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술어

판안 · 판밖

상생문화1 | 2025.02.27 04:48 | 조회 3876

판은 문자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자리 또는 그 장면, 처지, 형편 등을 의미한다. 판은 곧 인간이 참여하고 개입된 것으로 사회적 역사적 성격을 갖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소리판, 풍물판, 씨름판, 굿판, 정치판, 놀이판, 잔치판, 장기판 등에서 볼 때 판은 곧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를 의미한다.

증산도의 도운에서 판안과 판밖은 먼저 난법을 규정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판안과 판밖에서의 판은 증산 상제님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성도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도판이나 도문道門을 주로 가리킨다. 이 때 안과 밖의 구분은 그 성도들의 진리 성숙도에 따른 것이다.

증산 상제님의 가르침인 무극대도를 왜곡하여 전달하고 실행하는 것을 난법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법이란 방법, 법칙, 도리, 규범, 진리의 가르침敎法등을 의미한다. 증산도에서 법이란 증산 상제님의 진리를 보고, 체험하고, 깨닫고, 실천하는 일체의 구도행위와 신앙의 정신자세, 목적 그리고 방법과 도리를 말한다. 나아가 통치정신과 역사정신을 일체로 하여 새 시대를 열어가는 창조정신의 의미로도 쓰인다. 이러한 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것이 난법이다. 결국 난법이란 진리를 어지럽히는 법이다. 난법이란 증산 상제님의 무극대도를 바르게 가르치고 실천하지 못하고, 새 역사 정신에 부합되지 않는 교리나 세력들을 가리킨다. 무극대도의 참 빛을 드러내지 못하는 난법들은 일반적으로 교법이 어지럽고 가르침이 앞뒤가 맞지 않으며 불의한 행위를 드러내며 인류가 안고 있는 숱한 난제에 대해 해답과 구원을 제시할 역량이 없다.

난법은 그 형성과 발전과정에 따라 판안 난법과 판밖 난법으로 분류된다. 판의 의미에 따라 판안 난법은 증산 상제님의 친자 성도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난법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박공우 성도의 태을교, 김형렬 성도의 미륵불교, 차경석 성도의 보천교, 안내성 성도의 증산대도교 등이 있다. 이들은 증산 상제님의 진리를 따르고 있지만 올바른 도맥을 전수받아 드러낸 진법이 아니다.

판밖 난법은 증산 상제님 어천 후, 판안에 있는 성도들을 통해 개인 신앙으로 출발했던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은 증산 상제님과 관련된 유물을 전수받았다거나 꿈이나 모종의 신비 체험을 통해 계시를 받았다고 내세우며, 명당이론이나 여러 비결서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판밖 난법판으로는 소태산의 원불교, 조철제의 태극도와 이로부터 파생된 박한경의 대순진리회, 장기준의 순천교, 강승태의 동도법종 금강도, 강순임의 증산법종교, 용화동의 증산교 등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크게 보면 모든 선천 종교, 기존 이념을 재해석하여 지어낸 일체의 정치, 종교, 철학, 사회사상도 난법에 해당한다. 나아가 유, , , 기독교 등 선천 종교 자체 또한 편협한 시각으로 인해 진리와 온 우주를 통째로 보지 못하는 한, 난법의 굴레를 피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대우주가 송두리째 바뀌는 대전환기에, 후천대개벽의 문제에 대한 구원과 진리의 총체적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렇지만 난법은, 판안 난법이든 판밖 난법이든, 무조건 그릇되고 악한 것으로 전면 부정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진법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미성숙한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지금 우주는 성장의 마지막 과정에 놓여있기에 인간의 정신과 문화가 성숙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진리를 보는 눈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난법은 또한 근원적으로 보면 인간 존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고 그 충족을 통해 자신을 실현하는 존재다. 욕망이 좌절되고 방해받으면 자연히 울분과 원망이 생기고, 해소되지 못한 원억의 응어리는 큰 병을 이루는 법이다. 그에 따라, 증산 상제님은 도운 역시 먼저 인간의 자유욕구에 맡겨 욕망의 충돌 속에, 잡화전 같은 난법의 혼란과 대립 속에 진법이 성숙하도록 했다. 먼지 어지러움을 짓고 뒤에 다스리는 선난후치先亂後治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원래 인간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분통이 터져서 큰 병을 이루나니 그러므로 이제 모든 일을 풀어놓아 각기 자유 행동에 맡기어 먼저 난법을 지은 뒤에 진법을 내리니 오직 모든 일에 마음을 바르게 하라.(󰡔도전󰡕 4:32:1~3)

 

진법은 진리에 부합되고 증산 상제님의 뜻을 올바로 실현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지구촌 문화의 세계무대 위에 증산 상제님의 무극대도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곳, 즉 증산 상제님으로부터 종통을 이어받아 그 뜻과 진리를 바르게 깨치고 실천하는 참주인眞主이 있는 곳이 바로 진법판이다.

이런 의미에서 두 번째 판안, 판밖이란 개념이 드러난다. 두 번째 의미의 판은 앞에서 말한 판안의 난법과 판밖의 난법 전체를 일컫는다. 즉 판안의 난법과 판밖의 난법이 모두 함께 판안의 난법으로 규정되며, 그래서 진법은 그러한 판안의 난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법을 말한다.

 

내가 하는 일은 도통한 사람도 모르게 하느니라. 나의 일은 판밖에 있느니라. 무릇 판안에 드는 법으로 일을 꾸미려면 세상에 들켜서 저해를 받나니 그러므로 판밖에 남모르는 법으로 일을 꾸미는 것이 완전하니라.((도전2:134:1-4)

 

여기서 말하는 판안과 판밖은 난법의 판을 기준으로 그 안과 밖을 말하는 것이다. 상제님의 무극대도는 판밖에 있으며 판안의 사람들이 모르는 법인 판밖의 새로운 법으로 일을 이루게 된다. 진법은 판밖에 있는 법이며, 판안의 사람들도 모르는 남모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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