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舊)

■유목민 이야기 15회 프리스쿠스 사절단

김현일 연구위원

2016.07.05 | 조회 10662

■유목민 이야기 15회 프리스쿠스 사절단

 

프리스쿠스 사절단

 

 

아틸라는 448년 조약 후에도 동로마 제국에 대해서 몇 가지 불만을 제기하였다. 가장 중요한 불만은 로마인들이 훈족 도망자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다뉴브 이남의 무인지대에서 일부 로마인들이 여전히 물러가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불만들이 시정되지 않을 때에는 다시 무력에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위협하였다. 그리고 이런 문제로 교섭하려면 반드시 콘술 급 고위 인사들이 와야만 한다고 요구하였다.

동로마 제국은 고위관료 막시미누스(Maximinus)라는 인물을 특사로 지명하였는데 막시미누스는 당시의 일반적 관행대로 문장에 능했던 수사학자 프리스쿠스(Priscus)를 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여시켰다. 사절단은 콘스탄티노플에 왔던 훈족의 사절 에데코(Edeco)와 오레스테스(Orestes)와 함께 훈족 본영으로 향했다. 에데코는 훈족 고위 인사로서 아틸라의 측근이었다. 오레스테스는 판노니아 출신의 로마인으로서 아틸라의 비서가 된 사람이다. 이 오레스테스는 후일 훈 제국이 망한 후 로마의 고위 장군직에 오르게 된다. 당시 황제는 율리우스 네포스(Julius Nepos, 재위 474-475)였는데 이 약한 황제를 오레스테스가 쫓아내고 열두 살짜리 자기 아들을 서로마 황제로 세웠다. 서로마의 마지막 황제로 일컬어지는 로물루스였다. 물론 실권은 부친인 오레스테스가 쥐고 있었는데 로물루스 부자의 지배는 오래 가지 못했다. 곧 서로마 제국이 불러들인 게르만족 용병부대의 장군 오도아케르가 라벤나로 쳐들어와 오레스테스를 죽이고 로물루스 황제를 퇴위시켰다. 오도아케르는 자신을 서로마 황제로 내세우지 않고 동로마 황제의 명목상의 지배하에 있는 이탈리아 왕으로 만족하였다. 바로 이 오도아케르의 아버지가 위에서 말한 훈족의 사절 에데코였다. (물론 역사가들 사이에서 이 에데코와 오도아케르의 부친 에데코가 동일인이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톰슨 교수를 비롯한 다수의 역사가들이 동일인이라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훈족의 역사뿐 아니라 서로마 제국의 역사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뒤에 본격적으로 다룰 작정이다.)

막시미누스 사절단은 콘스탄티노플에서 세르디카로 향했다. 그곳까지는 550 km 정도의 거리인데 당시 사절단은 13일 정도 걸렸다고 한다. 식량은 말할 것도 없고 아틸라와 그 측근 인사들에게 줄 선물들을 잔뜩 실은 짐바리 짐승을 끌고 가는 행보였다. 평지를 따라 거의 직선으로 뻗은 도로였기 때문에 힘든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절단은 계속 로마의 군도를 따라 나이수스로 갔는데 그곳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완전히 황폐해져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노숙을 하였다. 다음날 나이수스 근처에 주둔해 있는 일리리아 군사령관 아긴테우스라는 사람으로부터 아틸라에게 보내는 다섯 명의 훈족 도망자들을 데리고 여정을 계속하였다. 이들이 다뉴브 강을 어디서 건넜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블로클리는 마르구스 근처에서 건넜을 것으로 추정한다. 강은 만족의 통나무 배를 타고 건넜다. 강을 건넌 곳에서 훈족 안내인을 따라 70 스타디온 (14 km 정도의 거리)을 더 간 평지에 도착하여 대기하였다. 근방에 아틸라가 와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은 노숙하고 다음날 제 9(지금 시간으로는 오후 3)에 아틸라가 텐트를 치고 머물던 곳으로 갔다. 오늘날의 세르비아 어느 곳이었을 것이다. 사절단은 이틀 정도 그곳에서 머문 후 다시 판노니아의 아틸라 본영을 향해 몇 개의 작은 강을 건너는 여정에 나섰다. 7일 정도 소요되었다. 오늘날 헝가리의 동부 어느 곳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7일 간의 여정 가운데 하루는 폭우를 맞아 훈족의 마을에 들어가 신세를 졌다. 훈족 사람들은 비에 젖은 이들을 집으로 맞아들여 재워주었다. 우연하게도 그 마을은 죽은 블레다 왕의 부인이 다스리던 곳이었는데 그녀는 로마 사절들에게 음식 뿐 아니라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할 예쁜 여자들까지 보내주었다. 멀리서 온 손님들에게 보인 호의였지만 로마 사절단은 이 호의를 숙고 끝에 정중히 사양하였다.

훈족 본영에 도달했을 때 사절단은 서로마에서 온 사절단을 마주쳤다. 이 사절단은 노리쿰(오늘날의 오스트리아 지역)에서 출발하였는데 사절의 목적은 아틸라가 자신의 보물을 훔쳤다고 신변인도를 요청하는 은행가 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별로 심각하다고는 할 수 없는 문제인데 이런 문제로 여러 명으로 이루어진 사절단이 왕래하였던 것으로 보아 서로마와 훈 제국 사이에는 여러 가지 명목의 사절단이 빈번하게 왕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서로마 사절단은 로물루스라는 관료와 노리쿰 총독 프로모투스 그리고 로마누스라는 이름의 장군 한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짐꾼 노릇을 하는 하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서로마 사절단에는 공식 수행원이 아닌 두 사람이 동행했는데 한 사람은 아에티우스가 아틸라에게 보낸 비서인 콘스탄티우스와 위에서 말한 오레스테스의 부친 타툴루스가 있었다. 타툴루스는 로물루스와 사돈 간이었기 때문에 동행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틸라의 궁이 있던 마을은 매우 큰 마을이었다. 아틸라의 궁은 목재로 지어졌는데 우아한 모습의 목책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탑들이 솟아 있었다.

동로마 사절단은 아틸라가 베푼 두 번에 걸친 연회에 참석하여 후한 대접을 받았다. 또아틸라의 왕비도따로 연회를 열어주었다. 동로마는 아틸라의 측근 에데코를 매수하여 아틸라를 살해할 음모를 꾸몄으나 에데코가 그 비밀을 아틸라에게 털어놓는 바람에 아틸라는 동로마 사절단을 처음에는 박대하였다. 동로마 황실에서 꾸민 음모를 몰랐던 사절 막시미누스와 수행원 프리스쿠스는 왜 아틸라가 사절단에 대해 화를 내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틸라는 음모에 가담한 통역 비길라스를 콘스탄티노플로 황금을 가져오게 보내버린 후 나머지 사절단에 대해서 연회를 베푼 것이다. 그리고 대사 막시미누스에게 선물을 주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측근들에게도 우호의 표시로 선물을 주도록 명했다. 막시미누스는 훈족의 한 고위 인사로부터 말을 한 마리 선사받았다.

프리스쿠스 일행이 다녀간 이후 아틸라는 비길라스로부터 음모의 주동자가 환관 크리사피우스라는 것을 알아내고 사절을 보내 그의 인도를 요청하였다. 아틸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동로마 측에서 고위 장성 아나톨리우스와 고급 관료 노무스를 아틸라에게 파견하였다. 그리고 크리사피우스는 황금으로써 아틸라에게 용서를 구걸하였다. 아나톨리우스와 노무스는 아틸라에게 많은 선물을 바치고 달콤한 말로 그의 분노를 달랬기 때문에 협상은 쉽게 끝날 수 있었다. 아틸라는 동로마 황제가 자신에게서 도망친 자들을 다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문제로 동로마 황제를 더 이상 압박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는 또 많은 로마인 포로들을 몸값도 받지도 않고 풀어주어 아나톨리우스와 노무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렇게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불발로 끝난 암살 음모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아틸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이끌어내었지만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4507월 말에서 떨어져 죽고 마르키아누스라는 인물이 그 뒤를 잇는 바람에 상황은 급반전하게 된다. 마르키아누스는 전임 황제 테오도시우스 2세가 맺은 조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테오도시우스가 아틸라에게 약속한 공납 지불을 거부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아틸라의 위협에 대해 전쟁을 무릅쓸 각오가 되어 있다고 답하였다. 그런데 그 직전에 서로마 제국의 공주 호노리아 (갈라 플라키아의 딸이자 발렌티아누스 황제의 누이)가 느닷없이 아틸라에게 반지를 보내 청혼하고 자신을 구해줄 것을 부탁하는 일이 일어났다. 아틸라는 호노리아의 결혼지참금 명목으로 서로마 제국 영토의 일부를 요구할 수 있는 호기를 잡았다. 이제 동서 로마 어느 곳을 먼저 손을 봐야할지 선택하는 일이 남았다.

 

참고서적

 

R. C. Blockley, The Fragmentary Classicising Historians of the Later Roman Empire, Eunapius, Olympiodorus, Priscus and Malchus. Text, Translation and Historiographical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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