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환단고기
도전 술어
삼신상제三神上帝
삼신三神은 본체로서 근원의 일신一神이 현상계에서 세 손길로 작용하여 역사하는 조화신성이고, 상제는 더 이상이 없는 최고의 통치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삼신상제는 삼신과 일체가 되어 그 조화권능을 온전하게 씀으로써 삼계[天地人]를 주재하여 통치하는 천상의 임금이다.
“홀연히 열린 우주의 대광명 가운데 삼신이 계시니, 삼신三神은 곧 일신一神이요 우주의 조화성신造化聖神이니라. 삼신께서 천지 만물을 낳으시니라. 이 삼신과 하나 되어 천상의 호천금궐昊天金闕에서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느님을 동방의 땅에 살아온 조선의 백성들은 아득한 예로부터 삼신상제三神上帝, 삼신하느님, 상제님이라 불러왔나니 상제는 온 우주의 주재자요 통치자 하느님이니라.”(『도전』1:1:1~5)
우주 만유의 존재 근원은 본체로서 하나의 신[一神]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말해서 양가적인 의미, 즉 음양陰陽 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삼신이 천지 만유를 짓는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원신元神이고, 다른 하나는 삼신과 하나 되어 현신한 신명들과 우주 만유를 주재하여 통치하는 지존무상의 주신主神이다. 따라서 만유가 조물자 삼신으로부터 출현한 것이기 때문에, 하늘, 땅, 인간의 삼계 우주는 신명神明으로 가득하다. 수많은 신명神明들 중에는 위격과 품격에 있어서 최고의 주재신이 실재한다. 이는 원신과 일체가 되어 그 조화권능을 쓰시는 삼신상제이다. 다시 말하면 삼신상제는 삼계대권으로 우주만물을 주재하여 다스리는, ‘더 이상 상위가 없는 지극히 존엄한[至尊無上]’ 최고의 통치자, 우주의 통치자이다.
삼신상제의 정명正名은 ‘삼신일체상제’이다. 이는 삼신의 본체와 하나가 되어 대권을 쓰시는 상제를 일컫는다. 그럼 ‘삼신일체’에서 삼신의 본체는 어떻게 성립하게 되었고, 삼신의 권능을 쓰게된 상제의 소이연所以然은 무엇인가?
현재의 우주가 탄생하기 직전인 태초太初에는 아무 것도 없는 무와 같은 상태, 아무런 형질도 없는 암흑뿐인 카오스(chaos) 혼돈상태였다. 현대 과학의 용어로 말하면, 인플라톤(Inplaton)과 같은 것이다. 여기에서 태시太始에 문득 대광명의 초기 우주가 처음 열렸다. 이것이 우주의 기원이 되는 시원개벽이다. 시원개벽으로 출현한 대광명은 무와 같은 인플라톤의 상태가 급팽창하면서 출현한 것이다. 이것이 우주가 탄생한 ‘빅뱅(Big Bang)’이다. 대광명은 바로 신의 상[是神之像]을 일컫는다. 왜냐하면 신神의 근원적인 본성은 광명이기 때문이다. 이를 학술적인 용어로 말하면 ‘하나의 신(一神, One spirit)’이요, 바로 조화造化의 근원으로 본체가 된다. 이로부터 천지가 열리고, 천지의 조화로 우주 만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신’은 자체로 고정된 어떤 특성이나 형체가 없는 본체이지만, 우주 만유의 근원이라는 의미에서 하나의 조화신성造化神性이다. 그런데 일신의 조화신성은 논리적으로 말해서 음양陰陽 짝과 같다. 이는 음이 없는 양이 없고, 양이 없이는 음이 없다는 이치와 같아서 한 몸체의 두 측면임을 함의한다. 현상계의 관점에서 볼 때, 음양 짝으로 존재하는 일신은 실질적으로 우주 창조의 근원이 되는 원신(元神, Primordial God)과 이에 바탕하고 있는 신명들을 주재하여 다스리는 최고의 주재자, 즉 가장 으뜸이 되는 주신(主神, Sovereign Ruller of Universe)으로 분석된다.
원신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주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실재이면서 우주를 관통해 있는 가장 보편적인 본체신이다. 그런 본체신이 현상계에서 작용으로 발현할 때에는 삼신三神이다. 이때의 삼신이란 독립된 세 개체로서 존재하는 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에서 작용(계기)하는 추동력이 세 가지라는 의미다. 이는 근원으로 보면 일신이나 현상계에서 실제적인 창조에 있어서는 세 신성으로 작용함을 뜻한다. 『도전』에서 ‘우주의 대광명 가운데 삼신이 계시니’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일신이 세 손길로 작용함을 뜻하는데, 이것을 고려 때의 행촌 이암李巖(1297~1364)은 『환단고기桓檀古記』 「단군세기檀君世紀」(서序)에서 “삼신일체三神一體”로 기술하고 있다. 이것을 상수象數논리로 말하면 ‘일체삼용一體三用’으로 정의한다.
그럼 삼신의 작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신교문화에서 우주 만유를 짓는 조화造化의 신성, 만물을 육성하고 가르치는 교화敎化의 신성, 질서 있게 다스려 목적에 이르도록 하는 치화治化의 신성을 함의한다. 즉 조화의 신성은 우주 만유를 낳고, 교화의 신성은 그것들을 기르고 가르치며, 치화의 신성은 그것들을 질서 있게 다스림의 손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 만유의 창조변화는 삼신의 손길이 매 순간 작동하여 그 존재의 목적을 향해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창조적 진화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이든, 땅이든, 사람이든, 무수하게 존재하는 동식물들이든, 심지어 풀잎 하나, 모래알 하나, 먼지 하나이든, 우주 안의 모든 것에는 일신의 세 신성[삼신]이 깃들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삼신일체’의 논리에서 볼 때, 우주 만유는 신성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조화삼신이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어 현실에 온전하게 나타난 모습은 바로 우주 만유의 중심 축을 이루는데, 하늘[天], 땅[地], 인간[人]이 그것이다. 그래서 인류 문화의 원전 <천부경>은 이를 하늘[天一], 땅[地一], 인간[人一]으로 말한다. 하늘, 땅, 인간은 신교문화의 전통에서 보면 삼위三位의 신, 즉 하늘도 하나의 신이고, 땅도 하나의 신이며, 인간도 하나의 신이다. 그러므로 현상계에 드러난 삼계 우주는 전적으로 일신의 화현化顯으로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우주는 삼신일체三神一體의 신이다.
그럼 주신은 무엇인가? 주신은 원신과 하나 되어 신명들과 우주 만유의 이법理法을 총괄하여 다스리는 최고의 주재자를 일컫는다. 최고의 주재자는 유일무이한 하느님, 즉 천상의 상제이다. 달리 말하면 아득히 먼 옛날(태시) 원시개벽이 되자 천상계에는 문득 삼신이 계셨다. 삼신은 본체로 보면 일신을 일컫는다. 여기에 일신과 하나 되어 실재하는 최고의 주신이 있다. 이분이 일체一切를 주관하여 다스리는 최고의 주재자로 한 분 상제이다. 그래서 『태백일사』「삼신오제본기」는 “천상계에 문득 삼신이 계셨으니 이 분은 곧 한 분 상제이다. 주체는 곧 일신이나 각각의 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작용으로만 삼신이다(自上界 却有三神 卽一上帝 主體則爲一神 非各有神也 作用則三神也)”라고 기술한다.
한 분 상제는 누구인가? 상제는 동방 문화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최고의 주재자를 일컫는 용어이다. 중국 은殷나라 갑골문자에는 가뭄이나 홍수가 일어날 때 상제에게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며 점을 친 기록들이 많이 나타난다. 유교 경전 서경書經에도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 탕왕 등 중국의 역대 제왕들이 제위에 오르면서 상제를 향해 천제를 지냈다고 기술돼 있다. 유가의 시편이라 할 시경(詩經)에도 상제를 찬양하는 많은 노래들이 실려 있다. 그런데 상제를 향해 천제를 올린 역사는 자신들의 조상신으로 여겼던 은나라보다 훨씬 전인 ‘배달단군조선’ 시대로까지 소급된다. 고려 말 행촌 이암의 단군세기檀君世紀에는 역대 단군들이 강화도 마니산에서 상제님에게 천제天祭를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상제는 곧 천상에 실존하는 하느님을 지칭하는 말이다. 서양 기독교 문화권에서 상제는 우주 만유를 ‘말씀(Logos)’으로 창조했고, ‘전에 계셨고 지금도 계시고 장차 오시게 되는 주 하나님(The God)’이다. 그러나 상제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無로부터 우주 만유를 자의적으로 빚어내거나 천지의 질서까지 만들어내는 그런 전능한 창조주가 아니다. ‘상제’란 이름이 자의字意와 관련된 문헌들에 적시摘示된 바와 같이, ‘상제’는, 인격적인 속성屬性과 통치성이 강조돼 뜻으로, 천상에 실재하면서 삼계 우주를 주재하여 다스리는 통치자 하느님이다.
반면에 천지신명을 섬기고 유ㆍ불ㆍ선의 정신적인 원형을 포용하고 있는 동방 한민족의 신교神敎문화에서는 상제를 삼신상제로 호칭했다. 삼신 상제는 지존무상至尊無上한 위격으로 천상에 실재하면서 우주의 근본 자리인 삼신과 일체가 되어 신명들과 우주만물을 주재하여 다스리는 최고의 통치자, 즉 삼신일체상제이다. 삼신일체상제는 천天, 지地, 인人 삼계를 대권으로 주재主宰한다는 최고 통치자의 절대성을 함의한다. 왜냐하면 우주 만유와 만사를 ‘맡아 다스린다’는 뜻의 ‘재宰’는 곧 하늘 임금님[天帝]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삼신 상제님은 천지를 주재하여 다스리되 우주 만유의 창조이법(생장염장의 순환이법)에 따라 삼계대권으로 신명들에게 명命하여 다스리는 천지의 원주인이요, 신도와 우주의 절대권자가 되시는 참 하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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