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舊)

천지공사를 통해 보는 한국전쟁

이윤재

2010.08.07 | 조회 12853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에 부쳐
 증산 상제님 천지공사를 통해 읽어보는 미완의 한국전쟁
 
 이윤재/ 증산도상생문화연구소
 


 Ⅰ.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인민군은 소련제 T-34 전차를 앞세우고 38선 전역에 걸쳐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이후 3년 동안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격렬한 전쟁이 한반도를 휩쓸었다. 남북한 합쳐 520만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1,000만에 가까운 사람이 이산가족이 되었다. 당시 한반도 인구를 3,000만으로 잡을 때, 절반에 가까운 주민이 피해를 당한 셈이다.
 
 이 비극은 민족적인 것이었지만 실로‘세계사적’인 것이었다. 한국전은 -냉전기에 일어난 최초의- 국지전이라고는 하지만,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국제적인 전쟁이었다. 남한과 미국, 북한과 중국을 비롯해 무려 20개국이 참전했다. 전쟁 기간 중 사용된 폭탄의 양도 일차대전의 그것과 맞먹었다. 그 엄청난 폭탄이 좁디좁은 한반도에 퍼부어졌다는 사실은 이 전쟁이 얼마나 파괴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1953년 7월 27일, 전쟁은 밀고 밀리는, 지루하고 소모적인 교착 상태를 마감했다. 그러나 그것은 국제법 상 교전 쌍방이 합의한‘종전終戰’(end of war)이나 평화협정이 아니라‘휴전休戰’(cease-fire) 협정에 불과했다.
 
 휴전 이후에도 한반도에는 여러 차례 전쟁 위기가 엄습했다.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사건만 하더라도 김신조 사건(1968), 푸에블로호 납포(1968), 판문점 도끼만행(1976), 1차 북핵위기(1994)를 들 수 있으며, 3차에 걸친 서해교전(1999, 2002, 2009)과 두 차례에 걸친 북한 핵실험(2006, 2009)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켜 왔다. 또한 최근 발생한 천안함 사태(2010.3)로 인해 한반도 상공에는 또 한 차례 불안한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세계의 화약고’라는 불안한 현실을 새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동구권 사회주의가 해체되고(1989) 반세기 동안 지속된 냉전이 종식된 후, 독일과 예멘이 통일(1990)을 이룬 지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한반도와 한민족은 여전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냉전의 섬으로 남아 있다. 이 비극의 근본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으며, 그 해법은 무엇인가? 당위적으로 생각하면 해답은 간단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남북의 기득권층을 비롯해 민족 구성원 전체가‘민족이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외세에 맞서 하나로 뭉칠수만 있다면, 문제는 쉽게 풀려나갈 것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민족 분단이 강요된 지 65년,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강고한 기득권 집단이 형성되었다. 이들 이질적이며 적대적인 집단은 분단 고착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통일과 번영이라는 민족의 지상과제 앞에 놓인 난관은 이 뿐이 아니다. 한반도를 가운데 두고 대립 또는 협력하는, 4대강국들 간에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가 그것이다.
 
 아직까지도 주변 강대국들 가운데 한반도의 통일을 진정으로 원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냉엄한 국제정치적 현실이다. 미국은 장차 통일한국이 자신들의 세계전략에 반하여 민족주의 노선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이 지역에서 자신과 대등한, 또 하나 강국(세계 6~7위권)의 출현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한편,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지지하지만-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완충지대를 유지하겠다는, ‘한반도 현상유지’라는 전략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소련 해체 이후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긴 했지만, 한미일 군사동맹에 맞서 한반도를 완충지대로 삼으려는 지정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근현대사 속에서 한민족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비극이 지니는 참된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앞으로 한민족은 분단의 비운에서 벗어나 번영을 향해 희망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를 놓고 국내외의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이 고민해 왔다. 이들은 외인설外因說과 내인설內因說을 제시하면서, 비극의 원인과 해법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들의 시각에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미국이나 서구에서 수입된 국제정치적 이론들은 원래 그들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전략과 맞물려 발전해 왔다. 이를 한반도에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국내 학자들도‘서구중심적’시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꼬일 대로 꼬인 한반도 문제를 푸는 실마리는 과연 어디서 찾을수 있을 것인가?
 
 Ⅱ. 140여 년 전 이 땅 한반도에 우주의 주재자 상제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셨다. 상제님은 천지인 삼계三界가 기존의 방법으로는 결코 치유할 수 없는, 큰 병에 들어‘사람 죽이는 공사만 보고 있다’고 진단하셨다. 그리하여 지금껏 그 누구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셨다. 그것이 바로 세계 종교 역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천지공사天地公事’이다. 천지공사란 지금까지 천지에서 행해진 모든 일을, 공사에 참여한 신명 및 사람들과 더불어 그 누구도 (심지어 파리 죽은 귀신이라도)불만을 품지 않도록, 공평公平하게 판결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그 진액을 취해, 천지질서를 가을개벽이 지향하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원리에 따라 상생의 세계로 새롭게 열어나가고 재구성함이다.
 
 

이러한 천지공사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 하나는 해원解寃이요, 다른 하나는 새 세상 -후천선경- 의 건설이다. 여기서 해원은 후천선경 건설을 위한 필수적인 선결과제다. 지난 세월 동안 이 세상을 상극의 원리가 지배하여, 깊은 원한을 품고 죽은 헤아릴 수 없는 원신寃神과 역신逆神들의 살기가 터져 나와 온 우주가 폭발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상제님은 이 원한의 불기운을 제거하고 상생의 새 질서를 열기 위해 천지공사를 집행하신 것이다.
 
 상제님이 기획·집행하신 천지공사는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전개되어왔다. 그 하나는 세운世運이요, 다른 하나는 도운道運이다. 세운이란 가을개벽을 맞아 세계 역사가 마무리되는 전개과정을, 도운이란 상제님의 진리가 이어지고 완성되어 가는 도맥道脈의 전개과정을 일컫는다. 상제님은 이 세운공사와 도운공사를 통해 원한이 해소되도록 하셨다. 그렇다면 세운은 현실 역사 속에서 과연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 이 문제를 이해하게 될 때, 난마처럼 얽힌 한반도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Ⅲ. 상제님은 대개벽을 맞아 인류 문명사의 대미를 장식할 세운의 역사가 한반도와 한민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도록 공사를 기획 집행하셨다. 개벽의 땅,한반도. 이 땅은 역易의 이치로 보면 간방艮方으로‘종어간終於艮시어간始於艮’하는 원리에 따라, 지금까지의 낡고 병든 문명사가 막을 내림과 동시에 새 문명의 여명이 비치기 시작하는 곳이다. 20세기 초 천지공사가 집행된 이후, 한반도와 세계의 역사는 상제님이-‘물샐 틈 없이 짜 놓으신’- 오선위기五仙圍碁도수에 따라 한 치 오차도 없이 전개되어 왔다. 오선위기란 글자 그대로 다섯 신선이 바둑판을 마주하고 세력다툼을 벌이는 형국이다.
 
 바둑판을 둘러싸고 있는 네 신선은 한반도 주변 4대강국을 상징한다. 지난 100여 년 간 일부 구성원이 교체되기는 했지만, 동북아의 4강 구도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 이들은 한반도를 놓고 치열하고 끈질긴 세력 다툼을 벌여왔다.
 
 

상제님이 짜 놓으신 세운공사 내용 그대로 지난 1세기 동안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 차례의 전쟁이 일어나 세계대전으로 비화했다. 러일전쟁(1904), 중일전쟁(1937), 한국전쟁(1950)이 바로 그것이다. 러일전쟁은 1차대전으로, 중일전쟁은 2차대전으로 비화했다. 그리고 한국전쟁은 20개국이 참전한 국제적인 전쟁으로 장차 펼쳐질 본격적인 상씨름의 서막이었다. 상제님은 이 세 번의 전쟁을 전통 씨름판에 빗대어 각각 애기판, 총각판, 상씨름판에 비유하셨다. 애기판과 총각판은‘메인 게임’에 해당하는 상씨름이 열리기 전에 벌어지는 일종의‘오픈 게임’이었다. 이는 막판으로 갈수록 전쟁의 양상이 점점 더 치열하고 파괴적으로 치달리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상씨름에는 윗‘上’,‘ 상투쟁이(어른)’, 그리고‘주인끼리의 싸움’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상’에는 문명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더 이상이 없는’-마지막 대결전이라는 뜻이 숨어있다. 이 전쟁은 우주의 가을개벽을 맞아 인류 문명의 모든 모순과 비극, 천지간에 켜켜이 쌓여 증폭되어 온 모든 원한을 결정적으로 해소한다는 점에서 천지전쟁, 개벽전쟁임과 동시에 해원을 마무리 짓는 전쟁이기도 하다. 또한 애기판과 총각판이 손님격인 강대국들 간의 싸움이었다면, 상씨름은 바둑판을 넘겨받은 주인끼리 벌이는 전쟁이다 . 그 리하여 1950년, 3막으로구성된 100년 세운공사 가운데 마지막 3막에 해당하는 상씨름의 서막이 올랐으며, 그것이 바로 한국전쟁이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전쟁은 휴전상태에 있을 뿐 아직 끝나지 않은,‘ 미완의 전쟁’으로 남아 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한국전쟁이 종결될 것인가? 우리 민족이 분단의 비운을 넘어 평화와 통일, 조화와 상생이 넘쳐흐르는 새 세상을 맞을 날은 언제쯤일까? 해답을 푸는 열쇠는‘상씨름이 넘어갈 때’라는 상제님의 말씀 속에 숨겨져 있다.
 
 봄·여름·가을·겨울로 순환하는 우주일년의 이법으로 보면, 지금 이 세상은 가을개벽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지난 봄 ? 여름 세상 동안 상극의 이치 속에서 만물을 성장시켜 온 천지가 지치고 병들어 온 몸을 뒤틀며 울부짖고 있다. 이상기후와 화산폭발, 지진의 강도와 횟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인간 삶의 무대 또한 경쟁의 강도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구촌 곳곳이 전쟁과 갈등, 증오와 보복의 살기로 불타오르고 있다. 천지간에 가득 찬 이 모든 원한의 살기가 응축 수렴되어 개벽의 땅, 한반도를 향해 점점 더 ‘욱여들어 오고’있다.
 
 ‘상씨름이 넘어갈 그 때’란 원한의 살기로 인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러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현상유지가 어려운 임계점에 이른 순간을 말한다. 팽팽히 당겨진 시위로부터 화살이 떠나는 순간처럼, 바로 이 때 극즉반極卽反의 형태로 상씨름이 넘어갈 것이다. 이로써‘서로 죽임’을 지향해 온 선천 상극의 낡은 판이 닫히고‘서로 살림’을 향한 후천 상생의 새 판이 열리는 대역전극이 시작될 것이다.
 
 그토록 염원해 온 남북통일은 이러한 대역전 과정에서, 오선위기의 네 신선인 주변 4대강국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민족의 저력으로 성취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한민족은 오랜 고통과 모멸의 질곡에서 벗어나온 인류를 상생의 새 문화로 인도하는 주역으로 우뚝 설 것이다.
 



 글쓴이 약력
 서강대 철학과 및 대학원 졸업
 독일 마르부르그 대학 철학박사
 증산도상생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논저
 「가을개벽과 선천문명」『증산도사상』제4집, 서울: 대원, 2001
 『환경휴머니즘과 새로운 사회』, 서울: 소나무, 1994 외 다수
 상씨름판, 아직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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