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속의 철학

금주의 한자 06회 守株待兎수주대토

이재석 연구위원

2016.04.14 | 조회 3798

금주의 한자 06회

 

守株待兎수주대토

 

우리 속담 중에 감이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감나무 밑에서 누워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이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만을 바라는 것을 꾸짖을 때 많이 쓰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감을 기다릴 때, 중국에서는 토끼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수주대토’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송나라 사람의 이야기, ‘금주의 한자’에서 만나보자.

금주의 한자 ‘守株待兎수주대토’에서,

‘守수’는 ‘지키다’는 뜻이다. ‘옛 제도나 관습을 그대로 지키고 따르는 것’을 ‘옛 구舊’자를 써서 ‘수구守舊’라고 한다. 또 ‘돈 전錢’, ‘종 노奴’자와 결합된 ‘守錢奴수전노’는 ‘돈만을 지키는 종’이라는 뜻으로 ‘돈에 인색한 사람’을 욕하여 일컫는 말이다.

‘株주’는 ‘그루터기’ 즉 나무를 베어낸 뒤에 남은 밑동을 말한다. 본뜻과는 상관없이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이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신문지상에서 ‘주식株式’이니 ‘주주株主’니 ‘주가株價’니 하는 말들을 만나볼 수 있다.

‘待대’는 ‘기다리다’는 뜻이다. ‘몹시 기다리다’는 뜻으로 ‘쓸 고苦’자를 써서 ‘고대苦待’라는 표현을 쓴다. ‘학수고대鶴首苦待’란 말도 있는데 ‘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어 기다리다’는 뜻으로 ‘몹시 애타게 기다리다’는 말이다. ‘학 학鶴’자, ‘머리 수首’자를 쓴다.

‘兎토’는 ‘토끼’를 말한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이 있는데 ‘사냥에서 날쌘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는 소용없게 되어 삶아 먹힌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실컷 부리고 필요치 않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에 사용한다. ‘죽을 사死’, ‘개 구狗’, ‘삶을 팽烹’자를 쓴다.

이 성어는 나무 그루터기를 지켜보며 토끼가 부딪치기를 기다린다는 뜻인데, 자신의 일방적인 경험을 고집하거나 노력을 하지 않고도 요행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망상하는 것을 비유한다.

이 고사는 《한비자韓非子》〈오두五蠹〉편에 나온다.

《한비자》는 원래 이름이 《한자韓子》로서 총 55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자백가諸子百家 중에서 법가法家의 사상을 집대성한,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 한비의 저작이다.

한자韓子로 불리다가 나중에 한비자로 불리게 된 한비韓非(약 서기전280-서기전233)는 당시 한韓이라는 나라의 공자公子로서, 훗날 진시황秦始皇 영정赢政(서기전259-서기전210)을 보좌한 재상 이사李斯(약 서기전284-서기전208)와 함께 순황荀況 즉 손자荀子(약 서기전313-서기전238)에게서 배웠다. 당시에 성행한 황로黃老와 형명刑名, 법술法術을 좋아했던 그는 말더듬이라서 말을 잘 하지는 못했으나 글을 쓰는 데는 거침이 없었다고 하며, 문장도 대단히 웅변적이었다.

당시에 한나라는 국운이 나날이 쇠약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여러 차례 왕에게 글을 올려 변법變法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도모하자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초야草野로 물러나서 글을 지었는데, 과거의 득실得失 변화變化를 총결산해서 지은 〈고분孤憤〉, 〈오두五蠹〉, 〈세난說難〉 등의 글들이 《한비자》에 수록되었다.

한비의 글을 읽고 난 당시 진왕秦王 영정은 그를 크게 칭찬을 했지만 만나볼 수 없어 이를 한스럽게 생각했다. 급기야 그를 얻기 위해 영정은 군대를 동원하여 한나라를 공격하려 했다. 이에 한나라 왕은 일이 다급해지자 할 수 없이 한비를 보내 진나라의 군대 동원을 철회하도록 부탁하게 되었다.

한비는 영정에게 글을 올려 먼저 조趙나라를 치고 한나라에 대한 공격은 늦추어달라고 했지만, 이사에게 해를 당해 감옥監獄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한비는 자신을 변론辯論하려고 했지만 성사成事되지 않고, 마침내 이사가 보낸 독으로 옥중에서 죽었다.

한비는 전기 법가의 학설을 종합하고 법法, 술術, 세勢를 하나로 합쳐 선진先秦시기 법가사상의 집대성자로 후대에 평가받고 있다. 참고로 부연설명하면, 법이란 성문법成文法과 공포된 법령法令을 말하며 그 내용은 공功 있는 자에게 상賞을 주고 죄罪 지은 자에게 벌罰을 주는 것이고, 술은 관리의 임면任免, 평가評價, 상벌을 시행하는 군주의 통치수단을 말하며, 세는 권세權勢나 위세威勢로서 절대적 권위의 강제력 즉 지고무상至高無上의 군주통치권을 말한다.

이 ‘수주대토’의 고사는 한비가 고대의 성인聖人이라고 하는 요堯·순舜·우禹·탕湯·문왕文王·무왕武王의 정치를 무조건적으로 본받지 말고 당시의 상황을 연구 고찰하여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함을 역설하면서 한 이야기이다.

송宋나라에 농사를 짓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그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산토끼 한 마리가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 산토끼는 광분해서 이리저리 날뛰다가 결국에는 한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히고 말았다. 농부가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산토끼는 이미 목이 부러져 죽어 버린 상태였다.

농부는 대단히 기뻐하며 죽은 토끼를 집으로 가져가서 아주 맛있게 요리를 해 먹었다.

이튿날부터 농부는 농기구를 내버려두고 더 이상 밭에 나가서 일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곧장 어제의 그 장소로 갔는데요. 나무 그루터기 옆에 앉아서 또 다시 산토끼가 저 멀리서 달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다시 열흘 보름이 지나갔지만 다시 똑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농부는 더 이상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쳐 죽는 두 번째 산토끼를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밭에 있던 농작물은 이미 모두 못쓰게 되었다. 이웃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비웃었으며 모든 나쁜 소문이 그렇듯이 이 소문도 매우 빠르게 송나라 전역으로 퍼졌다.

사실 산토끼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쳐 죽은 것은 매우 우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농부는 우연을 필연으로 간주하고는 농기구를 내팽겨 버리고 자기의 밭을 황무지로 내버려 두고 우연한 수확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정말 대단히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 성어는 곧 낡은 관습만을 고집하고, 새로운 시대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참고로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여러 제자백가서에서 이 송나라 사람들은 매우 어리석은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수주대토 말고도 우리에게 익숙한 ‘알묘조장揠苗助長’ 고사의 주인공이 바로 송나라 사람이다. ‘뽑을 알揠’, ‘싹 묘苗’, ‘도울 조助’, ‘자랄 장長’자로 구성된 알묘조장은 ‘빨리 자랄 것을 기대하고 벼의 싹을 뽑아 올려 자라는 것을 도왔는데 결국 그 벼가 말라 죽었다’는 내용이다.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上〉편에 나오는 말이다.

지금의 하남성 상구현商丘縣에 위치한 송나라는 당시 주공周公 희단姬旦이 은殷나라 마지막 세 현인 중의 하나인 미자微子 자계子啓를 봉함으로써 비롯됐는데, 즉 송은 은나라를 계승하여 주나라의 제후국이 된 것이다. 유가를 창시한 공자孔子도 사실 송나라의 후예이다.

【단어】

守(수): 지키다. /宀(갓머리)부, 총6획, shǒu/

株(주): 그루터기. /木(나무목)부, 총10획, zhū/

待(대): 기다리다. /彳(두인변)부, 총9획, dài/

兎(토): 토끼. /儿(어진사람인발)부, 총7획, tu/

【출전】

宋人有耕田者, 田中有株, 免走觸株, 折頸而死, 因釋其耒而守株, 冀復得免, 免不可復得, 而身爲宋國笑. 今欲以先王之政, 治當世之民, 皆守株之類也.

-《한비자韓非子》〈오두五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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