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환단고기
도전 술어
관왕도수冠旺度數
‘관왕冠旺’이란 말은 본래 ‘십이포태법十二胞胎法’에서 비롯된 것이다. ‘십이포태법’은 어머니 뱃속에 들어있던 잉태기에서부터 죽어서 장례를 치르고 무덤으로 들어가는 인생의 전 과정을 말한다. 사람의 한 평생을 열두 단계로 나누면, ‘포태양생욕대관왕쇠병사장胞胎養生浴帶冠旺衰病死葬’이다. ‘관왕’은 십이포태법 가운데 ‘관’과 ‘왕’의 두 단계를 가리킨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기에 해당한다. 젊은이가 관례를 치르고 원기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관왕도수는 우주의 조화주이신 증산 상제님의 주재 아래 유불선 삼교를 비롯한 동서양의 모든 종교를 통일하여 후천세상의 통일문화를 여는 도수를 말한다. 중요한 것은 관왕도수가 십이포태법을 거스르는 방식인 ‘장사병쇠왕관대욕생양태포葬死病衰旺冠帶浴生養胎胞’(『도전』 5:318:3)를 따른다는 점이다. 관왕도수가 십이포태법을 거스르는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후천의 신선세계에서 우주만물이 새 생명으로 거듭날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다. 증산 상제님은 천지공사를 통해 우주의 가을철을 맞아 인류 문명이 성숙한 통일 과정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관왕 도수로 짜놓으셨다.
관왕冠旺은 도솔兜率 허무적멸이조虛無寂滅以詔니라. 이제 (인류사가 맞이한) 성숙의 관왕冠旺 도수는 도솔천의 천주가 허무(仙) 적멸(佛) 이조(儒)를 모두 통솔하느니라. (『도전』 2:150:3~4)
증산도는 신교 신앙의 부활이며, 후천 5만년 새 세상을 여는 새 진리를 제시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거시적 안목에서 볼 때, 신교 신앙이 제1의 뿌리 종교라면 유교, 불교, 선교, 기독교는 제2의 줄기종교이며, 증산도는 제3의 열매종교에 해당한다. 열매는 그 안에 씨앗을 간직하고 있다. 그 씨앗이 다시 땅에 뿌려지면 새로운 생명이 창조된다. 또한 열매 안에는 뿌리와 줄기와 가지의 모든 것들이 함축되어 있다.
유불선 삼교는 동아시아 문화의 핵심이자 정수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장구한 역사를 통해 유불선 삼교를 하나로 융합하려는 줄기찬 노력을 시도했다. 대략 동한(AD 25)시기를 전후로 하여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유입된 뒤, 중국사회에서는 전통사상인 유교와 도교를 어떻게 하면 불교와 하나로 결합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 이후 중국역사에서 삼교회통론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된다. 여기에는 사상의 통일을 기반으로 정치적 통일을 기하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중국의 삼교회통론이 시대와 역사의 조건에 따라 그 내용이 끊임없이 달라지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삼교회통론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삼교를 하나로 포함하는 이론을 그 주된 특성으로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 대표적 특성을 최치원의 풍류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치원은 「난랑비서」( 『삼국사기·신라본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름하여 풍류라고 한다. 이 가르침을 베푼 근원은 선사에 자세히 실려 있거니와, 실로 세 가르침을 포함해 뭇 중생들을 접촉하여 교화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집에 들어와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아가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노 사구의 가르침이요, 함이 없음의 일을 처리하고 말이 없음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은 주 주사의 근본 뜻이며, 모든 악행을 짓지 않고 모든 선행을 받들어 행동하는 것은 축건 태자의 교화이다.
國有玄妙之道, 曰風流. 設敎之源, 備詳仙史, 實乃包含三敎, 接化群生. 且如入則孝於家, 出則忠於國, 魯司寇之旨也.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周柱史之宗也. 諸惡莫作, 諸善奉行, 竺乾太子之化也.
최치원의 풍류도인 선사상에는 삼교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포함삼교론’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최치원의 포함삼교론이 우리 민족의 고유한 사상인 선도를 중심으로 유불선 삼교를 하나로 융합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최치원의 풍류도를 비롯한 기존의 한국의 삼교회통론은, 선교의 자연사상과 유교의 도덕사상과 불교의 해탈사상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것이다. 증산도의 관왕삼교론도 최치원의 삼교포함론과 마찬가지로 선(선도)을 중심으로 삼교를 통합하려고 한다. 그러나 증산도의 관왕 도수는 우주를 통치하는 조화주 증산 상제님의 무극대도에 의거하여 유불선 삼교를 통일함으로써 새로운 자연질서에 입각하여 새로운 문명질서를 창출하려고 한다. 여기에 증산도의 관왕삼교론이 중국이나 한국의 삼교회통론이나 최치원의 포함삼교론과 뚜렷이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
하루는 상제님께서 공사를 보시며 글을 쓰시니 이러하니라. 불지형체佛之形體요 선지조화仙之造化요 유지범절儒之凡節이니라. 불도는 형체를 주장하고 선도는 조화를 주장하고 유도는 범절을 주장하느니라. 수천지지허무受天地之虛無하여 선지포태仙之胞胎하고 수천지지적멸受天地之寂滅하여 불지양생佛之養生하고 수천지지이조受天地之以詔하여 유지욕대儒之浴帶하니 관왕冠旺은 도솔兜率 허무적멸이조虛無寂滅以詔니라. 천지의 허무無極한 기운을 받아 선도가 포태하고 천지의 적멸(太極의 空)한 기운을 받아 불도가 양생 하고 천지의 이조(皇極)하는 기운을 받아 유도가 욕대 하니 이제 (인류사가 맞이한) 성숙의 관왕冠旺 도수는 도솔천의 천주가 허무(仙) 적멸(佛) 이조(儒)를 모두 통솔하느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술수術數는 내가 쓰기 위하여 내놓은 것이니라.” 하시니라. (『도전』 2:150:1~4)
증산도의 관왕삼교론은 조화주 증산 상제님의 주관 아래 유불선 삼교-선교의 ‘조화’와 유교의 ‘범절’과 불교의 ‘형체’-를 포함하면서도 초월하는 것이다. 선교에서 강조하는 것은 천지의 허무한 기운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의 ‘조화造化’이다. ‘조화’는 우주만물이 누가 그렇게 되도록 시키지 않아도 절로 그러하게 만들어지고 변화한다는 뜻이다. 유교에서 강조하는 것은 천지의 가르침에 바탕을 둔 ‘범절凡節’이다. ‘범절’은 인간사회의 모든 관계를 예의범절로서 통일적 질서와 조화를 이루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생명을 기르는 양생의 길로서 ‘형체形體’를 중시한다. ‘형체’는 천지의 적멸한 기운을 받아 불교의 핵심사상인 마음의 본질을 뜻하는 심체心體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증산도의 관왕삼교론은 유불선의 삼교를 포함하면서도 초월함으로써 후천의 새로운 통일문명을 만들려고 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이제 불지형체佛之形體 선지조화仙之造化 유지범절儒之凡節의 삼도三道를 통일하느니라. 나의 도道는 사불비불似佛非佛이요 사선비선似仙非仙이요 사유비유似儒非儒니라. 내가 유불선의 기운을 쏙 뽑아서 선仙에 붙여 놓았느니라.
(『도전』 4:8:7~9)
하루는 성도들이 태모님께 여쭈기를 “교 이름(敎名)을 무엇으로 정하시렵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천하를 통일하는 도道인데 아직은 때가 이르니 ‘선도仙道’라고 하라. 후일에 다시 진법眞法이 나오면 알게 되리라.” 하시니라.
(『도전』 11:29:1~2)
증산도에서 선은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증산도에서 선은 유불선을 통합한 선이자, 중국의 도교를 포함한 한국의 선도를 동시에 의미한다. 그러나 증산도의 선도는 선천의 선도와 다르다. 왜냐하면 증산도의 선도는 후천의 선도를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산도의 선도는 선천세상의 모든 문명을 하나로 융합하려고 한다는 측면에서 ‘태일선太一仙’ 또는 ‘태을선太乙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증산도의 관왕삼교론은 온 천하를 통일하는 새로운 무극대도로서 후천 선경문화를 창출하는 데 그 궁극적 목표가 있다. 유불선 삼도가 무극대도로 통일되어 후천의 태평세상이 이루어지는 “삼도합일三道合一의 태화세太和世”(『도전』 11:220:4)가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지적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증산도의 관왕삼교론이 동서문화의 융합을 지향하기 때문에 불멸의 영생을 추구하는 서양의 선도인 기독교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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