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술어

동학東學

상생문화1 | 2024.12.12 05:48 | 조회 3663

19세기 중엽 조선의 경주 땅 용담에서, 한 이름 없는 구도자가 조선 역사상 전례 없는 어마어마한 신비스러운 경험을 하였다. 수년 동안 구도의 삶을 살았지만 무엇 하나 성취한 것도 없이 나날을 보내던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18241864)라는 사람이 경신년(1860) 45, 천상의 상제로부터 천명과 신교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조선은 이치·원리인 리를 모든 존재의 근거이자 만물의 근원적 실재로 간주하던 주자학 절대주의 시대였다. 이러한 사회에서 잊히고 배제된 인격적 존재인 우주 주재자이자 천지의 원 주인인 천상의 상제가 당신의 신원을 밝히며 수운에게 천명을 내렸다. 이것이 이른바 천상문답天上問答 사건이다.

1년 여 동안 계속된 천상문답에서 상제님은 스스로를 상제라고 밝혔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상제라고 알고 있는데 너는 어찌 상제를 모르느냐고 까지 하였다. 그러면서 상제는 수운으로 하여금 당신의 영부靈符를 받아 사람들을 병에서 구하라고 하였다. 또한 상제를 위하는 글인 주문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위심各自爲心을 버리고 상제를 위하는 삶을 살도록 가르치라고 하였다. “나의 영부를 받아 사람을 질병에서 구하고, 나의 주문을 받아 사람을 가르쳐서 나를 위하게 하면 너도 또한 장생하여 천하에 덕을 펴리라. 受我此符, 濟人疾病, 受我呪文, 敎人爲我則, 汝亦長生, 布德天下矣.”(동경대전』 「포덕문) “너에게 무궁 무궁한 하느님의 이치를 가르쳐 주노니 이 가르침을 닦고 다듬어서 글을 지어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법을 바르게 하여 나의 도덕을 온 세상에 펴면 너로 하여금 장생하여 온 세상에 빛나게 하리라. 及汝無窮無窮之道, 修而煉之, 制其文敎人, 正其法布德, 則令汝長生, 昭然于天下矣.”(동경대전』 「논학문)

수운은 상제의 말에 따라 부도符圖를 받아 그렸다. 그리고 태워서 물에 타 마시기도 하였다. 그 결과 몸이 윤택해지고 더욱 건강해짐을 느끼기도 했다. 그것은 상제의 선약仙藥이었다. 수운은 상제를 위하는 글인 21, 시천주 주문도 받아내려 완성하였다. 나아가 하느님의 가르침을 닦고 다듬어 많은 글도 지었다.

수운이 천명을 받은 이후 사람들이 찾아와 상제님으로부터 받은 도의 이름을 물었다. 이에 수운은 천도天道라 하였다. 수운은 자신의 도는 서학西學의 도와 같은듯하지만 다르다고 하였다. 그가 보기에 서학은 하느님을 위하고 하느님께 비는 것 같지만 성실한 마음이 없다. 운수인즉 같고 도인즉 같으나 이치인즉 다르다는 것이다. 수운은 비록 천도와 서학이 도로 보면 같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학을 서학이라고 할 수 없다며, 도는 비록 천도이지만, 으로 말하면 동학이라고 하였다. 동학은 19세기 중엽 조선의 구도자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18241864)가 상제님으로부터 천명과 신교神敎를 받고 창도한 무극대도無極大道이다.

동학이라는 말은 1862년에 쓴 논학문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는데, 동학東學은 새로운 진리,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곳으로서의 동방 (조선)을 의미한다. ‘은 도를 바르게 이해하고 닦고 익혀서 실천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동학새로운 진리체계로서의 도를 바르게 이해하고 닦고 익혀서 실천하는 동방(조선)의 새로운 삶의 길이자 새 시대의 학이다. 동학은 수운이 천명으로 받은 상제님의 새로운 진리체계로서의 도이다. 그러므로 동학은 단순하게 종교라고만 할 수 없다. 동학은 미래를 여는 동방(조선)의 새로운 진리이자 생활문화인 것이다. 동학은 서학西學, 특히 천주학에 대응하는 차원의 동학이 아니다. 동학은 서양에서 2천 년 동안 이루지 못한 아버지의 천국을 선포하여 서학의 아버지 도를 완성하는 진정한 천주학이자 신교의 부활이다.

동학이 동학일 수 있고 다른 가르침과 차별화할 수 있는 파천황적 메시지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동학은 상제님의 강세 소식을 전하였다. 천주로부터 직접 도통을 받은 수운은 천주님이 오신다는 선언을 하였다. 그는 시천주侍天主라 하여, 앞으로 천주·상제를 잘 모시라고 하였다. “수운이 아버지께 가는 생명의 길을 동방의 땅에 닦아 놓고 인간으로 강세하시는 천주님을 모시는 시천주侍天主 시대를 선언하였나니”(도전1:8:21)

수운은 상제로부터 지극히 하느님을 위하는 글인 주문呪文을 내려 받아 21자 시천주 주문을 완성하였다. 이 주문의 핵심 메시지는 천주님, 천지의 주인, 천주 아버지가 온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강세하는 천주를 모시는 시천주 시대가 열리므로 천주를 모시라는 것이다. 특히 증산상제는 동학 주문에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이라 하였으니 나의 일을 이름이라.”(도전3:184:9) 하여, 동학의 상제가 당신임을 스스로 밝혔다.

천주란 하늘의 원주인을 뜻한다. 이 우주의 원 주인을 세상 사람들은 하나님 아버지, 천주 아버지, 천상의 하나님, 지존무상의 하나님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한자로는 천상또는 지존무상의 상자에 하나님자를 써서 상제라고 한다. 그분은 바로 환국·배달·조선 이래 9천 년 역사 속에서 동방의 역사문화의 원 주인인 한국의 조상들이 제천문화를 통해서 섬겨 온 상제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동학은 환국·배달·조선의 원형문화인 신교神敎의 기적적 부활이다.

둘째, 동학은 앞으로 천상의 상제님이 직접 옴으로써 마침내 무극대도無極大道가 열린다고 선포하였다. 동방 한민족이 9천년 동안 섬겨왔던 천제문화의 주인공인 우주의 통치자 상제님이 동방 땅에 강세하여 그분의 무극대도가 나온다는 것이다. “하원갑 지나거든 상원갑 호시절에 만고 없는 무극대도 이 세상에 날 것이니”(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 “어화 세상 사람들아, 무극지운 닥친 줄을 너희 어찌 알까보냐”(용담유사』 「용담가) “이는 온 인류에게 후천 개벽세계를 여시는 아버지의 대도, 곧 무극대도가 조선 땅에서 나올 것을 선포함이니라.”(도전1:8:22)

동학은 천주 아버지인 상제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천도天道이다. 서학 역시 하느님, 즉 상제님을 따르는 가르침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예수가 하느님을 대신하는 존재가 됨으로써 서학은 우주의 주재자인 상제가 아니라 성자 예수를 따르는 가르침으로 바뀌었다. 동학은 서학의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고 예수를 보낸 천주 하느님의 도래를 선언하였다. 동학은 이 땅에 상제님이 직접 와 온 세상을 새롭게 건진다는 것과 그러한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무극대운이 닥쳐온다는 말로 표현하였다.

셋째, 동학은 다시 개벽이라는 문명의 대전환을 선언하였다. “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 개벽 아닐런가.”(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 지금까지 인류는 선천 상극 세상을 살았고 이 천지는 이제 낡고 병들어 다시 개벽을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개벽은 하늘과 땅의 열림, 천지 질서의 대전환이다. 수운은 세상이 괴질 운수로 인해 개벽하고, 선천의 세상이 가고 새로운 세상이 다시 열린다는 것을 다시 개벽이라 하였다. 앞으로 새로운 우주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를 문명의 차원에서 보면 인류 문명이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한다’, 문명의 질서가 바뀐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운이 1864년에 죽임을 당함으로써 동학은 거의 몰락의 수순을 밟았다. 거의 해체 지경이었던 동학에 새로운 기운이 움튼 것은 186510월부터이다. 수운 탄신기념 제례를 계기로 도인들이 모이고, 수운으로부터 도통을 물려받았다는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18271898) 중심의 단일 지도체제를 갖추어나갔기 때문이다.

수운의 핵심 사상이 시천주라면 해월의 핵심 사상은 인시천人是天’, ‘사인여천事人如天’, 나아가 양천주養天主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르침에는 사람이 하늘이니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이는 수운의 뜻과는 차이가 있다. 수운은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천주를 모신다는 시천주는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인시천과 큰 차이가 있다. 수운이 전하고자 한 동학의 순수한 메시지의 하나인 시천주는 해월을 거치며 사람이 하늘이라는 것으로 왜곡되고 말았다. 해월의 인시천 사상에서는 천상문답에서 드러난 상제님을 위하게 하라는 천명의 흔적이 사라졌다.

해월의 도통은 의암義庵 손병희孫秉熙(18611922)로 이어졌다. 의암은 동학을 천도교天道敎로 개칭하고 인내천人乃天을 핵심 사상으로 삼았다. 사람이 하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제님은 이렇게 바로잡으셨다. “은 천이요 인은 인이니 인내천人乃天이 아니니라.”(도전5:233:8)

이처럼 수운의 천주를 모시라는 천주 중심주의적 영성은 해월과 의암을 거치며 천주를 모시고 있는 주체인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인간 중심주의적 영성으로 왜곡되고 말았다.

수운의 동학은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상적 의의가 있다. 첫째, 동학은 근현대 세계 정치질서를 여는 출발점이었다. 흔히 우리는 서구 근현대가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열렸다고 말한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내세운 프랑스혁명을 근현대의 출발점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서구 중심주의적 생각이다. 근현대 세계 정치질서나 동양의 정신문화 전통, 한국 근현대사상사의 맥락에서 보면 오히려 동학을 가히 근현대문명의 출발점으로 보아야 한다.

상제님의 천명으로부터 시작된 동학은 19세기 말 조선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의 바탕이었다. 이 동학농민혁명 진압을 위해 청나라 군대가 파병되고 이에 맞서 일본군이 조선에 진출함으로써 조선에서 청일전쟁이 발발하였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하였으나 러시아의 개입으로 원한이 맺힌 일본은 러일전쟁으로 그 울분을 달랬다. 쓰시마 해전에서 패배한 러시아가 발칸 반도로 눈을 돌려 범슬라브주의의 후원자를 자처하자 유럽은 제국주의 전쟁의 화약고가 되었고, 이는 결국 제1차 세계대전으로 나타났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탐욕은 이후 중일전쟁,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전쟁들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동학은 근현대 세계전쟁의 불씨였고 세계 정치질서 변화의 뿌리였다.

둘째, 동학은 조선시대 문화·사상을 일대 전환시킨, 가히 조선의 종교혁명과도 같았다. 조선시대는 리기론理氣論을 바탕으로 만물과 인간을 논하며, 하늘[]을 한낱 자연의 이법·이치·원리로 간주하는 주자학·성리학 중심주의 시대였다. 거기에는 인격적·주재적·초월적 존재로서의 하늘, 상제가 깃들 곳이 거의 없었다. 조선시대 초기에 우주 주재자이신 상제님께 올리는 천제를 두고 조정에서 갑론을박한 일이 많았다. 그런데 결국 천자국 의례인 천제가 거의 행해지지 못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천상문답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상제는 스스로를 상제라고 밝히며 당신의 존재를 이 세상에 드러냈다. 이것은 곧 우주 주재자 상제를 성리학의 틀에서 해방시키는 파격적 장면이다. 잃어버린 인격적 존재로서의 상제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동학은 조선시대 문화·사상을 일대 전환시켰음에 틀림없다.

셋째, 동학은 인류의 원형 정신문화인 신교神敎의 부활이었다. 범부凡父 김정설 金鼎卨(18971966)은 수운의 상제님과의 만남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그것은 역사적 대강령大降靈이며, 동시에 신도성시정신神道盛時精神의 기적적 부활이며, 국풍國風의 재생이며, 사태史態의 경이驚異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역사적 대사건이다.” 수운이 하늘의 인격적 존재인 상제님을 접하고 상제님의 천명에 따라 동학을 창도한 것은 잃어버린 신교·풍류도를 재생시킨 역사적 대사건이다. 동학은 곧 근현대사회에서 사라져버린 신교, 잃어버린 신교 영성문화에 다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은 역사적 대사건이다.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511개(24/26페이지)
도전 술어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51 상생相生 상생문화1 4298 2024.12.13 05:46
50 해원解寃 상생문화1 4102 2024.12.13 05:44
49 보은報恩 상생문화1 3881 2024.12.13 05:44
48 원시반본原始返本 상생문화1 3599 2024.12.13 05:43
47 괴질怪疾 상생문화1 4079 2024.12.13 05:42
46 삼신상제三神上帝 상생문화1 3628 2024.12.13 04:50
45 도술정부道術政府 상생문화1 3445 2024.12.13 04:49
44 혼과 넋 상생문화1 3985 2024.12.13 04:48
43 이신사理神事 원리 상생문화1 3677 2024.12.13 04:48
42 생장염장生長斂藏 상생문화1 4092 2024.12.13 04:47
41 상생相生 사진 첨부파일 상생문화1 3316 2024.12.13 04:46
40 이마두(利瑪竇, Matteo Ricci) 상생문화1 3819 2024.12.13 04:21
39 대한大韓 상생문화1 3301 2024.12.13 04:20
38 국통國統 상생문화1 3341 2024.12.13 04:20
37 상씨름 상생문화1 3589 2024.12.12 05:50
36 참동학東學 상생문화1 3287 2024.12.12 05:50
35 최수운崔水雲 상생문화1 4022 2024.12.12 05:49
>> 동학東學 상생문화1 3664 2024.12.12 05:48
33 천지공사天地公事 상생문화1 3695 2024.12.12 05:47
32 조화정부造化政府 상생문화1 3602 2024.12.12 05:45
EnglishFrenchGermanItalianJapaneseKoreanPortugueseRussianSpanishJavane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