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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과 다시 개벽 5회 동학의 천주

문계석 연구위원

2016.11.16 | 조회 2969

 ◈동학과 다시 개벽 5회

 

2. 동학의 천주

 

2) 조물주로서의 천주

 

무형의 조물주

우주가 탄생한 이래로 정신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창조변화되어 왔고, 우주가 존재하는 한 그 과정은 순간의 휴식도 없이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리될 것이다. 이와 같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관통하여 우주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한한 창조변화는 어떻게 해서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수운은 그것을 전적으로 천주의 무한한 조화造化로 인해 진행되는 일련의 사태로 파악한다. ‘조물주造物主로서의 천주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조물은 글자 그대로 을 짓는다는 뜻이다. ‘은 정신적인 것이든 물리적인 것이든 우주 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통칭한다.

조물주로서의 천주는 천주를 창조변화에 대한 근거의 의미에서 정의한 것이다. 여기에서 로서란 뜻은 자격의 의미를 갖는다. 마치 스승으로서’, ‘남자로서’, ‘대통령으로서등에서 알 수 있듯이, ‘로서는 그 직분에 맞는 역할로 작용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조물주로서의 천주는 우주자연의 품을 떠나 독립적으로 초월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조변화의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물주로서의 천주는 서교에서 신봉되는 절대적인 유일신, 즉 창조주 개념과 전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조물주로서의 천주는 우주자연의 전역에서 온갖 조화를 일으키는 근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형태가 없는 무형無形의 존재이다. 무형의 조물주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감각적 의식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일상인들에게는 수긍이 잘 안될 것이다. 무형의 조물주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하나의 방법은 창조변화의 근원에 근원을 추적하여 소급해 감으로써 그 정체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결국 더 이상의 근원이 없는 근원 자체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것을 무형의 조물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물주 자체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인식은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인식과 정의는 한정성과 규정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용어로 표현해 본다면, 무형의 조물주는 형이상학적인 용어로 근원의 본체本體라고 정의되거나, 혹은 근원으로서의 아르케arche’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형의 조물주에 대한 다른 표현

수운은 무형의 조물주에 대한 본체를 천체天體와 지체地體로 파악하고 있다. 본체에 대한 현현체顯現體의 상징은 바로 하늘과 땅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늘은 시간적인 차원에서 만유의 생명을 내는 원리로, 땅은 공간적인 차원에서 이를 드러내하는 모습으로 파악될 수 있는 셈이다. 그래서 수운은 만유의 창조변화가 모두 하늘과 땅의 실제적인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한다.

천체와 지체에 근거한다면, 하늘과 땅이 스스로 묘합妙合하여 우주 전역의 창조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수운은 천도라는 것은 형상이 없는 것 같으나 그 자취가 있고, 지리라는 것은 광대한 것 같으나 방위라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하늘에는 구성九星이 있어 구주九州에 응하고, 땅에는 팔방이 있어 팔괘八卦에 응하나니, 차고 비는 것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이어져 가는 수가 있으니 동정의 법도가 바뀌는 이치는 없다.”라고 표현한다.

에서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주 전체는 하늘이라는 천체天體와 땅이라는 지체地體로 분석되고 있다. 천체와 지체는 곧 시간적인 의미에서 보면 구성九星의 운행으로 드러나고, 공간적인 의미에서 보면 팔방八方으로 펼쳐짐을 뜻한다. 구성이 상징하는 것은 무한히 넓고 큰 천체의 하늘이고, 이것은 곧 시간성에 따라 무한한 창조를 총체적으로 야기하는 근원이 됨을 뜻한다. 팔방이 상징하는 것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게 펼쳐진 땅이고, 이것은 곧 공간상에서 육성 변화되는 근원적인 토대가 됨을 뜻한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하늘이란 무한한 창조성의 원천이고, 땅이란 창조성에 따라 무엇이든지 육성해 내는 변화성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구주를 가늠할 수 있는 방책은 바로 팔방八方에 펼쳐진 팔괘八卦의 원리로 파악할 수 있음을 수운은 암시하고 있다. 팔방에 대응한 팔괘의 이치가 그것이다. 이는 하늘이라는 천체와 땅이라는 지체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묘합妙合하여 시간에 따라 천도天道로 운용되고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서 천도란 천주가 내놓은 법도이다. 즉 천도는 아무런 형체가 없는 무형의 조물주가 운용하는 법도인 것이다. 따라서 천도는 천지간의 모든 것 안에, 어디에나 다 적용될 수 있고, 그것이 드러나는 자취는 곧 팔방으로 광대하게 뻗어 있는 땅에서 펼쳐짐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천체와 지체가 따로 분리될 수 없듯이, 하늘과 땅은 한 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작용의 원리는 하나의 천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동양 형이상학의 전통에서 볼 때, 천도는 음양陰陽의 도로 규정된다.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가 그것이다. 하늘은 순양純陽을 상징하고 땅은 순음純陰을 상징하는 말에서 음양의 원리가 나온 것으로 본다. 조물주로서의 천주가 운용하는 원리는 천도이고, 천도는 음양의 도로 펼쳐진다. 음양의 묘합妙合 작용은 곧 조물주의 조화작용인 것이다. 따라서 우주 전역에서 펼쳐지는 창조변화는 바로 천주의 조화원리, 즉 음양의 묘합작용 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에서 수운은 하늘과 땅의 묘합작용妙合作用으로 인해 펼쳐지는 모든 것이 음양의 동정動靜에 따른 성쇠盛衰의 법칙으로 전개됨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창조변화란 바로 음양의 조화 작용이고, 이 가운데 인간을 비롯하여 만물이 화생되어 나온다.” 화생된 천지만물은 우주의 전역에 펼쳐져 드러나는데, 이것들은 한결같이 융성하고 쇠락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하자면 창조성의 원천이 되는 하늘이 한번 움직이고 고요하면, 이와 한 몸이 된 땅에서는 그에 상응해서 육성의 변화성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곧 만유생명의 무성함과 쇠락함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를 수운은 일동일정 일성일패라고 압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하늘은 무한한 창조성을 본성으로 하며, 땅은 하늘이 내는 모든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아낌없는 육성育成을 본성으로 한다. 하늘의 창조성과 땅의 육성은 조물주의 본성이다. 하늘과 땅이 한 몸이 되어 묘합으로 조화되는 현상을 수운은 음양 동정의 원리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동정의 원리가 절대로 변하거나 바뀌는 이치란 없다.” 라고 한 뜻은 음양 동정에 따라 차고 빔(盈虛)의 현상 또한 변함없이 이어짐을 말해주고 있다. “차고 비는 것이 번갈아 가면서 서로 이어져 나아가는 수가 있다고 한 것은 이를 뜻한다. 이것이 바로 우주 자연에서 벌어지는 성쇠盛衰의 법칙이다. 성쇠의 법칙은 천도의 운행 원리이며, 이 법도에 따라서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천지도수天地度數가 정해지는 것이다.

 

조물주의 조화지적造化之迹

무형의 조물주에 근거해서 만유생명의 창조변화는 우주 전역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든 현상은 전적으로 천지음양의 동정으로 말미암아 성쇠盛衰의 법도로 드러난다. 성쇠의 법도로 운용되는 총체적 과정을 수운은 천주의 조화지적造化之迹이라고 설파한다.

조화지적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조화지적이란 글자 그대로 조화의 자취이고, 이를 더 풀어서 말해보면 우주만물이 창조변화되어 펼쳐지는 현상을 뜻한다. 우주자연의 체계 안에서 일어나는 천주의 조화자취는 두 방식에서 간파해볼 수 있다. 하나는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만유의 개별적인 생명들이 창조되는 것들의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멀리에 있는 천체의 변화와 운행 질서의 경우이다.

수운은 용담유사에서 자연적으로 생성 변화하는 모든 것, 즉 모든 인간, , 나무 등,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생겨나고 소멸해 없어지는 까닭은 모두 하늘[]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은 조물주로서의 천주를 상징하고 있다. 왜냐하면 천주의 조화는 천도로 운용되고, 천도는 음양 동정으로 작용하여 만유의 창조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비구름이 몰려와 폭우가 내리거나 순간적으로 번개가 치는 것, 꽃이 피고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나는 것,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물론이고, 수족동정手足動靜과 같은 사람의 부분적인 움직임이나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사람의 호흡작용과 심장 박동, 신체적으로 배설하는 행위들, 즉 유기체의 모든 기관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생명체를 유지하는 현상은 천도의 음양 동정에 의한 것이고, 곧 천주의 조화자취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다.

멀리에서는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여 그로 인해 달이 차고지는 현상,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함으로 인해 해가 뜨고 지며 계절이 바뀌는 현상, 태양을 비롯하여 그에 딸린 혹성들이 각기 자전하면서 태양계가 은하계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현상, 나아가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가 다른 은하계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천체운동 등의 모든 변화현상도 천도에 따라 발생하는 천주의 조화자취라고 수운은 말한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된 사람들은 이 모든 것들이 자연의 물리법칙에 따라 전개되는 현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근원의 존재를 탐구하여 진리를 체계화하려는 형이상학자들은 제1원리로 천도天道를 전제하고 여타의 것들이 모두 그로부터 전개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운은 자연법칙이건 천도이건 조물주로서의 천주로부터 비롯한다고 주장한다. 즉 천도는 조물주로서의 천주가 내놓은 것으로 성쇠盛衰의 법도로 전개되는데,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사시四時와 공간적으로 펼쳐지는 변화현상에서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쇠의 법도는 사시로 순환하는 계절의 흐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운은 무릇 상고 이래로 지금까지 봄과 가을이 서로 갈마들어 교대로 이어지고, 4계절의 융성과 쇠락에 옮김도 없고 바뀜도 없으니, 이 또한 천주조화의 자취요 천하에 뚜렷이 나타나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상고 이래란 아주 먼 옛날 하늘과 땅이[天地] 처음 개벽된 이후를 일컬으며, 춘추질대란 시간의 마디로 나타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시가 서로 갈마들어서 4계절이 질서 정연하게 순환함을 나타낸다. 4계절이 예나 지금이나 일정한 질서를 가지고 서로 바뀌면서 반복적으로 순환하고 있음은 바로 천주의 조화자취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성쇠의 법도는 공간적으로 펼쳐진 변화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천주의 조화자취는 4단계의 시간마디에 따라 4계절의 공간적인 현상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생명을 약동시키는 봄의 기운이 왕성해지면() 쇠하면서 무더운 여름이 오고, 여름의 기운이 극에 달하면() 또 쇠하면서 서늘한 가을의 기운이 몰려오며, 서늘한 가을 기운이 왕성하면() 서릿발 기운이 찾아오면서 겨울이 오며, 겨울의 기운이 극에 달하면() 다시 생명의 약동을 준비한다. 봄이 오면 여름이, 여름이 오면 가을이, 가을이 오면 겨울이, 겨울이 오면 다시 봄이 오는 순환변화 이치는 가장 근본적인 성쇠의 법도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천주의 조화자취인 것이다.

이와 같이 성쇠의 법도에 따른 춘생, 하장, 추렴, 동장의 순서, 간략히 말하여 생장염장生長斂藏으로 순환하는 자연의 변화질서는 절대적으로 엄정하다. 이는 봄이 가면 이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이내 가을이 온다는 네 계절의 변화와 절기에 따라 바람이 불고 이슬이 내리고 서리가 내리며 눈이 온다는 사실은 그 질서가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천주는 성쇠의 법도에 따라 사시와 사계절이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하였고, 그에 따라 더위와 추위가 번갈아 나타나게 함으로써 인간과 만물이 살 수 있는 기후와 토양의 환경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런데 천주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세상 사람들은 비가 오게 하고 이슬이 내리게 함으로써 인간의 삶이 자연의 혜택을 입는 것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변화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조물주로서의 천주를 부정하고, 단순히 자연의 변화법칙이나 물리법칙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은 자연의 모든 것이 천주의 무궁한 힘의 작용으로 조화를 지음으로써 일어난 것으로 보지 않으며, 단순히 자연이 주는 혜택일 뿐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수운은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은 창생은 그 단초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혹자는 천주의 은혜라고도 하고 혹자는 조화의 공교한 자취라고 말한다. 이는 천주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그 이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전적으로 천주의 조화자취임에 틀림없음을 입증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4절에서 제시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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