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찾기

기독교 신앙의 핵심과 오늘의 모습(1)

2011.10.11 | 조회 7100


sdjg

이윤재

*글쓴이 이윤재는 독일 마르부르그(Marburg) 대학교에서 사회철학을 전공하고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 서양철학연구부 연구위원.


인류문화를 이끌어온 바탕에는 종교가 있습니다. 종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심원한 문제를 다룹니다. 탄생도 신비요 죽음도 신비입니다. 모든 인간은 어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이미 종교적인 존재입니다. 삶의 시작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종교의 틀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신묘년 새해 들어 개벽지는 인류문화를 이끌어온 세계 주요 종교를 알아보는「세계종교산책」기획물을 연재합니다. 각 종교에 담긴 심오한 교리와 역사에 끼친 영향 그리고 오늘날의 문제점 등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탐구해 봅니다.


1. 기독교 신앙의 핵심

오늘날 기독교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종교다. 전 지구적으로 약20억 인구가 기독교를 신앙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강대국 대부분은 기독교 문명권에 속한다. 기독교의 창시자는 예수 그리스도다. 그리스도란 원래 그리스어로 머리에 ‘성유聖油 부음을 받은 자’란 뜻으로 히브리어로는 '메시아' , 곧 왕 또는 구원자에 해당한다. 우리가 쓰는‘기독基督’이란 말은 그리스도의 중국어 음역에서 유래했다. 사울이 이스라엘 최초의 왕이 되었을 때, 즉위식에서 머리에 올리브유를 바르는 의식이 처음으로 행해졌다고 하는데, 오늘날 가톨릭 교회 의식에서 사용되고 있다.


믿음과 실천의 관계

기독교는 신앙과 실천의 많은 부분을 여타 종교, 특히 유대교 및 이슬람과 공유한다. 두 종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도 오직 하나의 신, 곧 유일신을 믿는데, 이 신이 우주와 우주 내의 만물을 지어낸 창조주‘야훼’신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이러한 신이 자연과 인간 역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역사役事하고 있다고 믿는다.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믿음과 실천이라는 종교적 긴장 관계에서 믿음을 우선시한다. 반면 불교와 같은 종교들은 실천을 중시한다. 물론 기독교 내부에서도 믿음-실천 가운데 어디에 우선권을 둘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정통 기독교에서는 믿음이야말로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된다. 아무리 착하고 선행을 많이 했다 하더라도 믿음이 없다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역으로 아무리 악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믿음이 굳건하다면, 일단 천국에 들어갈 일차 시험에 합격한 셈이다. 믿음은 모든 윤리적, 도덕적 행위, 그리고 구원의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이 되는 것이다. 진보적 교파에서는 실천을 강조하는 반면, 복음주의와 같은 보수적인 교파에서는 믿음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사회 현실에 대해 매우 상반된 입장을 취하게 된다.

sdjg3정통교리 -삼위일체설
유대교와 기독교를 가르는 이 두 가지 문제는 초기 기독교 내부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적어도 5세기까지 기독교 내부에서‘예수와 신의 관계’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다. 오늘날 기독교인 대부분은 4~5세기 사이에 확립된 삼위일체설 등에 근거하는‘정통교리’를 받아들인다. 반면 소수의 교파에서는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일을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토요일로 할 것인가 일요일로 할 것인가, 여성, 동성애 등 여러 가지 윤리적 의례적 문제에도 대해서도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기독교는 믿음을 중시한다.‘정통orthodox’이란 말 자체가 기독교회가 설정한 기준에 일치하는 믿음을 의미한다. 누군가를 기독교 신자라고 부를 때, 이는 그가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뜻한다. 물론 이 말이 전부는 아니다. 기독교란 생활방식과 신앙 공동체 또한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가 기독교 신자라거나 기독교식으로 양육되었다거나 예수의 가르침에 경탄한다고 해서 그를 신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기독교의 핵심 신앙을 받아들이고, 예수가 가르친 생활방식을 따르고, 신앙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만 한다.

기독교 신앙의 기준 -사도신경

비록 성경의 권위를 공통적으로 인정하지만, 기독교 내부 교파에 따라 믿음의 세부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우에 따라서는 상반된- 견해와 해석들이 공존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기독교인 대부분이 받아들이는 믿음의 기준이 있다. 그것이 바로 「사도신경Apostle’s Creed」이라는 기도문이다. 12가지‘신앙고백Confession’으로 이루어진 사도신경은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가톨릭과 개신교를 비롯해 거의 모든 기독교 교파에서 사용되어 왔다. 사도신경을 읽으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보인다. 그 일부만 알아본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사도신경)

기독교인은 오직 하나의 신, 곧 우주와 우주 안의 모든 것을 창조한 일신을 믿는다. 이 신은 전지전능한 하나의 인격체이다. 그러나 인간과는 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인간이 육체적 영적 요소 둘 다를 지니고 있다면, 신은 오로지 영적인 존재이다. 신은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물리적 우주 바깥에 존재한다. 그는 우주를 창조하였고, 피조물인 우주가 창조되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기 때문이다. 기독교도들은 이러한 신이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있으며, 미래에도 영원히 있을 것으로 믿는다.

sdjg4
인간 고통의 근원

인간은‘신의 이미지imago dei’에 따라 창조되었다. 물론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인간은 육체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반면, 신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신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이며, 자유의지에 따라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인간이 서로 간에 그리고 신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현세에서 겪고 있는 고통과 불행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저지른‘원죄Original sin’때문이다. 기독교에 따르면, 인류의 시조가 지은 죄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든 원죄를 지닌 채 세상에 태어난다. 원죄는 남녀의 성적 결합으로 후세에 유전된다. 원죄란 지울 수 없는 내면의 상처며 온갖 죄악의 원천이다. 죄악의 결과는 죽음이다. 원죄로 인한 고통과 불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의 은총과 회개를 통해 원래 신이 창조했던 온전한 인간의 모습, 곧‘신의 모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신은 어떤 존재인가

기독교에서는 신을 일자一者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신은 다른 존재들로부터 분리 고립된 일자가 아니다. 신은 인격체이다. 그는 인격체로서 다른 존재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다른 존재들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이다.‘하나님은 곧 아버지God as Father’라는 예수의 가르침 속에 드러나는 신관이 바로 그것이다. 신이 곧 아버지와 같은 인격체라는 생각은 삼위일체설로 이어진다.

‘모든 것이 신all is God’이라고 주장하는 범신론과는 달리 기독교에서 피조물인 이 세계는창조주와 서로 분리된 별개의 것이다. 신은 자신과 분리된 피조물의 세계를 돌보고 이 세계와 상호 작용한다. 창조주로서 신은 피조물인 세계와 인간 역사에 책임을 지고 있다. 피조물과 신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해서, 양자가 서로 철저히 독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사도신경)

사도신경은 삼위일체설에 근거한다. 그러므로 아버지(성부), 아들(성자), 그리고 성령을 우선적으로 다룬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구체적 형상으로 드러난 것이 예수라고 가르친다. 예수의 가르침과 행적은 여느 유대인 선생들과는 판이했다. 그는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준다. 이는 유대교 전통에서 볼 때, 오직 야훼만의 권능이다.「요한복음」에는‘나와 아버지는 하나’며 ‘나를 본 자는 곧 아버지를 본 자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신을 자기 자신과는 분리된 존재로 간주한,‘한 인간’이었다.

이러한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사실(예수와 신은 하나며 예수는 동 인간이라는)을 해명하기 위해 기독교에서는 서로 연관된, 두 가지 관념을 발전시켰다. 4~5세기에 확립된 삼위일체Trinity와 성육신聖肉身Incarnation이 바로 그것이다.


성육신聖肉身 -예수

sdjg2성육신이란 하나님이 인간의 육체적 모습으로 나타난 것을 말한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성육신한 하나님, 곧 신이 인간의 몸으로 현현顯現된 것으로 믿는다. 기독교는 철저한 유일신 사상이다. 이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신밖에 없다. 따라서 예수를 두 번째 신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초대교회부터 예수는 신이 자신을 지상에 드러낸 모습이라는 관념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러한 생각이 성육신 사상에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기독교 신학은 예수가 인간을 구원하고 신과 인간을 화해시키기 위해 강세했다고 가르친다. 즉 예수는 신과 인간 사이의 ‘가교bridge’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예수와 영적인 합일을 통해 우리는 마침내 하나님과 하나가 된다. 이러한 합일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원래 의도했던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신과 인간의 가교로서- 예수는 신이면서 동시에 인간이어야만 한다. 신과 인간이라는 두 가지 존재 영역에 동시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과 인간을 효과적으로 합일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죽었다고 믿는다. 여기서도 신과 인간의 관계가 관건이 된다. 예수가 진정 우리를 위해 죽기 위해서는 그가 인간이어야만 한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러나‘인간적’죽음에서 승리(부활)하기 위해서는 예수는 또한 신이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양자를 매개 통일시켜 줄 수가 있는가? 해답은 성육신과 ‘로고스’의 비밀을 푸는데 있다.


삼위일체설의 배경

한편, 기독교의 삼위일체 사상은 성부, 성자, 성령은 각기 세 가지 인격으로 존재하지만, 본질은 오직 하나의 하나님이라고 가르친다. 성경에는 삼위일체설이 뚜렷이 나타나 있지 않지만 예수의 가르침에는 이 사상이 이미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수는 자신이 곧 하나님이며, 자신이 성부의 독생자로서 성부와 영원한 관계를 맺고, 성령도 하나님으로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음 암시하고 있다. 물론 소수이긴 하나 아리우스파, 영지주의, 네스토리우스, 여호와의 증인, 유니테리언 교파 등에서는 삼위일체 사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4~5세기 이후 삼위일체설은 기독교인 대다수로부터‘정통’으로 받아들여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죄를 사하여 주시는 것과,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니다.’(사도신경)


신앙공동체 -교회

성령으로 인간과 신은 하나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는 어떤‘힘Force’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은 인격체이며, 성령은 인격체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은 신앙 공동체 가운데 거주한다. 신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결코 예수와 하나 될 수 없다. 예수가 포도나무라면, 신자들은 그 나무의 가지들이다. 이 줄기들이 하나 될 수 없다면, 예수와도 하나가 될 수 없다. 그리스도적 삶을 추진하는 힘은 사랑이다. 사랑은 인격적인 상호관계이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과 함께 하지 않고서는 사랑 속에서 성장할 수가 없다. 이러한 신앙 공동체를 기독교인들은‘교회Church’라 부른다. 기독교인들은 교회가‘거룩holy하고 보편적universal’인 것이라 믿는다.‘거룩한 공회’의 영어식 표현은‘the holy catholic Church’이다. 여기서‘카톨릭’이란‘보편적’이란 뜻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에 궁극적으로 오직 하나의 보편적인 교회, 공적인 교회가 있을 뿐이다. 이상적으로 볼 때, 교회는 거룩하고 하나로 통일되어야 한다. 반면 현실 속에서 교회는‘인간적’인 것이다. 현실 속에서 교회는 거룩함과 통일의 이상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독교 신자에게 이러한 신앙 공동체가 없다면 삶을 유지할 수 없다.

죄 사함 받음은 기독교의 뚜렷한 징표 가운데 하나다. 그리스도는 인간에 대한 신의 용서를 위해 죽었다. 신자들은 서로를 용서하고 세상에 화해와 평화를 일궈냄으로써 이 은혜에 부응해야 한다.


영혼과 육체의 관계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에도 어떤 존재가 남아 있다는 것, 곧‘영혼의 불멸’을 믿는다. 이 영혼이 죽음을 극복하고 마침내 신과 하나가 된다고 믿어왔다. 물론 기독교에서도 영혼의 불멸을 믿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기독교의 몸이 다시 사는 것, 곧 영혼뿐만 아니라‘몸의 부활’을 중시한다.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에서도 육체를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요소로 간주한다. 기독교인들은 영혼이 육체 없이도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6개(4/1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