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舊)

신화의 이미지

2011.06.13 | 조회 11237

신화의 이미지

조지프 켐벨/홍윤희, 살림출판사, 2006


글: 양재학



조지프 켐벨(Joseph Campbell: 1904-1987)은 메르치아 엘리아데와 더불어 20세기가 낳은 불세출의 신화비평가인 동시에 신화학자이다. 그에게는 항상‘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의 저서는 오늘날 인문학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신세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스테디셀러로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의 책은 거의 모두가 번역되어 독자들의 눈길이 쉽게 닿는 서가에 꽂혀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켐벨의 학술적 공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엘리아데가 문헌학적 입장에서 세계의 민속과 신화를 분석했다면, 켐벨은 철저한 문헌고증에다가 독특하면서도 합리적인 해석을 덧붙임으로써 신화를 통하여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인류의 삶의 원형을 되살려내었다. 


한때 뉴욕 시 최고의 육상선수였고, 색소폰 주자였으며, 대공황이 닥치자 우두스탁의 숲 속에서 은거하며 종종 재즈 밴드에서 연주한 대가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였다. 삼십대 중반에 열애에 빠져 결혼한 그의 아내는 무용가였고, 조지 루카스는 그에게서 영감을 받아 “스타워즈”를 만들어냈다. 그가 바로 20세기 최고의 신화해설가, 비교신화학자로 칭송받게 된 조지프 켐벨이다.


켐벨은 1904년 뉴욕의 아일랜드계 카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평생에 걸친 신화에 대한 관심은 아메리카 인디언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비롯된다. 여섯 살 때 켐벨이 아버지와 함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버팔로 와일드 웨스트 쇼를 보고, 기병대장이 아닌 토벌되는 인디언에게 강하게 매혹되었던 이야기는 켐벨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이후 아메리카 인디언에 대한 책들을 즐겨 읽었고, 인더언에 관련된 물건들을 수집하고, 뉴욕 자연사 박물관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 후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다시 콜롬비아대학에서는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1924년 유럽 여행여행 중, 배에서 크리슈나무르티를 만나 힌두교와 불교를 비롯한 동양철학에 흥미를 갖게 된다. 이후 대학원에서 아더왕의 전설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서 특별장학금으로 다양한 외국어 공부를 한다. 다시 뮌헨 대학으로 옮겨 산스크리트어와 인도-유럽어족의 언어들, 괴테와 토마스 만의 문학, 프로이트와 융의 사상을 공부하였다. 귀국 후에는 사라 로렌스 대학의 교수가 되어 이후 38년 동안 문학, 독일철학, 비교신화학 등을 가르쳤다.


그의 방대한 지식과 다양한 어학실력 앞에서는 모두가 혀를 내둘렀는데 신기하게도 그는 스스로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잘 깨닫지 못했다. 1940년 콜롬비아 대학의 인도학 교수였던 하인리히 침머와 알게 되었는데, 침머와의 만남은 켐벨의 신화연구가 세상과 본격적으로 만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켐벨은 융학파가 주도하는 볼링겐 시리즈의 편집자가 되었다. 조지프 켐벨의 천의 얼굴을 한 영웅 (1949년)은 국립예술문자협회상을 받았다. 이어서 스위스에서 칼 융, 미르치아 엘리아데, 스즈키 다이세쓰 등을 만나 안목을 넓히게 된다. 


1950년대 중반부터는 뛰어난 신화 강연자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왕성한 집필활동을 벌여 대표작인『신화(神話)와 함께 하는 삶』(1972년),신(神)의 가면4부작(1959년-1968년),『가 바로 그것이다』등을 발표했다. 그리고 신화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신화의 이미지(1974년)가 있다. 마지막으로 빌 모이어스와 텔레비전 대담프로로 만들어진 신화의 힘 (1987년)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켐벨의 물음은 항상 같다. 왜 서로 다른 문명권의 신화와 종교에서 동일한 모티프들이 반복되는 것일까? 죽음과 부활을 다루는 다수의 테마들, 신의 희생과 추방된 아기의 귀환 등 '원형(原型, archetype)의 반복과 모방'이라는 테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 책은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세계 신화의 원형을 집대성하고 있다. 고대 문명이 남긴 다양한 건축물과 조각, 도자기와 장식물 등을 통해 유럽과 근동, 아시아와 중앙아메리카의 신화가 어떻게 보편성을 띠고 또한 다양한 변형을 이루었는지를 갖가지의 도판들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켐벨이 쏟은 신화의 중심사상은“세계의 신화가 지닌 주제에서 공통되는 요소를 찾아내는 일이다. 세계 신화가 지니는 공통주제는 심오한 원리를 통하여 중심에 이르려는 인간정신의 욕구를 지향하는 데 있다.”이 세상에 존재하는 신의 이미지는 무수하다. 그는 이것을 ‘영원의 가면’이라고 불렀다. 이 영원의 가면은 영광의 얼굴을 드러내기도 하고 감추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신의 이름과 신의 이미지는 가면일 뿐이다. 이 가면이 곧, 우리의 언어와 기술로는 정의가 불가능한 궁극적 실체를 뜻한다. 신화는 가시적인 세계의 배후를 설명하는 메타포이다.


켐벨이 열어준 신화에 대한 가르침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자신이 살았던 삶 자체의 진정성이다. 그는 신화란 우리 심층의 영적 잠재력에 이르는 실마리이며, 신화야말로 우리를 기쁨과 환상, 심지어는 황홀의 세계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점에 있다. 즉 그는“전인미답의 우리의 과거의 파노라마를 아는 신화학자”로서 신화는 진리를 담는 일종의 그릇으로서 브리태니카 총감보다도 훨씬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켐벨이 시도한 신화연구의 목적은 각 문화권의 신화들을 분석함으로써 그것을 낡은 전통유산이라고 폐기처분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신화에 담긴 살아 있는 풍성한 의미들의 세계를 열어 보이려는 데 있다. 그가 신화를 읽는데 영감을 준 인물이 있다. 다른 인문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의 유명한 문학자인 러시아의 도스토에프스키와 독일의 토마스 만의 작품을 외울 정도로 다독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신화연구의 방법론에는 스승이었던 프로이트를 극복하고 정신분석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칼 융의 심리학을 도입했다.


프로이트의 관점에 따르면 신화는 꿈이라는 심리적 상태를 다룬다. 다시 말해 신화는 공공의 꿈이고, 꿈은 개인의 신화다. 프로이트는 신화와 마술, 종교의 세계를 부정적으로, 결국에는 과학에 의해 비판되고 뒤처지며 밀려날 오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칼 융에 따르면 신화와 종교의 이미지는 긍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목적으로 한다. 꿈과 신화연구를 통해 내면의 힘과 대화를 하다보면 더욱 깊고 더욱 현명한 내적 자아의 드넓은 지평을 깨달을 수 있다. 신화를 소중히 여기고 계속 살아 있게 하는 사회는 그만큼 인간정신의 가장 건전하고 풍요로운 땅에서 자라날 것이라고 단언한다. 즉 신화는 인간의 내면의 힘을 얻는 유효한 수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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