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舊)

유목민 이야기 35회 몽골 족의 서방 원정 1

김현일 연구위원

2017.09.13 | 조회 9127

유목민 이야기 35

 

몽골 족의 서방 원정 1

 

몽골 족이 처음부터 유럽을 공격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칭기스칸은 금나라를 멸망시키고 곧 중앙아시아 지역의 카라키타이(중국 사서에서는 서요라고 한다)를 정벌하였는데 원래 카라키타이는 거란족이 세운 나라였지만 칭기스칸 당시에는 그 지배자가 칭기스칸의 원수인 나이만 부족의 쿠츨룩이었다. 카라키타이를 멸망시키자 몽골의 영역은 호라즘 왕국과 접하게 되었다. 호라즘 왕국의 샤는 바그다드에 있던 칼리프로부터 임명받은 총독과 같은 존재였지만 실제로는 칼리프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누리고 있었다. 이란 북부 및 오늘날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일대에 걸친 넓은 지역 후 통치한 호라즘 왕국은 국제교역로가 교차하던 곳으로 무역으로 번창하고 있었다. 칭기스칸은 호라즘 상인들로 외교사절을 구성하여 호라즘 샤에게 보냈는데 국경 근처의 오트라르 총독이 사절단을 죽이고 그들의 선물을 탈취하였다. 소식을 접한 칭기스칸은 오트라르 총독을 넘겨줄 것을 호라즘 샤에게 요구하였으나 샤는 거절하였다. 그는 이번에 온 사절도 죽이고 그 수행원들은 수염을 잘라서 돌려보냈다. 소식을 접한 칭기스칸은 비상 쿠릴타이를 소집하였는데 이 쿠릴타이에서 호라즘에 대한 원정에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검토라고 실행할 것을 결의하였다. (1218)

호라즘 군대는 몽골 군보다 두 배 이상 병력이 많았으나 부하라, 사마르칸트 등의 대도시들에 병력을 분산 배치하여 도시들을 지키게 하였다. 호라즘 샤는 유목민인 몽골인들이 성벽으로 방어진지를 갖춘 도시들을 쉽게 무너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착각으로 드러났다. 몽골 군대는 중국인 기술자를 데리고 와 공성기 등 성을 공략할 수 있는 장비와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부하라로 가는 길에 있던 작은 도시의 주민들은 대부분 투항하였으나 부하라는 항쟁을 선택하였다. 12일 간의 저항 끝에 성이 무너진 후 부라하는 약탈되고 주민들은 끌려갔다. 성벽은 파괴되고 도시는 불탔다. 부하라는 항복하지 않는 도시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칭기스칸은 호라즘 왕국을 정복한 후 무함마드 샤의 아들 잘랄 앗딘을 추격하다가 중단하고 파키스탄과 트란스옥사니아를 거쳐 몽골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의 부장인 제베와 수부타이는 서쪽으로 원정을 계속하였다. 경로는 이란과 이라크를 거쳐 카프카즈로의 방향이었다. 카프카즈 산지에는 무슬림 국가인 아제르바이잔과 기독교 국가인 그루지야가 있는데 아제르바이잔은 공납을 받고 그냥 통과하였지만 그루지야는 기독교 왕국이었기 때문에 사정이 좀 달랐다. 몽골 군에 소속되어 있던 투르크 족과 쿠르드 족 병사들은 무슬림이라서 기독교도들에 대한 성전을 구실로 그루지야를 마구 약탈하였기 때문이다. 몽골 군은 카프카즈 산중 좁은 골짜기에 갇혀서 큰 위기에 봉착하였으나 적들 가운데 일부를 차지하고 있던 킵차크인들(폴로베츠)에게 같은 투르크족임을 내세워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Howarth, Part I, 94)

몽골 군대는 카프카즈 산맥 북쪽으로 넘어가자 자신들을 봐준 킵차크 족의 본대를 만나게 되었다. 넓은 초원에서 몽골 군대는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한 부대는 볼가 강과 돈 강 유역에서 폴로베츠 본진을 공격하고 다른 한 분견대는 바닷길로 아조프 해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보스포로스 해협을 건너 크림반도로 들어갔다. 크림반도에는 제노바 인들의 부유한 무역항 수닥을 약탈하였다. 몽골 인들의 공격을 받은 폴로베츠 족은 어쩔 수 없이 서쪽의 키예프 쪽으로 달아났다. 루스 인들은 자신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무서운 적이 진군해온다는 말을 듣고 그들과 맞서 싸우기로 하였다. 이들이 각지에서 파견된 병사들을 결집시키고 있을 때 몽골 사절단이 도착하였다. 사절단은 루스 인들이 몽골의 적은 아니며 몽골은 단지 자신들의 노예인 폴로베츠 인들을 징벌하려고 한다고 말하면서 루스 인들로 하여금 폴로베츠를 공격하여 그들의 재물을 약탈하라고 부추겼다. 그러나 루스 인들은 이것이 속임수라고 보고 10 명의 사절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루스 군은 폴로베츠 족 족장의 사위인 갈리치아 공 미티슬라브를 선두로 하여 몽골 족에게로 향했다. 전투는 1223531일에 있었는데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동부의 칼카 강변에서 벌어진 전투이다. 이 전투는 루스 측의 완전한 패배로 끝났다. 폴로베츠 인들도 함께 싸웠지만 먼저 달아나는 바람에 루스 군 진영은 쉽게 무너져 버렸다. 도망가는 루스 족을 추격한 몽골 군은 그러나 오랫동안 루스 땅에서 머물지 않았다. 볼가 강을 거슬러 올라간 몽골 군은 중류 지역에 있던 볼가 불가르 국을 공격하여 많은 전리품을 취하고 전에 호라즘을 돕던 캉글리 족도 정벌하였다.

1222-1223년 원정은 그 경로를 계산해 볼 때 카스피 해를 한 바퀴 돈 셈인데 물론 크림반도와 드네프르 강변까지 간 것을 계산하면 그 원정거리는 훨씬 길다. 이 원정에 주치가 참여하지는 않았다. 주치는 호라즘 원정 때 두 동생과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1차 러시아 원정은 명장 제베와 수부타이 두 사람이 지휘하였다.

칭기스칸은 몽골 초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중국 북부를 지배하던 금나라와 중앙아시아의 카라키타이, 이란 북부와 트란스옥사니아의 호라즘 왕국을 정복하여 몽골로부터 카스피 해에 걸친 광대한 제국을 세웠다. 정복과정에서 정복한 적들의 부인과 딸들을 차지하여 많은 여자를 거느렸다. 칭기스칸 자신이 정복의 큰 기쁨이 그런 여자들과 자는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그는 생전에 자신이 세운 제국을 아들들에게 분할해 주었는데 본부인인 보르테에게서 난 아들들만이 그러한 상속의 대상이 되었다. 본부인 출생 아들들은 넷이었는데 첫째는 주치, 둘째는 차가타이, 셋째는 오고타이, 넷째는 톨루이였다. 막내아들 톨루이에게는 몽골 지역, 차가타이에게는 예전의 카라키타이 지역, 셋째 오고타이는 이르티쉬 강 유역과 중가리아 지역을 받았다. 장남 주치는 새로 점령한 트란스옥사니아를 받았다. 오늘날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위치한 곳이다. 아랄 해로 흘러들어가는 시르다리야 강과 러시아 초원을 거쳐 남쪽으로 아랄 해로 유입되는 우랄 강, 카스피 해로 흘러들어가는 아무다리야 강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었다. (Howarth, Part II, 35)

주치는 이 영지에 만족해서인지 호레즘 원정 이후 좋아하는 사냥만 즐기면서 영지에 틀어박혀 부친이 부를 때에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칭기스칸은 장남이 딴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였다. 차가타이와 오고타이 두 동생을 군대와 함께 파견하였는데 동생들은 주치의 본영으로 가던 중에 형의 사망 소식을 접하였다.

주치가 죽은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칭기스칸도 낙마 사고의 후유증으로 죽었다. 주치에게는 부인만 넷이 있었다. 라시드 앗딘에 의하면 아들들은 모두 40명에 달했다고 한다. 오르다와 바투가 그 영지를 상속하였는데 오르다는 동편, 바투는 서편을 차지하였는데 이는 흉노, 돌궐 등 유목민들에게 일반적으로 보이는 동서분할 통치방식의 일환이다. 바투의 영지는 러시아와 근접해 있었다. 그 때문에 1235년 쿠릴타이(족장회의)에서는 바투에게 유럽원정의 과업을 맡겼다. 그런데 바투에게는 병력이 많지 않았다. 칭기스칸이 네 아들에게 유산을 배분할 때 병력도 배분하였는데 막내 톨루이에게는 10만 이상의 몽골군을 주었지만 주치에게는 불과 4천 명을 주었다고 한다. 이 병력으로는 원정이 어려워 그는 비몽골족을 대거 받아들였다. 그 가운데 투르크족이 많았는데 후일 바투 울루스(영역)가 타타르의 나라로 일컬어진 것은 이 때문이다.

1235년 쿠릴타이에서 바투가 유럽원정군 사령관을 맡되 그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모든 울루스’(제국을 구성하는 몽골 족의 나라)가 참여하도록 결정되었다. 그리하여 1235년 이후의 유럽원정은 흔히 바투의 원정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실은 칭기스칸의 손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몽골제국 전체의 원정이었던 것이다.

참고문헌

 

게오르기 베르낫스키 (김세웅 역), ????몽골제국과 러시아???? (선인, 2016)

라시드 앗 딘 (김호동 역주) ????칭기스칸기 : 라시드 앗 딘의 집사 2???? (사계절, 2003)

라시드 앗 딘 (김호동 역주) ????칸의 후예들 : 라시드 앗 딘의 집사 3???? (사계절, 2003)

Henry Howarth, History of Mongols from the 9th Century to the 19th century. Part I : The Mongols Proper and the Kalmuks (Longmans, Green and Co. 1876)

Henry Howarth, History of Mongols from the 9th Century to the 19th century . Part II : The so-called Tartars of Russia and Central Asia (Longmans, Green and Co. 1880)

J. Saunders, The History of Mongol Conquests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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