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舊)

중국 신명 이야기

이재석

2014.03.03 | 조회 14197

중국 신명 이야기

 

 

1. 귀신의 유형

 

귀신의 유형은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여, 귀신 전체를 분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편의상 중국의 귀신을 다음과 같이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어떻게 죽었는가’ 즉 사인死因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목매달아 죽은 귀신을 조사귀吊死鬼 또는 액귀縊鬼라 하고, 물에 빠져죽은 귀신을 엄사귀淹死鬼나 익사귀溺死鬼, 또는 수귀水鬼, 얼어 죽은 귀신을 동사귀凍死鬼, 굶어죽은 귀신을 아사귀餓死鬼 또는 아귀餓鬼,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원혼귀冤魂鬼 또는 원사귀冤死鬼, 아이를 낳다가 죽은 귀신을 산모귀産母鬼라고 한다.


둘째는 ‘어떻게 생겼는가’ 즉 생김새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장발 귀신을 장발귀長髮鬼라 하고, 머리 풀어헤친 귀신을 피발귀披髮鬼, 얼굴이 깨진 귀신을 파면귀破面鬼, 얼굴 긴 귀신을 장면귀長面鬼 또는 장검귀長臉鬼, 얼굴 작은 귀신을 소면귀小面鬼, 빨간 머리 귀신을 홍발귀紅髮鬼, 목 긴 귀신을 장경귀長頸鬼, 머리 뾰족한 귀신을 첨두귀尖頭鬼, 머리 큰 귀신을 대두귀大頭鬼, 머리 작은 귀신을 소두귀小頭鬼, 머리 아홉 달린 귀신을 구두귀九頭鬼, 머리 없는 귀신을 무두귀無頭鬼, 혀 긴 귀신을 장설귀長舌鬼, 외발 귀신을 독족귀獨足鬼 또는 일족귀一足鬼, 키 작은 귀신을 단귀短鬼, 푸른 귀신을 청귀靑鬼라고 부른다. 또 흉내 잘 내는 귀신을 무상귀無常鬼 또는 여구귀黎丘鬼라고 하는데, 여구귀란 여구라는 곳에서 출현하며 남의 아들이나 조카, 또는 형이나 아우 등의 모습을 변해 사람을 희롱하기 좋아하는 귀신을 말한다.


셋째는 ‘무슨 역할을 담당하는가’ 즉 귀신의 역할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저승의 안건을 심판하는 귀신을 판명귀判冥鬼, 점쟁이 귀신을 산명선생귀算命先生鬼, 염병 귀신을 온귀瘟鬼, 학질 귀신을 학귀瘧鬼, 저승사자를 영혼을 체포한다는 뜻의 구혼귀勾魂鬼라 하고, 또 빚 독촉 귀신을 토책귀討債鬼, 야간순찰 도는 귀신을 야순귀夜巡鬼, 변소 귀신을 측귀廁鬼, 집 귀신을 택귀宅鬼라고 한다.


넷째는 ‘무슨 성격을 가졌는가’ 즉 성격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인색한 귀신을 소기귀小氣鬼 또는 인색귀吝嗇鬼, 장난꾸러기 귀신을 조피귀調皮鬼, 효자 귀신을 효자귀孝子鬼, 욕심쟁이 귀신을 탐심귀貪心鬼, 악덕 귀신을 결덕귀缺德鬼, 기민하고 영리한 귀신을 귀령귀機靈鬼라고 한다.

다섯째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즉 기호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골초 귀신을 연귀煙鬼, 술고래 귀신을 주귀酒鬼, 도박 귀신을 도귀賭鬼, 색마 귀신을 색귀色鬼 또는 음귀淫鬼, 사람의 명을 재촉하는 귀신을 최명귀催命鬼, 의협심이 강한 귀신을 협귀俠鬼라고 한다.

 

 

2. 옥홍 낭자

 

중국 산동성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주성현邾城縣의 세력가인 장사정張士禎은 성질이 못되어 안하무인으로 사람들을 능멸하고 부녀자를 희롱하는 등 온갖 악행을 일삼아왔다. 그래서 주성현의 사람들은 그에 대하여 골수에 사무친 원한을 갖고 있었다.


어느 해인가 2월 초이틀에, 장사정이 역산嶧山에 갔다가 회춘약방 주인 왕계王啓의 딸 옥홍玉紅 낭자를 보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이 반반하자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는 곧 하인들을 시켜서 자기 집으로 옥홍을 강제로 데리고 갔다. 옥홍 낭자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장사정에게 정조를 짓밟혔으며, 얼마 후 비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목을 매어 죽었다.


옥홍 낭자가 죽은 후에 왕계 부부는 자식을 잃은 비통한 마음에 연로하고 쇠약한 몸을 이끌고 관아를 찾아가서 원통함을 하소연하였다. 그러나 막대한 재산과 세력을 가진 장사정이 관아의 모든 관리들을 벌써 매수해 놓은 상태인지라, 현령은 왕계 부부를 관아에서 내쫓아 버렸고, 마침내 그들 부부는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누워 버렸다.


한편 저승에 간 옥홍 낭자는 이승의 부모가 날마다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는 마음이 매우 불안하였다. 저승의 어떤 이가 그녀의 가련한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염라전閻羅殿에 가서 원통함을 호소하라고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본래 염라전 앞에는 저승 귀신의 원통함을 호소하는 판자가 놓여 있는데, 판자 위에는 수백 개의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못이 꽂혀 있다. 저승에는 원통하게 죽은 귀신(屈死鬼), 분통이 터져 죽은 귀신(氣死鬼) 등과 같은 원귀冤鬼들이 너무 많아 염라대왕이 일일이 상대할 수가 없어서 먼저 이 판자 위에 앉게 하는데, 원귀들은 이 판자를 보기만 해도 두려워한다.


옥홍 낭자는 이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판자 위에 앉아서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큰 소리로 원통함을 호소하였다. 그녀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두 시간 동안 꿇어앉아 있자, 염라대왕은 비로소 그녀를 불러서 만나 주었다. 염라대왕은 그녀가 호소하는 말을 다 듣고 곧 유사有司(담당 관원)에게 장사정의 명부冥簿를 찾아보게 하였다. 이윽고 그는 탄식을 하며 옥홍에게 말했다.


“장사정은 수명이 아직 다하지 않아 곧 잡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그의 집 문 위에는 문신門神이 지키고 있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노라.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네가 진경秦瓊과 울지공尉遲恭 두 문신을 설득하고 장사정의 혼을 가두어 오면 내가 그의 명부를 고치도록 하겠다.”


문신이란 문을 지키는 신명을 말한다. 진경은 자가 숙보叔寶라서 진숙보라 부르고, 울지공은 자가 경덕敬德이라서 울지경덕이라고 부른다. 이 둘은 모두 이세민을 보필하여 당나라 개창과 이세민의 등극에 큰 역할을 한 인물로서 이십사공신二十四功臣(즉 이십사장二十四將)에 포함된다. 악몽에 시달리던 당태종을 그들이 밤에 지켜 무사하였기 때문에 훗날 민간에서 그들을 문신으로 삼았다.


염라대왕은 말을 마치자 용포를 펄럭이며 들어가 버렸다.


옥홍 낭자의 방혼芳魂(꽃다운 넋)은 저승에서 한 줄기 푸른 기운으로 화化하여 이승으로 쏜살같이 날아왔다. 그녀가 유유하게 날아서 장사정의 집 문 앞에 이르렀을 때는 바로 자시 무렵이었다. 그녀가 그 집의 내실로 막 달려 들어가려고 할 때 눈앞에 금빛 광채가 번쩍여서 눈이 부시고 양기가 뻗어 나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가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문 위에 붙어 있는 문신상이 신통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경은 채찍 같이 생긴 무기를 손에 쥐고 있고, 울지공은 채찍을 휘두르면서 위풍당당하게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옥홍은 너무 놀라서 서너 발자국 뒤로 물러서다가 땅바닥에 넘어졌다.


“이 늙은 도적놈 장사정이 뻔뻔스럽게도 문신을 내실 문 위에 모셔 놓았구나. 내가 곧 원수를 갚을 것이다.”


그녀는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곧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매우 비통하게 울기 시작했다.


울지공은 옥홍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어떤 놈이 한밤중에 감히 이곳에서 울고 있느냐? 어서 그 연유를 사실대로 고하지 못할까.”


옥홍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몸을 일으켜서 앞을 향해 공손히 절을 올렸다.


“두 분 장군님! 장사정 저 늙은 도적놈이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또한 저의 양친은 울분이 병이 되어 그만 몸져눕고 말았습니다. 제가 저 늙은 도적놈의 목숨을 거두려하오니 두 분 장군님께서는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경과 울지공 두 장군은 이 말을 듣고,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어찌해야 좋을지를 알지 못했다. 옥홍은 이 광경을 보고 재빨리 문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뜻밖에 울지공이 채찍으로 옥홍의 앞을 가로막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잠깐! 내가 아직 너에게 허락을 하지 않았는데 네 마음대로 들어가려고 하느냐? 못된 것이로다!”


옥홍은 이 말을 듣자마자 다시 울기 시작했다. 울지공이 진경에게 말했다.


“아우, 비록 장사정 그 늙은 도적이 정말 나쁜 놈이라고는 말하지만 자네와 나는 그가 청해서 온 문신이 아닌가. 만일 귀혼鬼魂을 집안으로 들인다면 우리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되니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남들을 대할 수 있겠는가?”


진경이 한동안 깊이 생각한 후에 말했다.


“형님의 지금 말씀은 잘못 되었소. 명성은 작은 일이고 선악은 응당 분명해야 하오! 저 낭자가 진실한 마음으로 백성을 위해 악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생각되니 우리가 한 번 관례를 깨는 것이 어떻겠소?”


울지공은 그래도 망설이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한참 있다가 중얼거렸다.


“옛날 일이 생각나네. 내가 흑黑 부인을 적군의 진영 속에서 빼앗아서 그녀의 몸을 차지하자, 그녀는 곧 체념하고 나와 함께 부부가 되었다. 이 낭자가 만약 장사정을 따랐으면 이런 성가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게 아닌가?”


옥홍 낭자는 여기까지 듣고 재빨리 자기를 변론하였다.


“울지공 대장군님! 장군님과 흑 낭자는 무예도 출중하시고, 재주로 보나 인물로 보나 그야말로 어울리는 한 쌍이신데, 어찌 장사정과 같이 그런 패악무도한 놈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진경도 옆에서 거들었다.


“낭자의 말이 지극히 옳소. 형님, 더 이상 생각할 것 없이 낭자를 들어가게 하는 것이 좋겠소.”

위지공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옥홍 낭자의 방혼은 한번 번쩍이며 곧바로 내실로 들어갔다. 곧이어 아악! 하는 참담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로써 장사정의 목숨은 황천으로 갔다.


옥홍 낭자의 방혼이 사라지고 난 후, 진경이 울지공에게 귓속말을 하자, 울지공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그들은 주문을 외워서 바람신, 번개신, 천둥신 등을 불렀다.


삽시간에 밤하늘의 달과 별들이 모두 숨어버리고, 바람이 불고 구름이 용솟음치며 폭우가 쏟아 붓듯이 내렸다. 폭풍우는 문신상을 말아 내려서 날려버렸다.


다음날 아침 장사정의 집에서는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쾌재를 불렀고, 날아가 버린 문신상이 붙어 있던 문짝을 보며 이렇게들 말하였다.


“장사정이 온갖 극악무도한 짓을 다 하더니만 문신조차도 그의 수호신이 되기를 원치 않았던 게야. 이런 걸 가지고 하늘이 용서치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지.”

 

명부와 관련한 『도전』의 성구가 있어 소개한다.

 

명부 공사의 심리(審理)를 따라서 세상의 모든 일이 결정되나니, 명부의 혼란으로 말미암아 세계도 또한 혼란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이제 명부를 정리(整理)하여 세상을 바로잡느니라.(『도전』 4:4:2-3)


너희들은 명부 내력을 잘 알아 두어라. 속담에 부녀자들이 ‘살고 죽기는 시왕전十王殿에 달렸다.’고 하니 명부를 잘 받들도록 하여라. 명부사자冥府使者에게도 권한이 있어서 명부의 명을 받고 잡으러 왔다가 명부를 잘 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간곡한 사정을 들으면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느니라. 명부사자가 돌아가서 사실대로 명부전에 고하면 명부에서도 어쩔 수 없느니라.(『도전』 9:212:2-5)

 

 

3. 귀신의 고소

 

호남성 장사長沙 일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때는 청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남성 장사 운만리雲萬里에 먼 곳까지 이름이 알려진 큰 사당이 하나 있었다. 설이나 명절 때가 되면 먼 지역이나 가까운 곳이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다투어 와서 이 사당의 보살에게 참배하였다.


어느 해인가 5월 5일에 사당 안이 전에 없이 대단히 시끌벅적했다. 장사하는 사람, 옛날이야기를 하는 사람, 점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곳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다투어 향을 사르고 지전紙錢을 태우며 머리를 조아리고 절을 하였다. 이 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사당 옆에 임시로 설치한 연극 무대였다. 사당 책임자가 연극단을 특별히 초청해서 큰 공연을 열었던 것이다. 무대 위에서는 북 소리가 일제히 울렸고, 무대 아래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무대에서는 「포공의 재판(包公斷案)」이라는 제목의 극이 한창 공연 중이었다. 포공은 송나라 때의 문신이자 정치가인 포증包拯을 말하는데, 그가 개봉부윤開封윤府尹으로 재직 중에 고관대작을 가리지 않고 공정한 판결을 내렸다가 해서 포청천靑天이라고 불린다.


무대 뒤에서는 오랫동안 조용히 기다리던 포공 즉 포청천(사실은 포청천 역할을 하는 배우)이 무대 의상을 차려 입고 막 무대에 오르려고 하였다. 그 때 갑자기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그의 얼굴을 때렸다. 순간 남루한 복장에 머리는 헝클어지고 얼굴은 흙투성이였으며, 발에는 아무 것도 신지 않은 여인이 나타나 포청천의 면전에 섰다. 이 여인은 포청천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억울하옵니다! 억울하옵니다!”


포청천은 놀라 몸을 흠칫하며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무대 뒤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른 채 모두 재빨리 달려와서 포청천을 에워쌌다. 포청천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미친 여자는 도대체 어디서 온 사람이오?”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포청천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포청천이 다시 말했다.


“저 여자가 자기한테 억울한 일이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소?”


사람들은 더욱 영문을 알 수가 없어 수군거리며 의논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 때 무대 아래의 관중들은 마땅히 등장해야 할 포청천이 나오지 않자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차츰 무대 위와 아래에서 혼란이 일어나자, 사당 책임자는 황망히 무대 위로 올라가서 관중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만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한편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포청천은 그 여인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포청천이 그 여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사람이요, 귀신이요? 무슨 억울한 사정이 있단 말이오.”


그 여인이 황급히 땅에 무릎을 꿇으며 대답하였다.


“소녀는 7년 전에 억울하게 죽은 원귀이옵니다. 7년 동안 어느 누구도 저의 억울함을 풀어 주지 않았사옵니다. 오늘 대인께서 판관이 되시어 소녀를 대신해서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이 포청천 연극을 하는 단원들은 모두들 평소에 사람됨이 정직하고,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편에 서기를 좋아하였다. 포청천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만약 이 여자 귀신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연유를 소상하게 물어봐야겠다.’


곧바로 그 여인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의 억울한 사정을 말해 보도록 하세요.”


그러자 여자 귀신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포청천을 바라보며 자기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기 시작하였다.


본래 이 여인은 그 부근에 살고 있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살아생전에 몸이 약하고 병이 많아 항상 남편에게 욕을 먹고 매를 맞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남편은 이웃집 여인과 사통을 하였다. 그리고 아내가 있다는 부담을 떨쳐버리기 위해 남편은 잔인하게도 아내를 죽일 생각을 했다. 7년 전 어느 날 저녁 그는 간부姦婦와 함께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자신의 아내를 밧줄로 목 졸라 죽이고 시체를 연못 속에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자기의 아내가 채소를 씻다가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죽었노라고 헛소문을 퍼뜨렸다. 얼마 후 아내의 시신을 임자 없는 무덤들이 있는 고개에다 대강 파묻었다. 그 후 1개월이 채 못 되어서 남편은 간부와 혼인을 하였다.


여자 귀신이 말을 마치자 포청천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의 관과 시체는 어디에 있소?”


여자 귀신이 대답하였다.


“만일 대인께서 괜찮으시다면 소녀가 모시고 가기를 청하옵니다.”


포청천은 이 일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기 위하여 좌우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였다.


“자, 함께 갑시다.”


잠시 후 포청천은 사당 내의 승려 서너 명과 연극단원 중에서 담이 큰 사람들과 같이 여자 귀신을 따라서 사당을 나왔다.


여자 귀신은 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길을 안내했고 포청천은 사람들을 데리고 놓칠세라 바짝 그 뒤를 따라갔다. 오래지 않아, 그들은 인적이 끊겨 황폐하고 잡초만이 무성한 임자 없는 무덤 고개에 도착하였다. 돌연 여자 귀신은 한 무덤가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포청천 일행은 그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한식경 쯤 파 내려가자 관이 하나 드러났다. 사람들이 관을 열고 보니 과연 썩지도 않은 한 구의 여자 시체가 누워 있었다. 포청천은 부근에서 한의사를 불러 검시를 하게 했다. 검시 결과 7년 전에 밧줄에 목이 졸려 죽었음이 증명되었다.


이리하여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포청천은 이 일을 관아에 보고하였고, 이튿날 그 천인공노할 남편과 탕부蕩婦는 법정으로 끌려나왔다. 사실을 들이대고 추궁하자 그들은 할 수 없이 죄행을 하나하나 인정하였으며 응분의 처벌을 받았다.

 

『도전』에서는 천지에 가득 찬 여자의 원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여자의 원한이 천지에 가득 차서 천지운로를 가로막고 그 화액이 장차 터져 나와 마침내 인간 세상을 멸망하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이 원한을 풀어 주지 않으면 비록 성신聖神과 문무文武의 덕을 함께 갖춘 위인이 나온다 하더라도 세상을 구할 수가 없느니라.(『도전』 2:52:2-3)

 

<상생문화연구소 동양철학부 이재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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