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舊)

유목민 이야기 2회

2016.03.16 | 조회 10897

■유목민 이야기. 2

 

 

2. 아시리아 기록에 나타난 킴메르족

 



  아시리아를 비롯한 고대 오리엔트 지역에서는 점토판에 예리한 갈대로 문자를 기록하고 그것을 말려서 문서로 보관하였다. 19세기 중반 니느웨의 왕궁 유적지에서 그러한 점토판 문서들이 다량으로 발견되었다. 아수르바니팔 왕(BCE 669- c. 627)은 문헌수집에 열정적인 인물로서 궁정 도서관에 많은 점토판 문서들을 수집, 소장하였다. 현재 그 도서관에서 나온 점토판들만 3만 점 이상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 문서들 중에 아수르바니팔 왕이 자기 나라 사람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리디아라는 나라의 왕 기게스(‘구구’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의 간절한 요청에 응하여 킴메르인들(‘기미라야’)을 물리쳤다는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는 기록이 담긴 점토판이 발견되었다. 이 선전용 문서는 판본이 여섯 개나 된다고 하니 아수르바니팔 왕이 킴메르족과 싸워 그들을 격퇴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했는지 보여준다. 첫 판본이 기록된 시기가 BCE 665년 경으로서 킴메르족과의 싸움은 그 직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킴메르인들은 아시리아의 도움을 받은 기게스 왕에 의해 패배를 당하기는 했지만 아나톨리아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다. 그 기게스 왕을 계승한 그 아들 아르디스가 왕위에 올라 다시 아수르바니팔 왕에게 군대를 보내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였을 뿐 아니라 기게스 왕의 분묘를 킴메르인들이 약탈하였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헤로도토스의 책에 나오는 리디아 왕국의 수도 사르디스의 함락도 기게스 왕의 아들 아르디스 시기에 있었던 사건으로 보인다. 그리스인들의 단편적 기록에서도 나오는 에페소스 외곽의 아르테미스 신전이 파괴되었던 것이나 또 그곳에서 멀지 않은 마그네시아가 파괴된 것도 같은 킴메르인들이 행한 일이었다.

  7세기에 아나톨리아 반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킴메르인들의 아시아에 대한 공격은 사실 8세기 말에 시작되었다. 아시리아의 사르곤 왕(재위 BCE 721-705)에게 보낸 태자 산헤드립이 보낸 편지가 남아 있는데 그 편지는 킴메르인들이 아라르투 왕과 싸워 이겼다는 사실을 왕에게 보고하고 있다. 관리들의 또 다른 편지들에서 킴메르인들의 동향을 보고하는 것으로 보아 킴메르인들은 아시리아 왕국의 커다란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갑자기 먼 곳으로부터 나타나 습격과 약탈을 자행한 후 전리품을 갖고 사라지는 이러한 약탈자들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을 타고 말 위에서 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이러한 북방 기마전사의 무리는 아시리아 같은 강력한 오리엔트 제국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실제로 사르곤 왕 자신은 이러한 기마전사인 킴메르인들과의 싸움에서 전사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약성서의 〈에스겔서〉에는 이러한 무서운 북방기마전사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검과 활을 무기로 사용하는 이들은 어느 날 구름 같이 나타나 마을들을 습격하여 여인을 겁탈하고 노략질을 하여 금과 은, 가축을 빼앗아 간다. 이들은 모두 극한북방에서 말을 타고 오는 군사들이다. 6세기 중반 바빌론 왕국에 포로로 끌려가 있던 이스라엘의 예언자 에스겔이 본 북방민족에 대한 환상은 순전한 환상은 아니었다. 그것은 소아시아와 메디아 일대를 휘젓고 다녔던 이전 세기의 킴메르족의 이야기가 반영된 것이다. 에스겔은 야훼 신에 의해 이스라엘에 대한 심판의 도구로 사용될 이 기마유목민족의 땅이 로스와 메섹과 두발이라고 하였는데 로스는 남러시아 땅, 그리고 메섹과 두발은 소아시아에 있는 지역들로 생각된다. 그 땅들이 모두 킴메르인들이 활동하던 땅이었다는 것은 예언자 에스겔이 아시리아 왕국을 계승한 바빌론 인들로부터 킴메르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어 그들에 대해 알고 있었음을 드러내준다 할 것이다. 참고로  〈에스겔서〉에 나오는 이 북방민족의 왕의 이름은 곡이었고 그 나라 이름이 마곡이었다. 후일 기독교인들은 말세의 환란기에 일어날 큰 전쟁에서 곡과 마곡이 성도들을 대항해서 싸울 것으로 믿었다. 북방기마민족에 대한 공포가 북방민족을 악마화시켰던 것이다.

 

참고서적 : Robert Drew, Early Riders : The Beginnings of mounted warfare in Asia and Europe (Routledge, 2004) 


글쓴이: 김현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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