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환단고기
도전 술어
지기至氣
지극한 기운, 우주에 충만한 신령한 기운이다. 특히 우주 가을에 새롭게 대발大發하는 기운을 가리킨다.
기氣란 천지 만물의 공통된 하나의 바탕을 이루며 온갖 변화를 짓는다. 그런 의미에서 기는 곧 한 뿌리의 기운[一氣]이다. ‘지극한’이란 말로 수식하여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다음의 성격이다. 첫째 여기서의 기는 조화의 근원인 혼원한 기운이지만 특정한 시운時運을 맞아 새롭게 일어나는 역사성을 갖는다. 둘째 기의 스스로 그러한 변화는 주재자 상제님의 권능을 통해 이뤄진다. 셋째 새롭게 닥칠 기운으로서 화복禍福의 양면을 갖는다. 지기는 곧 우주 1년의 전개 속에 맞이할 가을에 크게 일어나 상제님의 주재 아래 생사와 화복이 엇갈리는 변화를 다스리고 새 세상을 여는 기운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기는 수운 최제우의 사상에서 나타난다. 수운은 하늘의 뜻을 받아 적은 시천주주呪를 해명하며, 인간이 천주를 모시며 ‘조화정 만사지造化定 萬事知’에 이르기 위해서는 지기를 체득하여 하나로 화化해야 한다고 밝힌다. “지극히 지기에 화하여 지극한 성인에 이르느니라[至化至氣 至於至聖].”(『동경대전』 「논학문」) 그리고 지기에 대한 수운의 풀이를 보면, 지는 지극하다는 뜻이며, 기란 텅 비어 형상하기 어렵고 보기는 어려우나 없는 곳이 없고 하지 않음이 없는 신령한 것이다. 지기는 밖으로 기화氣化하고 내밀한 본성에서는 신神이다[內有神靈 外有氣化].
수운은 여기에 그것은 ‘또한 혼원한 한 기운’이라고 덧붙인다. 지기는 우주 시원에 만물 화생化生의 본원을 이루고 있는 음양미분의 원초적 기운인 동시에 새롭게 일어나는 것이란 설명이다. 지기는 시간적, 역사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요컨대 수운에게서 지기는 혼원한 시원의 기운이면서 특정한 시운時運에 이윽고 크게 내려[大降] 인간을 새로운 삶으로 이끌 수 있는 조화의 기운이다.
증산도 우주론에서 지기는 다음과 같이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된다. 천지의 기란 생장염장의 우주 이법에 따라 방放, 탕蕩, 신神, 도道의 변화성을 갖는다. 지기는 선천 봄, 여름을 주도한 방탕放蕩한 변화성에서 돌아서 본성을 회수한 지극한 가을 기운을 말한다. 그런데 그 가을 기운의 본성이 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을의 기, 지기는 신기神氣, 신으로 불린다. “추지기秋之氣는 신야神也요 … 가을기운은 조화의 신神”(『도전』 6:124:9)이다. 신기나 신의 천지 기운은 가을의 정신에 따라 우주 시원의 혼원한 기운을 새롭게 발현한다. 시원의 결실로서 또 다른 시원을 짓는다. 바야흐로 우주 가을의 도래와 함께 대발하면서 천지자연과 인간의 성숙과 통일을 이끈다.
그러나 이는 오직 기의 변화를 통해 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으로 오신 주재자가 수확의 기운을 씀으로써 비로소 성취된다. 바꿔 말하면 가을 우주의 조화기운은 상제님의 주재主宰를 통해 때에 맞춰 신령한 공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지기는 우주의 조화주 상제님의 손길이 더해진, 그런 의미로 ‘지극한’ 기운인 것이다.
일기혼돈간아형一氣混沌看我形하고 엄엄급급여율령唵唵急急如律令이라. 천지에 가득한 기운은 혼돈 속에 나의 모습을 보고 율령을 집행하듯 신속하게 처리하라.(『도전』 4:143:3) 이제 천지의 가을운수를 맞아 생명의 문을 다시 짓고 천지의 기틀을 근원으로 되돌려 만방萬方에 새 기운을 돌리리니 … (『도전』 3:11:4)
지기의 발현으로써 일어나는 가을의 성숙과 통일은 개벽의 참혹한 재앙을 거치면서 실현된다. 우주의 여름과 가을이 바뀌는 하추교역기에는 천지의 질서가 극적으로 바뀜에 따라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자연의 격변이 따른다. 또 이 때는 선천 상극 세상에 쌓이고 쌓인 모든 병폐와 원한이 전쟁으로 또 이름을 알 수 없는 괴질로 터져 나와 인류를 진멸지경의 위험에 내몬다. 이때 치러야 할 비극적 재앙과 희생은 참혹하지만 다른 한편 개벽의 새날을 맞는데 따른 불가피한 것이다. 가을의 성숙은 낡고 묵은 것을 뜯어고치고 열매 맺지 못한 것을 버리는, 파괴를 통한 건설이고 폐기를 통한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천지의 가을운수를 여는 가을의 기운, 지기는 죽임으로써 살리고 버림으로써 거둬 통일하는 ‘화복禍福’의 기운인 것이다.
상제님은 시천주주의 강령주[“지기금지원위대강至氣今至願爲大降”]에 나오는 ‘지至’, ‘기氣’, ‘금今’, ‘강降’의 뜻을 다음과 같이 밝혀 주신다. “지至는 천지의 화복이 지극하다는 말이요 기氣는 천지의 화와 복의 기운이라는 말이요 금今은 지극하여 잊을 수 없다는 말이요 강降은 천지의 화복이 내린다는 의미”(『도전』 7:69: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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