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

증산도의 근본사상 13회 | 보은, 해원, 상생

유철 연구위원

2020.01.13 | 조회 74

증산도의 근본사상 13

증산도의 근본사상

 


4) 보은, 해원, 상생

 

해원과 보은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설명은 도전의 다음 구절을 토대로 하여 설명의 기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선천의 모든 악업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천하의 병을 빚어내어 괴질이 되느니라.(7:38:2)

 

저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게 하여 줌도 또한 해원이라.(9:137:3)

 

이 두 구절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원한은 보복을 낳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원은 보은을 낳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중 후자의 해석은 두 번째 인용문에 대한 추리적 의미 분석의 결과이다. 여기서 원한이 보복을 낳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나 문제는 해원이 보은을 낳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이다. 해원이 보은을 낳은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은줄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할 것이다. 위 인용문에서 원하는 바를 성취하게 해준다.’는 것은 행위자의 관점에서는 은혜를 배품이며, 그 행위자의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피은(被恩)’이다. 이는 도전의 다음 구절, 남의 덕 보기를 바라지 말라. 남의 은혜를 많이 입으면 보은줄에 걸려 행동하기가 어려우니라.”(8:27:5)에서 볼 때 보은의 의무를 지도록 한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때, 먼저 우리는 그 관계를 해원이 갖는 실천적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해원이란 상대방의 가슴속에 맺힌 원과 한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할 때, 그리고 그 원과 한은 바로 하고자 하는 바를 하지 못함으로써 생긴 마음의 병이라고 할 때, 보은과의 상관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해원은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바를 할 수 있도록 해 줌에서 그 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게 하여줌도 또한 해원이라.”(9:114:3)

 

그렇다면 이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은줄로 연결된다. 즉 상대방의 원한을 해소해주는 것은 은혜를 베푸는 것이고, 이는 피은, 지은, 보은이라는 은혜의 수수법칙에 따라 보은을 행하도록 한다.

그러나 반면 해원자체가 바로 보은이 되는 경우, 해원=보은도 있을 것이다. 이는 해원이 갖는 우주론적 이해를 통해서 가능하다. 해원은 천지생명의 바람직한 길을 열어주는 적극적인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바로 천지의 낳음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보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천은 모든 생명존재에게 원과 한을 쌓도록 만드는 상극의 이치를 갖고 있으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억압과 폭력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원한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원한은 단지 마음에 머무는 상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지를 병들게 하는 파괴적 힘을 발휘한다. 천지가 만물을 낳은 춘생春生의 은혜가 이제 원한의 기운이 갖는 생명파괴로 배은의 극치를 달리게 된 것이다. 원한에 대한 적극적이고 바른 해원은 이제 그 우주가 베풀어 준 춘생의 은혜에 대한 보은의 차원에서 이해된다. 선천의 상극구조에서 쌓인 모든 원한을 풀어주는, 그럼으로써 생명의 새로운 살림을 가능하게 하는 해원의 실천을 통한 보은에서 우리는 해원과 보은의 궁극적 상관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론적 관점에서 볼 때 해원의 바탕은 억음존양의 질서를 벗어난 정음정양의 질서이다. 불가피하게 쌓여만 가는 원한은 이제 정음정양의 우주와, 그로 인한 상생의 이치로 인해서 이제 해원의 계기를 찾게 된다. 이처럼 정음정양은 우주와 인간이 조화롭게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해원이 갖는 우주론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해원은 천지의 이치가 새롭게 열리는 곳에서 가능하며, 그 천지의 열림을 주재하는 주재자의 의지 속에서 가능하며, 그 의지에 따른 실천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보은은 해원의 우주론적 관점과 연관되어 이해되어야할 것이다. 이제 인간은 천지의 이치에 보은하게 되고, 그 열림의 주재에 보은하게 되며, 의지에 따른 실천을 통해 보은하게 된다. 이러한 보은은 해원에 대한 보은이면서 더 나아가 해원은 곧 천지의 생명을 살리는 보은자체이다.

해원은 살림의 길이며, 그 살림의 길에서 생명을 얻게 되는 모든 존재는 그 새로운 생명의 살림에 보은하게 된다. 이처럼 해원을 통해 가능해진 상생의 실천 또한 보은의 한 방편이다. “사람을 많이 살리면 보은報恩줄이 찾아들어 영원한 복을 얻으리라”(7:32:7) 척과 살기의 근원인 원을 풀어버리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개벽을 통해 자신의 생명기운을 되찾는 것이면서 동시에 더 나아가 그 원의 대상에 대한 살림의 은혜를 베푸는 것이다. 따라서 해원사상의 결론은 곧 생명살림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살림은 보은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보은, 해원, 상생의 관계는 서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해원이나 상생 모두 보은의 방편으로 이해됨을 보여준다. 즉 보은, 해원, 상생의 상호 유기적 관계는 실천적 관점에서의 선후관계를 떠나서 논리적으로 같은 행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은에서 해원과 상생의 요소를 발견하고, 해원에서 보은과 상생, 상생에서 보은과 해원의 측면을 찾을 수 있다.

도전의 다음 구절은 해원과 보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아주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기금지원위대강(至氣今至願爲大降)

전주동곡해원신(全州銅谷解寃神)

경주용담보은신(慶州龍潭報恩神)(4:67:2)

 

이 구절에서 우리는 해원신과 보은신이란 개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기至氣가 대강大降하여 천지만물의 원과 한을 해원시켜줄 때, 그 해원을 맡아 다스리는 신은 바로 증산 자신, 곧 해원신이다. 이러한 맺힌 원한의 풀림에 대한 보은은 지극히 당위적이다. 시천주 주문은 곧 상제의 임어臨御함을 간절히 바라는 인간의 소원을 말하는 것이며, 그 원이 지금 이제 지기로 크게 내려왔으니(원을 푼 것, 즉 해원) 이는 큰 은혜를 입음이다. 이 은혜에 대한 보답을 시천주侍天主 주문呪文과 동학의 창도자 최수운을 통해 보은으로 드러남을 밝힌 것으로 이해된다. 더 넓혀서 설명한다면 상제의 신원으로 증산이 행한 천지공사는 다른 이름으로 천지해원공사이며, 그 해원공사로 선천 오만 년 모든 원한이 풀어질 때, 그 해원에 대한 보은의 상관성을 밝힌 것이라고 보여진다.

또한 보은에는 자연과 인간, 신명과 인간, 인간과 인간 등 상호간의 받은 은덕을 되돌려 보답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우주적 해원이 그 기초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주생명이 갈등과 대립의 상극적 원한관계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천지의 공덕에 보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은도 원시반본이나 해원, 상생이 그런 것처럼 단순히 인간사적 차원에만 머물러 이해되는 것이 아니며 우주사적 원리를 떠나서 가능할 수 없다. 이처럼 보은은 해원, 상생과 더불어 삼위일체적 상관성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해원이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보은이 일어나고 보은이 이루어지는 그 자리에서 해원이 이루어진다.

해원이 이러할진대 상생과 보은의 관계는 더 적극적이다.

나의 도는 상생(相生)의 대도이니라.(2:18:1)

도전구절은 천지의 생명을 살리는 새로운 이법인 무극대도는 천지만물을 살리는 상생으로도 이해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상생의 이치는 죽임의 선천상극 시대를 마감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나의 도는 상생相生의 대도이니라. 선천에는 위무로써 승부를 삼아 부귀와 영화를 이 길에서 구하였나니, 이것이 곧 상극의 유전이라. 내가 이제 후천을 개벽하고 상생의 운을 열어 선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리라. 만국이 상생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화합和合하고 분수에 따라 자기의 도리에 충실하여 모든 덕이 근원으로 돌아가리니 대인대의大仁大義의 세상이니라.(2:18:1????5)

후천개벽과 증산의 천지공사의 결과 드러나는 상생의 이치는 우주 내 모든 생명존재에 대한 살림의 은혜 그 자체이다. 상생은 곧 살림이며 상생의 이치는 살림의 이치이다. 상생은 단지 인간 대 인간의 윤리적 행위규범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위대한 이법으로서 천지만물을 상호 살림의 도수대로 살도록 하는 절대법칙이다. 이러한 상생의 이치는 곧 천지의 이치이며 이 천지의 이치로 인해 인간사이의 윤리적 상생이 가능하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상생과 보은의 밀접한 관련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시반본의 세 가지 이념 중에서 해원은 우주 생명의 관계해소에 그 중점이 있고, 상생은 우주생명의 관계정립에 그 초점이 있으며, 보은은 우주생명의 관계실현에 그 핵심이 있다. 다시 말해 해원은 원한으로 얼룩진 우주생명의 상극적 대립관계를 해소하는 것이고, 상생은 우주 생명의 상생적 조화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며, 보은은 천지부모와 인간자식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우주일가의 통일적 관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천지공사의 궁극적 이념은 우주생명이 제자리를 찾아 궁극적 존재근원으로 회귀함으로써 시비로 대립하는 원한 관계가 해소되고, 나도 살고 남도 사는 상생관계가 정립되고 생명의 근원적 공덕에 보답하는 보은 관계를 실현하려는 데 있다. 이렇게 볼 때 천지공사는 우주전체를 굿판으로 하여 벌이는 우주 문명적 해원굿이자. 상생굿이며 보은굿이다.”

증산은 천지자연과 인간을 살리는 새로운 대도를 열어 인간 세상을 후천의 선경이 되도록 하였다. 그러한 후천의 새로운 길은 해원과 상생의 적극적 실천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리고 해원과 상생은 보은과의 관련을 떠나서 이해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보은은 원시반본 하는 우주원리에서 모든 것이 무극대도의 통일 상태로 되돌아가 그 본질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은을 이렇게 규정할 수 있다면 보은은 단지 인간의 실천적 원리를 드러내는 윤리적 개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새롭게 열어주는 필연적 생명원리가 아닐 수 없다. 즉 보은은 인간의 의지 속에서 선택되어지는 실천개념이 아니라 우주의 필연적 원리 속에서 드러나는 당위적 규범이라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를 넘어선 본질적인 생명원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어서 성도들로 하여금 도통천지 해원상생(道通天地 解寃相生)이라 읽게 하시니라.(11:249:6)

도통천지보은이란 말과 함께 도통천지 해원상생이라고 한 표현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보은, 해원, 상생이 갖는 우주론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증산도 원시반본을 실현하는 실천이념인 보은, 해원, 상생은 후천의 새로운 세상을 여는 근본태도이면서 우주에 대한 원리적 이해를 떠나서 이루어질 수 없는 정신의 경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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