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환단고기
도전 술어
원시반본原始返本
증산도 고유의 용어인 원시반본은 기존의 학문이나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개념이다. 도가철학에서 ‘극즉반’이나 서양철학에서 ‘영원회귀’ 등의 사상은 있었지만, 이에 비해 시공간적 차원을 총체적으로 내포한 개념이 바로 원시반본이다. 이는 인류의 시원문화와 새로운 미래문명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으며, 시대적 가치를 함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역사의 방향 또한 지시하고 있다. 원시반본은 증산도 진리의 메타언어로 가을개벽과 후천선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핵심 개념이다.
시원을 살펴서(원시原始) 근본으로 되돌아간다(반본返本)는 뜻을 가진 원시반본은 무엇보다도 우주 1년과 연계되어 이해할 수 있다. 우주 1년에서 총체적 변화가 일어나는 우주가을 개벽기의 변화정신, 근본정신으로서 원시반본은 개벽기를 맞이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시원의 모습을 회복하고 그 근본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선후천이 순환하는 우주 1년의 시간대에서 선천은 상극의 이치가 지배하는 투쟁과 대립의 시대이다. 만물은 상극을 통해 분열 발전하면서 처음의 상태를 점점 잃어버리고 근본에서부터 멀어져간다. 이제 후천 가을개벽기를 맞이하여 우주도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고, 문명과 역사도 처음 시작할 때의 근본정신을 되살펴 새로운 이상적인 상태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상제님의 천지공사는 후천개벽의 근본정신인 원시반본의 섭리에 따라 인류구원의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다.
상제님께서 원시반본原始返本의 도道로써 인류 역사의 뿌리를 바로잡고 병든 천지를 개벽開闢하여 인간과 신명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인간으로 강세하시니라.(『도전』 1:2:8)
이 때는 원시반본原始返本하는 시대라.(『도전』 2:26:1)
증산도 우주관에서 볼 때 천지만물이 성숙하여 새롭게 변화하는 우주 가을의 시명時命, 개벽의 정신은 한마디로 원시반본이다. ‘가을 개벽기는 곧 만물이 원시반본하는 시대’라는 말씀은 우주 가을에는 만물이 그 생명의 근원, 즉 뿌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증산 상제님의 강세는 원시반본의 섭리에 따라 후천 가을개벽을 주재하여 병든 천지를 뜯어고쳐서 인간과 신명을 구원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원시반본이 무엇인지 모르고서는 앞으로 밀어닥칠 새로운 개벽세상이 어떠한 것인지, 그 우주 섭리와 문명의 역사 정신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의미를 살펴보면, 원시반본에서 먼저 ‘반본返本’이란 돌이킬 반返 자, 혹은 돌아갈 반 자에 근본 본本 자다. 말 그대로 ‘근본으로 돌아간다.’, ‘근본으로 다시 돌이킨다.’는 뜻이다. 돌아감의 목적으로서 본本이란 천지만물의 원초적 상태이며 뭇 생명의 본질적 상태이다. 이를 철학적으로 표현하면 매순간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천지 만물에 내재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는 도의 실재實在, 도의 바탕이다. 그 ‘도’의 바탕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반본’의 뜻이다. 그러므로 ‘반본’은 시간적 경계에서는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의 상태이며, 공간적으로는 인간과 문명이 도달해야할 이상적인 상태이다. 천지만물의 변화방향이자 변화정신이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그러므로 ‘반본’은 곧 봄, 여름 생장의 끝에서 맞이하는 ‘가을개벽의 추수 정신’이기도 하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물이 더불어 함께 자라는데 나는 돌아감을 볼 뿐이다. 대저 만물은 풀처럼 무성하게 자라지만 제각기 또다시 그 뿌리로 돌아갈 뿐이다[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도덕경』 16장)
비록 돌아감의 목적이나 시공간적 의미가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노자는 돌아감의 정신을 말하고 있다.
다음으로 ‘원시’는 ‘시원을 살핀다.’, ‘처음의 상태를 돌아본다.’는 뜻이다. ‘반본’이 우주만물이 변화하는 근본 정신이자 그 목적이라면, ‘원시’는 이 반본의 방향을 규정하는 것이다. 즉 어떻게,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서 원초적인 상태를 ‘살펴서’(원原) 그 ‘시원’으로, ‘시원’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 ‘원시原始’에 담겨있다. ‘원시’란 천지만물과 인간 삶의 가장 이상적인 상태, 본질적인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그 궁극의 모습, 원형의 정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원시’에는 반본의 ‘방향’과 ‘방법’이 모두 들어있는 셈이다.
이처럼 원시반본에는 천지만물이 가야할 방법과 방향과 목적이 담겨있다. 그래서 원시반본은 우주 봄, 여름의 성장을 거쳐 우주 가을의 천지만물이 가야하는 길이며, 변화 목적이며, 추수 정신이다. 그래서 상제님께서는 천지가 개벽하는 ‘이 때는 원시반본하는 시대’라고 하였고, “이제 개벽시대를 당하여 원시로 반본하는 고로”(『도전』 2:37:4)라고 하였다.
모든 생명이 원시반본하는 이치는 한 그루의 나무가 계절에 따라 변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봄이 되면 나무는 뿌리로부터 생명의 수액을 빨아들여 나무줄기와 잎으로 왕성한 생명기운을 분산시킨다. 대지 속 밑뿌리에서부터 생명의 기운이 쭉 뻗쳐올라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구친다. 그리하여 나무는 온통 생명의 천연색인 녹색으로 바뀐다. 생장기의 극치인 여름철에는 산과 들이 나무의 생명력으로 가득 차고, 생동하는 기운이 넘쳐난다. 그러나 가을철에 이르러 생장의 시간이 다 지나면 ‘극즉반極則反’이라는 생명의 기본 원리인 원시반본 현상이 일어난다. 나무 생명의 진액인 수액이 다시 뿌리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노자는 ‘돌아가는 것이 도의 운동(反者道之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원시반본이란 우주 만물의 생명 운동에 있어서 나고, 자라고, 열매맺고, 휴식기에 접어드는 생장염장生長斂藏의 순환처럼, 혹은 언제나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도의 본성처럼, 대립에서 통일로, 성장에서 성숙으로 완성되는 우주만유의 근본 법칙을 말한다.
현하의 천지대세가 선천은 운運을 다하고 후천의 운이 닥쳐오므로 내가 새 하늘을 개벽하고 인물을 개조하여 선경세계를 이루리니 이 때는 모름지기 새판이 열리는 시대니라.(『도전』 3:11:3)
상제님의 말씀에서 ‘새판이 열리는 시대’는 원시반본하는 시대를 말한다. 원시반본의 원리에 따라 새판이 열리는 시대이며, ‘선천의 운을 다하고 후천의 운이 열리는 시대’이다. 우주 1년의 시간으로 볼 때는 ‘천지 가을의 큰 운수로 들어가는 시작점’을 뜻한다. 그래서 원시반본을 ‘가을의 정신, 가을의 목적, 대자연의 이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증산도에서는 원시반본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11가지로 압축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시원의 의미를 살펴서 그 근본으로 되돌아가는 원시반본에서 ‘본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11가지 주제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1. 천지만물과 인간이 생명의 근본으로 복귀함을 뜻한다. 이때 본은 시원의 생명질서인 가을의 도, 곧 무극대도를 의미한다. 무극대도는 상제님의 가르침으로서, 천지만물의 길이며 진리의 본체이며 생명의 바탕이다. 따라서 우주의 가을에는 모든 것이 그 길을 가야하고 그 뜻을 깨닫고 생명의 열매를 맺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이제 천지를 개벽하여 하늘과 땅을 뜯어고치고 무극대도無極大道를 세워 선천 상극의 운을 닫고 조화선경造化仙境을 열어 고해에 빠진 억조창생을 건지려 하노라.”(『도전』 5:3:2~4)는 말씀에서 무극대도는 후천의 새로운 질서이자 진리의 본체임을 알 수 있다.
2. 내 생명의 뿌리와 관련지을 때 본은 나의 선령신이면서, 뭇 생명의 근원인 상제님을 뜻한다. 생명은 나의 가장 소중한 바탕이며 그 생명을 주신 조상과 상제님은 가장 은혜로운 생명의 뿌리이다. 따라서 그 근본에 보은함이 원시반본의 실천이다. 상제님께서는 “선령신이 짱짱해야 나를 따르게 되나니 선령신을 잘 모시고 잘 대접하라.”(『도전』 2:78:1)고 하셨다.
3. 인간 개벽의 원시반본과 관련하여 본은 몸과 마음이 생명의 바탕자리로 돌아감을 뜻한다. 수행을 통해 천지일심의 경지에 도달하여 천지와 하나 된 본래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인간 삶에 있어서 원시반본이다. 상제님께서는 “일심이 없으면 우주도 없느니라. 일심으로 믿는 자라야 새 생명을 얻으리라.”(『도전』 2:91:3~6)고 하셨다.
4. 우주론적으로 볼 때는 선천 상극의 질서가 끝나고 후천 상생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말한다. 우주 1년의 질서 속에서 우주는 생장염장의 과정으로 순환하게 되는데 이 때 선천 봄, 여름은 상극의 이치가 지배하는 분열과 대립의 시대이다. 이제 가을개벽을 맞아 상극의 질서에서 상생의 질서로 전환되어 만물이 성숙하고 통일되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실현된다.
5. 천존, 지존의 선천역사를 거쳐서 이제 인간이 가장 존귀한 시대, 인간이 만물의 근본이 되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천존天尊과 지존地尊보다 인존人尊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人尊時代니라. 이제 인존시대를 당하여 사람이 천지대세를 바로잡느니라 ”(『도전』 2:21:1~2)는 말씀처럼 하늘과 땅의 시간을 지나 이제 인간이 후천선경을 실현하는 시대, 즉 인존시대가 됨을 뜻한다. 원시반본은 우주 가을의 천지성공시대를 맞아 인간이 천지의 일꾼으로 그 역할을 다하여 역사와 문명과 생명이 그 근본을 회복하는 것을 함축한다.
6. 원시반본의 또 다른 측면은 음양의 조화로운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다. “여자의 원寃을 풀어 정음정양正陰正陽으로 건곤乾坤을 짓게 하려니와”(『도전』 4:59:2) 말씀처럼 음양이 부조화를 이루는 선천 양의 시대를 지나서 음양이 조화를 이루는 후천 음의 시대, 남녀 불평등과 부조화를 극복한 남녀동권, 정음정양 시대가 열린다.
7. 신인합발이 이루어진다. 선천 상극의 시대에 신과 인간이 서로 분열되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이제 후천을 맞이하여 신과 인간은 처음의 상태, 즉 서로 조화를 이루고 소통하며 하나가 되는 통일 상태로 되돌아간다. 상제님께서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이라야 모든 조화의 기틀을 정한다.”(『도전』 11:98:9)고 말씀하셨다. 신인관계의 근본은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된 신일합일, 신일합발의 상태이다.
8. 후천 가을을 맞이하여 선천종교와 과학과 역철학이 각자의 영역을 상호 포섭하는 진리의 일원화 시대가 열린다. 그동안 이성과 감성이 서로 분리되어 각자의 영역을 고수하고, 영성을 부정하는 시대였다면 이제 가을을 맞아 원시반본하여 이성과 영성과 감성이 하나가 되어 과학과 종교와 철학이 신교문화의 이름으로 통일된 시원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상제님께서는 “모든 도통신道統神과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려 각 족속들 사이에 나타난 여러 갈래 문화의 정수精髓를 뽑아 모아 통일케 하느니라.”(『도전』 4:8:6)고 하셨다.
9. “중고中古 이래로 성聖과 웅雄이 바탕을 달리하여 정치와 교화가 갈렸으므로 마침내 여러 가지로 분파되어 진법眞法을 보지 못하였나니 이제 원시반본이 되어 군사위君師位가 한 갈래로 되리라.”(『도전』 2:27:3~4)는 말씀처럼 정교의 통합으로 국가체제가 원래의 제정일치 시대로 돌아간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었던 선천에는 신성과 성웅이 그 바탕을 달리하여 갈등과 분열의 관계를 이어갔지만 이제 후천 원시반본하는 시대를 맞이하여 성웅이 서로 합치하며, 정교합일의 정치체제를 회복하고 종국적으로는 군사위가 하나로 통일된다.
10. 도덕율의 원시반본을 말한다. “앞세상은 만수일본萬殊一本의 시대니라.”(『도전』 2:27:3~4)고 하신 바 수만 갈래의 도덕적 판단과 도덕성의 기준이 모두 통합되어 지구상의 모든 민족과 국가의 도덕율이 신의 가르침에 일치하는 시대가 열린다. 모든 인간의 영성이 열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각각의 행위가 서로에게 부합하는 선善의 시대인 지심대도술知心大道術의 시대가 열린다.
11. 민족정신의 원시반본을 말한다. 한민족의 관점에서 볼 때, 이때의 본은 우리민족의 뿌리이며 민족사의 주신인 환인, 환웅, 단군을 말한다. 상제님께서는 “조선국 상계신(환인) 중계신(환웅) 하계신(단군)이 몸 붙여 의탁할 곳이 없나니 환부역조하지 말고 잘 받들 것을 글로써 너희들에게 경계하지 않을 수 없노라.”(『도전』 5:347:16)고 경계하셨다. 역사를 망각하고, 조상을 부정하고, 고유의 문화를 잃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는 없는 법이다. 한민족 고유의 종교와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역사의 시원조상을 되찾아 삼성조시대의 뿌리문화와 근본정신을 회복하게 된다.
이상 원시반본의 11가지 정신, 원시반본의 구체적인 현상을 살펴보았지만, 원시반본은 이 11가지를 넘어서는 보편적인 법도이다. 즉 원시반본은 대자연의 도요, 역사의 도요, 앞으로 열리는 새로운 문명의 도이다. 그것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인간과 만유 생명의 도이자 존재 법칙이다. 대우주의 순환 운동에서 지금은 여름에서 가을로 들어가는 대전환기이다. 그러기에 모든 인간은 “이 때의 정신”에 따라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 열매 맺는, 성숙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후천 가을이 지향하는 원시반본의 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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