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

「삼일신고三一神誥」가 인도하는 진아眞我 4 삼일신고 1장 허공의 의미

문계석 연구위원

2020.06.17 | 조회 548

삼일신고三一神誥가 인도하는 진아眞我(4)

 

 

삼일신고1허공의 의미

 

이제 진아眞我가 된는 첩경捷徑으로 인도하는 삼일신고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파지把持해 보는 쪽으로 사유의 길을 더듬어 나아가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소개한 환단고기에 편장되어 있는 태백일사삼일신고1허공虛空의 문제로 돌아가서 그 뜻하는 바를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허공은 무엇을 말하는가? ‘허공밖으로 텅 비어 있고, 안으로도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다[외허내공外虛內空]”는 개념의 줄임말이다. 그런데 삼일신고1장은 허공을 정의하기 위해 주제어로 정해놓고서, 설명글에서는 사실 하늘[]’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하늘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받아들여 알고 있는, 통상 아득히 멀고 푸르디푸른 그런 천공天空이나 창천蒼天과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허허공공虛虛空空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공하늘은 의미(meaning)가 다를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지시체(reference)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이는 마치 새벽별(morning star)과 저녁별(evening star)이 뜨는 방향이 달라서 의미가 다르지만, 동일한 별(같은 지시체)을 가리킨다는 표현과 같다.

그렇다면 삼일신고1장에서 하늘은 우리가 하늘 땅 인간[天地人]’을 말할 때의 하늘[]’이 아니라 하늘의 근원[天之源]’, 하늘의 존재근거 내지는 바탕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이는 허공하늘의 근원이 동일한 것을 지칭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은 환단고기』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안경전 역주)에서 무릇 하늘의 근원은 삼극[三極 : 천지인天地人]을 꿰뚫고 있으니 허하고 공하며, 안과 밖이 아울러 그러하다는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삼일신고1장의 허공은 최고로 보편적인 특성을 가진 하늘의 근원’, 허공으로서의 하늘을 가리킨다.

그럼 하늘의 근원’, 허공으로서의 하늘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삼일신고에 의거하면, 그것은 다섯 가지로 분석하여 설명하고 있다.

첫째, ‘하늘의 근원아무런 형체도 어떠한 성질도 없음[無形質]”으로 정의되고 있다. 여기에서 형질은 정신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존재를 규정하는 데에 있어서 아주 결정적으로 중요한 개념이다. 만일 어떠한 형체도 성질도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안으로나 밖으로나 전적으로 동질적同質的이어서 일정하게 한계를 그을 수 없을 것이고, 이로부터 우리의 인식 기관인 감각으로 파악될 수 있거나 이성으로 인식될 수도 없게 된다. 따라서 하늘의 근원은 아무런 형체도 성질도 없다는 의미에서 자체로는 아무런 규정이 없는[無規定] 존재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둘째, ‘하늘의 근원시작도 끝도 없음[無端倪]”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는 하늘이 무시무종無始無終한 존재임을 뜻한다. 만일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시공時空 안에서 일정한 한계限界를 갖고 있음을 전제前提한다. 만일 하늘의 근원이 유한有限한 존재라면, 우리의 사유는 유한의 한계를 넘어서 무엇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양자(명확한 한계를 갖는 것과 이를 넘어서 있는 것)를 포괄할 수 있는 또 다른 근원적인 존재를 설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근원을 찾아 무한후퇴無限後退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하늘의 근원은 공간적으로는 한계가 전혀 없기 때문에 무한한 영역을 포괄할 수 있고, 시간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하다. 이는 허공으로서의 하늘이 곧 시공의 차원을 넘어서 존재하는 무한자無限者임을 함축한다.

셋째, ‘하늘의 근원위아래도 사방四方도 없음[無上下四方]”으로 설명되고 있다. 여기에서 상하사방은 일정한 기준점을 중심으로 설정되는 방향개념이다. 그런데 허공으로서의 하늘에는 중심을 삼을 수 있는 어떠한 기준도 없고, 중심점을 감싸고 있는 어떠한 둘레도 없다. 만일 허공으로서의 하늘에 중심을 삼을 수 있는 일정한 기준점이 있다면, 좌표계를 그릴 수 있고, 이로부터 방향개념 또한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늘의 근원은 자체로 둘레를 설정하여 동서남북東西南北과 같은 일정한 방위가 설정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역으로 말해본다면, ‘허공으로서의 하늘의 어디든 간에 특정한 지점을 지정하여 중심으로 삼는다면, 그 중심을 기준으로 좌표계를 설정할 수 있고, 곧 상하 사방을 지정할 수 있음을 추론해볼 수 있다.

넷째, ‘하늘의 근원존재하지 않음이 없음[無不在]”으로 규정된다. 이는 이중 부정어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하늘의 근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긍정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하늘의 근원은 밖으로 보나 안으로 보나 어떤 한계도, 아무런 형체나 특성도 없이 동질적으로 텅 비어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이라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마치 절대적으로 없음을 뜻하는 무[]’란 사유할 수도 존재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없음[]있음[存在]’의 범주에 귀속돼야 한다는 논리와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허공으로서의 하늘’, 하늘의 근원은 우주만물의 존재 근원이요 근거로서 실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늘의 근원허용하지 않음이 없음[無不容]”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는 ,‘하늘의 근원이 정신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무엇이든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자受用者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무엇이든지 언제 어디에서나 침투해 들어가 새로움을 위한 자양분이 되어주는 수혜자授惠者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수용자로서 하늘의 근원, 마치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처럼, 안으로나 밖으로나 완전히 비어 있어서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는 전체적인 포괄자임을 함축하고, 반면에 수혜자로서 하늘의 근원은 항상 전체성을 포괄하고 있으면서 모든 것들에 내재하여 각자가 창조 변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근원적인 원인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하늘의 근원’, 허공으로서의 하늘에 대해 다섯 가지로 정의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숙지熟知해볼 때, ‘허공으로서의 하늘, 인류 최초의 경전으로 불리는 천부경에서 하나[]는 시작이나 무에서 비롯된 하나이다[一始無始一]”라고 정의에서 보듯이, ‘시작도 끝도 없이[無始無終]’ 영속하는 와 같은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태백일사』 「소도경전본훈(안경전 역주)에서 허공은 하나가 무에서 시작함과 더불어 같이 시작하고, 하나가 무로 마침과 더불어 같이 마치나니, 밖으로는 하고 함에 항상 중도의 경계에 머문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므로 삼일신고1장에서 하늘의 근원허공진정으로 공허하지만 오묘하게 있는[眞空妙有] ‘와 같은 것이고, 시작도 끝도 없이 동질적으로 무한하게 존재하며, 안과 밖이 항상 텅 비어 있어서 자체로 아무런 조짐도 없는 적막무짐寂漠無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영국의 물리학자 폴 디랙(Paul Dirac)의 표현을 빌려보면, “허공은 무한 우주에 채워져 있는 진공에너지(zero-point energy)’ 혹은 음 에너지의 전자로 가득 차 있는 진공으로 볼 수도 있고, 프리조프 카프라(F. Capra)의 말을 빌려보면, ‘살아있는 허(living emptiness)’로 볼 수도 있다. 한마디로 하늘의 근원허공은 우주 전체를 감싸고 있으면서, 물리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시공時空의 제약을 받는 창조되는 모든 것들의 근원적인 바탕이요, 궁극의 근원이 되는 무한한 존재의 바다라고 규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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