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술어

혼과 넋

상생문화1 | 2024.12.13 04:48 | 조회 3985

은 정신적인 활동의 근원이고, []은 몸을 이루는 근원이다. 사람은 혼과 넋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넋은 땅으로 꺼진다. 그래서 증산상제는 사람에게는 혼과 넋이 있어 혼은 하늘에 올라가 신이 되어 제사를 받다가 4대가 지나면 영도 되고 혹 선도 되며 넋은 땅으로 돌아가 4대가 지나면 귀가 되느니라.” (도전2:118:2~4)고 정의한다.

만유는 모두 음양 陰陽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생명의 기운이다. 인간도 그러하다. 현실을 직시해 볼 때, 사람은 형체를 이루는 육신肉身(physical body)을 가지고 있다. 이 육신은 단순히 겉사람일 뿐이다. 이 육신 속에는 물질이 아닌 영적인 몸이 또 있는데, 이것은 영체靈體(spiritual body)로 속사람이라고 한다. 영체는 육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속사람인 영체는 혼과 넋이라는 이중의 구조로 되어있다. 혼은 양의 기운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담는 그릇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 성질은 밝고 가벼워서 맑고 밝은 것을 좋아하며 매사를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끌어간다. 흔히 정신이라 부르는 실체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영체에 깃들어 있는 혼이다. 반면에 넋은 음기운으로 무겁고 혼탁한 세속의 정서 작용에 관여하며, 어둡고 퇴행하는 쪽으로 끌고 가는 성향이 강하다.

영체와 육체는 혼줄 혹은 영사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혼줄은 영체와 같은 초물질이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지만, 영체가 육체를 이탈할 때는 그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수면 상태나 무의식 상태에서 영체는 육체를 이탈하여 자유롭게 활동한다. 그럼에도 영체와 육체는 항상 혼줄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영체는 활동을 마치고 이 혼줄을 매개로 다시 육체로 돌아와 영육은 원래대로 하나가 된다. 흔히 불가에서는 도승들이 유체이탈을 하여 자유롭게 활동한다고 하는데, 이것을 시해법尸解法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해 도중에 이탈했던 유체(영체)가 돌아갈 몸이 손상되면 유체가 돌아갈 곳이 없어져 죽은 후의 상태와 동일한 현상이 일어난다. 증산도 도전은 김봉곡과 진묵대사의 일화로서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도전4:138)

인간이 죽으면 혼과 넋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양의 기운에 대응하는 것은 하늘이고, 음의 기운에 대응하는 것은 땅이다. 혼은 양의 기운으로 하늘과 연관되고, 넋은 음의 기운으로 땅과 연관된다. “삼신은 낳고 칠성은 기르느니라”(도전11:240)고 하였듯이, 혼은 하늘에서 오는 삼신三神으로부터 생겨났으므로 삼혼三魂이라고 하고, 넋은 별에서 오는 칠성七星의 기운을 받고 나오므로 칠백七魄이라고 한다. 삼혼은 영혼靈魂, 각혼覺魂, 생혼生魂이고, 칠백은 땅위에서 사는 육체의 칠규七竅, 즉 입, 양쪽 눈, 양쪽 콧구멍, 양쪽 귀를 합한 일곱 개의 구멍을 말한다. 삼혼칠백三魂七魄이 이를 말한다. 이처럼 예로부터 우리는 혼과 넋을 구분하면서 인간의 영혼에 대해 다양한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혼과 넋이 분리되는데,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넋은 땅으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세상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혼에 있다.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넋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넋은 사람이 죽은 다음에도 계속 존속하며, 주로 음습한 기운과 관련하여 땅에 머물면서 부정적인 기운을 형성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귀신을 말할 때 넋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상 언어에서 혼이 날라 가고 넋이 흩어질 정도의 놀라움을 뜻하는 혼비백산魂飛魄散이나, 매우 충격적인 일을 당해 멍한 상태를 표현하는 혼백이 나갔다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영육靈肉이 분리되어 육신은 썩거나 재가 되지만, 영체는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는다. 영체의 혼은 하늘로 올라가서 신이 된다. 이 신은 조상의 인격신명이 되어 자손들에게 추앙을 받아 제사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신이 된 인격신명은 생전의 삶을 지속할 수가 있다. 인격신명은 또한 평소 수양의 정도에 따라 혹 영도 되고 선도 된다. 말하자면 신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영체의 넋은 땅으로 돌아간다. 땅으로 돌아간 넋은 제사를 받은 지 4대가 지나면 귀가 된다. 흔히 말하는 귀신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영체를 혼과 넋으로 분리하지 않고 단순히 영혼만을 말한다. 서양인들은 전통적으로 인간에게 영혼이 내재해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혼은 인간이 죽으면 육신이 죽어 흩어져 없어진 다음에도 사멸하지 않는다. 기독교의 천국관은 바로 이러한 영혼불멸설에 기초하게 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사유의 주체가 영혼으로 자리 잡히고, 이로부터 영혼의 문제가 철학의 주요 주제로 등장했던 것이다. 영혼이 비록 혼과 넋으로 구분되지 않았지만, 영혼의 불멸성, 영혼의 실체나 존재성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서양에서 영혼불멸설은 고대古代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혼불멸설의 체계적인 정립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n, 기원전 428~348)의 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플라톤은 피타고라스(Pythagoras, 기원전 569~475) 학파의 영향을 받아서 영혼이 육신을 얻어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말한다. 플라톤에 의거하면,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에는 영혼은 이데아의 세계에 살았고, 육신이 죽은 후에는 윤회를 거쳐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영혼이 불멸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인식론인 상기설에 비유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고대의 영혼불멸설은 중세 기독교를 거쳐 근세에까지 내려오다가 데카르트(Descartes, 1596~1650)에 이르러 심신이원론으로 정착된다. 데카르트에 의하면 영혼은 마음과 같은 것으로 그 자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라고 하였다. 칸트는 영혼의 존재나 그 불멸성을 인식할 수 없으나 인간의 윤리적 측면에서 최고선인 행복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볼 때 서양사상에서는 영혼의 존재에 대한 담론은 많았으나 넋의 존재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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