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속의 철학

금주의 한자 11회 숙능생교熟能生巧

이재석 연구위원

2016.05.31 | 조회 3457

금주의 한자11

숙능생교熟能生巧

 

분수에 맞지 않게 값비싼 명품을 고집하는 여자들을 일컬어 된장녀라고 비꼬아 얘기한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아름답고 고급스런 의상과 가방, 맛있는 먹거리를 탐하고자 하는 원초적인 욕구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명품을 사는 것은 욕망을 사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왔나 보다. 어느 정도 명품이나 좋은 것을 원하는 욕망을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문제는 명품의 진정한 뜻도 모른 채 그저 브랜드에만 급급해 그것을 좇는 것이다. 명품이란 장인정신의 산물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까다로운 공정을 거치고 장인들의 섬세한 솜씨를 통해서 탄생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랜 시간을 거쳐야 뛰어난 기교를 발휘할 수 있다는 숙능생교를 통해 진정한 명품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인지 알려드리고자 한다.

 

금주의 한자 熟能生巧숙능생교에서

숙련되다는 뜻이다. 익숙하게 잘 하는 것을 능숙能熟이라 하고, 연습을 많이 해서 능숙하게 익히는 것을 숙련熟練이라 하며, 친하여 익숙한 것을 친숙親熟이라 한다.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능可能‘-할 수 있다는 말이고 능소능대能小能大란 작은 일이나 큰일이나 가리지 않고 모든 일에 두루 능한 것을 말한다.

생기다’, ‘나다는 뜻이다. ‘생산生産은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고, ‘출생出生은 태어나는 것을 말하며, 특히 귀인이 태어나는 것을 탄생誕生이라 한다.

기교라는 뜻이다. 뛰어난 솜씨를 기교技巧라 하고, 솜씨나 꾀가 재치 있고 약삭빠른 것을 교묘巧妙라 하며, 여러모로 생각해낸 꾀를 계교計巧라 한다.

熟能生巧숙능생교숙련되면 기교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로, 오랜 기간의 수련을 거쳐야 뛰어난 기교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말로 사용된다.

 

이 성어는 북송北宋 때의 문인 구양수가 쓴 매유옹賣油翁이라는 글에서 취한 것이다. ‘매유옹팔 매’, ‘기름 유’, ‘늙은이 옹으로서 기름 파는 노인이라는 뜻인데, 매유옹귀전록田錄에 들어 있으며, 귀전록구양수의 문집인 구양문충공집歐陽文忠公集에 수록되어 있다.

구양수歐陽修(1007-1072)는 북송 때의 문인이요 역사가이다. 자는 영숙永叔이고, 호는 술에 취한 노인이라는 뜻의 취옹醉翁이며, 말년에 육일거사六一居士라고 칭해졌다. 지금의 강서성에 속하는 길수吉水 영풍永豐 출신이다. 당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다. 정사인 신당서新唐書의 편찬에 참여했고, 독자적으로 신오대사新五代史를 집필했다. 벼슬이 재상 다음가는 참지정사參知政事에 이르렀으며 사후에 문충文忠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참고로 북송北宋과 남송南宋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둘 다 정식국호는 이다. 960년에 조광윤趙匡胤(927-976)이 세운 송나라는 경성이 지금의 하남성 개봉시開封市인 변량汴梁이고, 1126년에 금나라에 의해 변량이 함락된 후 흠종欽宗 조환趙桓(1100-1156)의 동생 조구趙構(1107-1187)가 황제로 즉위하고 2년 후에 정한 경성은 지금의 항주杭州인 임안臨安이다. 변량이 상대적으로 북쪽이고, 임안이 남쪽이기 때문에 역사에서 송을 구분해서 북송과 남송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야기는 중국 북송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북송北宋 때 활을 아주 잘 쏘는 진요자陳堯咨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강숙공康肅公이라고 불렸으며 당시 그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확실히 진요자 만큼 활을 잘 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득의양양했으며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루는 진요자가 집안 정원 안에서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쏘는 화살마다 거의 과녁에 명중해서 보는 사람들 모두가 환호하며 즐거워하였다. 그런데 그 때 기름을 파는 한 노인네가 어깨에 멘 기름보따리를 땅에 내려놓고 매우 깔보는 듯한 눈초리로 진요자가 활 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그의 활쏘기 실력에 대해 별거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다가 가끔씩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곤 했다. 이윽고 노인이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거 뭐 특별할 것도 없구먼!”

진요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불쾌해서 노인에게 물었다.

당신도 활을 쏠 줄 아시오? 내 화살 솜씨가 별거 아니란 거요?”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활쏘기는 훌륭하오. 허나 내가 활을 쏠 줄은 모르지만 이것은 결코 특별할 것이 없으며 단지 손에 익었을 뿐이지요.”

진요자는 더욱 성이 나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내 활쏘기 솜씨를 얕잡아 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 노인이 이렇게 강한 어조로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이 노인에게 어떤 절정의 기량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대로 질문을 했더니, 다만 노인은 태연자약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기름 따르는 기교를 가지고서, 나는 이 점을 알 수가 있소.”

노인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조롱박 하나를 꺼내서 땅에 세우고, 다시 동전 한 개를 꺼내 조롱박의 입구 위에 얹었다. 그런 후에 나무 국자로 기름통 속에서 기름을 퍼서 천천히 따랐다. 기름은 동전의 네모진 구멍 속으로 마치 한 줄기 직선처럼 곧장 조롱박 속으로 빨려 들어갔는데, 한 국자의 기름이 모두 다 들어갔지만 조롱박 입구의 동전에는 여전히 반 방울의 기름도 묻지 않았다. 이 때 노인은 고개를 들고 진요자에게 말했다.

이것도 뭐 특별한 기량은 아니고 단지 숙련되어서 기교가 생긴 것일 뿐이외다.”

진요자는 노인의 기름 따르는 숙련된 솜씨를 보고서 마음속으로 많은 것들이 분명해져 웃으면서 노인을 집 정원 밖으로 내보내줬다.

 

이 고사는 어떤 일을 막론하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반복해서 실천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숙련된 기교를 익히고 요령을 터득할 수 있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한걸음 나아가, 기술이나 솜씨는 숙련되면 기교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므로 스스로 뽐낼 것은 없다는 점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과 구수한 된장찌개를 맛있게 해치운 기억, 누구나 있을 것이다. 밥과 함께 우리의 가슴에는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사랑이 한 가득 채워졌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아내에게서 받은 첫 번째 밥상.

밥은 뜸이 덜 들어서 돌을 씹는 것 같고, 콩나물국은 또 왜 이리 싱거운지....

아내 몰래 소금을 뿌리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 결혼 후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이하던 날, 밥상에 놓여 있는 먹음직스러운 잡채와 쇠고기로 맛을 낸 미역국으로 상다리가 휘청거린다.

그야말로 아내의 숙능생교는 그렇게 밥상위에서 만들어졌다.

 

단어

(): 익다. 익숙하다. 숙련되다. /(연화발), 15, shú/

(): 능하다. -할 수 있다. /(육달월), 10, néng/

(): 나다. 생기다. /(날생), 5, shēng/

(): 기교. /(장인공), 5, qiǎo/

 

출전

陳康肅公堯咨善射, 當世無雙, 公亦以此自矜. 嘗射於家圃, 有賣油翁釋擔而立, 睨之, 久而不去. 見其發矢十中八九, 但微頷之. 康肅問曰: “汝亦知射乎? 吾射不亦精乎?” 翁曰: “無他, 但手熟爾.” 康肅忿然曰: “爾安敢輕吾射!” 翁曰: “以我酌油知之.” 乃取一葫蘆置於地, 以錢覆其口, 徐以杓酌油瀝之, 自錢孔入, 而錢不濕. 因曰: “我亦無他, 惟手熟爾.” 康肅笑而遣之.

- 귀전록田錄매유옹賣油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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