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속의 철학

금주의 한자 4회 朝三暮四조삼모사

2016.04.01 | 조회 3375


알림 | 이번 회부터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를  〈금주의 한자〉로 제목을 바꿉니다. 이 연재물은 한 주에 1회씩 업데이트 됩니다. 


금주의 한자04


朝三暮四조삼모사

 

 


   금주의 한자 ‘朝三暮四조삼모사’에서,

   ‘朝조’는 ‘아침’이라는 말이다. ‘저녁 석夕’자와 결합된 ‘朝夕조석’은 ‘아침과 저녁’이란 뜻이고, ‘책 펴낼 간刊’자와 결합된 ‘朝刊조간’은 ‘아침에 발행하는 신문’을 말하고, 저녁 신문은 ‘夕刊석간’이라고 한다.

   ‘三삼’은 숫자 ‘3’을 말한다. ‘잊을 망忘’자를 쓰는 ‘三忘삼망’이란 말이 있는데, 장수가 출정해서 전투에 임할 때 잊어야 할 세 가지 일을 말한다. 즉 출정의 명령을 받은 날엔 집을 잊고(忘家), 전투가 벌어질 때는 부모를 잊고(忘親), 북소리가 급박할 때는 자기 몸을 잊어야 한다(忘身)는 것이다.

‘暮모’는 ‘저녁’을 뜻한다. ‘朝令暮改조령모개’라는 자주 쓰인다. ‘명령 령令’자, ‘고칠 개改’자로 구성된 이 말은 ‘아침에 명령을 내렸다가 저녁에 다시 고친다’는 뜻으로 법령을 자주 고쳐서 갈피를 잡기가 어려움을 이른다.

   ‘四사’는 숫자 ‘4’를 말한다. ‘근심 환患’자를 쓰는 ‘四患사환’이란 말이 있는데, 정치를 하는데 네 가지의 폐단이란 뜻이다. 즉 ‘거짓’을 뜻하는 ‘僞위’, ‘사사로움’을 뜻하는 ‘私사’, ‘방종’을 뜻하는 ‘放방’, ‘사치’를 뜻하는 ‘奢사’를 일컫는다.

 

   조삼모사는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의미이다. 원래는 수단을 사용해서 남을 잘 우롱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나중에는 수법을 바꾸어서 남을 속이거나 혹은 생각이 정해지지 않고 반복무상함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또 이 말은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음을 모르는 것을 비유하거나 남을 농락하여 자기의 사기나 협잡술 속에 빠뜨리는 행위를 이르는 말로도 사용된다.

 

   이 말은 《열자列子》〈황제黃帝〉편에 나온다. 여기서 잠깐 《열자》라는 책이 어떤 책인가 알아보자.

   초기 황로도가黄老道家의 경전에 속하는 이 《열자》라는 책은 열어구列御寇 즉 열자가 썼다고 전해지는데, 사실은 중국 전국시대 초기에 열자와 그의 제자 및 후학이 지은 것이다. 이 책은 사상적으로 도가와 매우 가까우며, 후에 도교에서 경전으로 받들었다. 전한 초기에 매우 성행하였으나 한 무제 유철이 백가를 물리친 후에 민간에서만 관심을 받다가, 서진 시기에 다시 중시되었으며 당송唐宋 시기에 이르러서는 정점에 도달했다. 당 고종高宗 이치李治는 건봉乾封 2년인 667년에 노자老子를 태상현원황제太上玄元皇帝로 존봉하였으며 현종玄宗 이륭기李隆基는 개원開元 25년인 737년에 현학박사玄学博士를 설치하고, 《노자老子》, 《열자列子》, 《장자莊子》, 《문자文子》를 필독서로 지정하였는데, 당시에 이를 ‘사현四玄’이라고 불렀다. 또 천보天寶 4년인 745년에는 열어구冲虛眞人으로 추봉하였고, 《열자》를 《충허진경冲虛眞经》으로 격상시켰다. 송대에 와서, 진종眞宗 조항趙恒은 ‘충허’ 뒤에 다시 ‘지덕至德’이라는 두 글자를 덧붙여 《충허지덕진경冲虛至德眞经》이라고 불렀다. 휘종徽宗 조길趙佶은 정화政和 6년인 1116년에 《황제내경黃帝內經》, 《도덕경道德經》(즉 《노자》), 《열자》, 《장자莊子》에 대해 박사를 설치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렇게 중시된 《열자》는 쉽고 우아한 산문으로 쓰여졌으며. 우언寓言을 통해서 사람에게 지혜를 열어주고, 많은 예지叡智와 철리哲理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조삼모사의 이야기는 전국시대의 사상가로서 도가의 대표 인물인 장주莊周(서기전369-서기전286)의 저작인 《장자莊子》〈제물론齊物論〉에도 나온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옛날 중국 전국시대에 송宋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에는 원숭이 떼를 기르는 노인이 한 명 있었는데, 사람들은 원숭이 ‘저狙’자를 붙여서 그를 ‘저공狙公’이라고 불렀다. 저공은 가정 형편이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원숭이를 매우 좋아해서 차라리 자신이 먹는 것을 줄이고 쓰는 것을 절약하며 돈을 벌어 원숭이에게 먹을 것을 사 줄지언정 이제까지 한 번도 원숭이들의 배를 굶게 한 적이 없었다.

   저공과 원숭이들은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냈으며 서로 간에 사이가 매우 좋았다. 원숭이들이 무엇을 생각하면 저공은 원숭이를 보는 순간 곧바로 그들의 생각을 알았으며, 저공이 무엇을 말하면 원숭이들도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저공은 원숭이들의 먹이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원숭이들의 먹성이 대단해서 한도 끝도 없이 먹어대니 마침내 저공은 먹이를 공급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없이 원숭이들의 먹이를 줄이려고 했으나 한편으로는 원숭이들이 자신을 따르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전전긍긍하다가 마침내 하나의 꾀를 생각해냈다.

   얼마 후 저공이 원숭이들을 불러 모아 놓고 말했다.

   “앞으로 너희들에게 도토리를 줄 때,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를 주면 되겠니?”

원숭이들은 이 말을 듣고 도토리를 적게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날뛰면서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저공이 말투를 바꾸어서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아침에는 네 개를 주고 저녁에는 세 개를 주겠다. 이렇게 하면 충분하지?”

이 말을 들은 원숭이들은 모두 도토리를 많이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땅에서 펄쩍 뒤며 기뻐했다.

 

 

【단어】

朝조: 아침. /月(달월)부, 총12획, cháo/

三삼: 3. 셋. /一(한일)부, 총3획, sān/

暮모: 저물다. /日(날일)부, 총15획, mù/

四사: 4. 넷. /囗(큰입구몸)부, 총5획, sì/

 

【출전】

《열자列子》〈황제黃帝〉

宋有狙公者, 愛狙, 養之成羣, 能解狙之意; 狙亦得公之心. 損其家口, 充狙之欲. 俄而匱焉, 將限其食. 恐衆狙之不馴於己也, 先誑之曰: “與若茅, 朝三而暮四, 足乎?” 衆狙皆起而怒. 俄而曰: “與若茅, 朝四而暮三, 足乎?” 衆狙皆伏而喜. 物之以能鄙相籠, 皆猶此也. 聖人以智籠羣愚, 亦猶狙公之以智籠衆狙也. 名實不虧, 使其喜怒哉.

 

《장자莊子》〈제물론齊物論〉

勞神明爲一而不知其同也,謂之‘朝三’. 何謂‘朝三’? 狙公賦茅,曰: “朝三而暮四.” 衆狙皆怒. 曰: “然則朝四而暮三.” 衆狙皆悅. 名實未虧而喜怒爲用,亦因是也. 是以聖人和之以是非而休乎天鈞,是之謂兩行.

 

글쓴이 : 이재석 박사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네이버 밴드 구글+
공유(greatcorea)
도움말
사이트를 드러내지 않고, 컨텐츠만 SNS에 붙여넣을수 있습니다.
24개(2/3페이지)