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술어

천주天主

상생문화1 | 2025.03.07 02:03 | 조회 3737

신은 인간에게 자신의 본질과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은 이러한 신을 자신이 이해한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이름 짓는다. 상제, 천주, 천신 등 신에 대한 호칭이 다양한 것은 이 때문이다.

동북아에는 우주·천지의 원 주인을 상제·삼신상제·옥황상제라 부르며 지극하게 섬기는 전통이 있었다. “삼신과 하나 되어 천상의 호천금궐昊天金闕에서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하느님을 동방의 땅에 살아온 조선의 백성들은 아득한 예로부터 삼신상제三神上帝, 삼신하느님, 상제님이라 불러 왔나니”(도전1:1:4)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상제는 우주의 만사만물을 주재하고 통치하는 하느님이다. 천지만물을 낳은 우주의 조화성신造化聖神인 삼신三神과 일체를 이루는 삼신상제·삼신하느님을 받들고 모시는 전통은 환국-배달-조선을 이어 한국 근대의 동학東學까지 이어졌다.

동북아에서 천주라는 말은 고대부터 사용되었다. 중국 고대 제나라에 팔신제八神祭라는 풍속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태백일사』 「신시본기에 의하면 중국 제나라 풍속 중에 팔신제라는 것이 있는데 천주天主는 팔신의 하나이다. 강태공은 제나라의 왕이 된 후 천지일월 등에 제사하는 팔신제 풍속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사기』 「봉선서에는 진시황(기원전 259~기원전 210)과 한무제(기원전 156~기원전 87)가 팔신에게 제사드렸다는 기록이 있다.

불교에서도 천주라는 개념을 쓴다. “이곳의 이름은 도솔타천이다. 이 하늘의 주인을 미륵이라 부르나니 네가 마땅히 귀의할지니라. 此處之名, 兜率陀天. 今此天主之名曰, 彌勒, 汝當歸依.”(彌勒上生經)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최상의 낙원인 도솔천의 주인인 천주를 미륵불이라 했다.

이처럼 천주라는 개념이 사용된 것은 매우 오래되었다. 그런데 동북아 한자문화권에는 이 천주와 같은 용어가 있다. 바로 상제上帝이다. 상제는 동북아에서 수천 년 전부터 사용된 하느님의 본래 호칭이다. 상제의 천상’, ‘지존무상’, ‘지고라는 뜻이고 임금을 뜻한다. 그러므로 상제는 하늘을 다스리는 통치자를 뜻한다.

동양에서 상제는 인격신으로 천지 만물을 주재하고 통치하는 지고신인 것이다. ··등 유교 고경에서 보이는 상제가 바로 이런 상제이다. 조선시대 주자학 절대주의 환경에서 버려진 상제를 부각시킨 미수眉叟 허목許穆(1595~1682), 백호白湖 윤휴尹鑴(1617~1680),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고경을 통해 찾은 상제 또한 이와 같다.

동양문화권에서 신을 뜻하는 라틴어 Deus천주라고 처음 쓴 사람은 루지에리(Michele Pompilio Ruggieri, 羅明堅, 1543~1610) 신부와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 15521610) 신부이다. 특히 리치는 천주실의天主實義에서 천주가 중국 고대의 상제와 같은 존재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서양]의 천주는 곧 중국 말로 상제이다. 우리[서양]의 천주는 (중국의) 옛 경전에서 말하는 상제이다. 옛날 경서들을 살펴보면 상제와 천주는 단지 이름만 다를 뿐임을 알 수 있다. 吾國天主, 卽華言上帝. 吾天主, 乃古經書所稱上帝也. 歷觀古書, 而知上帝與天主, 特異以名也.”(天主實義上卷) 가톨릭의 천주가 중국 고대 경전에 나오는 상제와 같은 존재이며, 이름만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경·서경·주역·중용을 인용하였다.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천주는 유가에서 말하는 상제이다. 天主者, 卽儒家之上帝.”(星湖全集卷五十五, 跋天主實義)라 하여, 천주를 유가儒家의 상제와 같다고 하였다.

동학의 창도자인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1824~1864)동경대전東經大全』 「포덕문布德文에서 사계절이 일정하게 변하는 자연의 순환질서는 천주님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무궁하고 위대한 조화의 흔적이라고 하였다. 나아가 수운은 이런 천주를 상제와 동일시하였다.

수운은 경신년(1860) 사월 초닷새에 홀연히 공중으로부터 선어仙語를 듣는 가운데 천주 강령을 체험하였다. 천상의 상제는 수운에게 스스로를 상제라고 밝히며 천상문답을 통해서 천명과 신교를 받아 주문을 짓게 하였다. 이른바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 지기금지원위대강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至氣今至願爲大降’ 21자 시천주 주문이다. 수운은 주문에서 시천주라 하여 상제가 아닌 천주라는 말을 썼다. 상제와 천주가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서교의 천주와 데우스, 불교의 도솔천의 미륵불 천주, 도교의 천상 옥경에 계신 옥황상제, 유교의 호천금궐에 계신 호천상제는 서로 다른 존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천지의 주인인 상제를 말한다. 대우주의 통치자, 하나님 아버지인 상제님을 두고 한 말이다. 이들 다양한 이름은 한 존재인 우주 주재자·우주 통치자인 상제에 대한 서로 다른 호칭일 뿐이다. 그 정호正號상제이다. ‘천주天主는 바로 상제의 다른 호칭으로, 천지의 주인, 하늘에 계신 지고의 하느님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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