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부冥府

2013.06.17 | 조회 4215

명부冥府

 

  

     

 

정의

 

명부는 좁은 의미로서 죽어서 심판을 받는 곳, 다시 말하면 염라대왕이 있는 곳이다. 넓은 의미로는 죽은 뒤에 가는 다른 세상을 말한다. 다른 말로 저승이라고도 하며 명계冥界, 황천黃泉, 구천九泉, 유명幽冥, 음부陰府 등의 용어를 쓰기도 한다.

 

인간이 죽은 뒤 명부에 가면 심판을 받는다. 그 심판은 죽음이 틀림없는가를 확인하고 생전에 지은 선, 악업들에 대한 판결이다. 명부는 모든 생명의 생사와 죽음의 질서를 다스리는 부서이다. 죽어야 될 사람이 죽지 않고, 죽지 않아야 될 사람이 죽는다면 이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명부는 그러한 죽음의 질서를 관장하는 곳이다. 곧 명부 혹은 저승은 인간의 수명을 주재하고 인간의 죄악과 선행의 공덕을 밝히는 신도의 법정이다.

 


명부의 위계

 

신명계가 옥황상제를 최고신으로 하는 위계질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명부에도 명부시왕과 명부대왕 그리고 명부사자들이 있다.

 

명부시왕과 관련해서는 불교의 명부신앙을 참고할 수 있다. 불교의 명부신앙은 고대 슈메르, 메소포타미아 및 고대 아리아인들의 명부신앙의 영향을 받아 성립되었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명부신앙은 불교가 동쪽으로 전해지면서 중국을 거쳐 온 것이다. 불교의 명부에는 지하세계의 구주救主인 지장보살地藏菩薩과 함께 심판관인 시왕들이 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보살이다. 석가의 위촉을 받아, 그가 죽은 뒤 미래불인 미륵불彌勒佛이 출현하기까지 일체의 중생을 구제하도록 의뢰 받은 보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관세음보살과 함께 가장 많이 신앙되는 대승보살이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지옥에 몸소 들어가 죄지은 중생들을 교화, 구제하는 지옥세계의 부처님으로 신앙된다. 그는 부처가 없는 시대 즉, 석가모니불은 이미 입멸하고 미래불인 미륵불은 아직 출현하지 않은 시대에 천상·인간·아수라·아귀·축생·지옥의 중생들을 교화하는 보살이다.

 

지장보살은 석가모니불에게 “지옥이 텅 비지 않으면 성불成佛을 서두르지 않겠나이다. 그리하여 일체의 중생이 모두 제도되면 깨달음을 이루리라”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모신 전각을 지장전·명부전 혹은 시왕전이라 한다. 지장보살은 불교에서 죽은 조상을 극락왕생하도록 천도遷度하는 공력을 가진 보살이다. 또 ‘이 세상 사람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성불하지 않은 이가 있다면 나 또한 부처가 되지 않으리라’ 하는 서원을 세워 석가 입멸 후 ‘미륵불’이 세상에 나타나기까지 중생들이 고통에서 헤어나도록 제도하고 있는 보살이다. 따라서 '부처'라 불리지 아니하고 '보살'로 존숭한다. 사찰에는 이러한 지장보살을 주불로 봉안한 명부전이 대개 대웅전의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다. 지장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있어 지장전, 시왕을 봉안하고 있으므로 시왕전이라고도 한다.


 

시왕과 야마

 

시왕은 본래 불교의 경전에는 없다. 도교의 신앙 가운데, 이 '시왕'들이 지옥에서 죄의 경중을 판결하는 10위位의 임금으로 되어 있다. 그것을 불교가 포용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불교에서 '시왕'이라 하면 욕계 6천의 임금들과 색계 4선천의 임금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기도 하나, 보통은 도교에서 일컫는 '10위'의 신을 지칭한다. 우리가 잘 아는 ‘염라대왕’도 사후死後 암흑세계를 지배하는 왕으로서 이른바 시왕十王 가운데의 하나이다. 본래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 인간의 생전 행동을 심판하고 다스린다는 염라국의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염라대왕도 불교 교의敎義와는 관계없는 존재이다.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신화의 야마에 다다른다.

 

야마는 인도신화에서 인간 제1호, 따라서 죽음도 제1호로 기록된 자이다. 인간 세상에서 처음으로 죽은 뒤 야마는 사람의 자취가 전혀 닿지 않은 길을 거슬러 천계에 도달했고, 그곳에서 왕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그 후로 이 천국에 줄지어 죽은 자가 도착했으며 급기야 천국은 만원이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천국에 온 자 중에는 천국과 어울리지 않는 악인도 있었다. 그래서 야마는 그들을 가려내 지옥으로 추방했다. 따라서 야마 자신은 천국의 지배자인 동시에 지옥의 지배자이기도 했고, 재판관이기도 했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 염라대왕에게 심판 받는 곳이 바로 명부冥府가 된다. 명부의 총 책임자는 염라대왕이다.
 

 
용례
 
『삼국유사』권 제5, 13장, 감통 7 ‘선율환생’ 편에는 “나도 또한 남염주의 신라 사람이었는데 우리 부모가 금강사의 논 1묘를 몰래 뺏은 일로 죄를 얻어 명부에 잡혀 와서 오랫동안 심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我亦南閻州新羅人 坐父母陰取金剛寺水田一畝 被冥府追檢 久受重苦.)”라는 기록이 있다.

 

『당태종전唐太宗傳』 『이계룡전李季龍傳』 등 고전소설에도 명부의 명관冥官의 위계를 볼 수 있다. 이를 보면 우주의 주재신으로 옥황상제, 그 아래 명부를 관할하는 명부시왕冥府十王이 있고 그 대표격이 염왕閻王이다. 염왕 아래 생사부生死簿를 주관하는 판관判官이 있다. 그 밑에 염왕의 명을 받아 사자를 압송해 나르는 차사差使, 사자使者가 있다.

 

그리고 명부의 구조는 큰 성곽으로 그려지고, 그 안에 죄인 심판하는 염왕의 궁전, 선인善人들이 행락行樂하는 극락, 선계仙界가 있고 그 이웃에 악인惡人들이 형벌 받는 지옥이 있다.
 


천지공사와 명부
 
증산 상제는 임인1902년 4월에 김형렬의 집에 머물면서, 여러 날 동안 명부공사冥府公事를 행하였다.

 

“명부공사의 심리審理를 따라서 세상의 모든 일이 결정되나니, 명부의 혼란으로 말미암아 세계도 또한 혼란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이제 명부를 정리整理하여 세상을 바로잡느니라……. 전명숙은 조선 명부, 김일부는 청국 명부, 최수운은 일본 명부, 이마두는 서양 명부를 각기 주장케 하여 명부의 정리공사장整理公事長으로 내리라.”(道典 4:4:2~4)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의 혼란이 명부의 혼란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명부대왕은 지상 각 나라의 명부를 주재하는 신명이다. 『명부 이야기』를 보면 죽은 사람의 혼령이 심판받는 명부가 각 나라마다 따로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도 나뉘어 있다고 한다. 명부대왕은 인간세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증산 상제는 선천의 말기에 인간세상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명부대왕을 교체하였다.(道典 4:4 참조) 명부대왕의 정리로, 증산 상제는 일령지하一令之下에 하룻저녁으로 동양의 위급한 대세를 돌려 잡고 있다.(道典 5:4:5~6 참조)
 
명부시왕은 김경수를 천상의 명부시왕전에 앉혀 해원하는 모습(道典6:111:12)이나 증산 상제가 대원사 명부전에서 명부 내력을 말하면서, 시속의 ‘살고 죽기는 시왕전에 달렸다’는 말을 잘 들으라는 데서 짐작할 수 있다.(道典9:212:1~3) 또 진법주에도 ‘명부시왕응감지위冥府十王應感之位’가 있다.

 

죽음이란 육체와 영혼幽體를 연결하는 혼줄 생명줄이 끊어지는 현상이다. 생명줄이 끊어지면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을 구성한 혼[하늘기운, 陽의 기운]은 하늘로, 백[땅기운, 음의 기운. 넋]은 땅으로 흩어진다. 이렇게 사람이 죽은 후 신명이 제일 먼저 가는 곳이 명부이다. 명부는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죽는 데에도 정확한 때가 있고, 명부로 가는 길에도 모심의 차이가 있다. 명부사자가 간다 해도 ‘정해진 때’보다 빨리 혹은 늦게 데려올 수 없고, 끌고 오는 사람신명이 있는가 하면 가마에 모시고 오는 사람신명도 있다.(道典 9:213:1~3)
 
명부사자는 명부의 지시로 이승의 사람을 명부로 데리고 간다. 명부사자는 세 명이 온다.(道典 10:100:3) 명부사자도 나름대로 권한을 지니고 있다. 명부사자는 명부의 명을 받지만 재량권을 지녀, 상황에 따라 수명이 다한 사람을 잡아가지 않기도 한다.(道典 9:212:3~5) 그러나 후천이 되면, 창생의 수명을 결정하는 곳이 명부에서 중천신계로 바뀐다. 중천신은 자손을 두지 못한 신으로 사사로움[私]이 없다. 그래서 공평하게 결정하게 된다. 증산 상제는 임인년 명부공사를 볼 때 선천 명부를 물리치고 후천명부를 다시 정했다.(道典 11:236:2~7)
 

 

 

 

서양이 곧 명부

증산 상제는 ‘서양이 곧 명부이기 때문에 만일 서양을 믿는 자는 이롭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서양이 곧 명부冥府라. 사람의 본성이 원래 어두운 곳을 등지고 밝은 곳을 향하나니 이것이 곧 배서향동背西向東이라. 만일 서양을 믿는 자는 이롭지 못하리라.”(道典 2:120:1~3)
 
명부는 영혼신명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영혼이 없으면 저승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영혼과 저승을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때때로 죽음상황을 맞았다가 어떤 연유로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저승을 경험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그것은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후의 영혼, 신명에 대한 생각은 분명히 선령신조상신에 대한 인식과도 연결된다. 이는 제사행위로 나타난다. 제사는 이런 선령신을 모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조상신선령신이 없는 데야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

 

‘서양이 곧 명부’, ‘서양이 곧 어둠의 집’이라는 말은, 서교기독교이 지배하는 서양은 조상신은 물론 신명을 박대하여 제사도 모시지 않는 ‘어둠의 집’이며, 따라서 서양을 믿는 자는 이롭지 못함을 뜻함이다. 이에 비해 조선은 신명을 잘 받드는 민족이다. 이는 구한 말 조선 땅에서 선교활동을 담당했던 서구인들조차 “조선 사람의 정신 속에는 마치 혈액속의 철분과 똑같이 효와 조상숭배의 관념이 생동하고 있다.”(그리피스), “조상숭배는 완전히 조선인의 마음과 영혼을 지배한다.”(게일)고 하여 수긍하고 있다. 이에 증산 상제는 사람들의 본성이 본래 어두운 곳을 등지고 밝은 곳을 향한다[背西向東]고 하여 천지대운이 ‘동’에 있음을 말하였다. [노종상/김철수]


 

참고문헌
 
여주선생 , 『저승문답(원제 유명문답록幽冥問答錄)』, 박금규 역, 임유양, 1945. 
김정희, 『조선시대 지장시왕도 연구』, 일지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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