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술어

해원解寃

상생문화1 | 2024.12.13 05:44 | 조회 4101

해원이란 원을 푼다는 뜻이다. 따라서 해원의 전제는 원이다. 원과 한의 문제는 증산도 사상에서 해원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다. 원과 한은 부정적, 병적 심리 상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 그리고 자연에 미치는 병과 죽음의 가장 근원적 원인이 된다. “원래 인간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분통이 터져서 큰 병을 이루나니”(도전4:32:1) 라는 상제님의 말씀처럼 원과 한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언가 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분통이 터져서 생기는 큰 병그것이 바로 원한이다. 선천 상극의 이치 속에서 인간의 삶은 원과 한을 필연적으로 안고 살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상극의 이치가 지배하는 선천은 결국 서로가 서로에 대한 대립상태, 투쟁상태가 지속되는 사회로서, 그 결과 어느 한쪽의 희망과 욕구는 좌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좌절된 욕망은 원한이라는 큰병을 만들어 낸다.

 

선천은 상극相克의 운이라 상극의 이치가 인간과 만물을 맡아 하늘과 땅에 전란戰亂이 그칠 새 없었나니 그리하여 천하를 원한으로 가득 채우므로 이제 이 상극의 운을 끝맺으려 하매 큰 화액禍厄이 함께 일어나서 인간 세상이 멸망당하게 되었느니라. 상극의 원한이 폭발하면 우주가 무너져 내리느니라.(도전2:17:1~5)

 

상극의 이치에서 서로를 이기려는 힘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필연적으로 서로를 억압하고 파괴하는 힘으로 작용하여 상대방의 마음에 원한을 쌓이게 한다는 말씀이다.

인류 역사 속에서 원한은 매 순간 자신의 삶을 파괴하면서 타인에게 보복과 공격을 가하면서 증폭된다. 무수한 전쟁이 낳은 억울한 죽음들, 올바른 사회를 위해 목숨을 건 혁명이 반역으로 몰려 삼족이 몰살당한 수많은 사람들, 이단으로 몰려 화형된 순교자들, 남성의 억압에 평생 웅크리고 천대받으며 살아야 했던 무수한 여인들의 고통은 모두 천지에 원과 한으로 맺혀 치유할 수 없는 죽음의 병이 되었다. 증산 상제님께서 해원을 천지공사의 제일원리로 삼은 것은 오직 해원만이 병을 치유하는 유일한 법방이기 때문이다.

해원이란 마음속에 맺힌 원과 한을 푼다는 뜻이다. 그러나 증산 상제님께서는 해원이 인간이 가진 원을 푼다는 단면적 차원에서 이해되던 지금까지의 이해를 벗어나, 우주와 인간, 천지만물에까지 해원의 적용범위를 확장하셨다. 즉 원한의 문제는 인간의 심리적 요소만이 아니라 우주만물의 병적 요소라는 것이다. 그래서 해원은 단지 인간의 원을 풀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만물의 원이 모두 해결될 때 진정한 해원이 될 수 있다. 증산 상제님께서 대원사 칠성각에서 중통인의의 대도통을 이루신 후의 상황에 대한 아래의 성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상제님께서 새 옷으로 갈아입고 대원사를 나서시니 갑자기 골짜기의 온갖 새와 짐승들이 모여들어 반기면서 무엇을 애원하는 듯하거늘 이들을 바라보며 말씀하시기를 너희들도 후천 해원을 구하느냐?” 하시니 금수들이 알아들은 듯이 머리를 숙이는지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알았으니 물러들 가라.” 하시매 수많은 금수들이 그 말씀을 좇더라.(도전2:12:6~9)

 

금수들의 해원은 그들 역시 선천의 삶을 살고 있고 그 결과 원과 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과 신명과 동물과 산천초목 모두 선천 상극의 이치 속에서 서로 간에 원과 한을 맺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면, 해원 역시 인간의 문제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우주 전체가 하나의 생명적 유기체로서 우주 내 모든 존재자들은 서로 그물망처럼 유기적 관계로 얽혀 있어 따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경위經緯는 천하가 같으니라. 파리 죽은 귀신이라도 원망이 붙으면 천지공사가 아니니라.(도전4:48:3~4)

 

우주 만물의 생명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상태에서 미물인 파리의 원한 또한 천지의 생명기운을 막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원한은 유기적이며 총체적인 것이며, 따라서 해원 역시 인간의 원과 신명의 원한, 그리고 동물의 원한 등등 모든 생명존재의 원한을 해소해야 하는 총체적 의미를 갖는다.

 

이제 예로부터 쌓여 온 원을 풀어 그로부터 생긴 모든 불상사를 소멸하여야 영원한 화평을 이루리로다. 선천에는 상극의 이치가 인간 사물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사가 도의道義에 어그러져서 원한이 맺히고 쌓여 삼계에 넘치매 마침내 살기殺氣가 터져 나와 세상에 모든 참혹한 재앙을 일으키나니 그러므로 이제 천지도수天地度數를 뜯어고치고 신도神道를 바로잡아 만고의 원을 풀며 상생의 도로써 선경의 운수를 열고 조화정부를 세워 함이 없는 다스림과 말없는 가르침으로 백성을 교화하여 세상을 고치리라. (도전4:16:1~7)

 

이러한 말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원이 쌓이면 세상에 참혹한 재앙이 생겨나므로 만고에 쌓인 원을 푸는 해원을 통해서만 선경, 다시 말해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원은 후천의 선경을 이루기 위한 가장 일차적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증산 상제님께서 선경을 건설하는 첫걸음”(도전4:17:8)이 바로 해원이라고 하셨다.

근본적으로 천지 음양 기운이 한곳으로 치우쳐 생긴 선천의 하늘과 땅과 인간의 문제인 원한은 곧 하늘과 땅과 인간의 개벽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이제는 판이 크고 일이 복잡하여 가는 해와 달을 멈추게 하는 권능이 아니면 능히 바로 잡을 수 없다.”(도전4:111:4)는 말씀처럼 삼계대권의 절대권능을 갖는 증산 상제님의 천지공사로서 새 우주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인간에 있어서 원은 현상적·구체적으로는 인간의 욕망구조에 의한 것이지만 근원적·일차적으로는 지축의 경사로 인한 음양의 불균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이란 것은 인간들 사이의 우연적 관계만을 해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더구나 원의 기원이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갈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해원의 방법은 선천 우주의 상극 질서 즉, 원의 우주론적 기원과 선천역사를 올바로 인식할 때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인류 역사상 원한의 ******점은 단주丹朱에서 시작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때는 해원시대解寃時代이제 원한의 역사의 뿌리인 당요唐堯의 아들 단주丹朱가 품은 깊은 원을 끄르면 그로부터 수천 년동안 쌓여 내려온 모든 원한의 마디와 고가 풀릴지라그러므로 단주 해원을 첫머리로 하여 천지대세를 해원의 노정으로 나아가게 하노라. (도전2:24:1~9)

내가 이제 천지의 판을 짜러 회문산回文山에 들어가노라. 현하 대세를 오선위기五仙圍碁의 기령氣靈으로 돌리나니 두 신선은 판을 대하고 두 신선은 각기 훈수하고 한 신선은 주인이라. (도전5:6:1~3)

 

천지의 판을 짜는 단서로서의 오선위기혈은 곧 바둑의 시조인 단주의 해원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가장 원한이 깊기 때문에, 그리고 그 원이 원의 역사의 시초이기 때문에 단주 해원은 인류사에 뿌리박힌 원의 고로 생각될 수 있다. 이는 오선위기혈이 갖는 지운地運에 단주 해원 도수를 붙여 선천의 모든 겁액을 걷어내려는 증산 상제님의 공사방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증산 상제님께서는 단주 해원이라는 인류 원한의 풀이의 출발점과 오선위기혈이라는 지기地氣, 그리고 후천개벽으로 넘어가는 상씨름의 판세를 상호 연관 지어서 천지 해원 공사의 큰 줄기를 잡아, 천지와, 인간과 신명의 원한이 풀리는 도수를 정하셨다. 단주 해원과 오선위기 그리고 상씨름은 후천개벽을 여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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