주론적으로 상생은 후천개벽의 전제조건이면서 지배원리이다. 증산 상제님은 “상생의 도로써 선경仙境을 연다”(도전 4:16:6)고 하였다. 후천이 개벽되고 선경이 열리는 것은 상생의 이치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증산 상제님은 후천선경을 상생의 도로 주재하며, 그 상생의 주재는 천지자연과 문명 역사의 새로운 방향을 지시한다. 또 증산 상제님은 “내가 이제 후천을 개벽하고 상생의 운을 열어 선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리라”(도전 2:18:3)고 말씀하셨다. 이 구절에서는 후천을 개벽한 후 상생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즉 상생은 존재적으로도, 실천적으로도 후천의 변화 이법이 된다는 것이다.
또 한편 상생은 실천적 범주로 남 잘되게 하면서, 후천 개벽기에 죽어가는 생명을 구원하는 매우 적극적인인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낡은 삶을 버리고 새 삶을 도모하라.”(『도전』 2:41:2)는 상제님의 말씀처럼, 선천의 모든 상극적 태도를 벗어버리고 상제님이 열어주신 가을 대개벽의 상생의 대도를 지향하는 것은 인류의 사명이다. 그리고 가을 개벽기에 죽어가는 인류를 구원하여 진정한 후천 상생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실천적 사명은 상생의 의미를 깨달고 실천해야 하는 인생의 당위이면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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