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칼럼(舊)

어머니 신, 삼신할머니 (1)

류은희

2013.07.11 | 조회 15589


  

‘어머니 신’, 삼신할머니

 




I. 우리의 잊혀진 탄생신화

 

 

"삼신께서 천지만물을 낳으시니라."(도전 1:1:3)

 

"자손을 둔 신은 황천신(黃泉神)이니 삼신(三神)이 되어 하늘로부터 자손을 타 내리고 ..."(도전 2:118:5)

 

"조종리에 사는 강칠성이 아들이 없음을 늘 한탄하며 지내거늘 하루는 태모님께서 칠성에게 말씀하시기를 '나를 믿고 정성껏 심고하라.' 하시고 사흘 밤을 칠성의 집에 왕래하시며 칠성경을 읽어 주시니 그 뒤에 칠성의 아내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니라." (도전 11:57:4-6)

 

"한번은 한 산모가 난산으로 심한 고통을 겪다가 아이를 낳지 못하고 죽게 생겼거늘 태모님께서 그 산모의 배를 어루만지시니 순간 고통이 멎고 순산을 하니라." (도전 11:240:8-10)

 

 

'삼신할머니'는 '삼신'(三神)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떠올린 테마이다. '삼신'은 우주의 본체와 변화원리, 그리고 한민족과 인류의 시원 문명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대한 의미를 내포하기에 접근이 쉽지 않다. 반면, 삼신할머니는 민간신앙에서 오래전부터 전승되고 섬겨온 생명을 점지하는 신으로서 친근하게 받아들여진다. 『도전道典』에 있는 '삼신(三神)' 정의를 살펴보면(1편의 특각주와 3편16장7절의 측주), 삼신할머니는 삼신의 네 가지 정의 가운데 '자손줄을 태워주는 조상신'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런 삼신할머니가 '우주의 조화성신'으로서, 천지를 다스리는 '삼신 상제님'으로서의 삼신과는 어떤 연관성을 지닐까? 서두에 인용된 『도전』성구에서 보듯이 자식이 없는 성도들과 사람들에게 자손줄을 태워주고 난산 중인 산모의 배를 어루만지며 순산하게 만드는 태모님은 아기를 점지해주는 여신인 삼신할머니와 닮았다. 앞으로 살펴보게 되겠지만, 삼신할머니는 아기를 점지해주고 산모의 순산과 아기의 무병을 관장하는 여신일 뿐 아니라 생명을 탄생시키는 '어머니 신'으로서의 면모를 지닌다.

 


(삼신할미 무속화) 


이 글에서 필자는 민간신앙으로, 설화와 민담으로 전해지는 삼신할머니의 내력과 전래되는 삼신할머니의 상(像)을 살펴보려 한다. 자료들을 찾고 정리하면서 받은 인상과 주목한 점은, 오랫동안 "미신"이라고 홀대받아 왔던 한국의 전통 신들이 최근 들어 '무속'이나 '주술신앙'의 분류에서 탈피하여 잃어버린 우리 신화로 새롭게 발굴되어 거듭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미 이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일반인과 특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이한 신화해석과 옛이야기의 형식으로 많이 출판되어 있다. 한국의 신들 가운데 특히 삼신할머니는 "아기의 신", "출산신" 혹은 "생명신"으로서 어린아이들의 관심을 잡아끌며 우리 고유의 정서와 생명의 존엄성을 가르치는 중요한 신화적 인물로 부각된다.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2003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공연되었던 가족뮤지컬 <삼신할머니와 일곱아이들>(이강백 원작, 최종혁 작곡)은 삼신할머니 신화를 바탕으로 생명탄생의 신비스러운 과정을 일깨우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남아선호사상을 비판한다. 삼신할머니 신화를 우리의 현대적인 삶에 밀착시켜 해석한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다음으로 삼신할머니 테마에 접근하며 새삼스레 느낀 점은 전통문화 또한 세대에 따라 그 이해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필자는 1960년대 대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한 세대로서 어릴 때 일상적 삶의 공간에서 전통문화의 관습과 양식을 많이 접해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팔순이신 시어머니는 나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공간에서 살아오셨다. 어머니의 지나온 삶 속에는 삼신(할머니) 신앙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고 조왕신과 터주신과 같은 가신(家神)들과 병을 치유해주었다는 보문산 바위신에 대한 이야기도 살아있다. 그런 한편 아홉 살 된 딸아이는 동화책을 통해 한국의 신들에 대해 배우고 있다. 두 해 전이던가?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어린이들에게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만화 북유럽 신화』, 『만화 이집트 신화』 또한 널리 읽혀졌다. 여기에 푹 빠져있던 아이의 관심을 한국의 신화로 돌릴 수 있어 다행이지만, 삼신할머니 상처럼 우리 신화 속의 주인공인 신들의 이미지는 매우 빈약하다. 삼신할머니에 대한 이 글은 필자의 이런 개인적인 관찰들과 느낌에서 출발한다.

 

자료를 찾으면서 우리의 잊혀진 탄생신화를 꿈꾸게 하는 멋진 그림을 한 장 발견했다. 각 민족마다 아기의 탄생과정에 관련된 설화가 전해진다. 우리에게도 알에서 태어난 주몽의 신화가 있지만, 이것은 신적인 영웅의 탄생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삼신할머니로부터 자기 생명과 운명의 꽃을 받아들고 이승으로 둥둥 떠내려오는 아기들의 그림은 인간 생명의 아름다운 근원을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에게도 정말 이렇게 신비로운 탄생신화가 있었다니... 다음 편에서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물음을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며 전래되어 온 삼신할머니 상(像)과 삼신신앙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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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도전』, 증산도 도전편찬위원회, 태전 2003년 판.

「삼신사상」[문계석 박사 도전 세미나 발표문] 2004

 

 

글: 류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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