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환단고기
도전 술어
조화정부造化政府
증산상제가 인간으로 강세하여 인존 천주·우주 주재자로서 한 일은 천지공사天地公事이다. 천지공사는 선천의 병든 천·지·인 삼계三界를 뜯어 고쳐 후천의 새 천지질서, 새 인류역사와 문명이 열리도록 그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다.
그런데 모든 천지공사에는 반드시 신명이 들어야 한다. “귀신鬼神은 천리天理의 지극함이니, 공사를 행할 때에는 반드시 귀신과 더불어 판단하노라.”(『도전』 4:67:1) “천지개벽을 해도 신명 없이는 안 되나니, 신명이 들어야 무슨 일이든지 되느니라.”(『도전』 2:44:5; 4:48:1) 신명이 들어야 무슨 일이든지 이루어지고 신명이 없으면 무엇 하나 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증산상제는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모든 천지공사에 신명을 들여세워 행하였다.
천하의 모든 일은 하늘의 명命이 있으므로 신의 세계에서 신명이 먼저 짓고, 그 기운을 받아 사람이 비로소 행한다. 이 세상의 모든 변화에는 신들의 개입이 필연적이다. 모든 인간사는 상제의 천명에 따라 신명이 먼저 짓고 인간이 실현한다. 신명 없는 천지공사는 있을 수 없고 천지공사로 짜이지 않은 인간사는 없다. 천지공사에 신명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러나 선천 말의 천·지·인 삼계 간은 물론, 신명계 그 자체도 인간세계처럼 분열되고 혼란하다. 그리하여 선천의 천지간에 가득 찬 신명들은 각기 제 경역境域만 굳게 지키고 서로 닫혀있어 상호 교류하지 못하였다. 이를테면 각국 지방신地方神들은 서로 교류와 출입이 없고 다만 제 지역만 수호하여 그 판국이 작았다. 나아가 분열된 신명들은 온갖 갈등으로 무질서만 키웠다. 각기 다른 문명신을 신앙하는 분열된 선천의 종교가 벌인 종교전쟁이 이를 뒷받침한다.
선천 신명세계의 상황이 이러하자 증산상제는 먼저 신명세계를 총체적으로 통일하고 그 조직을 완전히 새로이 구성하였다. 분열된 신명계를 통일하여 조화정부造化政府를 만든 것이 바로 그것이다. 조화정부란 삼계를 다스리는 우주 통치자·우주 주재자인 증산상제가 가을개벽 세상을 열기 위해서 만든 천상의 신명정부神明政府이다. 조화정부는 증산상제의 이상과 천지신명의 공의에 따라 우주의 새 역사 판도를 기획하고 조정하고 심판하는 우주 통치 사령탑이다.
인간사회에서 온갖 위기가 나타나는 것은 단순한 인간세계의 결과가 아니다. 인간세계·문명사회에 일어나는 온갖 현상은 신명계의 현실과 얽혀 있다. “사람들끼리 싸우면 천상에서 선령신들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나니 천상 싸움이 끝난 뒤에 인간 싸움이 귀정歸正되느니라.”(『도전』 4:122:1~2) 이처럼 인간사회와 신명계는 일체관계이다. 따라서 신명계의 혼란과 무질서는 인간 세상에 그대로 반영된다.
그러므로 인간세계를 바로 잡으려면 신명계의 질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상극이 낳은 원한으로 가득 찬 선천 세상을 바로잡아 상생의 후천선경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신명세계의 질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상제님은 선천의 신명세계를 통일하고 개편하여 조화정부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구성하였다. 증산상제가 조화정부를 결성한 궁극적인 이유는 신도를 바로 잡아야 인간사 또한 바로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원한의 역사로 얼룩진 선천의 세상을 바로잡아 상생의 후천선경을 열기 위함이다.
조화정부를 신명정부라고도 한 것은 천상의 신명정부가 조화造化로 삼계를 다스리기 때문이다. 상제님이 우주 만물을 통치·주재하는 손길은 조화造化이다. 조화란 만물이 저절로 그러하게 만들어지고 변화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본질적 의미는 신명조화·천지조화를 말한다. 상제님은 신명조화·천지조화가 아니고는 이 세상 무엇 하나 고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세상은 신명조화神明造化가 아니고서는 고쳐 낼 도리가 없느니라.”(『도전』 2:21:2; 3:14:2) “이제는 판이 워낙 크고 복잡한 시대를 당하여 신통변화와 천지조화가 아니고서는 능히 난국을 바로잡지 못하느니라.”(『도전』 2:21:4)
상제님이 조화정부를 구성함으로써 하늘과 땅과 인간계를 다스리는 우주 통치의 사령탑이 완성되었다. 상제님은 신명들을 공사에 참여시켜 그들의 원과 한을 풀어주면서 장차 후천 통일문명이 열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조화정부는 수많은 신명들로 구성된다. 선천 세상에는 살면서 원寃을 품고 죽은 원신寃神들이 가득하다. 이 만고원신들은 죽어서도 자신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원을 풀고자 갖가지 복수와 악행을 저지른다. 이로 인해 삼계의 질서가 매우 혼란스럽게 되었다. 이에 상제님은 이들을 해원시키기 위해 인류 역사에서 원한의 역사의 실질적 첫 인물인 당요唐堯의 아들 단주丹朱를 원신의 주신主神으로 삼아 선천의 모든 원한을 풀고자 하였다.
신의 세계에는 역신逆神도 많다. 이들은 정의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역적으로 몰려 죽은 혁명가의 신명이다. 이들 역시 원한을 품고 있으므로 천상 신명계를 어지럽히는 원인이 된다. 증산상제는 만고역신의 주신으로 동학혁명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죽은 전봉준全琫準(1855∼1895)을 임명하였다.
문명신文明神도 조화정부의 일원이다. 문명신이란 상제님의 천명을 받고 지상에 내려와 역사를 주도하며 인류 문명을 창조·발전시킨 성신을 말한다. 유·불·선·서도·이슬람·힌두교 등의 선천 성자들이나,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한 위대한 과학자, 인류 정신문화 발전에 기여한 철학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상제님은 지방신을 통일하고 이들도 참여시키셨다. 각 민족에게는 그들의 역사를 처음 열고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다. 유대인의 야훼, 중국 한족의 반고班固, 일본의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천조대신天照大神〕, 한민족의 환인·환웅·단군 등은 다만 한 민족 한 지역을 맡아 다스리는 지방신이다. 선천에서는 신의 세계가 서로 통하지 못해 지방신들 간의 싸움으로 인해 온갖 민족 간 분쟁과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상제님은 이들 지방신을 통일하고 이들도 조화정부에 참여시켰다.
나아가 상제님은 동서양 각 성씨의 선령신先靈神과 같은 인격신은 물론, 산신·망량신魍魎神·조왕신竈王神·칠성신과 같이 우주 만물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신도 조화정부에 참여시켰다.
상제님은 선천 종교 지도자들의 기운을 거두고 새로운 종장도 임명하였다. 유도儒道의 종장이었던 공자孔子(기원전 551~기원전 479)를 주자朱子(1130~1200) 로, 불도佛道의 종장 석가釋迦를 진묵眞墨(1562∼1633)으로, 선도仙道의 종장인 노자老子를 최수운崔水雲(1824~1864)으로, 그리고 기독교의 종장인 예수를 이마두利瑪竇(마테오 리치, 1552∼1610) 신부로 교체하였다.
한편 증산상제는 이마두를 조화정부의 머리로 삼아 신명계를 이끌게 하였다. 이마두는 하늘과 땅의 경계를 틔워 삼계는 물론 동서양의 신명들이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함으로써 동서양 문명이 교류할 수 있게 하였다. 그는 또한 천상과학 문명이 지상에 이식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본격적인 근세 서양 과학 문명을 열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마두가 원시의 모든 신성神聖과 불타와 보살들과 더불어 인류와 신명계의 큰 겁액劫厄을 구천九天에 있는 나에게 하소연하므로”(『도전』 2:30:11)라는 상제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마두는 천상에 있는 상제님에게 탄원하여 지상으로 강세하여 인류를 구원하도록 요청한 큰 공덕이 있다.
나아가 상제님은 천상 신명과 지상 인간의 죽음과 탄생, 공덕과 선악을 심판하고 주재하는 천상의 법정인 명부冥府도 재편하였다. 명부는 사람이 죽게 되면 제일 먼저 가는 곳이다. 사람이 인간계에서 행한 일들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운명을 심리하여 결정짓는 곳이 명부이다. 그런데 선천에서는 원신과 역신들의 원한이 쌓이고 맺혀 명부가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로 인해 인간세상마저 갈수록 혼란스럽게 되었다. 상제님은 명부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명부의 왕을 새로 개편하였다. 전봉준을 조선 명부대왕, 최수운을 일본 명부대왕, 김일부金一夫(1826∼1898)를 청국 명부대왕, 그리고 이마두를 서양 명부대왕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로써 증산상제는 역사상 처음으로 뭇 신명들의 원한을 해소하며 신명계를 하나로 통일하고 재편하였다. 신명들을 해원시킴과 동시에 장차 새로운 세상, 후천 통일문명이 열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상제님이 신명계를 이렇게 총체적으로 새롭게 조직·통일하심으로써, 이제 후천의 통일문명·상생문명 건설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후 세계사의 크고 작은 사건은 모두 상제님의 조화정부에서 프로그램 짠 대로 실현되었다. 20세기 현대 국제정치가 이를 입증한다. 세계 평화와 안전, 국제 우호와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양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은 바로 상제님의 신명계 통일과 재편에 기초한 조화정부 결성의 산물이다. 상제님은 세운공사를 통해 장차 세계 정치질서의 변화 대세를 짰다. 이들 국제기구는 신명계의 조화정부가 세계 정치질서의 변화 과정에서 인간사회에 실제로 실현된 기구이다. 그리고 장차는 이들 국제기구에 이어 세계일가 통일정권이 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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